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Mission to Civilize


이미 117, 즉 한달 반이나 이전에 소라넷을 범죄사이트로 규정한 글을 썼었다.

http://murutukus.kr/?p=9779

그러다가 결국 “그것이 알고싶다” 라는 유명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 이 사건은 더욱 더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진작에 소라넷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쇄운동을 벌이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라넷이 그저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 공유하는 사이트 정도인 줄 알았다가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나온다. 이 정도면 오히려 다행이고..

일각에서는 우려하던대로 그런 지경에 빠진 여성들도 책임이 있는거 아니냐는 야만스러운 대응이 나오기도 한다. 다 좋다. 그러나 제일 아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방법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움직임이 잘 안보인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일단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면 알수록 그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문제를 인식했다면 이제 문제 해결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고 놀라서 비명만 지르고 있고, 아무도 차근차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삼일 지나면 이 문제는 또 덮여 버린다. 그래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 전에 할 얘기가 있다. 이 소라넷 사건으로 인해 충격에 빠진 분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특히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 땅의 여성들이 느낄 충격과 공포에 적극 공감하며,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손을 보태고 싶어하고 있다는 점, 먼저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소라넷 폐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이트 폐쇄다. 전 글에서 나도 이걸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실효성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1. 실질적인 폐쇄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면, 어떤 불법적인 사이트를 실질적으로 폐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이 많이 된다는 도박 사이트와 실시간 음란사이트들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을리가 없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으며 이 세상에는 관련 법규가 미비한, 어떤 면에서는 일부러 만들지 않은 지역이 넘쳐난다. 그런 곳에 서버를 설치하고 라인만 연결한 뒤 연결 주소만 계속 바꾸면 얼마든지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 이를 막기에는 그저 차단만 할 줄 아는 국내 행정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소라넷처럼 광고수익을 상당하게 올리고 있는 사이트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어갈 것이다. 만약 외교적인 절차와 법적인 절차를 병행해 사이트 폐쇄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심지어 표면적인 관리자를 법적으로 처벌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사이트는 또 이어질 것이다. 이미 축적된 자본도 상당할 것이고, 그들은 원래 국내법 따위 신경 안쓰는 조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소라넷에는 범죄적 행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소수집단에게는 거의 유일한 활로로 작용하는 기능도 있다. 성소수자들의 경우 소라넷은 광범위한 커뮤니티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 역시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범죄적인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내의 현행법의 한계상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소라넷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무작정 사이트 폐쇄만을 주장한다면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올 것이다. 이건 옳지 않다.

3. 소라넷 트위터 계정 차단

소라넷이 끊임없는 차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있는 기술적 방법은 주소를 바꾸고 바뀐 주소를 SNS를 통해 알리는 것이다. 그 경로로 쓰이는 대표적인 SNS가 트위터이다. 그런 관점에서 소라넷 트위터 계정을 차단해 달라고 트위터측에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약간의 실효성은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확고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트윗 계정은 언제나 어디서나 만들 수 있다. 그 모든 계정을 계속 감시하면서 차단해야 한다는 것,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트윗만 성공적으로 막으면 되는가? 이 사회에는 얼마든지 대안이 될 수 있는 SNS가 넘쳐나고 있는 중이다. 트위터는 이미 내리막인 서비스일 뿐이다.

당연한, 그러나 무의미한 대안들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마치 이것은 마약과의 전쟁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요자들의 음습한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채워주는 불법적인 수단이 있고, 그 수단을 통해 돈을 버는 지극히 천민자본주의적 사이클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서 공급의 고리를 끊는 것이 얼마나 주효했을까? 공권력을 동원해서 공급의 고리를 계속 끊어온 마약시장이 지금 사라졌는가?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수요를 끊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공급자의 숫자는 소수이지만 수요자는 다수 대중이다. 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더욱이 소라넷 같은 경우는 일부 공급자가 뭘 공급하는게 아니라, 대중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불법적인 컨텐츠를 공급하고 대중들이 환호하며 소비하는 그 플랫폼만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이젠 공급과 수요까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약한 고리는 이런 불법 컨텐츠의 공급이 심각한 형사문제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몰카가 그렇고 강간물(속칭 골뱅이라고 부르는 추악한 범죄물)이 그렇다. 그런 컨텐츠를 만들고 올리고 감상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널리알려야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실상을 알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거기에 더욱 좋은 홍보방법이 있다. 그런 컨텐츠를 만든, 즉 형사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적발해서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몰카를 수백장을 찍은 정신나간 인간을 “장래 의사가 될 사람”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제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여성에게 술, 거기에 뭔지 모를 약물을 먹이고 모텔로 끌고가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추적을 해서 잡아야 한다. 눈앞에서 형사범죄가 벌어지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그 현장이 게시되는 상황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한다면 공권력은 자신의 임무를 유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적발과 가중 처벌이 반복되는 것만큼 좋은 홍보방안은 없다.

정치적으로도 좋은 방법이 있다.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의 경우 연말에 후원금 한도액이 모두 찰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널리 알릴 필요도 있다.

