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취업도 못한 백수지만 정기적인 일정과 목표 달성이 스스로에게도 자극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승로그 글을 매주 한편씩 쓰자는 생각으로 움직였으나 이번주는 사실상 실패였다. 완성된 글이 퀄리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을때, 몇번을 갈아 엎어도 처음 생각난 아이디어만큼의 글이 나오지 않을때마다 생각한다. 흡연자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내가 평생에 한번이라도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있다면 이미 폐암에 진입했을 것 같다(대신 미칠듯한 간식 흡입으로 체중이 미친듯이 늘고있다). 기본개념 시리즈라며 이름을 붙이고, 평등에서 이어지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스스로 생각을 했으나 원하는 수준의 글이 나오지 않는 게 고통스러웠다. 죽을 맛이다.

진행중인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7658)도 매번 어려움과 한계를 마주한다. 이번편은 화약 편이었는데, 한국 인터넷의 한계, 한국 지식 체계의 부실함, 팟캐스트 자체의 한계를 또한번 느꼈다.

사실 그렇다. 화약이라고 그냥 구글 검색 한번 하면 관련 자료가 전부 충실하게 나오고, 연관 검색어가 촤라락 얽혀서 나오면서 갖가지 관점과 역사기록이 다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현실은 화약, 흑색화약, gunpower, 핸드 캐논, 폭죽, 머스킷, 조총, 주화, 유황, 염초, 초석, 구아노, 목탄 등등을 싸그리, 그것도 크로스체크 형태로 온갖 곳을 다 조사한 뒤 총체적으로 정리해서 자신만의 컨텐츠로 녹여내야 온전히 내 글이 되는 것이다. 화약 무기의 출발만을 말하더라도 저 정도 조사는 되어야 그림이 좀 그려진다. 이런 자료들의 연관성, 연계를 다루는 것도 분명 중요할텐데 한국 인터넷에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자료 작성자의 절대 다수는 네이버에 갇혀있고, 구글 검색으로는 한계가 느껴질때가 많다(이런 판국에 세이프 서치 강제 적용으로 구글마저 예전 모습을 잃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나무위키 자료의 부실함을 욕하는 목소리는 매일 들을 수 있지만, 현실은 한국어 위키백과에 아예 해당 문서 항목조차 존재하지 않는 일이 많다. 결국 영문 자료를 찾아 헤매야 하는데, 외국어 학습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본질적으로 피로도 자체가 다르니 아무리 좋은 자료가 있는 걸 알아도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가 그나마 해결이 되려면 인터넷에 다함께 기여하는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 기여를 좀 할라치면 그것도 쉽지 않다. 불펌질 때문이다. 어쩌다 웃기는 말이나 센스있는 멘트 하나를 날렸다 쳐도 주인도 없는 공공재 취급을 당하며 매번 페이스북 성인광고 사이트에 등록되는 현실. 한국에서 팟캐스트가 뜨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팟캐스트의 우월함이 문제가 아니라, 페북으로 불펌질하는 것이 불가능한 매체가 팟캐스트뿐이라서 팟캐스트가 살아남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글, 그림 등등은 모조리 불펌으로 이어지고, 수익은 고사하고 창작자의 이름조차 남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팟캐스트의 한계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위키나 인터넷은 다함께 가꿔나간다. 팟캐스트는 그게 안된다. 불펌질은 막을 수 있으나, 집단지성의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팟캐스트 밑에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분명 좋다. 하지만 그 집단지성의 크기가 위키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냥 서버에 올리고, 들을 사람끼리만 듣고 끝이다. 한쪽은 불펌 때문에 창작의 의욕이 꺾이고, 한쪽은 집단지성에 기여하기가 힘든 현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은 계속 해야한다.

모든 문제가 돈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제적 배경의 중요성이 매번 느껴진다. 그놈의 조총 때문에 임진왜란때 무참히 패배했다는 말들을 쉽게 하지만 얄팍하게나마 조사를 해본 이번 경험상 그런 말은 쉽게 할 수 없다. 조선 초 신기전의 발명은 찬양하면서 조총같은 개인 화기는 왜 못만들었냐며 타박하는 상황. 대체 이순신과 거북선은 뭐로 싸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낭설들이 온 인터넷을 덮고 있는 모습을 봤다. 최무선의 화약 개발은 드라마틱하게, 천신만고끝에 해낸 업적으로 알고있지만, 이후 화약 재료의 수급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적다. 유황은 한반도 내에 광산이 없어서 사실상의 전량 수입을 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염초는 어차피 프리츠 하버의 질소 고정법 이전까지는 전 세계가 긁어모으려고 생 발광을 했던 물건이니 그렇다 치자. 유황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화약 생산이 가능했을까. 오히려 수많은 해전 속에 포격전을 이끌어간 이순신의 군수물자 조달능력을 찬양해야 할 일이다. 로맨스 쑤셔넣기도 바쁜 사극에 이런 고증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꼰대식 가족주의와 국뽕으로 가득찬 영화계에도 이런 면을 비춰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듯 싶다. 문제는 이러고 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여러모로, 나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를 몸으로 느낀 한주였다. 뭘 모르는지를 아는게 공부의 출발이라고 하던가. 정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몸으로 부대낄때는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저 이번주는 지난 주보다 한발짝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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