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울고 웃는 당신을 위한 만화

날씨가 풀리고, 어김없이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어느 팀을 응원하건 내년 시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팬에게는 겨울이 가장 행복한 때라는 말도 있지만, 역시 경기를 볼 수 있어야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경기엔 승패가 있는 법. 이기는 팀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팀이 있게 마련이다. 좋아하는 팀이 계속 져도 그 팀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화가 나고, 짜증을 내다가, 해탈을 하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상

그래도 어쩌겠는가. 혈액형은 바꿀 수 있어도 한번 응원한 팀은 바꾸질 못하는 게 팬의 고질병인 것을. 개막 이후 10연패를 찍고, 돈이 없고, 심지어 돈이 있어도 허공에 날려버리는 팀이라도 팬은 변하지 않는다.

베이스볼 모굴이나 풋볼 매니지먼트 같은 스포츠 게임을 할때 가장 티가 많이 난다. 이 게임들은 선수들의 데이터를 가져다가 가상의 리그를 만들면서 놀 수 있는 게임이다. 말 그대로 리그 최강 선수들을 끌어다가 최강의 드림팀을 만들 수 있는 것. 하지만 팬은 이런 게임을 하면서도 자기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게 아니라, 응원하는 팀의 기존 선수들의 데이터로 시즌을 진행하고, 팀이 그 전력으로 우승하기를 바라고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1992년부터 한화 이글스 팬인 나는 베이스볼 모굴을 하다가 하루만에 때려치웠다. 아무리 성적이 안좋고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도 우리팀 선수를 내 손으로 어떻게 내치고 팔아먹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할 게임이 아니다 싶었다.

남들이 우승팀을 궁금해하건 말건, 그저 우리 팀 작년보다 좋은 성적만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국가대표는 우리팀 선수 병역특례 아니면 아예 관심도 없는, 최소한 이기는 날이 지는 날보다 많기만 했으면 하는 야구 팬들을 위한 만화가 완결났다.

최훈 작가의 ‘클로저 이상용’이다.

http://sports.donga.com/Cartoon?cid=0100000204&sid=1

초능력 마구를 던져대는 괴물 투수도 없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 걸고 야구하는 순정파도 없다. 동네에서 시작해서 메이저리그까지 평정하는 도장깨기도 없다.

대신 숨이 턱턱 막히는 황량함이 있다. 주인공은 2군에서 1군을 못올라가고, 공도 느리고, 아무도 몰라주는 투수다. 팀 사정도 개판이다. 단순히 성적 문제를 떠나서 구단은 답이 안나오는 운영을 하고, 선수들은 투수, 야수, 외부 영입파로 갈려서 싸우고, 외부에서 스파이가 들어와도 저렇게는 하지 않겠다 싶은 사람들이 팀을 말아먹고… 도대체 어떻게 팀이 굴러가는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실제 야구를 응원하는 야구팬 입장에서도 이정도로 개판인 팀은 보기 힘들 수준이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역꾸역 해 나간다. 틈틈이 등장하는 팬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뭐 그런 팀을 응원하냐’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계속 응원을 하고.

그래서 결과는? 주인공이 초필살기를 익히고 그걸로 리그를 씹어먹으면서 우승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팀’이 만들어지면서 팀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체 저런 선수는 뭐하러 연봉 줘 가면서 팀에 데리고 있나’ 싶은 이름도 낯선 선수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팀을 악착같이 굴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팬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언론에도 잘 알려지지 않는 ‘7번 타자’같은 선수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이제 야구 좀 하는구나’싶은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갑자기 아랍 석유 부자가 팀을 인수해서 세계 최강팀을 만들어주고 리그를 씹어먹는 꿈을 꿀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진정 팬들이 원하는 모습은, 애물단지처럼 보여도 열심히 노력하던 선수들이 나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팀에서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게 아닐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너무 암담해서 그런 꿈이라도 꿔보고 싶은 야구팬에게 이 만화를 강력추천한다.

덧. 최훈 작가의 전작인 GM(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4531)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먼저 GM을 보고 나서 보면 더 재밌기도 하다. GM은 선수가 아닌, 구단을 운영하는 스태프 입장에서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팀을 꾸려가는 이야기다. 이쪽도 꽤나 재밌으니 야구는 보고싶은데 자기 팀 성적이 안좋아서 우울하다면 GM과 클로저 이상용을 보면서 분노를 조절하자(30분 뒤면 한화 이글스 경기가 시작할 시점인데, 나는 오랫만에 이 두 만화를 정주행할지, 경기를 볼지 고민중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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