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은행, 대출, 예금, 금리

우간다에서 은행에 갈 때마다 봤던 것은 지점장 책상에 수북히 쌓인 두꺼운 파일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파일 겉면에 사람 이름이 커다랗게 쓰여 있고 표지를 열어보면 대출받을 때 제출한 서류들이 두껍게 끼워져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전산화된 한국에서는 이런 서류더미들을 고객이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지만, 전산화가 완벽히 되어있지 않은 우간다는 이런 서류들의 모든 장에 지점장이 직접 도장을 찍고 서명을 합니다. 덕분에 지점장은 방에서 기다리던 나와 수다를 떨면서도 멈추지 않고 도장 찍고 서명하는 일을 반복하며 “일이 지인짜 많다”고, “팔 아프다”고, “힘들다”고 종종 투덜거렸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인상적인 건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사진들입니다(이걸 찍어오고 싶었는데 너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같아 차마 카메라를 못 들었습니다). 은행은 대출 심사를 할 때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 얼만큼 큰 집에 사는지, 누구와 함께 사는지, 대출자가 빚을 갚지 않았을 때 대신 추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친척들의 사진까지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 종이 파일의 표지를 열면, 대출자와 가족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집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찍은 사진, 친척들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된 사진들이 모서리를 따라 스탬플러와 클립으로 빼곡히 박혀 있습니다.

 

은행에서 워낙 여유롭게… 일을 처리해주시다보니 한 번 은행에 송금을 하러 가면 기본 30분 이상은 지점장 방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초기엔 “언제 되는 거예요? 빨리 해 주세요” 말도 해 봤지만 차차 포기하게 됐습니다. 삼개월 쯤 지나고부턴 저도 익숙하게 은행 갈 때 책을 한 권 챙겼습니다. 그 날도 지점장 방에서 멍때리며 일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죠.

 

한 여자가 방으로 들어와 지점장과 공손하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더니 대뜸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 때 대출 이자를 갚지 않아 지점장이 불러서 온 모양인데, 왜 상환을 못 했는지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빚을 갚으려고 했는데요(훌쩍), 갑자기 남편이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지 뭐예요(훌쩍)… 저는 지금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데요… 아프다는 남편을 며칠 보느라 안 나갔더니 그만 두래서 직장도 잃었어요(훌쩍) 그래서 빚을 못 갚았는데(엉엉) 용서해주세요(흐어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지점장 방에 앉아있다보면 온갖 안타까운 얘기들을 듣게 됩니다. 그 방에 전혀 상관 없는 타인이 있건 말건 상관 않고 본인의 이야기를 합니다.  

 

또 다른 이도 기억나는데, 이 여성은 이렇게 횡설수설했습니다. “제가 다른 은행 대출을 갚으려고 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었는데 저쪽 은행 빚을 분명히 갚았거든요? 근데 그 빚이 안갚아졌대요. 그래서 그쪽 담당자한테 상담하려고 갔더니 저한테 대출을 해 줬던 그 담당자가 없다는 거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안그래도 바쁜 지점장은 “마담, 그 담당자 전화번호 갖고 있으면 줘 보세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라고 자르며 이 중언부언을 끊었습니다. 여성은 울먹이며 휴대전화 주소록을 뒤졌죠. “전화번호가… 없어요…” 소같은 눈망울로 지점장을 쳐다봤습니다. 지점장은 한숨을 쉬며 여성이 대출받았다는 다른 은행 지점장에게 전화해 구구절절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육 개월간 제가 본 은행 지점장의 다른 역할은 ‘사랑방 주인장’ 이었습니다. 온갖 사람들이 사랑방인 지점장 방으로 몰려오고 지점장한테 답답함을 하소연하면 지점장이 해결해주는(척이라도 하는) 사랑방 주인장. 사랑방 손님들은 주인한테 신세를 한탄하지만 귀퉁이에 앉은 생판 남인 저는 한없이 객쩍고 민망했습니다. 이 사랑방 주인장도 영업 실적이 중요하니까, 자기가 피곤하더라도 고객이 대출을 하겠다면 굳이 막지는 않습니다.

 

어느 나라든 은행의 수입원은 예금 이자율과 대출 이자율의 차이, 예대마진입니다. 기준금리CBR, Central bank rate를 중앙은행에서 정하면 은행 자율에 따라 대출 이자는 기준금리보다 높게, 예금 이자는 기준금리보다 낮게 책정해 거기에서 이윤을 내는 것이죠. 2015년 10월 현재 우간다 중앙은행Bank of Uganda가 정한 우간다의 기준금리는 17%, 2015년 11월 현재 대출 금리는 21.25%입니다. 예금을 했을 때 붙는 이자는 13%인데 이게 또 은행 시스템이 웃겨서…(적어도 저는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은행이 빼가는 돈이 이래저래 많습니다. 

우간다 대출 이자율
우간다 대출 이자율
우간다 예금 이자율
우간다 예금 이자율

통장 개설할 때 보증금, 계좌 유지비, 계좌 유지에 따른 세금, 큰 금액을 송금받았을 때 은행이 부과하는 비용, 이체 알림 비용, 이에 따른 세금,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확인할 때 은행에 요청하는 bank statement를 출력하는 비용, 수표 책을 발급하는 비용, 타행으로 송금할 때 수수료가 건당 15,000 실링씩 든다든가 하는 경우죠.

거래하던 은행의 bank statement. 계좌 정보 등 민감해질 수 있는 사항들은 전부 지웠다. 보면, charge on eft가 타행송금 수수료,  transaction alert fee가 이체 알림 비용, local tax on transaction alert이 그에 따른 세금, ledger fees current A/C가 계좌 유지비, local tax...가 그에 따른 세금 inward swift charge가 송금받았을 때 은행에 금액의 몇 %를 내는 돈이다.
거래하던 은행의 bank statement. 계좌 정보 등 민감해질 수 있는 사항들은 전부 지웠다.
보면, charge on eft가 타행송금 수수료,
transaction alert fee가 이체 알림 비용, local tax on transaction alert이 그에 따른 세금,
ledger fees current A/C가 계좌 유지비, local tax…가 그에 따른 세금
inward swift charge가 송금받았을 때 은행에 금액의 몇 %를 내는 돈이다.

 

사실 서민들 중에는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위에 적었던 것처럼 은행이 빼가는 돈이 많으니 예금도 대출도 받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돈이 필요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습니다. 거래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예금 잔고는 없는데 대출 상환 비용이 남아 곤란해하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수고비를 지급하려고 계좌번호를 물어보면 은행과 상관없이 휴대전화로 거래하는 (쉽게 말하자면 통신사에다 튼 계좌) 모바일 머니mobile money로 줄 수 없냐고 양해를 구하곤 했습니다.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가는 순간 은행에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출금해가기 때문에 본인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건 우간다에서건 은행과는 거래만 하는 입장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경제는 잘 모릅니다. 경제 시스템도, 은행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 하는 제가 ‘선진국의 은행 시스템은 이러이러하니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함부로 말을 못 하겠습니다. 다만, 그게 어느 나라건 “나 쓸 돈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류 정리를 하다가 bank statement를 보고  우간다 은행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 글을 시작했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조차 모르겠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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