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st of Cruelty, 2016

코에이사에서 20여년 전 (정확히는 1989년) 출시한 삼국지2라는 게임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했었다면 좋겠다.

 

한참 좋아할 당시엔 적게는 서너 시간, 많게는 열 시간 이상 즐긴 플레이를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서, 잠들기 직전에 데이터를 세이브하고는 컴퓨터가 나 대신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을 이불 속에서 지켜본 적도 적지 않았다. 강성하게 키워 놓은 내 나라, 전투력 90이상의 많은 무장들과 사기와 훈련을 100으로 꽉 채운 내 수만의 정예 병력이 중원을 제패하는 일은 내가 아닌 컴퓨터가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모니터가 보이는 곳에 편 이부자리 속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기대를 져버린 이런 화면이 나오면 ‘에이…’라는 말을 넘기게 이불을 뒤집어 썼었다.

 

 

 

 

<천하 통일의 꿈은 물거품으로. >

 

(정확한 데이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컴퓨터에게 맡긴 통일의 역사는 대개의 경우 쓰이지 못하고 끝나는 게 부지기수였다. 서기 230년 근처에서는 다른 칼라의 나라끼리 서로 잘도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250년 이후엔 특별한 이벤트가 없이 자연사하는 인물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하고 서기 290년 정도가 되면 아예 게임 내에 새로운 무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1 general / 1 province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 흰색의 땅이 곰팡이 번지듯 화면을 채우다가는 온 땅이 끝내 채워지지 않은 여백으로만 남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 2에 저장된 인물 데이터는 고작 300여명이다보니 계속해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 컴퓨터 환경이 어디 지금처럼 데이터를 맘대로 쓸 수나 있었겠나. 에디터를 사용하면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 조금 더 늘어나기도 하고, 삼국지 2 이후에 버전에서는 등록된 무장 데이터가 점차 늘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 루프로 무장이 생성되지는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당신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당신의 무장을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게임 상의 연도가 250년이 넘어가면 이 그림, 숱하게 보게 된다. >

 

 

이제 설날까지 지나서 완전히 져버린 2016년은 나에게 앞서 말한 게임 상의 ‘서기 290년’ 같은 해였다. 현실에서 ‘전투력/ 지력 / 매력 모두 90 이상의 레전드 장수’같던 인물들이 이렇게 같은 해에 돌아가신 적이 있나 싶다. 연초에 데이비드 보위 선생이 돌아 가시고, 2월에 움베르토 에코 선생이 돌아가실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4월에 프린스, 6월에 무하마드 알리 선생이, 12월 말에 레나 공주님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이건 정리를 해 둬야 싶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여포나 관우가 가볍게 휘두른 창에 병사들의 목이 우루르 날아가듯, 2016년이라는 무서운 놈이 손을 한 번 뿌리니 저 많은 분들이 그냥 저 세상으로 홀홀 떠나가신 듯한 느낌이다. ‘Last Christmas’를 불렀던 조지 마이클 선생이 크리스마스에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는 정말 누가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2016년, 지금까지 인류에 많은 영향을 끼치셨을 거라 (적어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젠 삼국지2 게임의 290년 이후에 늘어나서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 ‘흰 땅’처럼, 그 빈자리를 도저히 다른 누가 채울 수 있을 거라 느껴지지 않는 분들의 부고 리스트, 그 잔인함의 리스트를 지금부터 적어보겠다. (이 글의 제목인 ‘잔인함의 리스트’는 움베르토 에코 선생의 저작 ‘궁극의 리스트’에서 따왔다.) 주변에서 ‘오스카를 타지 못했던 디카프리오’나 ‘염소 저주에 걸렸던 시카고 컵스’ 등도 본 리스트에 넣어야 한다고 했으나, 그냥 잠시 웃고 넘겼다. 어디 이 분들의 죽음에 장난을 끼워 넣을 수 있겠는가.

리스트는 돌아가신 날짜 기준으로 정리되었다. 각 인물마다 촌평을 남기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괜히 고인에 누만 될 것 같아 신문에 실린 부고 기사 링크로 대신 했다. 혹시 고인의 이름이 낯설어 뉘신 지 모르시겠으면 링크 한 번 눌러 보시길.

