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썰] 스마트폰은 인류의 지능을 퇴보시킨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뭔가를 읽고 쓰는 지구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지구의 문물과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스마트폰이란 물건을 냉큼 구해 써봤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요. 일단 화면이 너무 작아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정보량이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자판도 작은 편이라 뭘 쓰려고 해도 오타 작열에 낑낑거려도 분당 100타를 넘기기 힘드네요. 예전에 PC로 정보를 볼 때 화면 가득 차게 여러 개의 인터넷 창을 놓고 동시에 많은 정보를 보면서, 글을 쓸 때도 분당 300타 이상의 속도로 써나갔던 것에 비해 정보 처리량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거대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합니다. 특히 카톡과 SNS는 스마트폰에 적합해서 좋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많고, 여러 가지 어플로 다양한 활용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의 가장 큰 활용은 인터넷 접속과 SNS에 있다고 보이네요. 화성인 관찰자 입장에서 지구인들의 문명과 문화, 그리고 지식 동향은 주요한 관찰 대상입니다. 가끔씩 화성으로 보내는 관찰 리포트에는 이러한 지표들에 대한 평가항목이 있습니다.

처음 지구에 왔을 때 지구인들은 주로 신문과 책, 티브이를 통해서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받고 현실세계에서 사람들끼리 모여 토론하며 정보에 대한 선택적 취사와 가공을 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 당시에는 주요 언론(티비, 신문)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였습니다. 일부 지구인들은 비주류의 정보와 판단 기준을 제시했었지만 아무래도 전달력에서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죠. 주요 매체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구인들은 평소 관계가 있는 집단 내에서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정보를 취합하고 판단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선 이러한 양상이 크게 변했는데요,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쏟아내고 유통되기 시작하더군요. 기존의 매체에 더해서 너무나 많은 매체들이 영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지구인들의 두뇌는 구조적으로 다양한 정보의 처리에 적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초기에 지구에 정착했던 버나드인들이 평온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DNA 조작을 통해서 대다수의 이주민들은 각자의 직업에 열중하고 잡념을 버릴 수 있도록 사고 판단력에 일정 부분 제한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도자 그룹과 기술자들, 사회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일부 계층은 제한을 하지 않아서 원래 버나드인들처럼 자유롭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파국 당시에 대다수의 지도계층은 우주로 피신했다가 금성 등지로 많이 넘어가서 지구에 남겨진 다수의 일반계층은 그러한 유전자 제한을 받은 판단 능력을 후세에 주로 넘겨주게 되었죠. 아마도 지구인들이 텔레파시를 쓰지 못하게 된 주원인이 이런데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내는 다양한 정보의 홍수는 논리적이고 기술적 사고에 익숙한 화성인인 저로서도 모두 흡수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이런 정보량에서 지구인들은 매우 독특한 선택을 하더군요. 너무 많은 정보를 하나하나 모두 살펴보기보다는, 일부 집단이나 개인을 정해놓고 그의 판단에 의지해서 따르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커뮤니티 집단 내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별다른 거부감이나 검토 없이 그대로 따릅니다. 지구인들은 이런 걸 심리학적으로 뭐라고 부르긴 하던데, 화성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죠. 여기에 더해서 아예 인기스타를 따르는 것처럼 몇몇의 개인 SNS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지구인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저는 본성에 “방대한 정보량 속에서 독자 판단 기능을 중단시키고 외부 프로세서에 의지하는 아웃소싱, 이를 통해서 과부하에 걸린 뇌의 부담을 덜어주어 현실에 더욱 전념하려는 자연적인 뇌과학적 보호기제.”라고 정의해서 보고했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량에 급속하게 노출된 지구인들의 뇌는 고작 10여 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변화하기 벅찼을 겁니다. 전체 뇌 용량의 15% 미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될 만큼 지구인들은 그동안 뇌를 많이 활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올 수 있었죠. 인구가 너무 많아서 굳이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대신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던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우리 화성인들의 인구는 50만 명이 채 안되므로 각자의 뇌활용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정된 인력으로 종족을 유지시키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뇌활용 훈련과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그 결과 뇌활용률이 약 3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따지면 CPU의 코어가 2개인 것과, 4개인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뇌 활용률이 2배 차이가 난다고 지능이 2배 높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동시에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는 정보의 처리량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죠.

스마트폰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일부 관찰자들은 지구인들의 뇌활용률에 대해서 매우 관심 있게 연구해왔습니다. 초기 보급 단계에서는 비약적으로 뇌활용률이 높아지더군요. 물론 전체 지구인들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게 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된 지구인들의 뇌활용률은 약 2~3%씩 일년 이내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뇌를 해부하거나, 공개적인 실험을 할 수 없으므로 텔레파시에 대한 감응 실험을 통해서 비교적 수동적인 연구라 정확하다고 단언하긴 힘듭니다만….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상한 현상이 감지가 되었습니다. 초기에 스마트폰을 보유하기 시작했던 계층은 아무래도 스마트한 계층이었던 듯 보입니다. 무리 없이 스마트폰을 받아들이던 초기에 비해, 차츰 스마트폰의 폭발적 정보량에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증가했습니다. 한마디로 뇌가 폭발 직전까지 풀가동하면서 두뇌로 당분의 공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패닉에 빠지는 증상이죠. 아마도 스마트폰에 쏟아지는 정보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하늘이 멍~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심박수가 빨라지며 흥분상태에 빠지는 이들도 있었을 겁니다. 또는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증상도 있을 수 있죠. 뇌의 가동률이 평상시보다 급작스레 높아지면서 뇌 온도가 상승하는 이런 증상은 생명에도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그런 이들은 조건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색다른 행동을 하게 되더군요.

