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와 정청래

정봉주 전 의원의 입장은 매우 난처할 것 같긴 하다. 정치에 대한 욕심을 아직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만약 정계에 다시 복귀할 생각이 없고, 방송인으로 혹은 정치평론가로 활동을 할 생각이라면 난처할 일도 없다. 엄청난 팬덤을 가진 전 의원으로서 현실 정치에 대한 바람직한 의견을 내는 입장으로 간다면 나무랄 데가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계에 복귀할 생각이라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아직은 피선거권 자체가 박탈된 상황인데 그 기간이 너무 길다. 2011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10년간 자격정지를 먹었으니 2021년까지인걸로 보이는데 물론 그 전에 사면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물론 팟캐스트 등을 통해 꾸준히 발언을 하고는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를 “정치인 정봉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출마하게 되면 사람들은 아마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아, 나꼼수 정봉주구나~” 하는 정도로 기억을 하겠지.

그렇다면 정계복귀를 전제로 한 정봉주 전 의원의 판단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정계에 복귀하게 될 때까지 정치권에 뭔가 결함이 있어야 하고, 그 결함은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권에 의원 정봉주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전파해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바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전문분야, 아이템, 뭐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유승민은 합리적 보수, 은수미라면 노동 전문가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정봉주 전의원 본인이 그렇게 전문성이 높은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학원사업으로 돈을 좀 벌었고, 탄핵의 열풍에 올라타 의회에 입성한 사람으로 정치인으로서 정봉주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그런 거 없이도 어찌어찌 공천받고 어찌어찌 지역구 관리 하면서 3선 4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뒤에 보이지 않게 낙오한 몇십배 되는 정치지망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정치를 운빨로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나경원이나 남경필처럼 엄청난 가문 출신이라면 또 모르겠다.

그러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에게는 엄청난 팬, 지지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지역구 선거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대선에 나갈게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서 정봉주 전 의원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생기는 것이다.

정치권에는 문제가 있어야 하고, 내가 그 문제를 직시하고 있으며, 나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라는 조금은 강렬한 주장을 계속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과장하게 되고, 심지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문제를 호도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기 쉽다.

특히나 현역이 아닌 신분에서 오는 정보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한 과도한 추정, 왜곡, 성급한 해석 등을 하기 쉬워진다. 거기다가 누구보다도 앞선 선견지명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성급하게 서둘러서 잘못된 주장을 내세우게 되기도 한다.

이런 강렬한 발언들은 강경한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갈수록 신뢰도를 떨어트리게 되고 자신의 정계 복귀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쉽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조급함은 언제나 실수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미 그런 실수를 하기 시작한 경향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남들이 모두 꺼려하는 권력자의 부패를 고발하고 증언하는 소위 “저격수”의 역할을 하다가 나꼼수 덕에 엄청난 인기를 얻고, 그 인기에 모든 동료의원들이 달려 들어 얼굴도장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경험한 뒤, 모두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정치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는 그런 비정한 대접을 받은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호의를 담아 말씀을 드리자면..

딱 한 걸음만 더 진지하고 신중해지시길 바란다는 것 뿐이다. 성급함은 모든 것을 망친다.

차라리 그런 자극적인 면모를 버리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계속 공부하고 있으며 이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는 모습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점차 더 깊어지는 생각의 징후를 보일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러는 것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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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의 경우 전말이야 어쨌건 간에 정치권에서 강제로 “내몰린”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 인간적인 성격 등에서 정봉주 전의원과 매우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 같다.

정봉주 전 의원이 처한 상황을 잘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그러면 정청래 의원 본인도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청래 의원 본인의 몫이다.

두 분 모두, 당연한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확실하게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

사지에 떨어졌을 때 사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는 것이다.

두 분의 앞날에 건투를 빈다.







13 thoughts on “정봉주와 정청래

  1. 어째… 정치평론가로 먹고사시는 물뚝님 스스로에게 하는 말씀같아..씁쓸하네요. 그래도 힘내세요. 종편 패널들과 꼭 차별화 되시길 바래요

  2. 정봉주가 나꼼수 덕분에 떳다- 에 대한 반론 나쏨수를 통해 자신의 뭔가를 걸고 서슬퍼런 정권에 날린 그 노력이 평가절하된듯하네요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려면 이라는 물뚝님의 가정과 전제로 들은 내용들이 뭔가 날카로운 듯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정치 많이 하는 걸로 압니다. 국민은 정권에 맞써 목소리를 내고 싸운 정치인의 노력을 잊지않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

    팬덤을 지닌 정봉주가 운이 좋은 미숙한 정치인으로만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저에겐
    사실 전 정의원 그렇게 좋아하진않습니다만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줄 아는 정치인으로 기억합니다 공익을 위한 약션이돈지 사욕을 위한 액션이던지 간에 말입니다

    전문성 넘치고 노련한 보신주의 정치인 열명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정치로 대성한다하고 나중에 변질된다 하더라도

    그때는 또 제2 제3 의 정봉주가 나타날 테니까요

    그중에 하나는 진짜이길 희망하며

    정치 혐오는 하지 않으려는 일인입니다

  3. 전문성잇는 정치인 보다 우린 인간미가 잇는 장치인을 원합니다..장사꾼 .법조계.그렇게 잔문성잇는 사람들이 뭘 햇나요

  4. 물뚝심송님 한가지 묻습니다. 총선전 김종인으로 인해 어쨌든 판이 흔들렸다고 글을 쓰셨는데
    그판단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나요?

    ps. 저는 이번 정봉주, 정청래에 대한 글에 대해 물뚝심송님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조그만 사업을
    10년 넘게 하다보니,,얻게된 사람에 대한 생각.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인간들을
    보면,,,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때문에 좌절을 맛보기는 하지만,,

    정봉주와 정청래는 자신의 장점을 무기로 나름대로의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다양하지요
    약간은 위선적인 경우도 있지만 품격있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손석희를 좋아하는 사람
    직설적이지만 천박한 언어로 하지만 실천하는 정청래, 정봉주를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정청래나 손석희가 바라보는 세상은 거의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정청래와 정봉주가 그 위치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물뚝심송님은
    손석희같은 정청래 정봉주를 원하시나요?, ㅎㅎ

    PS. 물뚝심송님 글 중에 정봉주가 전문성이 없다,,,과거에는 그럴지는 몰라도 과거의 정봉주로 현재의 정봉주를
    규정짓는 방식(이건 제가 보기에 질투심에서 발현된 것으로 생각합니다)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무난히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제가 보기엔 정봉주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물뚝심송님은 물론 왠만한 국회의원보다 요즘 정봉주는 비교가 안될만큼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우습게 보는 건데 사업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판세를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돈과 좋은 인간관계(?)가 있어서 여론조사기관도 동원했지만요,,

    1. 덧붙이자면,, 저도 요즘 정청래, 정봉주의 언행이 아슬아슬하게 지켜보고 있지만,,,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물뚝심송님의 훈장질은 글쎄요,,,

  5. 언젠가 정청래 의원님에게 “정치 자영업자” “양아치” 이런 얘기 하신 걸 본 적 있는데요, 그 의견이랑 이 글이랑 좀 연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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