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삼국전투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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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삼국전투기가 완결됐다.

가뜩이나 웹툰이 넘쳐나고, 네이버와 다음밖에 없던 시절을 넘어 웹툰 플랫폼까지 넘쳐나는 시절에 기껏 웹툰 하나가 완결됐다는 소식이라면 크게 놀라거나 기억할 일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 삼국지를 읽은게 국민학교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관우가 죽을때 책 한번 집어던지고(여몽 XXX야), 유비가 죽을때 또 한번 집어던지고, 제갈량이 죽을때 또 한번 집어던졌다(화공으로 이겼을 때 장합이 죽은건 통쾌했지만 사마의가 비 덕분에 살아남은게 정말 원통했던 국딩 시절의 기억).

무슨 생각인지 서문도 읽었었는데(물론 출판사에 집어넣은 서문) 정말 무서웠다. ‘삼국지를 세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하지 마라’같은 말이 있다는 게 아닌가! ‘아, 사람 취급을 받으려면 무조건 세번은 읽어야 하나보다’같은 공포심도 있어서 덜덜 떨면서 3번을 채워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사람들끼리 전쟁하고 죽이고 칼부림하는 이야기가 아동 정서에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냐만, 저 살벌하게 으름장 놓는 출판사 서문은 정말 아동 정서에 나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국지는 일단 재밌었다. 남들은 합비 전투에서 장료에게 반한다고 하더니, 나는 그때 반격하던 감녕의 모습에 뻑가서 여태 감녕의 팬이다. 주인공(삼국지 처음 읽는 국딩한테는 촉나라 빼고는 다 악당 아닌가)의 발목을 잡는 악당임에도 왜 멋있게 보였냐고? 전장에 앞장서는 장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했으니까. 위나라 군대에 역습을 가하겠다고 마음먹은 감녕은 결사대 100명을 이끌고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했다. 술과 고기를 든든히 먹이면서 ‘우린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앞장서겠다’라고 하며 의지를 다진다. 장수가 먼저 앞장서서 위나라 병사 복장을 하고 상대를 혼란시키면서 기습을 성공시키고, 확실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100명이 살아서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촉나라에 몰입해서 보던 입장에서 저런 장수 하나만 촉에 더 있었어도 촉이 삼국통일 하는건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이런 가상 스카웃 목록에 있던 장수들이 장합, 서황, 감녕 등등이 있다. 정말 지독하게도 안죽고 오래 버티면서 촉나라 괴롭히던 장수인 장합과 서황은 정말 징글징글했다).

이정도였으니 삼국지는 제대로 기억에 남는 문학작품이 됐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4편부터 시작했지만 대규모 전략전술 게임은 워낙에 못하는지라 7, 10 같이 개인 무장 시스템이 있는 게임들을 RPG 하듯이 즐겨 했었다. 무장쟁패는 대전격투지만 쉬워서 신나게 했었다. 삼국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천지를 먹다를 동전 쌓아가며 끝판왕을 깨겠다고 달려들었을때 끝판왕으로 조조가 등장했는데, 그 조조를 얼마나 감정몰입해가며 두드려팼었는지 지금도 생생하다(어쩜 그리도 치사하게 폭탄을 던져대던지 참 밉상이었다).

참 전형적인 아저씨스러운 이야기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다가 최훈 작가를 만났다. 네이버에서 한화 이글스 경기 소식을 뒤지다보니 메이저리그 야구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림도 귀엽고, 잘 모르는 야구 얘기도 다뤄주니 재밌게 봤었다. 월터 존슨 같은 선수 이야기는 이 사람 만화가 아니었으면 아예 몰랐을지도.

