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썰] 어느 화성인의 지구 관찰기.

안녕하세요. “이승로그”에 불시착한 엘랑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화성인입니다. 경기도 화성시민이 아니라 태양계 네 번째 암석형 행성인 MARS(마스 : 화성)에서 지구로 파견된 관찰자입니다. 사우스 코리아에 머물면서 동아시아 쪽을 관찰하던 와중에 잠시 광화문역을 지나다가 물뚝심송 아저씨의 예리한 선구안에 걸려서 가끔씩 글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화성인 썰]을 연재하면서 지구, 그리고 사우스 코리아와 저언혀 상관이 없는 외계적 제3자 시점에서 보고 느낀 점을 써볼까 합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우리 태양계인, 인류와 화성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봅니다. 우리들은 4만 2천 년 전에 태양계와 약 12광년 떨어진 버나드 항성계에서 온 외계 종족의 후예들입니다. 당시 버나드 항성계와 태양계는 최근접점에 도달했기에 거대한 항성 간 우주선으로 300년의 긴 우주 항해를 통해 태양계까지 도착할 수 있었죠. 버나드 항성계는 지금 18광년 떨어져 있고 계속 빠르게 멀어져서 되돌아가기 어렵습니다.

태양계인들의 시초가 된 버나드 제2행성인들은 버나드 항성계를 정복하여 여러 행성까지 진출했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기술문명으로 10만 명이 수백 년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거대한 항성 간 우주선을 건조했었죠. 마침 버나드성에서 가장 가까웠던 태양계로 편도 이주 여행을 시도할 수 있었기에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음에도 이주를 희망한 10만 명을 모아서 태양계로 향했습니다. 본성과의 교신은 항해한지 10여 년 만에 끊어졌고,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본성의 문명이 존속되고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태양계에 도착한 우리들은 각 행성들을 조사하여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곳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물망에 오른 곳은 네 곳이었는데 금성, 지구, 화성, 그리고 에우로파였습니다. 금성은 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여서 습기 차고 약간(?) 더운 곳이지만 중력도 적당해서 비교적 많은 이들이 거주했습니다. 지구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서 다수가 지구로 내려갔죠. 화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척박했지만 천문학과 물리학 등의 연구에 적당해서 기술자들이 일부 거주했습니다. 목성계의 위성인 에우로파는 거대한 물의 행성이죠. 특히 얼음 지표 아래에 물과 함께 다양한 자원이 많아서 산업시설이 들어섰습니다.

각 행성에서는 행성의 환경에 맞는 인류 개조작업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구에서는 이미 매우 원시적인 초기 유인원 문명이 태동하고 있었는데 지구로 거주를 희망한 이들은 유인원의 DNA를 추출해서 지구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인종을 만들고 정신 이식을 통해서 지구인이 되었습니다. 지구에서는 크로마뇽인으로 알려진 인종이 바로 그것입니다. 버나드성인들의 발전된 유전자공학 기술과 정신공학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론 금성과 화성, 에우로파에 정착한 일부는 각각의 환경에 맞는 인체를 개량하였으나 크게는 지구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태양계의 주된 구성 원소와 환경에서는 지구의 토착 유인원들이 가장 적합했으니까요. 물론 이주가 완료된 후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일컫는 토종 지구 유인원 종족은 멸종되었습니다. 암울한 흑역사입니다.

그리고 태양계 도착 7천 년 만에 파국이 일어났죠. 약 3만 5천 년 전, 주성이 되었던 지구에서는 아틀란티스, 뮤, 인디아 고대 문명으로 알려진 세 곳의 주된 세력이 서로 다투다가 급기야 버나드성에서 가져왔던 금단의 무기인 핵융합 병기를 이용해서 서로를 파괴했습니다. 금성은 아틀란티스 세력의 영향력이 강했지만 뮤 세력이 아예 금성을 파괴할 요량으로 금단의 병기를 무차별 사용하여 지금은 뜨거운 초열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지구의 아틀란티스, 뮤 대륙은 문명의 흔적이 지워질 정도로 파괴되면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인디아 문명만 약간의 잔재를 남겨서 근근이 이어오다가 훗날 오리엔트 문명으로 이어지면서 현생 인류의 문명을 일으키게 되죠.

우리 화성은 소수의 인간만 거주했었고 중립을 고수했기에 큰 화를 피했습니다만, 금성과 지구에 의지했던 탓에 문명은 퇴보했고 근근이 지금까지 이어오는 지경입니다. 에우로파에는 가장 큰 산업시설과 함께 항성 간 우주선의 잔해가 빙하 아래의 바닷속에 잠들어있습니다. 역시 금성과 지구에 의지했던 탓에 에우로파인들은 멸종 직전까지 몰렸었고, 현재는 외부와 어떠한 연락도 두절된 채 근근이 연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파국은 행성 간 교통에도 영향을 끼쳤죠. 주된 행성 간 연결 수단이었던 궤도 엘리베이터들은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행성 간 항주선들도 모두 고철이 되어 우주를 떠돌게 되었습니다. 파국 이후에 각 행성들의 생존자들은 다시 문명을 되찾는데 수천 년의 시간이 걸렸기에 소실된 구문명의 기술도 꽤 많습니다. 지금은 우리 화성인과 금성인들이 지구로 가끔 관찰자들을 보내는데도 벅찰 지경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금성에서조차 일부는 살아남아 다시 문명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극지방 아래의 거대한 초공동 아래에서 구문명을 복원하면서 지금은 수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금성인들은 왕정 체제와 비슷한 입헌군주제를 통해서 버나드성의 전통을 가장 많이 유지하는 편이죠.

