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가

더민주: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가

 

/by. Widerstand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명단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단수공천을 받은 이들도 있고, 경선대상이 된 이들도 있으며,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도 있었다. 뭐 늘 그렇듯 이런저런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하는지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컷오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시스템 공천: 하위 20% 물갈이

김상곤 혁신위원회에서 만들어낸 부분이다. 다양한 평가지표를 이용해 현역 의원 중 하위 20%는 공천에서 탈락하도록 규정했다. 1000점 만점에 의정활동 350점, 공약이행 350점, 선거기여도 100점, 지역활동 100점, 다면평가 100점으로 평가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1차 회의

추억의 새정치민주연합

 

각각의 의원에 대해 숫자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숫자로 평가했다. 여론조사는 전부 숫자로 들어가고, 다른 부분에서도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은 기준을 정해 확실히 수치화했다. 위원들이 평가하는 부분은 2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평가위원이 직접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의원 이름을 암호화해 정파적 개입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평가 내용의 유출도 최대한으로 막았다. 평가 결과는 두 개의 USB에 나누어서 하나는 당 총무국 금고에, 다른 하나는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의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해 두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조은 평가위원장이 각각 USB를 가져와 당에 전달해야 문서가 열람되는 구조인 것이다.

하위 20%를 물갈이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127명 중 25명을 물갈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단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4명을 하위로 포함시켜 21명으로 대상을 좁혔으며, 이들 중 탈당한 의원은 공개하지 않고 총 10명이 물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정밀심사제: 중진 물갈이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탈당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컷오프 의원 비율이 적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전체 의원이 108명인데, 물갈이 범위가 10%도 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하나의 컷오프 기준을 더 마련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1차 컷오프 때의 기준을 참고해, 의정활동 평가나 여론조사 등을 실시한다. 이렇게 초선이나 재선 의원은 하위 30%, 3선 이상 의원은 하위 50%를 선발하고, 이들에 대해서 도덕성 평가, 선거 경쟁력 평가를 실시한다. 이걸 ‘정밀심사제’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부적격 판정이 나오면,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8명이 가부투표를 통해 낙천 여부를 결정한다. 4:4로 나오면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와 김종인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스템 공천의 몰락

컷오프 결과는 현재 3차까지 발표되었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시스템 공천으로 이루어진 1차 컷오프에서 10명, 정밀심사제로 이루어진 2ㆍ3차 공천에서 7명이 낙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1차 컷오프 대상에는 문희상, 신계륜, 노영민, 유인태, 송호창, 전정희,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이 선정되었다. 대부분은 수용 의사를 밝혔고, 전정희 의원과 홍의락 의원만이 불복하고 탈당했다. 김현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다. 70%가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1차 컷오프 대상 의원

▲ 1차 컷오프 대상 의원.

 

2차 컷오프 대상에는 강동원, 부좌현, 윤후덕, 정청래, 최규성 의원이 선정되었으며, 3차 컷오프 대상에는 오영식, 전병헌 의원이 선정되었다. 부좌현, 윤후덕, 정청래, 최규성, 전병헌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고, 강동원 의원은 탈당이 예상된다. 강 의원 본인이 당초 정의당에서 넘어온 인물이기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높다. 오영식 의원만이 수용 의사를 보였다. 단 한 명만이 수용한 것이다.

7명과 1명. 수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답은 두 컷오프 과정의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1차 컷오프는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혁신안에 의해 제시된 과정이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진통을 겪으며 정착된 과정이다. 이 컷오프 과정은 평가위원들의 개입이 들어갈 여지를 최소화한 형태였다. 의원들의 이름을 암호화해 두고, 위원들이 제반 자료로 각자의 영역만 평가한 뒤 합산했다. 누구도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나 구조도 확실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 혁신안 의결

▲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가 혁신안을 의결하고 있다.

 

하지만 2차나 3차 컷오프는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제도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당장 컷오프 대상이 된 의원들 입장에선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준도 공직자평가위 심의 결과를 반영하고 경쟁력과 도덕성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수치화되거나 정량화된 평가가 아니었다.

거기에 최종적으로 공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8명 공관위원들의 투표였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공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더 강했던 때는 오히려 1차 컷오프 때였다. 필리버스터 정국의 중심 아니었던가. 컷오프 대상자 중 필리버스터 단상에 올라와 훌륭한 연설을 펼친 이가 많았다. 전정희 의원, 김현 의원, 임수경 의원의 연설은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컷오프에 반발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것이 시스템 아래에서 만들어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ㆍ3차 컷오프는 달랐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공천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것이 ‘1명’과 ‘7명’이라는 승복 인원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결국 2차나 3차 컷오프에서 많은 반발이 일어났던 것은, 누가 최종적으로 공천을 결정했느냐에 있었다.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의 부재에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의 부재는, 지지자로 하여금 어떤 나쁜 상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고 가기 마련이다.

 

 

전략적 판단

그렇다면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스템 공천으로 컷오프를 선고받은 이들은 시스템으로만 구제될 수 있다. 김현 의원이 이의신청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 김 의원이 구제받을 확률은 없다. 그렇게 설계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결정으로 컷오프를 선고받은 이들은 사람으로 구제될 수 있다. 그들이 어떤 전략적 판단으로 인해 누군가를 낙천시키기로 결정했다면, 바로 ‘그들’이 다시 고민해서 낙천을 번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전략적 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자.

혹 의정활동도 훌륭하고, 지역구 여론도 괜찮아서 경쟁력이 있는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총선을 치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당 전체에 해가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정청래 의원과 <조선일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정청래 재심 청구

▲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재심 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당사로 가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략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판단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최선의 판단을 했으리라고 믿는다. 어차피 ‘집토끼’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들의 판단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공천에서의 ‘전략적 판단’에는 승패 이상의 것이 들어가야 한다. 총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그 다음의 이야기를 말하는 거다. 만약 총선에서 걸림돌이 되지만 의정활동 능력이 선명한 의원이 있다면, 당은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당을 넘어서 국가를 위한 판단이다. 그리고 정청래와 전병헌으로 대표되는 2ㆍ3차 컷오프는, 이런 지점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인다.

반드시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의원이라거나, 반드시 떨어뜨려야 하는 의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공천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누군가가 공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완전한 정밀심사제 아래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현재로선 당연한 일이고, 전략적 판단에서 그들이 실수를 범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언제나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들 밥줄이 걸린 일인데, 여나 야나 옛날이나 요즘이나 가릴 것 없이 공천은 시끄러운 일이다. 선거 때면 공천 문제로 학살이니 분당이니 이야기 나오는 것이 관례와 같은 일 아니었던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특정 계파에 대한 학살로 보이지는 않지만,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전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수준의 해결책을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한다. 전략적 판단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정당, 당장의 승패보다 충실한 의정활동에 집중하는 정당, 실력 있는 선명성을 가진 정당. 그런 더불어민주당을 기대한다. 나는 설령 그들이 집권여당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런 더불어민주당을 보고 싶다.

 

 

 

 

※ 이 글의 참조문헌과 사진의 출처는 widerstand365.tistory.com/918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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