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죽이기에 앞장선 한국 개신교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어김없이 “위기다”라며 엄살 전략을 펴고 있고, 그러는 한편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포함한 사용 가능한 모든 선거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요 며칠 새누리당이 편 전략 중 주목할 만한 것이 하나 있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어 그런가, 아니면 재탕이 써먹기 좋아서 그런가, 4년 전 ‘막말 김용민’과 흡사한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표창원 죽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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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단은 3월 23일 자 딴지일보 인터뷰(링크)였다. (날짜를 잘 기억해 두자. 논란이 일어난 것과 시차가 있다)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라는 질문에 표 후보가
“단도직입적으로 찬성이고요”
라는 답을 한 것에 더해 기독교 단체를 포함한 여러 개신교 단체가 표창원 교수가 과거에 그의 SNS와 블로그에 쓴 글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건 개요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참조하였음 링크)

2012년 표창원 교수가 그의 SNS와 블로그에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 있다.

“[레이디 가가와 성 소수자] 21세기 대한민국, 기독교 종주국도 아닌, 단 한 번도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 적도 없는,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법이란 국법에서 성 소수자 차별 금지하는 나라에서 동성애 차별, 공격 웬말? 한국 기독교는 법 위에 군림?”

이처럼 비판한 것에 더해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르노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말을 한 표창원 후보에 대해 몇몇 보수 단체가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위 보수단체들의 성명서를 받아쓴 뉴데일리의 4월 5일 보도 이후였다.

뉴데일리의 기사가 나오기 며칠 전 4월 3일, 표 후보는 용인에 있는 한 교회를 방문한 후, 페이스북에

 

“사회적 약자인 성 소수자를 차별과 혐오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 중에 교회나 성도들의 명예나 신심을 손상하게 한 언행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회개한다… 신중하고 더 지혜롭게 언행 하겠다.”
라며 지난날 교회에 대해 비판한 것을 사과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뉴 데일리에 이어 4월7일, 조선일보도 “포르노 합법화에 찬성”… ‘동성애 반대’한 목사를 나치 비유” ‘ 라는 기사를 쓰며, ‘동성애/포르노합법화에 찬성하는 표창원’ 프레임을 완성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표창원 후보는 읍소전략을 펴고 있다. 논란이 생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표후보는 그의 페이스북에 사과문/해명문 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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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기독교 언론인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링크)에서는 “교리의 문제이니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는 유보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는 표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마 교회 단톡방에 돌고 있을 것이다. 마치 김광진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새누리당의 ‘표창원 희생양 삼기’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그 중심에 한국 개신교가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논란이 된 “포르노 합법화”는 단지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상당수가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일 것이고, 이것은 사회 도덕의 문제이지 단지 개신교만 버튼이 눌릴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의 개신교인 역시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반대할 것이지만 말이다.
이를 간파한 이 공작을 만든 그 누군가는 표창원교수가 직접적으로 개신교를 비판하고, 특히 요즘 개신교가 열을 올리며 차별하려 드는 동성애 이슈를 꺼내왔다. 무려 4년 전의 글을 발굴해낸 것이다. 거기에 개신교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목사 모독” 까지 더했으니… 참 대단도 하다. (참고로, 한국 개신교에서 목사의 권위는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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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국 개신교의 반응을 알기라도 한 듯, 4월 9일 용인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는

“이 지역에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나와 있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우리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 다른 건 몰다라도 그건 막아야 하지 않나.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다. (표창원 후보가) 이것(동성애)을 반대하는 목사님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정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과 이상일 후보를 비교하면 되겠습니까?”

라는 성소수자 차별적 발언을 거리낌없이 쏟아냈다. 몇 달 전 김무성 대표의 인종차별적인 “연탄”발언으로도 쉬이 짐작할 수 있듯, 김무성 대표는 인권 감수성이 없다 봐도 무방한 사람이다. 죄책감도 없으니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런 도널드 트럼프나 할 법한 발언을 서슴치않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더 큰 문제는 이런 발언에 호응하는 한국 개신교다.

