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개

%eb%8a%91%eb%8c%802

 

밥 걱정만 없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사를 나누면서 묻던 시절의 말이 있죠. 식사는 하셨어요? 물론 지금도 우리는 별생각 없이 묻곤 합니다. 끼니때와 상관없이요. 끼니 걱정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시절에 버릇처럼 인사말로 굳어진 것이라더군요.

그런 말과 비숫한 마음에서 어르신들의 말 끝에는 고생을 안 해 봐서 쓸데없는 데모만 한다는 말과 밥 굶어보지 않아서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전쟁과 관련해선 그 어떤 일도 정당화되기도 하고요. 지금은 어떤가요? 아직도 배 불러서 광장으로 나가 집회를 하고 거리행진을 하는 걸까요?

라 퐁텐의 우화, 늑대와 개가 주고받는 말에서 되돌아봅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으로 살아가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늑대 한 마리가 숲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배가 훌쭉하고 눈도 퀭하니 파였습니다.

산 아래 마을에는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네 개들과 온갖 가축들이 정신없이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아, 저 녀석들은 아무 걱정도 없겠구나. 언제나 저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까.”

 

그때 뒤에서 개 한 마리가 컹컹 짖어 댔습니다. 늑대는 개를 노려보다가 그만 꼬리를 쓱 내리고 말았습니다.

윤기 흐르는 털에 크고 늠름한 개를 보는 순간, 늑대는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 것입니다.

 

“넌 정말 멋있구나! 덩치도 크고 털도 반지르르하고….”

 

늑대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개가 늑대 곁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왔습니다.

 

“너도 얼마든지 나처럼 살 수 있어.”

“뭐? 그게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날 따라와 봐.” 늑대는 개를 따라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자, 내가 먹다 남긴 건데 우선 이러라도 먹어.”

 

늑대는 개가 주는 그릇에 고개를 파묻고 정신없이 밥을 먹었습니다.

 

“도둑이 나타나면 그냥 컹컹 짖기만 하면 돼. 그럼 주인님이 이렇게 밥도 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준단다.”

“바, 밥을 준단 말이지?”

 

늑대는 귀가 솔깃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밥을 다 먹어치운 늑대는 개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개의 목에 털이 다 빠지고 빨간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너 목을 다친 모양이구나? 어쩌다 그랬니?” 늑대가 물었습니다.

“응,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때였습니다.

“이 녀석!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주인이 개줄을 들고 호통을 쳤습니다. 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기어갔습니다. 주인은 개의 목을 쇠사슬로 꽁꽁 묶어 버렸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개구쟁이 녀석들이 달려왔습니다.

 

“이놈! 아까 어디 갔었어?”

 

개구쟁이들은 개를 걷어차고 막대기로 후려치며 깔깔거렸습니다.

숨어서 지켜보던 늑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나오더니 고기 한 덩어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개는 정신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eb%8a%91%eb%8c%80

“이봐, 늘 그렇게 묶여 있으면 매우 답답할 텐데.” 늑대가 말했습니다.

“아, 이거? 익숙해지면 아무렇지 않아. 너도 이리 와, 같이 먹자.”

“난 생각 없어. 너나 실컷 먹어!”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그저 달리기만 했습니다.

 

<늑대와 개> 원작. 프랑스 라 퐁텐 / 글. 김진락

털에는 윤기가 흐르고 몸은 늠름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 먹을 것을 남기기까지 하는 개. 늑대는 배불리 먹는 개를 부러워했지만 쇠사슬로 묶이는 개를 보며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달려갑니다. 배만 부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배가 고파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자유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별로 다르지 않겠지요.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도 있지만 자유를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군중 속에서 안심하고 소외되지 않으려고 집단에 소속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집단에서 뛰쳐나와 홀로 주체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죠.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유 따위는 별 관심 없어진 익숙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도 합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말을 하면 방관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실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는 범위가 너무 적으니까요. 특히나 대한민국은 국가주의를 내세우며 국민으로서 순응하며 시키는 대로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관습의 사고가 넘치니까요. 다수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낙인처럼 찍혀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합리성은 경제의 효율성과 맞닿고 상식이란 말은 이해관계를 전제한 부당거래쯤으로 변질되었나 봅니다.

차라리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내 자식들이 알아차리고 습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의 미래를 발견하게 해주고 싶답니다. 인간이면 충분한 사회, 따듯한 밥 한 끼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 내 이웃의 고통에 마음 아파 잠 못 드는 밤을 느낄 수 있으면 합니다. 자신의 본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모험과 자유를 누리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화려한 조명과 잘 다듬어진 관상용 공원이 아니라 들풀의 향기가 바람으로 전해지는 좁은 길을 걸어갈 용기 있는 선택이었으면 합니다.

돈을 벌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돈으로 얻을 즐거움은 돈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곤 하지요. 그래서 돈 버는 일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거죠.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질 않는데 나는 돈을 버는데만 시간을 소모합니다. 삶은 매일매일이 선물이라지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오늘 밤은 잔잔한 음악이라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시면 어떨지요.

 

[나를 위한 철학 동화] 원작. 프랑스 라 퐁텐 / 글. 김진락







1 thought on “늑대와 개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