나는 전설이다


 


제가 전설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뭐 전설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일단 죽어줘야 하니까 아직은 전설 하기 싫습니다.

 

SF소설만큼 읽는 사람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인기가 없더라구요. 아마도 대부분이 과학적 지식을 그래도 조금씩을 요구하니까 그런거겠죠.

 

물론, SF의 탈을 쓴 엉터리들, 수준낮은 쓰레기가 범람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여간 꽤나 오래전에 나온 리처드 맷슨 이라는 작가의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라는 소설의 무려 세번째 리메이크 필름입니다.

 

원작은 54년도 작품입니다.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죠. 물론 저는 요약본으로만 읽어서..

 

첫번째 영화화는,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으로 “지상최후의 사나이“입니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흑백영화입니다.

 

두번째 영화화는, 찰톤 헤스톤 주연으로 “오메가 맨“입니다. 두 영화 모두 익스트림 무비의 내용으로 링크를 걸었습니다.

 

이제 세번째로 윌 스미스 주연으로 다시 만들어진 “나는 전설이다” 를 보고 왔습니다.

 

그것도 전혀 계획없이 부부동반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결정해서 그냥 순식간에 보고 왔습니다. 다행히 표는 있었는데 자리가 맨 앞좌석이 걸리는 바람에 고개도 아프고, 극장내 공기도 아주 탁하고 좀 그렇더군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환경에 홀로 남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는 정말로 매혹적이죠.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와 그 비스무리한 캐스트 어웨이에서의 배구공 친구, 재패니메이션에서도 이 비슷한 내용을 다룬 작품이 있으며, 이 영화와 원작 소설도 바로 그런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플롯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가할 때, 아무 할 일이 없으면, 이 도시에 만약 나 혼자 남게 된다면 어떤 순서로 일을 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공상을 해 볼 때도 많습니다. 도시가 아니라 무인도라면 어떨 것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만으로 꽤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뭐 이런 상상이죠.

 

그러나 원작 “나는 전설이다” 라는 것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진짜 중후한 묵시록적인 걸작입니다.

 

그냥 혼자 살아남고, 괴물들과 싸우다가 죽어가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나 윌스미스가 연기한 이 영화에서는 그런 묵시록적인 장엄함은 사라지고, 헐리웃 스타일의 결말을 가져오게 됩니다.

 

물론 그림은 참 좋습니다. 사람이 사라져버린 도시의 모습, 홀로남은 주인공의 고독감, 공포, 그리고 장열한 최후 같은 것이 멋지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한번쯤 봐도 될 만한 수준입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이제 절취선을 긋고 내용을 얘기할 차례군요.
 

주의 : 아래의 글에는 최근 개봉한 윌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의 심각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분은 아래 more 버튼을 절대로 누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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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 없는 병으로 사람들이 모두 죽습니다. 워낙 옛날에 쓰여진 원작이니까 정체모를 전염병이 되겠죠. 영화에서는 유전자 치료제가 잘못되는 상황입니다.


 

그 병은 특이하게도, 흡혈귀 전설의 기원이 되는 그런 병입니다. 병에 걸리면 멀쩡한 사람이 흡혈귀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주인공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 병에 대한 면역이 있습니다. 박쥐에 물렸다던가..

 

그 병이 전세계에 퍼져서 사람들이 몽땅 흡혈귀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주인공은 낮동안에는 햇빛을 무서워하는 흡혈귀들이 숨어 버리니까 도시를 돌면서 생필품을 수집하고 숨어 있는 흡혈귀들을 찾아서 죽이러 다니게 됩니다. 밤에는 집에 숨어서 흡혈귀들의 공격을 막으며, 쓸쓸히 지내게 되는거죠.

 

그러다가, 한 여자를 만나 데려오게 되는데 애석하게도 이미 이 여자도 그 병에 감염 된 겁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흡혈귀가 된 사람들은 이미 그 병의 진행을 막는 백신을 만들었고, 그래서 더 이상 죽지 않고 새로운 인류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겁니다.

 

즉, 구 인류는 멸종하고 신 인류가 등장해 버린 겁니다.

 

결국, 낮동안 다니면서 자기가 죽였던 흡혈귀들은 이미 신인류입니다. 신인류들 사이에서 이미 자신은, 무서운 낮마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이는 괴물의 위치에 등극한거죠. 마치 오래전에 인간들 사이에서 괴물로 자리매김한 흡혈귀처럼..

 

그래서 전설이 된 겁니다.

 

결국 주인공은.. 신인류들사이의 괴물로써 죽어가게 됩니다.

 

이 설정, 참으로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오만에 대한 역설적 경고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류는 아무에게서도 지고의 권위를 부여받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 잘난 맛에 온통 이 지구를 들 쑤시고 돌아다니죠. 단지 잘나서? 단지 많아서? 많기야 개미나 바퀴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인간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써의 자존심? 그런게 과연 존재하는 걸까요?

