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원동력

파시즘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나치도 파시즘 집단이었고, 이탈리아 무솔리니도 파시스트였고, 제국주의 일본도 파시즘 국가였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다.

파시즘은 사회를 단일 가치체계로 획일화시키고 모든 사람의 맹종을 요구하는 독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파시즘이 흥할수록 사회는 맹목적이 되고 잘못된 지도자의 판단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만 아무도 그걸 말리지 못하는 공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그래서 우리는 파시즘을 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파시즘이 현실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게 되는 원동력은 뭘까?

폭력성? 잔인함? 독재? 무지? 세뇌? 증오?

이런 무서운 개념들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결과로 나타나는 것들이지 파시즘의 최초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뜻밖에도 그 시작을 가져오는 원동력은 매우 긍정적인 개념들이다.

단결, 타인과의 협조, 충성, 일체감, 절대적인 신뢰, 일관성 이런 것들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덕목들 뿐이다. 우리가 약한 집단이라면 뭉쳐야 된다. 단결해서 힘을 합쳐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동료들과 협조를 잘 해야 된다. 그리고 국가체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로열티, 충성은 훌륭한 시민의 덕목이다. 결정된 사항에 반문하지 말아야 하며 비판을 위한 비판은 소모적이고 노력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는 불필요한 잡음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단결하고 협조하며 충성심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모두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고 단일 목표를 향해 가장 효율적으로 달려갈 수 있으며 우리의 행동에 일관성이 생기게 되며, 우리는 서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이게 바로 총화단결(박정희 시대에 가장 널리 퍼졌던 정부의 표어)의 기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들어 주시는 저 위의 숭고한 저분께 우리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침으로써 우리의 충성심을 보여드리고…

이렇게 그 시작과는 달리 슬슬 오염이 되기 시작한다.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오염에 함께 젖어들게 된다.

충성은 맹종으로, 절대적인 신뢰는 무비판적인 옹호로, 일관성은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없는 맹목적인 태도로, 타인과의 협조는 무비판적인 군중심리로, 단결은 소수자에 대한 증오로 변질되게 된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진다.

이렇게 바뀌는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다. 사실 그 경계선은 아무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흐리고 가늘기만 하다.

파시즘은 어디 멀리에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가상의 절대악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여차 실수하면 언제나 우리 공동체 안에서 발현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들의 동물적 특성일 뿐이다. 군집생활을 하는 늑대 같은 무리에서 이런 행동방식은 언제나 발견된다. 유인원도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파시즘은 야만이다. 문명화된 태도와 합리적인 판단력, 모든 일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회의적인 지성으로만 막을 수 있는 인간 본성에 가까운 야만적 행태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막상 파시즘적 분위기에 접어들면 본능이 충족되는 느낌이 든다. 매우 흥분되고 행복하며 뭔가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거대한 무언가의 일부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에 자존감이 확대되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홀로 서기를 시작한 지성이 느끼게 되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고, 고민과 갈등, 불안감과 허무함 등을 덮어 버릴 수 있다. 비록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고 단지 뭔가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 것뿐이지만 말이다. 한 마디로 군중심리에 도취하여 마치 마약을 섭취한 직후처럼 황홀감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 파시즘이기도 하다.

각 진영의 대선 후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유권자 대중들의 발언과 행동에서 파시즘적 징후, 본능적이고 야만적인 양태가 언뜻언뜻 엿보이고 있다. 이런 증상은 특정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손톱만큼의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태도, 우리 후보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후보라는 강변, 지지자들끼리의 강고한 연대,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유아적 편 가르기, 지식수준을 가리지 않고 모두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합리적 궤변들..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백색테러를 예고하고 난동을 부리는, 말 그대로 파시즘적 행태를 보이는 일련의 그룹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동이 점점 더 그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외면한 채로 말이다.

비록 선거 때가 되면 이상하게 달아오르는 특별한 열광적인 분위기로 인해 잠시 이성의 끈을 놓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이성의 끈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잊지 말고 정치를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이는 진정한 정치 덕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자들은 정치를 관전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파시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모든 정치 덕후는 이를 막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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