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제품 팔듯 신생정당 지역표도 구하라고.

정당은 운동권과 다르다. 정당은 원내정당이 되어야 유효하다. 의원으로서 의회에서 말할 수 없다면 정당의 이름을 달았지만 운동권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다. 따라서 집권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회든 국회든 들어가야 한다.

지역구에서 유권자 입장에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 당 찍는 것과 정의당/노동당/녹색당 찍는 거를 대기업을 찍느냐 스타트업을 찍느냐 문제와 비슷하다고 본다. 거기에 산업 특성처럼 소비층이 견고해 이윤 확보가 확실한 리테일 소매(보수/중도)를 하느냐, 불확실하지만 성사되면 타겟 소비계층을 창출해냈다는 성취감과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테크 스타트업(진보/좌파/여성주의/생태주의 등)이냐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새누리와 더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은 확실한 선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를 사거나 휘센을 사거나, 현대차 소나타를 사거나 기아차 K5를 사는 행위에 가깝다. 대기업 로고 같은 새누리/더불어민주 간판은 동네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며, 심지어 TV에서 많이 봤던 것들이다. 후보자들 중 많은 경우가 갤럭시 S/노트 같은 플래그십 아이템처럼 매우 친숙한 사람들이다. 각후보간 가치 차이는 마치 갤럭시냐 아이폰이냐 차이 수준에 그친다. 실제 유권자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더라.” 매우 익숙한 방식. 그럼에도 찍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iOS 생태계 안에서 호환되는 것이 많고 앞으로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중도개혁은 그런 거다.

반면 정의당 후보는 뭔가 좋아보이나 불량이 많이 나리라 예측되는 샤오미 같은 존재다. 샤오미의 휴대용 배터리, 체중계, 미밴드처럼 확실한 아이템(후보)이 있긴 하지만 중국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2000년대 중반 일심회 난과 2010년대 경기동부의 난이랄지..)이 있기 때문에 온전히 마음을 주지는 못하고 컬트적인 지위를 점할 따름이다. 노동당과 녹색당 후보는 아예 눈에 안 보이고 판교 어딘가 회사에서 만들어낸 이런 저런 어플에 불과하다.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애플과 삼성이 신상품을 내면 언론이 소문을 듣고 따라와 보도해주지만, 스타트업은 자기들이 보도자료를 줘도 실어줄까 말까다. 원래 그런 거다. 지면과 노력은 한정적이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언론도 보도한다. 공중전도 그런 측면에서 쉽지가 않다.

따라서 유권자는 대개 새누리와 더민주 후보를 찍고 이따금 국민의 당을 찍는다. 삼성과 애플 다 싫은 자들의 선택지가 윈도우폰(국민의당)인 것처럼. 익숙하고 예측 가능하니까. (많이 이야기는 들어봤고 숫자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눈에는 잘 안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의당과 윈도우폰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더 좋은 가치와 효용(웰빙 혹은 분배정의)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정당)이 할 일은 무엇인가? 그런 측면에서 구식이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했던 세력(정당?)이 있다. 민중연합당(구 통합진보당)이다. 동네 목욕탕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밀어주고 노래교실 가서 노래부르고 장기두고 있으면 옆에서 훈수두고 학교급식 배식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들어가고 온갖 주민위원회 다니면서 지역 조직을 다진다. 철저하게 납작 엎드려 지지를 위한 문턱을 낮추려고 부단히 애쓴다. 게다가 정치적 입장을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로 물타면서 더 큰 대의에 호소해 표로 만들어낸다. 예전, 성남에서 벌어진 일이고, 여타 선전했던 지역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국적 단위에서 그 세력이 불량품인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지역구 판에서는 충분히 먹히는 전술이다.

