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공적개발원조ODA

   이승로그에 썼던 ‘우간다 경제 이야기’가 세 편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우간다에서의 경험을 되새겨 보니 한국도 숟가락을 얹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썼다. 한국의 공적 개발 원조 현황과 그것이 좁게는 우간다에, 넓게는 르완다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전 글 세 편과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우간다 경제 이야기 01/03

우간다 경제 이야기 02/03

우간다 경제 이야기 03/03

우간다와 새마을운동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도시 지역과 농촌지역의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커진 한국은 ‘새마을 운동’을 도입해 두 지역 간 격차를 좁혔다. 새마을 운동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은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과 파트너쉽을 맺고 1970년대 농촌지역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던 ‘새마을 운동’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고 있다. 현재 이 파트너쉽으로 진행되는 새마을 운동 전파 사업의 대상국은 우간다, 르완다, 베트남, 볼리비아, 라오스LAO PDR와 미얀마 여섯 개 국가다. 

   우간다에서는 1950-60년대 블룽기 브완시Bulungi-bwansi라고 불리는 운동이 진행되었다. 지역사회의 장이 이끌었으며 매 달 특정일을 지정해 마을 공동체의 일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운동이었다. 장은 사람들을 동원해 우물을 청소하고 마을길을 냈으며 간이변소를 만들었다. 이 일을 위해 지역의 장은 종종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룽기 브완시’는 성과를 거두기 전에 사라졌다. 지역사회와 촌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촌장의 권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회가 현대화되면서 사람들은 지역의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게 되었고, 촌장이 가졌던 권위는 지역 의회Local council3 의장에게 양도되었다. 합법적으로 선출되었기에,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강제성을 부여받았지만 주민들을 동원할 경우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그들은 강제성을 발휘하는 것을 꺼렸다. 정치가 개입되면서 ‘블룽기 브완시’는 역사가 되었다. 

   이미 경험해 본 일이 있던 ‘운동movement’이었기에 우간다 사회가 새마을 운동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우간다 언론에서도 새마을 운동을 소개하면서 ‘블룽기 브완시’와 비슷한 자립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2015년 6월 캄팔라에서 개최된 <새마을 운동 포럼>에는 한국과 우간다, UNDP에서 초청된 사람들이 참석했다. 박종대 주 우간다 한국 대사는 이 자리에서 “새마을 운동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는 것, 부정적인 성향과 패배주의, 의존성을 버리는 것,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바꿀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번역마저 너무 구려서 기사를 읽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70년대 한국이 그러했듯, 2010년대의 우간다에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보다 개인의 성찰과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Edward Ssekandi 부대표와 박종대 주 우간다 한국대사가 새마을운동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image from the New vision
Edward Ssekandi 부대표와 박종대 주 우간다 한국대사가 새마을운동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image from the New vision

   놀라운 사실은 박종대 대사의 이 연설에서 UNDP의 상주대표UNDP resident representative and UN resident coordinator인 아후나 에지콘와 오노치에Ahunna Eziakonwa-Onochie는 상당히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녀는 “새마을 운동은 개인의 노력보다 지역사회에서 이끌어가는 것에 중점을 둔 운동이다. 그러므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집단, 특히 여성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운동이다.”라는 박종대 대사와 반대되는 결론을 피력했다. 어떻게 이해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연설에서 말이 되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건지 그녀의 능력이 감격스럽다. 

르완다와 ICT

   이렇게 우간다에서 생활환경 개선 사업이나 소득 증대사업 등의 형태로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이웃 국가 르완다에서는 ICT 지원의 형태로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르완다는 스마트 르완다SMART Rwanda라는 이름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국토의 정보화를 꾀하고 있다. 2018년까지 ‘24시간 온라인 정부’를 구축한다든가 전 정부의 은행업무를 전자화해서 ‘현금 없고 종이 없는 정부’를 만든다든가, 효율성 증대로 5000만 달러를 절약한다든가, 10만 개의 직업을 창조해낸다든가, 스마트 르완다가 GDP의 10%를 증대시켜줄 것이라든가 하는 마스터플랜을 내세우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들이다.

SMART Rwanda Master plan
SMART Rwanda Master plan

   우간다에 있을 때 르완다가 전 학교에 전자교과서를 도입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도 모든 학생이 종이교과서를 배급받아 공부하는 상황이 아닌데, “종이교과서를 찍어낼 돈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바로 전자교과서로 갈아타겠어!”라는 정부계획이 있다는 얘기였다. ‘국토가 작아 전 국토의 전자화가 용이하다 하더라도 전력이 충분치 않은데다가 통신망이 구축되어있는 상태가 아닌데 가능한 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갸웃한 계획에 한국이 원조를 하고 있었다.

한국과 공적개발원조ODA

   2014년 기준으로 정부의 공적 개발 원조 규모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2조 4천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새마을 운동 세계화 예산은 95억원이다. 가장 규모가 큰 미국의 327억 8500만 달러나 영국 193억 8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액수도 적은데 이 돈으로 40여 개가 넘는 정부 부처와 관련 원조 기관들이 각각의 입맛에 맞는 전시성 사업을 하고 있다. 우물파기, 학교 짓기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복된 사업도 많다. 또 다른 문제는, 향후 5년 간 한국이 ODA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 목표나 지표, 첫 번째 문제에 대한 문제인식과 해결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원조는 종종 원조국의 헤게모니를 수혜국에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마셜 플랜을 실행하면서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개발하고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뿐 아니라 당시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차관을 주며 아시아 또한 개발하고자 했다. 즉, 한국이 해외 원조에 예산을 편성하고 세계의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수혜국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나아가 헤게모니(가 있다면)를 강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우간다에서 살면서, 주변 국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것은 이들 정권이 경제 규모를 키우려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는 성과 위주의 정책을 도입하려한다는 점이었다. 많은 경우 군사정권은 경제정책에서 효율을 강요한다.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해 신속성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제에서 부정부패는 사소한 문제가 된다. 군대가 승전하면 과정에서 전략의 부도덕함도 용인되듯 국가의 부가 증대하면 족한 것이다. 병영체제의 효율성이다. 군사정권 하에서 한국에 새마을 운동 바람이 불었고 이것이 도농간 삶의 격차를 줄여주는 가시적 효과를 냈던 것과 같은 성과를, 아프리카의 군사정권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 운동의 우간다 진출을 훑어보면서, 국민의 의견 없이 오로지 국가가 강요하는 성과 위주의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것,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성찰과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2010년대 국가 발전에 적합한 모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더불어 르완다가 ICT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 주도 사업이 결국 성과주의로 흘러가는데 대한 씁쓸함도 느껴졌다. 

 

 

Big dreams for Rwanda’s ICT sector

SMART Rwanda Master plan

The Saemaul Undong Movement of Community led development comes to Ug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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