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이제 진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새해가 와버렸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씀하시던 것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겪어 보니 실제로 점점 더 빨라진다.

어느새 2017년이라니..

양력설이 지나면서는 그래도 진짜 설은 안 지났으니까 아직 2016년이라고 우길 수 있었으나 이제 진짜 설까지 지나 버렸다. 그리고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50살이 되어 버렸다. 참고로 김어준 총수하고 동갑이다. 서양 나이로는 아직 아니니까 아직은 40대라고 우기고 있긴 하지만..

내가 벌써 반백년을 살았다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뭐 어마 무지한 병에 걸려서 죽다 살아난 덕분에 뭘 하고 일 년을 보냈는지 아무것도 생각 이나지 않는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방사선 치료도 잘 버텨냈다. 하아~ 그거 진짜 끔찍하다. 방사선 치료가 이럴 정도면 항암치료는 도대체 어떤 수준이란 말인가. 하여간 잘 넘어왔고, 재발의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으니 한시름 돌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 체중 좀 회복하고 보철 제대로 만들고 그러면 약해진 체력도 돌아올 것이고, 방사선 치료의 흔적인 얼굴의 색소 침착도 어지간히 빠져 가고 있는 중이니 잘하면 비디오 콘텐츠 제작도 가능해질 듯. 살이 왕창 빠져서 조금 더 섹시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제도 설날 기념으로 동네 뒷산에 올라가 봤는데, 물론 체력이 예전 같을 수야 없겠지만 이젠 어지간한 수준으로 회복이 되는 것 같다. 한 2박 3일 연속 산행을 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통이 좀 있겠지만 술, 담배 안 하고 규칙적 인식사를 하는 상태에서 잘하면 예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긴 하다.

하여간 독자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라는 점, 건강을 위해 하려고 했던 일을 미루지 말고 즉시즉시 하시라는 것이다. 건강 검진도 제 때 하고 맨날 운동한다 운동한다 말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하시라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강하지만, 어느 한순간 무너지는 법이다. 부디 과신하지 마시라.

건강 문제야 그렇다 쳐도, 명색이 정치평론, 아니 이승 의견을 내는 사람인데 정치 얘기도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께 정치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것에 소홀히 하여 정말 죄송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병 때문에 그랬다는 핑계를 또 한 번 써먹고..

작년 한 해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 잘못된 얘기를 했던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틀린 소리가 된 얘기를 했었다.

김종인과 문재인의 관계. 

김종인은 문재인의 대선을 돕고, 자신의 희망사항인 경제 민주화를 문재인 정권에서 이루려고 했었고, 따라서 문재인의 대선 행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큰 흐름을 얘기했었다. 그러나 틀렸다.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또 어느 쪽의 탓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제 그 둘은 사실상 갈라 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측에서야 당연히 문재인이 자신을 불러다가 총선 때 써먹고 배신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문재인 측에서는 총선 때 전력을 다하기 위해 모셔 왔으나 원래 같이 가기 힘든 사람이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어찌 되었건 양측의 생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으며 문재인이 대권을 잡는다 해도 그 둘이 같이하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이래 놓고 당선된 뒤에 또 덜컥 불러다 써 버리면 연속 헛발질.)

http://www.ddanzi.com/ddanziNews/83476557

이 문제를 다룬 글이 꽤 인기를 끌어 수십만 명의 독자가 읽고 각종 피드백을 주셨으나 이제는 그 글에서 다루었던 전망이 틀렸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김종인은 의도야 어찌 되었건 당을 장악하지도 못했고, 문재인을 떠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틀렸으니 사과해야지.

최선을 다한 전망과 관점이었으나 잘못되었던 점, 정식으로 사과합니다. 

또 다른 얘기도 있다. 하나는 별생각 없이 소 뒷걸음질로 쥐 잡은 얘기이다. 진영 전 장관이 그만두었던 사건과 정홍원 총리 유임을 소재로 박근혜 정권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었다. 써놓고는 나도 잊고 있었던 일인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자 독자들이 알아서 기억을 해 주시고 퍼트리는 바람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던 일이다.

http://murutukus.kr/?p=6261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순실 사태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했다. 당시에 특별한 정보 소스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스라면 김종인 글 쪽이 더 많은 소스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비선 실세 문제는 그저 논리적인 귀결이었을 뿐이다.

신기 어린 예언이나 신묘한 예측 같은 것은 없다. 그런 건 민주주의 하의 정치평론이라면 오히려 배격해야 할 요소들이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한 단계씩 논리적인 추론을 거듭하고, 정파성에 매몰되지 않은 맑은 눈으로 사적인 이해에 연루되지 않게 분석을 한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합리적인 맥락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 민주공화국의 정치평론이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할 것이다.

또 그저 사람들에게 인기를 좀 끌어 보고자, 좀 더 큰 스피커를 가져 보고자, 약간의 돈을 벌고자 하는 소리라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정치평론이다.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얘기이며 지키기 무척 힘든 얘기이다. 그러나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올 한 해,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싶은 것은, 절대로 내 이익을 위해 없는 소리를 하지는 않겠다는 점이다. 과연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또 하나 더 있다.

이건 정말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부분인데, 최순실 사건이 터진 초기부터 나는 이 사건은 무조건 탄핵 사안이며,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 탄핵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을 모아야 한다고 얘길 했었다. 당시로써는 정말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좀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두려워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 이런 글도 썼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짧은 얘기들을 많이 했었다.

http://murutukus.kr/?p=12977

이 뿐만 아니라 SNS에서, 또 주변에 다가 지속적으로 이 상황은 최대한 빨리 탄핵을 진행해야 마무리된다고 설득을 해 왔다는 점이다. 이 작은 행동이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판단은 정확했고, 그 판단에 따른 행동은 옳았다.

사실 정치에 관한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판단해 내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걸 하자고 설득하고, 또 실제로 그걸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그게 진짜로 옳은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갈수록 그게 힘들어진다. 작으나마 영향력을 갖게 되고 좀 더 많은 걸 알아갈수록 점점 더 자신감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이 거대한 사회에 내 작은 목소리가 무슨 힘이 있겠나 싶은 자괴감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점점 커지는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내 생각이 옳은가 하는 고민이다.

철 모르던 시절에는 내가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내가 제일 옳은 줄 알지만, 갈수록 그 옳음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더 신중해지고 더 노력해야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내 소망이 있다면, 그 옳음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절대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거 하나 붙잡고 또 한 해를 살아가도록 해 보자.

자, 이제 201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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