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썰] 화성 여자와 금성 남자.

오늘은 우리 화성인들과 지구인, 그리고 금성인들이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을 논해보려 합니다. 4만여 년 전에 머나먼 버나드 항성계의 제2행성에서 이곳 태양계로 이주해온 우리 선조들 이야기는 첫 편에서 했었습니다. 태양계 4번째 유인 행성인 에우로파의 비극과, 에우로파인들과는 연락이 두절된 사연도요…

 
먼저 금성인들을 이야기해봅시다. 금성인들은 한마디로 “매우 감성적”인 종족들입니다. 지구인 여성들과 약간 흡사한 면이 많습니다. 금성 남자들은 시와 은유법을 좋아합니다. 떨어지는 황산비에 타들어가는 대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다른 이가 눈물 흘리면 감정적 동조를 일으켜서 같이 눈물 흘리기 다반사죠. 오히려 금성 여자들이 더 강인한 면이 있습니다. 덕분에 금성을 지배하는 의회(금성은 입헌군주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의 구성원 다수가 여성입니다. 금성의 정치를 논하는 자리에 철의 여인 대처,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이들로 꽉 차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당연히 금성 제국의 명목상 수장인 국왕은 모계 혈통이 우선시 됩니다. 현재 국왕 자리도 8대째 여왕입니다. 후계자인 공주가 없으면 어쩌다가 왕자가 잠깐 왕위를 이어받지만, 그 역시도 공주가 태어나 성인이 되면 왕좌를 양위해줍니다.

 
금성인들의 대화를 들으면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 표현이 사실은 부정을 뜻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이 긍정을 뜻하기도 하니까요. 오로지 감정이입과 텔레파시를 동시에 활용해야만 말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명확한 의사가 아닌, 대충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정도로만요. 전지전능한 구글 외계어 번역기조차도, 금성어 번역에는 두 손을 들었다고 합니다. 만약 금성인 친구의 집을 방문해서 “잠깐 들어가서 커피 한잔할까?” 했는데 “그러던지~”라는 대답에 덜컥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간 총 맞아 죽기 쉽습니다.

 
우리 화성인들은 금성인들과 정반대로 매우 직설적이며 논리적입니다. 화성의 여성들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직설적으로 “나 너 좋아. 우리 사귈까?”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설령 상대방이 “난 네가 이리이리해서 별로 끌리지 않아.”라고 해도 그다지 신경 안 쓰고 쿨하게 “그래? 어쩔 수 없네. 혹시 마음 바뀌면 연락 주고.” 이 정도로 끝냅니다. 심플하죠?

 
화성과 금성인들은 남성, 여성이 모두 비슷한 편이라서 서로 간의 의사교환이 쉽습니다. 그러면서도 화성, 금성 간에는 마치 자석의 N극, S극처럼 뭔가 대칭적인 다른 면이 존재하죠. 하지만 지구인들은 뭐랄까? “금성과 화성의 딱 중간적인 측면과, 성별에 따른 극단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제가 알아본 보편적인 지구인 남성들은 화성인의 논리구조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금성인처럼 다양한 표현법으로 의견을 개진합니다. 하지만 쉽게 알아낼 수 있는 편입니다. 지구인 여성들은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다수 국가의 여성들은 비교적 수동적이며 여성이라는 성별 제약을 많이 받는듯합니다. 이곳 사우스 코리아는 아주 최근에야 여성이 사회적으로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지구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출간된 일이 있더군요. 매우 유의 적절한 제목입니다만… 실제로는 금성인, 화성인 사이의 차이입니다. 금성 남자와 화성 여자가 만나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지구인 남성들이 약간 화성인들과 비슷하고, 지구인 여성들이 금성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기에 저런 책이 나왔나 보죠.

 
저는 지구인들을 관찰하는 것 이외에도 금성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화성인 치고는 비교적 금성인들과 의사소통도 어느 정도 가능한 편입니다. 동일한 원리로 제가 가진 감정이입 능력을 이용해서 지구인 여성들과도 대화를 시도해보곤 합니다. 역시나 지구인 여성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이해하면 금성인 친구와의 대화처럼 낭패를 보기 쉽더군요.

