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냈다

해야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솔직히 6주간 29회에 걸친 방사선 치료, 이거 진짜 인간이 할 짓이 못된다. 서서히 손상이 오기 시작하는데 완전 사람 잡는 일이다.

입안 점막이 서서히 헐어가고, 혀도 온통 망가지고, 뺨에 목에 피부가 다 상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방사선이 조사되는 부위의 머리카락이 다 빠진다. 심지어 수염도 다 빠져 버리고 안 난다.

일단 입안이 상하니까 뭔가를 먹기가 힘들어지고 잇몸이 상하면서 이가 흔들거리고 거의 씹지를 못하니 액체만 겨우겨우 먹을 수 있다. 침샘이 마비되었는지 침이 안나와 아침에 눈을 뜨면 입안 코안이 버석거리고, 어지럽고 구역질이 남과 동시에 상한 부위에서 시작된 통증이 잠시도 멈추질 않는다.

진통제에, 침 나오는 약에, 구역질 약에, 물도 겨우겨우 마시는데 약은 또 왜그리 많은지..

보철을 끼우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말은 커녕 소리를 내기 위해 혀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지는 단계에 이르면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 된다는 뜻.

돌이켜 보면 그렇게 심한 고통도 아니다. 어디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내장 장기가 썩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큰 고통이 있겠는가.

하지만 예민하고 민감한 부위들이 헐어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고통은 사람을 망치로 때리는 고통은 아니겠지만 끊임없이 송곳으로 찌르는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제일 힘들었던 시기는 6주 중에 다섯번째 주. 오히려 마지막 주가 되면 “이번 주만 참으면 끝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지나간 것 같다.

그렇게 방사선 치료를 끝냈다. 세상이 달라 보이고 로또라도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아.. 거꾸로 매달려도 세브란스 병원의 시계는 돌아간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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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가 끝나도 짠~ 하고 헐어버린 부위가 일제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하면서 한 5-6Kg, 방사선 치료 받으며 한 10Kg 정도, 도합 15Kg 정도 감량된 체중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체중 감소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생각도 들긴 하는데..)

입안은 입안대로 아파 뭔가를 먹기 힘든 건 여전하고, 그나마 하루 이틀 지나가면서 급격히 좋아지니 음식을 씹어 삼킬 수는 있게 되었는데, 치료 3주차 정도부터 서서히 사라지더니 완전히 없어져버린 미각이 문제다. 뭘 먹어도 종이장 씹는 기분이고 후각까지 덩달아 이상해지니까 상당수의 음식은 입안에 넣기만 하면 구역질 부터 난다.

온통 부르트고 터져 버린 피부는 며칠 사이에 급격히 회복이 되는데, 빠져버린 뒷머리와 수염은 다시 자라날 줄은 모른다.

모발은 언제 다시 자라날 것이며, 도망간 미각과 후각은 언제 다시 정상화 될려는지..

다행스러운 것은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치아 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그렇게 높다고 하는데 남아있는 치아들 하나도 손상을 받지 않고 잘 버텨냈다는 점.

그래도 이제 좀 살 것 같다.

방사선 치료 막바지 때 생각하면 지금이 천국이지 뭐.

근데.. 진짜 웃기는 건..

미각을 잃어버린 초반에는 짜장면, 짬뽕, 곱창, 삼겹살, 순대국, 이런 것들이 먹고 싶었는데..

그것도 여러날 지나면서 자꾸 생각하다 보니까 다 시들해지고 결국 최종적으로 먹고 싶어지는 것은..

흰 쌀밥에 김장김치 겉절이.

핏줄에서 땡기는 뭔가가 있는 건가..

참, 여러가지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뱀발 : 여러분, 평소 건강관리 잘 하시길 권합니다. 운동 많이 하시고요. 이런 말 하는거 꼰대 같아서 싫은데 그냥 하게 됩니다.

정말 정말 정말 건강이 최고입니다.







9 thoughts on “다 해냈다

  1. 힘든 고비 잘 넘기셨네요. 위 문장들에서 고통이 느껴지네요. 쌀밥에 김치부터 다시 시작해서 족발 우적우적 씹게 되길 바랍니다.

  2. 고생하셨어요.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살 빠진건 덤 이라는 썩개를 잃지 않아주셔서 감사하고 기뻐요.
    차차 회복하시면 쌀밥에 김치야 먹으면되지요. 까짓거.
    정말 다행이에요.

  3. 부활한 손오공처럼 더욱 강력하고 넓은 통찰을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잠쉬 쉬시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느낌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하구요.

    아무튼 힘든치료 잘 버티신 물뚝형 졸라 멋있고 좋은글, 영상, 팟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 힘들다 힘들다… 아픈 사람보다 힘들까요? 오늘도 힘들다고 눈물 짰던 제가 한심합니다. 지금도 팟캐스트를 내려보네요.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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