잠깐,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나름 잘 갖춰진 ‘대기업’ 조직 이었던 민주당계의 오래된 좌장이었던 DJ가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71년 대선부터 97년까지 딱 26년 걸렸다. 그건 한국이 쓰레기 ‘헬조선’이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수권세력이 되기 위한 역량과 기반을 다지는 데 그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지역구 기반 다지고, 전국적인 영향력 확장을 위해 전문가 직능대표를 끌어올리면서 26년을 해도 갖고 있는 가치재의 특성상(중도개혁)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자유민주연합의 힘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노동당도 보수당/자유당 체제를 박살내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

결국 운동권을 넘어서 지역구에서 문턱을 넘겨 경쟁력을 확보한 정당이 되기 위해선 그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기본이다. 바람으로 비례대표를 운 좋게(1% 미만의 확률) 3% 득표를 얻어 원내정당이 될 수 있지만 그래봐야 절대다수의 의석은 지역구에 있다. 오랫동안 특이한 아이템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로 망하는 회사 제품만 구매해본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잘 알 것이다. 문지방을 넘지 못하기에 단일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가진 가치를 신자유주의에 찌들었거나, 가부장제에 찌들었거나, 반생태적 개발주의에 찌든 대중이 이해해주지 않아 도무지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승부가 안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는 다른 방법도 있다. 혁명하면 된다. 그런데 혁명 하려고 해도 군자금이든 혁명동지든 어쨌거나 자금력, 기반세력은 필요하다. 자기들이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전국 지지 3% 미만 세력의 지역구 과반획득은 수십년 공을 들여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사실 그걸 할 생각은 없고 왜 안되냐며 짜증만 부리는 경우가 참 많다. 그에 대한 유권자의 답은 정해져 있다. ‘안 사요'(안 찍어요) 심지어 2016년의 지금 대기업(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이제 노동당/녹색당 출신들은 잘 데려가지도 않는다. 별다른 스펙도 없는 데 굳이 왜? 그 결과가 ‘서류 광탈’임을 올해도 공천으로 보여줬다.

이 쯤에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권에서 스타트업 신생정당을 하려면 그나마 빨리 팔아먹을 수 있는 윈도우폰 같은 아이템(새정치 중도개혁)을 팔든가. 아니면 가부장적이며 반생태적이고 개인주의를 짓밟으며 부족주의로 엉켜있는 ‘지역사회’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문제는 선택을 안 한다는 점이다. ‘헬조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간군상들과 섞여서 세일즈(조직화/기반공사)하기엔 본인들의 곤조가 고고하고, 곤조를 보이면서 버티기엔 지구력이 약하다.

물론 신생정당에 자원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일 때도 있다. 전국단위 선거로 보면 움직일 총알이 거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 그럴수록 지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역설은 피할 수 없다. 사실 신생정당이 다 못한다고 보진 않는다. 이런 저런 바람에 흔들리고는 있지만, 해산과 재창당을 거치며 녹색당은 그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팔려는 가치재의 속성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선거일 앞뒤로 페미니스트 정당이 필요하다는 트윗이 많이 돌았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단 지난해 벌어졌던 SNS에서 과열된 리트윗으로 점철된 채 실제 ‘정치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정당을 생각한다면 답답할 것 같다. 그걸 넘어서려면 결국 지역구라는 그 ‘헬조선’의 ‘실물세계’에 가서 세일즈를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제품의 불량(정책과 이념, 정치력)을 검증하고 팔릴 수 있음을 스스로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기성 주류 정당(대기업)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식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지역에 착근한 여성단체와 환경단체, 생협, 일반노조 등 다양한 조직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대안적인 방식 역시 현장을 빼놓고선 만들 수 없다. 옳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옳음을 조직해 다수로 만드는 세력이 승리한다. 선거 끝나 중도개혁이 수구보수를 제쳤다고 찬가를 부르는 동안 속이 뒤틀린다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활동가라면.. 지금 당신이 할 일은 대기업(중도개혁세력)의 민낯을 털어대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려는 스타트업(정치세력)의 세일즈(승리)를 위한 ‘조직화 워크샵’을 할 일이다. 여담으로 사울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을 갖고 해보는 것은 어제나 저제나 참 옳은 일이다.

지역 기반은 이렇게 닦는 다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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