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미술관(AM.) 제국의 어부지리

폴 조제프 자맹의 <브레너스왕과 그의 전리품>은 로마를 침략한 야만족의 지도자 브레너스가 로마의 여인과 전리품을 강탈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어쩌면 역사에 있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흔한 상황이지만 정치전략가 마키아벨리는 대중의 실체를 분석하는데 이 장면을 인용한다. 무슨 사연이 감춰저 있는 것일까?
상황은 대강 이러하다. 기원전 387년, 지금의 프랑스 지역에 살고 있던 갈리아인들이 로마를 침공한다. 공포에 휩싸인 로마인들은 도심에서 16 킬로미터 북쪽에 위치한 베이(Veii)라는 소도시로 도망친다. 이곳에서 한 숨 돌린 로마의 시민들은 그러나 곧 원로원과 갈등을 겪게 된다. 원로원은 시민들에게 전열을 갖춰 갈리아인들을 물리치고 로마를 지키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시민들은 원로원의 이러한 명령을 무시한다. 덕분에 갈리아인들은 텅 빈 로마를 손 쉽게 접수하고 무려 일곱달 동안 마음껏 약탈을 자행한다. 그것도 모자라 로마를 상대로 막대한 황금을 보상금으로 요구해 이를 받아낸 뒤 돌아간다. 결국 이 사건은 위대한 로마 공화정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호구의 순간’으로 기록된다.
한편 베이로 도주한 시민들은 야만족이 떠나간 뒤에도 로마로 돌아가지 않는데, 이는 원로원을 불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로원에서 ‘돌아오지 않는 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공표하자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로마로 돌아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마키아벨리의 분석에 따르면, 그들이 다시 로마로 돌아간 이유는 원로원의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다른 시민들을 믿지 못해서다. 즉, 먼저 돌아간 사람들이 있을 경우 혼자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독박’을 쓰게 될까봐였다고.

브레너스왕과 그의 전리품
Brennus et sa part de butin
폴 조제프 자맹
Paul Joseph Jamin
1893년 / 캔버스에 유채 / 162 × 118 cm / 라로쉘 미술관
사진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c/Paul_Jamin_-_Le_Brenn_et_sa_part_de_butin_189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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