 

없습니다.

 

그런 자존심 따위는 인류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거지, 인류는 개미에 비해 하등 고귀할 것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과연 당신은 당신 자신이 인류로써 고귀함을 가지고 있고,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신이 부여했다고요? 그 신이라는 존재.. 당신들이 만든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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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다시, 세번째로 만들어진 이 영화로 돌아오겠습니다.

 

헐리웃 영화가 그렇듯이 무척 화려합니다. 인류가 사라진 지 3년된 뉴욕 시가지 모습은 참으로 그럴싸 하다고 느껴지는 군요. 도심지 아스팔트에는 풀이 자라고 있고, 교차로에는 사슴떼가 뛰어다닙니다.

 

이제 벌써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윌스미스, 나름대로 연기력 좋습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등에서 보여주던 철부지 애송이의 모습은 넘어섰죠.

 

지구상에 홀로남은 남자로써 보여주는 고독감,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인 개가 자신을 구하고 감염되어 괴물로 변하자 끌어안고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표정연기, 아마 윌스미스는 지금이 배우로써 가질 수 있는 최전성기인 듯 합니다.

 

흡혈귀들은 우스꽝스럽습니다. 무슨 레지던트 이블에 등장하는 좀비 스타일이죠. 아무 가책없이 막 죽여도 될듯한 게임속의 캐릭터같이 그려졌습니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뉴욕시민과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 다리를 끊는 모습등은 제작비 들여서 볼거리 만드는 헐리웃 특유의 눈 서비스입니다.

 

스토리는 이렇게 가공됩니다.

 

흡혈귀 되는 역병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바뀝니다. 암을 정복했다고 발표하는 첫 장면에서, 이미 유전자 리프로그래밍등의 용어가 등장하죠.

 

그리고 바로 3년후, 인류가 사라진 도심지 씬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점프는 유전자 치료기술이 잘못 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기법이겠죠. 이런 장면 덕택에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유전자 기술에 대한 공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해당 바이러스의 활동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을 연구,실험합니다.

 

그러면서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요새같은 저택안에 숨게 되는 겁니다.

 

그 실험적인 백신의 실험대상은, 피를 미끼로 올가미를 만들어서 잡아온 흡혈귀입니다. 아름다운 십대 후반의 여성 흡혈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자 흡혈귀가 흡혈귀 대장의 애인이었나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 또 흡혈귀들의 애정관계를 이용하는 기법은 대략 좋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원작처럼 나게 된다면, 신인류 역시 사랑을 할 줄 아는 종족이었다~ 뭐 이런 암시가 되겠죠.

 

하지만 그런거 없습니다.

 

윌 스미스가 만나게 된 여성은, 사랑하던 개를 잃고 거의 자살하려는 분위기로 밤중에 흡혈귀들하고 싸우다가 죽게 생긴 윌 스미스를 죽기 직전에 구해줍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신 얘기를 하더군요. 자기를 보낸게 신이랍니다.

 

그러나 바로 꼬리를 물고 쳐들어온 흡혈귀떼와의 싸움이 벌어지는 거죠. 블록버스터 스러운 싸움이 지나가고 최후의 궁지에 몰린 윌 스미스의 눈앞에서 그 동안 테스트 해온 백신이 성공했다는 결과가 등장합니다. 여성 흡혈귀가 치료가 되고 있더군요.

 

그리고.. 윌스미스는 그 흡혈귀의 피를 뽑아, 새로 만난 여성에게 쥐어주고 사람들을 찾아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장렬하게 흡혈귀들과 함께 폭사..

 

그 여성은 인간 보호지역으로 도망가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쥐어주고, 주인공은 인류를 구원한 전설이 됩니다.

 

하여간 전설이 되긴 되는군요.

 

 

 

상업적인거 다 좋습니다. 돈 못벌면 그렇게 떼돈 부어서 볼거리 만들어주는 짓거리도 사라지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최소한 어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들어진 플롯을 이용할 거라면, 제대로 원작의 의도를 존중해서 만들어주는, 그런 맛을 보는건 불가능 할까요?

 

원작에서의 전설과, 영화에서의 전설의 의미가 정반대라니, 이건 좀 심하다 싶습니다.

 

어차피 이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지만, 그리고 이제는 그런거 다 감수하고도 영화를 즐기는데 익숙해 졌지만, 항상 뒷맛은 씁쓸합니다. 지멋대로 담근 술을 포장만 멋지게 해서 팔아먹는다는 걸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먹고 아침에 뒷골 땡기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뭐 다 접고..

 

현대의 도시에서 아무런 파괴 없이, 갑자기 모든 사람이 다 사라지고 당신 혼자 남는다면 제일 먼저 뭐부터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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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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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10 thoughts on “나는 전설이다

  1. 핑백: 靑春
  2. 이 글 때문에 “나는 전설이다” 원작소설을 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연말에 속초가서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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