 

 

  • 2016.1.10

David Bowie (1947년 1월 8일 ~ 2016년 1월 10일)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6/jan/11/obituary-david-bowie

 

  • 2016.1.14

Alan Rickman (1946년 2월 21일 ~ 2016년 1월 14일)

https://www.nytimes.com/2016/01/15/obituaries/alan-rickman-dies-at-69.html?_r=0

 

  • 2016.1.16

신영복 (1941년 8월 23일 ~ 2016년 1월 15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1/15/0200000000AKR20160115198400005.HTML

 

  • 2016.2.19

Umberto Eco (1932년 1월 5일 ~ 2016년 2월 19일)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6/feb/20/umberto-eco-obituary

Harper Lee (1926년 4월 28일 ~ 2016년 2월 19일)

https://www.washingtonpost.com/entertainment/books/harper-lee-elusive-author-of-to-kill-a-mockingbird-is-dead/2016/02/19/a1421368-d71e-11e5-be55-2cc3c1e4b76b_story.html?utm_term=.de4b72f89051

 

  • 2016.3.24

Hendrick Johannes Cruijff (Johan Cruyff) (1947년 4월 25일 ~ 2016년 3월 24일)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16/mar/24/johan-cruyff-obituary

 

  • 2016.4.21

Prince Rogers Nelson (1958년 6월 7일 ~ 2016년 4월 21일)

http://www.telegraph.co.uk/obituaries/2016/04/21/prince–obituary/

 

  • 2016.6.3

Muhammad Ali (1942년 1월 17일 ~ 2016년 6월 3일)

http://www.nbcnews.com/news/sports/muhammad-ali-greatest-all-time-dead-74-n584776

 

  • 2016.6.27

Alvin Toffler (1928년 10월 4일 ~ 2016년 6월 27일)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6/jul/03/alvin-toffler-obituary

 

  • 2016.8.29

Gene Wilder (1933년 6월 11일 ~ 2016년 8월 29일)

http://www.telegraph.co.uk/obituaries/2016/08/29/gene-wilder-actor–obituary/

 

  • 2016.9.25

Arnold Palmer (1933년 6월 11일 ~ 2016년 9월 25일)

http://www.usatoday.com/story/sports/golf/2016/09/25/arnold-palmer-obituary/1881465/

 

  • 2016.10.13

Dario Fo (1926년 3월 4일 ~ 2016년 10월 13일)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16/oct/13/dario-fo-obituary

 

  • 2016.11.7

Leonard Norman Cohen (1934년 9월 21일 ~  2016년 11월 7일)

http://www.esquire.com/entertainment/music/a50586/leonard-cohen-death-tribute/

 

  • 2016.11.25

Fidel Alejandro Castro Ruz (1926년 8월 13일 ~  2016년 11월 25일)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6/nov/26/fidel-castro-obituary

 

  • 2016.12.15

Craig Sager (1951년 6월 29일 ~ 2016년 12월 15일)

https://www.nytimes.com/2016/12/15/sports/basketball/craig-sager-dead-sportscaster.html

Vera Rubin (1928년 7월 23일 ~ 2016년 12월 25일)

https://www.nytimes.com/2016/12/27/science/vera-rubin-astronomist-who-made-the-case-for-dark-matter-dies-at-88.html

 

  • 2016.12.25

George Michael (1963년 6월 25일 ~ 2016년 12월 25일)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6/dec/26/george-michael-obituary-wham-pop-star

 

  • 2016.12.27

Carrie Fisher (1956년 10월 21일 ~ 2016년 12월 27일)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16/dec/27/carrie-fisher-obituary-star-wars-actor-writer

 

 

물론 사람의 일은 인풋된 데이터만을 드러내는 게임과는 다르고, 이미 떠나간 이들의 빈자리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말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허무함을 지울 수 있겠는가.  게임이나마 삼국지로 시작한 이 글은 삼국지 연의의 마지막 문장으로 맺을까 한다.

 

紛紛世事無窮盡,天數茫茫不可逃。
鼎足三分已成夢,後人憑弔空牢騷

분분히 나눠진 세상일은 다할 데 없고, 하늘의 운명은 망망하여 거스를 수 없으니.

솥다리처럼 세 갈래로 나눠졌던 것도 이미 꿈이지만, 후세 사람들은 슬픔에 기대어 공연히 불평하네.

 

 

슬픔에 기대어 공연히 불평하는 마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가졌으면 좋겠다.

다들 영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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