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으로부터 자유롭고자

 

 

SNS 사용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계정을 없애진 않는다. 결국 대중과 대화를 하는 것이 내 하는 일의 본질인데, 대중과의 의사소통 창구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위터에 단문을 올리는 것은 거의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계정에는 아마 블로그에 올린 글의 링크, 새로 만든 팟캐스트 컨텐츠, 기타 알리고 싶은 일들을 알리는 내용만 올라가게 될 것 같다. 결국 계폭보다는 조금 소극적인 일이 된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트위터가 지겨워졌다거나 흥미를 잃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라면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그렇다면 말 실수하고 조리돌려지다가 매장당하게 될 것이 두려운 걸까? 그건 아니다. 어차피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페북에 올릴 텐데 그런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내가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만한 이야기를 대중 앞에서 했다면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걸 피하고 싶지는 않다.

조만간 대선이 다가올 것이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된 일인 내 입장에서, 대선은 거의 지옥 같은 시간이 된다. 총선보다 대선이 훨씬 더 그렇다.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한다. 차라리 총선이면 지역이나 다르니 후보가 갈려도 싸울 일이 좀 적다. 대선은 전국적으로 같은 후보를 놓고 싸운다. 그것도 멋진 싸움도 아니고 추잡하고 불쾌하며 억지로 가득찬 싸움이 벌어진다. 서로 자신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 발, 아니 반 발자국만 떨어져서 봐도 그런 소리 하는 모든 사람이 엉망인 상황이 연출된다.

정파성이라는 것은 대단한 필터라서 그걸 끼우게 되면 인간성의 고귀함이 마비되는 모양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파성에 빠져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은 대부분 판단마저 틀리게 한다. 다르게 하는게 아니라 틀리게 한다. 그걸 본인만 모른다.

그러지 않을 만한 사람들이 선거철이 되어 정파성에 매몰되면서 헛소리를 늘어 놓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화가 나는 일이다. 그 화를 참지 못하고 그 판에 뛰어들어 같이 싸우게 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파성에 빠지게 된다. 나를 화나게 만든 사람과 반대되는 정파에 빠진다는 얘기다. 그 순간 나 또한 나의 오류를 모르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만큼 정파성과 이 정파성을 작동하게 하는 감정적 편가르기는 무섭다.

그로 인한 불쾌감을 자주 표출하다 보면 내 자신을 혐오하게 될 것 같다. 내 자신 뿐 아니라 다수 대중을 혐오하게 된다. 대중과 대화를 나누는게 직업인 사람이 나를 혐오하고 대중을 혐오하게 되면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툭툭 던지는 무성의한 짧은 글은 아예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대신 좀 길게, 가다듬어 가며 써야 하는 글만 쓰기로 한다. 그런 글은 아무리 화가 나도 일단 쓰면서 한 번 걸러지기 때문에 내 스스로 잘못된 의사표현을 하게 될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하자.

뭐 급한 일 있다고 140자 짜리 글을 써 갈기겠는가. 정리해서 두페이지 짜리 글을 쓰는게 맞지.

구경은 하되, 대꾸하지 말자. 비아냥거리고 싶을 때 차라리 책을 읽자.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보고 분노할 시간에 좋은 음악을 듣자. 최소한 자기 혐오에 빠질 만한 실수는 하지 말고, 최소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 돋친 말은 하지 말자.

내일 모레 쉰이 되도록 나이를 먹고도 이런 정도의 자기 통제도 못하면 무슨 자격으로 내 글을 읽어 주고 내 방송을 들어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정파성뿐 아니라 더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 지도록 하자.

그럴 때가 되었다.

 

뱀발 : 저한테 업무상 연락을 하실 분들은 텔레그램 @murutukus 나 메일 multukss 골뱅이 지메일 닷컴으로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 thoughts on “정파성으로부터 자유롭고자

  1. 글을 읽어보니 그 동안 많이 시달렸다는 피로감이 느껴지네요.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파성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파성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파성은 뭐랄까, 세상을 해석하는 한 개인의 안경과 같은 것이어서요. 극단 정파성에 찌든 소위 빠돌이들의 공격으로 부터 그만 시달리고 싶다는 것으로 읽혀져서 제 마음이 짠해지네요. 건강챙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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