이런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경우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게 될 걱정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말은 즉, 범죄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의를 외면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이 정도의 판단은 할 줄 아는 정치인이 다수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 모르는 사람이 있었을까? 그게 죄라는 사실을 알리고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실제로 적발되면 처벌하고, 정치인들이 나서서 문제삼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 이게 답이라는 걸 우리 사회가 몰라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어쩌면 이런 얘기들은 이제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시청율을 원한 것이며 검찰이나 경찰은 수사의 어려움을 들어 접수된 신고조차 회피하려고 노력하고, 그나마 어쩌다 걸려 법정에 서게 되어도 비싼 변호사의 변호에 힘입어 정상을 참작해 주고, 당한 여성들과 그 친지들은 억울함의 눈물을 흘리게 되고, 정치인들은 난 할만큼 했다고 하고 돌아서고..

그런 곳이 우리 사회 아니었던가?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절망을 넘어서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고 했다. 그냥 비관하고 그냥 낙관하라는 게 아니다.

어둡고 절망적인 현실을 절대 외면하지 말고 도피하지 말라는 것이 이성으로 비관하라는 말의 의미이다. 현실을 무시하지 말고 모른척 하지 말라는 뜻이다. 새삼스럽게 놀란척 하면서 호들갑떨지도 말자.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지 오래이기도 하다. 정말 몰랐다고? 그건 그 동안 당신이 이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나태했던 결과일 뿐이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해도 좋다. 더 깊이 절망할수록 좋다. 무의미한 기대를 모두 접어 버리고, 작동되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인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최소한 그정도는 되어야 이성으로 비관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강간이 없어지면 인류가 멸종된다는 식의 글을 태연히 쓰는 사람을 봤다. 이 문장으로 유추해 보면, 그 사람은 정상적이고 보호받아야 하며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성행위와 폭력적인 범죄인 강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사람의 도덕관념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강간”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를 몰라서일까?

나아가 저 사람 하나를 물고 뜯고 모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있을까?

실제로 소라넷에 여성을 술 취하게 만들고 약을 먹여 모텔로 끌고가 집단 강간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범죄자들 말고, 그저 익명 속에 숨어서 그런 컨텐츠를 보며 즐기던 다수의 사람들과 평소 강간은 범죄이니 하지 말아야 하고, 그런 강간을 다룬 컨텐츠는 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 밖에 안된다.

이 모든 문제가 성별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도 맞다. 그러나 모니터 속에 떠오른 처참한 범죄현장의 사진이 단지 여성의 벗은 몸이기 때문에 흥분을 유발하는 소재로만 보이는 사람, 모니터 넘어 저 사진 속에도 인간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런 지적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지어 자신의 은밀한 관음의 습관이 그런 컨텐츠를 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 아닐까?

이 모든 절망적인 상황의 주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원인은 바로 “무지와 야만”인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야만, 걸리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부도덕, 돈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천박한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미션 투 시빌라이즈

미드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는 돈키호테의 대사를 인용해서 “Mission to civilize”를 주장한다. 이는 다름 아닌 “무지와 야만”에 빠진 사람들에게 “문명”을 전파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는 그 임무는 무의미하고 허황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은 바로 여기인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처럼,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문명을 전파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공권력을 비난하고 정치인을 비난하고 언론인을 비난하기 전에, 내 주변의 친지들이 무지와 야만에 빠져 있지 않은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어떻게 이 사회 전체를 바꾸겠는가, 바꾼다 해도 얼마나 오래 걸리겠는가 하는 산술계산은 외면하도록 하자. 이미 이성적으로 살펴보고 철저히 절망했는데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없잖은가.

심지어 그런 문명 전파의 노력은 오히려 나 자신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가십 기사를 남발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여성을 상대로 그런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설명하던 윌 맥어보이는 오히려 얼굴에 술이 끼얹어지고 다음날 아침, 성희롱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의지로 낙관하자. 그리고 문명을 전파하자.

그것만이 이 복잡하고 난해하며 절망적이기까지 한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인 것이다.

이제 당신과 술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친구 중에 무지와 야만에 빠진 자를 발견하면 과감하게 술을 끼얹고 준엄하게 질타한 뒤 절교를 해야 할 차례이다.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비용도 지불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







2 thoughts on “소라넷, Mission to Civilize

  1. 소라넷에서 자행되는 추악한 범죄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발하는 여성들은 그저 “놀라서 비명만 지르고 있고” “차근차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글을 쓰신 건 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 네, 믿고 싶습니다만…
    피해자들은 예외없이 여성이고 가해자들은 예외없이 남성인 사안에 대해 글을 쓰시면서 하필이면 ‘야만을 고발하려다 야만에 편승한 여자에게 성희롱 가해자로 몰린 정의로운 남자’의 사례로 글을 맺으시는 게 – 물뚝님 같은 분이 자신의 문화적 지식의 창고 속에서 다른 사례를 도저히 찾지 못해서 그러신 건 아닐 테고 – 몹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2. 소라넷 폐쇄를 비롯하여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이견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라넷 폐쇄를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실효성이 없을것이라고 보셨는데, 저도 그간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폐쇄조치를 시도한다던가 하는것만으로 그들이 스스로 어느정도의 불법성 컨텐츠를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면 그 효과가 있을것이라 판단됩니다. 소라넷을 지금 없애봤자 누군가가 만들어 내겠지만 그것이 온전히 재구성되는데는 분명히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성소수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하셨는데 아주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어느정도 보이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역시 소라넷 폐쇄로 큰 피해를 입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존재합니다.

    그 외에, 마지막 의지에의 낙관 또한 조금 비관적으로 보는데, 이부분은 좀 더 정리하여 시간이 된다면 적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