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희정

오해를 막기 위해 이 얘기부터 먼저 해야겠다. 이 글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이번 대선에 등장한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거나 그를 지지한다거나 하는 의미의 글이 아니다. 그저 작은 현상 하나를 설명하고 있는 글일 뿐이다. 오해하지 마시길 권한다.

설 연휴가 끝나고 이런저런 조사기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는데 특기할만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과 그저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 혹은 차차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해서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이재명 후보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온 탓도 있다.

한 정당의 지지율이 과반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특이한 현상이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20% 대의 전후반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여주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과반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궁금한 점은 무엇이 이걸 가능케 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나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무조건 무능한 야당 탓이라는 언론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를 생각한다면 더욱더 신기한 일이다. 뭐 민주당이 실제로도 좀 무능하긴 하지..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과 안희정 지지율의 상승, 이 두 가지 현상은 서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확신하기는 힘들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당이 쪼개지기에 이르렀다. 물론 새누리당 입장에서야 일부 의원이 탈당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바른정당(아니, 당 이름이 도대체 이게 뭐야?)”의 규모를 봤을 때 그건 결코 “일부 의원”의 탈당 수준은 아니고 분당 개념의 분열이었다.

그리고 지난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 오던 야권의 대표 대권주자 문재인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상승 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아무도 부정 못할 큰 흐름으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문재인 대세로는 현실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은 30%대 그 이상을 돌파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이르렀고, 당의 지지율을 선도해야 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당 지지율보다 낮은 선에서 지루하게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을 뿐이다. 특정 여론조사 기관의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여러 곳의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관찰해 보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의 답보상태는 지난 한 달 아주 쉽게 관측이 가능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의 지지율 급상승 국면에서는 어떨까? 이재명 시장의 자극적인 소신발언 덕분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재인을 제외한 야권 후보들 중에 두각을 나타낸 시점에 문재인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 혹은 소폭 하강을 보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지지자는 대부분 문재인 지지자 그룹에서 이탈한 사람이거나 기존의 야권 내 반문재인 세력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 민주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민주당 외부 세력, 즉 기존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나 중도 무당파 세력을 이재명 후보가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벌 개혁을 강경하게 얘기하고 증세를 얘기하며 기본소득의 초기 형태를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대체로 좌파적 발언으로 이 사회에 수용되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중도 무당파나 보수 진영의 지지를 이재명 후보가 끌어오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비슷한 현상이 안희정 후보로 인해 발생했을 때, 즉 설 연휴 직전 안희정 후보가 즉문즉답 식의 소통 의지가 강한 대선 출정 이벤트를 열고 그게 설 연휴로 이어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하자 인과관계는 확신하기 힘들지만 동시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안희정 후보 본인의 지지율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다거나, 재벌 개혁에 있어 합리적인, 즉 소극적으로 보이는 주장을 전개하면서 우클릭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중도 무당파 진영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박근혜를 배출한 새누리당이나 그 잔존세력, 거기서 갈라져 나온 세력 따위를 지지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 후보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문재인이 안되니 민주당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중도 무당 파는 예상외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 계층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얘기는 “문재인은 종북”이라는 것이다.  (종북이라는 말로 먹고 사는 변모씨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이는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로 문재인에게 씌워진 종북의 이미지는 결코 벗겨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는 약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현 집권세력은 문재인에게 성공적으로 종북의 이미지를 씌웠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이루어진 박근혜의 당선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 안희정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는 정말 아닌 것 같고, 새누리당에게 다시 정권을 줄 수는 없지만 종북은 안된다며 문재인과 민주당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대거 안희정과 민주당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일상생활 속에서, 특히 노년층 까지는 아닌 중년층 일각에서 안희정은 젊고 참신한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오고, 민주당은 싫지만 안희정이라면 한 번 봐줄 수 있다는 의견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변화된 흐름이 설 연휴를 지나면서 증폭되어 여론조사 통계에 숫자로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는 그 현상의 두께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 이동은 여론조사 수치에 몇 %로 잡히게 될까? 아직 10% 단위도 못 넘는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과연 10%의 벽을 넘어 20%대로 치솟을 수 있을까? 민주당 지지율을 과반으로 만드는 그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까?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남는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이건, 정책의 우수함이건, 우클릭이건, 젊고 참신한 뉴 페이스 건 다 관계없고 단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과반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보다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으나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보편적으로 40% 중후반 대를 보여주고 있다. 과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별 탈 없이 대선후보를 배출하면 무조건 당선이 되는 법이다. 그만큼 “정당 지지율 과반”의 의미는 막중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답보상태에 빠져 있던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을 이렇게 끌어올린 공로는 누구에게 있는가?

대세론의 문재인인가, 아니면 뉴페이스 안희정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둘 모두의 공적인가?

그냥 박근혜 덕분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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