그런데 어느날 네이버 웹툰에 이 작가가 삼국지를 그린다고 하는게 아닌가. 다른곳에서 연재하다가 와서인지 대규모 분량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각종 캐릭터로 패러디를 해서 더 웃기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삼국지, 거기다 수많은 패러디라니. 그야말로 꿈의 작품이 아닌가. 이게 무려 2007년 1월의 이야기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삼국전투기가 삼국지에 대해 잘 모르던 부분을 짚어줄 때는 ‘이래서 삼국지는 여러 판본을 보는게 재밌구나’싶은 생각도 자주 들었고, 쉴새없이 쏟아지는 패러디에 빵빵 터지기도 했다. 한참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연재 주기가 불안정해서 수요일에 안올라올때는 속이 갑갑해지기도 했다. 수요 웹툰을 토요일, 일요일에 보고 있자면 작가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도 못하고 욕도 많이 했었다. 그 와중에 작가가 다른 작품 그린다고 이거 저거 건드리던 이야기와, 그 작품들이 완결을 못내고 중도하차하는 모습을 자주 볼때마다 삼국전투기는 완결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제갈량 등장으로 시즌1이 끝나고 난 뒤 시즌 2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때의 또다른 불안감. 시즌 1 분량으로 단행본 5권까지만 나오고 그다음 단행본이 아직 안나온 또하나의 불안감…

그러거나 말거나,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드디어 완결이 났다. 삼국은 통일됐다.

역사적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고, 오히려 황건적의 난이 더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도 한다. 황건적의 난은 민중봉기이기도 하고, 왜 그런일이 생겼는지를 파고들면 역사의 큰 흐름을 볼수 있으니까. 조조와 유비가 아무리 치고받고 난리를 쳐도 군벌들의 싸움일 뿐이고, 오히려 후대에 나타날 수많은 군벌들의 롤모델을 제시하면서 중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혹평도 서슴없이 쏟아진다. 그래도 재밌고, 인간 군상들을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은 삼국지를 좋아한다. 나관중도 역사의 그런 면을 살려서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하지만 워낙에 유비, 제갈량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강조하다보니 나관중 삼국지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제갈량이 죽고 난 후 삼국이 어떻게 통일됐는지의 과정을 거의 생략하다시피 했다는 점. 강유, 종회, 등애, 사마씨 일족 정도를 제외하고 뭔가 생각나는게 있는가? 위, 촉, 오가 그렇게 목숨걸고 싸우다 말고 뜬금없이 진이 등장해서 통일을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부실하게 적혀있어서 소설의 엔딩이 납득이 안갔다. 뭐 이런 얘기가 다있냐고.

삼국전투기 최고의 업적은 그렇게 생략된 제갈량 사후의 이야기를 정말 상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냥 삼국지 좋아하고 삼국전투기 별로 관심없던 사람들은 소설이랑 비슷하게 제갈량 죽으면 그 만화도 끝나는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했다. 심지어 열심히 보던 독자들도 그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삼국전투기의 진가는 제갈량이 죽고 난 뒤부터 드러났다. 네이버 연재 기준으로 제갈량이 2013년 8월 29일에 사망했다. 그런데 만화는 2016년 2월 23일까지 이어졌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나관중의 삼국지는 영웅호걸들의 야망과 무력, 지력의 불꽃튀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지만 제갈량 사망 후 삼국전투기에서는 그런 영웅들의 시대가 어느정도 지나가고, 일반인, 우리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작품 전체를 놓고 봐도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고, 삼국지를 보는 시선 자체가 아예 달라진 계기를 만들어줬다. 신화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로서의 삼국지. 조조나 유비같은 신화적 영웅들이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저런 시대에 살게 됐을때 생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그려냈다.

작가는 어떻게든 우직하게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작품을 끝까지 해낸 것이다. 36개의 대표적 전투로 삼국지를 그려내겠다던 작가의 초기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끝났지만, 삼국지 재창작에 있어서 큰 금자탑을 세운 건 확실해보인다.

댓글창에 삼국통일 이후 서진과 팔왕의 난 얘기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은 이유는 이런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역사 상황으로 놓고 보면 개판인 상황을 작가가 정말 잘 그려냈기 때문이라는 것. 팔왕의 난도 삼국지 후반부와 같은 개판 상황이다보니 작가가 얼마나 잘 그려낼지 기대된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졸문으로 찬사를 바쳐도 10년 가까운 세월에 대한 찬사로는 그저 부족할 따름이다. 지금이 정주행할 기회이니 혹여 아직 못보신 분들이라면 삼국전투기에 한번 푹 빠져보시라. 특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갈량 죽고 난 뒤의 삼국통일 과정이 궁금한 사람은 지금 당장 달려가서 볼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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