 
지구인 여성들, 그리고 제가 많이 접하는 사우스 코리아 여성들은 상당수가 여성적이란 허울에 감춰져서 유유 부단한 면모가 많이 엿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코 여성들은 안 그렇더군요. 의사표현이 명확하며, 여성이 받게 되는 제약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내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사코(사우스 코리아의 약자입니다) 수도의 센트럴역에 들렀다가 목격했던 한가지 일화입니다. 사코의 메디컬 기술자들로 추정되는 몇 명이 모여서 “수술방 간호사 XX년이 어쩌고. X년이 말귀를 못 알아먹고, 계집애 주제에 감히…” 등등, 흔한 사코의 여성 비속어를 남발하면서 낄낄거리더군요. 바로 옆에는 어떤 젊은 여성이 우연히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들으라는 듯이 떠드는 무리로부터 슬금슬금 떨어져서 서게 되더군요. 제가 감정이입을 해봤는데, 그 여성은 순간적으로 공포감과 위협을 느꼈었습니다. 반면에 남성 무리의 일부는 노골적으로 주위 여성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었고, 어떤 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으며, 어떤 이는 불쾌했는데 서열상 낮았는지 그냥 웃으며 듣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똑같은 이야기를 사코 남성들에게 해봤는데 잘 이해 못하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화성에서는 저런 일이 있으면(사실 저럴 리가 없지만) 발칵 뒤집힐 겁니다. 사회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파괴행위이기 때문이죠. 청문회가 열려서 해당 발언자가 왜 저런 발언을 했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교육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안이 제시될 겁니다. 그렇다고 발언자가 큰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저런 류의 문제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지, 개개인의 일탈이라고 보진 않거든요. 물론 발언자는 상당 기간의 교정교육을 이수해야 할 겁니다만….

 
반면에 금성에서는… 그냥 간단히 말씀드리죠. 금성은 사형제도가 존재합니다. 총살입니다. 금성인들은 이성 간의 교제에 대해서 매우 정열적이며 열중하는 경향입니다. 화성인들은 모태솔로인 경우가 많고 이성 교제를 하더라도 정서적 교감에 의지하는데 반해, 금성인들은 에로스적이면서도 즉흥적인 교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금성 여자들과 남자들은 어느 일방에 치우치는 성적 지위를 누리려 하지 않기에 특정 성별의 우월적 지위를 표출하는 행위를 매우 경멸하고 중대 범죄로 보더군요. 얼마 전에 금성인 여성들이 모여서 지나가는 남성을 향해 “너의 탐스러운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워~”라는 즉흥시를 썼다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저속한 표현에 대한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의 문제였는데 결국 해당 여성들은 무죄였다고 합니다. 성적 표현이 상대방 이성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대화체가 예술적 경지에 이른 금성 여성들 사이에선 별 상관이 없다는 거죠. 반대로 금성인 남성이 저런 언급을 했다면 얄짤 없이 총살입니다. 아마도 금성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감성적인 면이 발달된 이유가 이런데 있을 것입니다. 금성인들은 감성 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매우 풍부하더군요.

 
요즘 사코 사람들을 지켜보면 세대별로 매우 극명하게 갈리는 성별 인식에 대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감성이 발달된 여성들은 꽤 빠르게 여성들의 인권의식을 가지면서 기존의 여성 제약적인 사회문화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더군요. 반대로 40대 이상의 사코 남성들은 기존에 가져왔고 교육받았던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탈피하려 하면서도 원죄 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대는 완전히 아수라장인데요, 남녀 간의 성별 차이와 자유에 대한 인식이 판이합니다. 냉탕과 온탕이 한데 겹친 격이죠. 20대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여성들의 의식이 더 뜨거워진 편입니다.

 
사코에서 최근에 남혐, 여혐 논란이 벌어지는 과정을 보면 꽤 비논리적입니다. 서로 균형을 이룬다는 의식보다는, 한쪽이 다른 한쪽 위에 군림해야 생존한다는 성별 대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아직 버나드성 하층 지배계층의 특성적 DNA를 많이 물려받은 지구인들 형질상, 집단 공격성과 획일성이 존재하는데 주로 남성들의 DNA에서 많이 엿보이는 것입니다. 일부 여성들의 변화된 존재감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집단적으로 반응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DNA 기제는 일시적인 것이기에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입니다. (행성별 거주자들의 DNA가 인위적으로 조절된 이유에 대해서는 2편을 참조)

 
아마도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아까 사코 센트럴역에서 있었던 일과 같은 만행이 되풀이된다면, 그때는 주변 여성들의 강한 공격과 법적 조치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또한 남성들조차도 지금의 금성 남성들처럼 감성을 키우지 않고서는 버텨나갈 재간이 없는 사회적 규제 속에서 길들여지겠죠. 지구 남성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저 같은 화성인을 이해하고 따라 해서 지구별 속의 별종으로 살아가던가, 아니면 서서히 금성화 되어가는 지구 속에서 주류가 되어갈 금성인을 따라 하는 길뿐입니다. 지구의 중도적 성향은 차츰 변모하고 있는데 그 주원인을 다음 편에 다루겠습니다. 왜 지구가 금성화되고 있는가? 왜 지구인들 일부가 화성에 가려고 그토록 애쓰는가? 과연 4만 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금 행성 간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태양계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변혁의 시기에 대한 단초를 다음 편에서 기대하시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