 

4월 8일, 뉴스앤조이가 보도(링크)한 연세중앙교회 신자로 추정되는 사복차림의 청년들이 새누리당 모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영상이다. 교회에서 “자발적”으로 동성애/이슬람을 막겠다는 신념으로 인해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난 지난 몇 년간 개신교의 급격한 우경화를 관찰해 왔다. 이에 대한 글을 여럿 쓰기도 했는데, 독자 여러분을 위한 간단히 요약해 주자면,
현재 개신교는 내부 부패, 분란, 고령화 등으로 급격히 그 세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개신교에서 빌려온 프레임을 가지고 여러 전선을 벌이고 있다.
– 반동성애(퀴어 퍼레이드)
– 반이슬람(할랄푸드)
이렇게 크게 두 가지의 전선을 병행하고 있다.
(디테일을 원하시면 우측 상단 검색 창에 ‘개신교’라고 치면 내가 쓴 글이 여러 개 나올 것이다. 매번 링크 달기 귀찮…)

궁극적으로 한국 개신교는 성소수자나 무슬림 이민자(심지어 이들은 그 수도 적어서 쉐도우 복싱이다) 등을 차별하며 내부결속을 도모하고 있으며, 시위는 빨갱이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제 스스로 광장으로 나서고, 정치판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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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냉전시대의 그림자, 반공 메카시즘도 잊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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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랄까, 이윤석 의원이 입당하여 얼떨결에 원내 정당이 된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은 공중파에서 호모포빅, 제노포빅한 그 망측한 구호들을 외치고 있으며, 한편 교회 단톡방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정당투표 기호 5번을 해야 대한민국을 동성애와 이슬람으로 부터 구원한다!!”는 말을 해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서정희씨가 등장하는 기독자유당의 선전 영상이다)

한국 개신교는 (마치 새누리당처럼) 맨날 위기에 몰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실제로는 그 구성원이 천 만 명 이상인 굉장히 거대한 집단이다. 그리고 이 교회들이 (기장 등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우경화의 길을 가며 그 구성원에 대한 지속적인 세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5번을 받게 된 기독자유당은 녹색당, 노동당 같은 원외 진보정당보다 많은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까딱하면 원내에 진출할 지도 모른다.

제 17대 대선 당시 “장로 대통령 만들기” 프레임에 걸려 MB를 당선시킨 1등 공신이었던 한국 개신교, 이번에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는 정반대되는 각종 혐오를 담은 사상을 거리낌 없이 전시하는 그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내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독재부역세력에 협조하는 식으로 정치권 내에서 그들의 세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마주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존 전략대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동시에 조금 더 과격한 그들만의 아젠다를 중앙정치로 보내기 위해 그들 스스로 독자적 정치세력 구축을 꿈꾸고 있다.  이 모든 정치적 행동의 목적은 한국 개신교, 정확히는 한국 교회지도자들의 세력유지이며, 그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그들의 세력을 과시하려 든다. 과연 이러한 행동이 예수님 보시기엔 어떨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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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국 개신교가 이대로 마치 미국 개신교처럼 급격한 우경화를 거쳐 컬트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사회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고, 한국 개신교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미래를 부정하기 위해 한국 개신교는 마치 미국 개신교처럼 사회 진보와 반대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총선을 앞둔 한국 개신교는 선택의 길목에 서 있다.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란다.







1 thought on “표창원 죽이기에 앞장선 한국 개신교

  1.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언론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균형을 맞춰줘야 될 텐데 한국방송에서 어떻게 보도하는지 보고 괜한 기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괜한 기대여야 되는 건지 ㅋㅋㅋ(먼산) 점점 더 여론이 극단으로 치닫고 언론과 정치는 이를 부추기고… 이걸 막을 수 있는 게 있긴 한지 감이 안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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