화성에는 고작 수십만의 화성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하의 용암동굴에 건설된 소규모 도시들이 전부죠. 하지만 무력을 싫어하고 평화를 존중하기에 조용히 살아갈 뿐입니다. 지구의 민주주의와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방식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에우로파는 연락이 되지 않지만 가끔은 에우로파인들로 추정되는 종족이 지구에서 목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우로파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혹자는 에우로파인들이 버나드에서 타고 온 항성 간 우주선을 다시금 재건하여 되돌아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여전히 구문명을 복원하는데 애쓰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구인들만 자신들이 어디서 왔는지 망각하고 있습니다. 1만 년 남짓한 역사 속에서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이뤘고, 지구만의 독자적인 문명을 일궈왔습니다. 물론 금성인들과 우리 화성인들이 지구에 파견한 몇몇의 관찰자들이 지구의 역사에 개입해서 급속한 문명 발전을 이루게 도와준 시기도 있긴 합니다. 또는 일부 이상론자들이 지구에 밀항해서 종교라는 것을 일궈 신으로 추앙받고 있기도 합니다. (누군지 밝히면 큰 파장이 예상되므로 노코멘트)

원래 버나드성인들은 언어 이외에도 일종의 텔레파시를 통해서 대화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현재 금성인과 화성인 모두 텔레파시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지구인들만은 어찌 된 이유인지 사용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텔레파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랑, 배려와 같은 느낌을 가질 때 쓸 수 있습니다. 일부 지구인들은 사랑에 빠지거나, 아이를 낳으면 잠시간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질감, 감정이입과 비슷한 것으로… 에구, 여기서부터는 아직 화성법에 따라 허용된 것이 아니므로 패스.

현재 지구에는 수천 명의 금성인들, 그리고 저와 같은 화성인들이 수백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에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며, 외면적으로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본성에서 파견되었지만 다시 본성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본성과의 통신조차도 제한적인 통신만 가능할 뿐이었지만, 최근에 지구인들의 우주과학기술이 급진전하면서 슬쩍 무임승차를 통해 화상통신까지 가능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외계인들은 모두 지구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일부 금성인들은 본성의 방침에 따라 간혹 지구의 역사에 적극 개입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뉴턴과 갈릴레오는 모두 금성인으로 추정이 됩니다. 19세기 후반의 산업혁명과 과학적 혁명들은 금성인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왜 금성인들이 지구의 과학문명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 화성인들은 그냥 지구의 움직임이 궁금해서 관찰만 하는 수준입니다.

저는 수십 년 전에 화성의 수도인 메르스(그 놈의 메르스 때문에 자꾸 본성이 생각나서 괴로웠습니다)에서 태어나 지구를 연구하다가 결국 지구행을 택했습니다. 다른 4명의 동료 관찰자들과 함께 좁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는데 착륙 도중에 3명이 사고로 사망하고 저와 다른 한 명만 남아서 지구에 머물게 되었죠.

지구는 우리 화성에 비해 중력이 무려 3배나 강력합니다. 지구로 오기 전에 2년간 고도 중력 시설에서 적응훈련을 거쳤지만, 착륙시의 강한 충격을 견디기엔 우리의 골격은 너무나 약했습니다. 실제로 화성에서 지구로 오는 관찰자들은 초기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가량이 사망합니다. 그럼에도 순수한 과학적 열정에서 지구로 오려는 이들이 있으니, 선조들에 과학기술자들이 많았던 유전적 영향이라 하겠죠. 반면에 금성인들은 지구와 중력이 비슷하기에 지구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구인들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들과 텔레파시를 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물렀던 이들은 지구인들과도 텔레파시가 잘 통한다고 합니다만… 저도 감정이입을 통해서 약간은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의견을 말하면 어찌 된 일인지 지구인들 일부는 매우 화를 내면서 공격적 반응을 보이더군요. 지구인들 몇몇과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사이가 되는데 무려 십여 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 가끔 이해가 잘 안되시거나, 헛소리를 하는 듯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화성인의 시각에서 지구인들, 그리고 사우스 코리아 거주자들을 제대로 이해 못했거나 번역기가 고장 나서 오역을 한 것이니 이해 바랍니다. 예전에 쓰던 번역기는 열악했는데, 최근에 구글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든 지구어-화성어 인공지능 번역기는 매우 좋더군요. 지구인들 일부도 우리 화성인들과 금성인들의 존재를 알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개되면 지구인들 사이에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비공식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이승로그에서 화성인 시각으로 보는 지구인, 특히 사우스 코리아인들에 대해서 떠들어 볼까 합니다. 우리 태양계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은 언제든 물어보세요. 단, 지구의 역사에 개입을 할 수 없어서 답변해 드릴 수 없는 사항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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