‘웹툰’, 누군가의 SNS 인용, 긴 글 안 보기. 크게 세 가지입니다. 아주 함축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짤막한 웹툰, 짤방 등이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위해선 전후 사정까지 알기 위해 몇몇 글을 심도 있게 읽어야 하는 수고를 줄이고자 의지할만한 타인의 결론만 인용하는 추세가 늘어났습니다. 정보량이 아무래도 많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긴 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글을 생산하는 능력조차도 크게 퇴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곳 사우스 코리아는 오래전에 지배계층만 글을 다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상상도 안되는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왕이라는 사람이 피지배계층도 다룰 수 있는 글을 만들어서 보급했다고 합니다. 뇌를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말하고, 읽고, 쓰기 연습입니다. 화성 아이들은 7살 즈음이 되면 벌써 100페이지 단편 소설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100페이지 단편소설도 쉽게 읽고 해석했던 반면에, 지금은 절반가량은 10페이지 단막글도 제대로 읽고 판단하지 못하는 두뇌 퇴화 증세가 만연하더군요. 저는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과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보급이 동시에 진행된 것을 놓고 여러 분석 리포트를 본성으로 보냈던 일이 있습니다. 화성에서 누군가가 글을 읽다가 10페이지도 못가서 제대로 글을 해석하지 못하면 바로 응급실로 실려갑니다. 이것은 심각한 두뇌활동정지 예조증상이기에 중병에 속하거든요. 그런데 지구에선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119에 신고하는 사람이 없는게 처음엔 꽤 신기했었습니다. 화성인들은 신체적 기능의 작동 유무에 더해서, 인격체로서 독자적인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생존 여부에 대한 판단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의 정세에 대한 개입도 자제하는 편이지만, 저런 현상이 지속되면 아마도 정보 유통의 중심점에 서있는 소수의 지구인들이 다수의 지구인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오래전에 화성과 금성의 몇몇 극단적 이론가들이 지구로 밀항하여 종교라는 것을 세우려 했던 일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한두 번은 성공해서 지금껏 이어지고 있죠. 그들이 택했던 이론의 주된 바탕은 ‘집단에게 주입되는 정보를 통제해서 소수의 지도층에 무한정의 권위를 부여한다.’라는 매우 유치한 것입니다. 화성에서 누군가가 그런다면 길가는 아이가 반문하면서 무한 토론에 들어갈 것입니다.

제가 다소 냉소적으로 지구인들을 비판하는 듯 보여서 기분 나쁘신 분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편에서 미리 양해를 구했었습니다. 지구인들은 평균적으로 머리가 나쁩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4만여 년 전에 지구에 도착한 버나드인들이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계획에서 차등적 DNA 조작을 선택한 결과이니 지구인들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한 유전자공학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더 많은 지구인들이 자연적인 인류의 사고능력 수준을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화성이나 금성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갖게 될 능력조차도, 지구에서는 소수만이 훈련을 통해서 성인이 된 이후에나 얻을 수 있다는 건 불행한 일입니다.

각설하고 스마트폰의 폐해는 잘못 사용하면 뇌구조의 퇴화에 즉시 작용한다고 경고해 드렸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제가 생각한 몇 가지 예방법이 있습니다.

1.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간단한 정보의 취득과 교환만 하고 자제한다.
2. 중요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커다란 화면의 태블릿 등을 사용하여 정보를 취득하고 판단하길 권고한다.
3.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서 타인에게 알릴 때는 적어도 태블릿의 자판, 내지는 가급적 제대로 된 큰 자판을 권한다. 화면이 크면 시원하듯, 자판이 크면 표현력도 더 풍부해진다.
4. 가끔씩 뇌 휴식과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잠을 푹 자거나, 가벼운 독서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5. 글을 읽을 때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입안에서 중얼거리며 읽어보는 것도 매우 유용한 집중법이다.

이런 내용을 다른 곳들에서도 가끔 써봤는데, 일부 지구인들은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이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 생각해서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아마도 4만 년 전에 공격적인 DNA를 많이 활성화시킨 경비대의 유전인자가 많이 전달된 후손들이라 짐작됩니다.







2 thoughts on “[화성인 썰] 스마트폰은 인류의 지능을 퇴보시킨다?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 글에 내용에 크게 공감하구요. 제 생각으론

    뽀로로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유는 사회가 엄빠를 조져놔서 였기 때문이듯이

    스마트폰을 떠나서 긴글 보기 싫은 것 역시 사회가 사람을 막돌린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다음은 이제 아예 뉴스에다가 요약버튼을 달았더군요 -_-;

    그런 시도들이 발전해야 광고가 잘팔릴테니 이제와서 카카오에 기부도 안한 제가 혼자서 크게 상심하긴 뻘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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