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인터뷰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JTBC 손석희 사장이 인터뷰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중의 한 부분이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왔기에 그 소감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인터뷰는 그리 길지 않게 진행이 되었고, 말미에 이런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 :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선 가능성과는 아주 현실적으로 보면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출마하시는 이유는 뭐라고 여쭐까요?

이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답변은 공격적이었다.

심 : 왜 그렇게 단정하십니까?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광속으로 손석희 사장의 답변이 나왔다.

손 : 죄송합니다.

심상정 의원의 말은 이어졌다.

심 : 아직 선거일정도 확정 안됐는데 선거 다 끝난 것처럼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섭하구요,

그러자 손석희 사장은 좀 더 확실하게 질문을 철회한다.

손 : 질문 취소하겠습니다.

그 취소를 웃음으로 받아준 심상정 후보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심 : 물론 6석의 작은 정당으로 단독 집권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주정치하에서의 선거는 당선자를 확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죠.

어떻게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과 답변, 멋진 그림이었다.

우리는 너무 긴 시간 동안 1등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단순하고 저열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과 고통과 헌신을 보지 못하는 아둔함을 저질러 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절대 당선 가능성이 없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그녀는 천지가 개벽해도 당선이 안된다. 그게 현실이다.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렇게 당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왜 대선에 출마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나왔을까? 당선도 안될 것을.. 그냥 걔들은 원래 그런 거야.

여기서 사고는 멈춘다. 손석희는 이런 사람들의 질문을 대신해 준 것뿐이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무례하다. 한 사람의 의도와 행동을 비웃는 뉘앙스가 담길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흙을 한 지게씩 날라서 산을 옮기겠다고 나서는 우공을 비웃는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 질문이 무례한 질문이라는 것을 아는 손석희는 그 질문에 대해 심상정이 무슨 답변을 하건 사과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과할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최고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과할 것을 각오하고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런 질문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해서는 안될 무례한 질문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문을 대신 나서 물어봐주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사과를 한다.

거기에 아직 선거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결과를 단정하냐는 항변, 섭섭하다는 항의가 들어오자 질문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섭섭한 게 맞다. 비록 선거일정이 확정되건 말건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례하지 않냐는 항변에 “섭섭”이라는 어휘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모든 시청자들에게 당신들의 의문이 어떤 사람에게는 이렇게 무례한 것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심상정의 해설이 이어진다. 사실 이 인터뷰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당선 가능성도 없는데 왜 자꾸 나오냐는 질문에 대한 심상정의 답변은 민주주의 하에서의 선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가를 아주 정확하고 간명하게 보여주는 멋진 연설이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뒤섞이면서 큰 방향이 결정된다. 그래서 당선자는 결국 그 선거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모든 이해와 욕구의 총합이 된다.

즉 선거의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밝힌 모든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큰 방향으로 모아내고 그걸 수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게 민주 공화국이 선거를 치르면서 일을 해 나가는 제대로 된 방식이다. 당선자는 당선되었다고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낙선자들과 그 낙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며, 낙선자는 낙선했다고 무관심하게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당선자에게 설득하고,  그 요구들이 관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 왜 출마하는가? 출마하는 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의견 개진의 일환이며, 여기에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회적 설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심상정은 왜 출마했는가?

헌정사상 최초로 친노동 개혁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한다. 그것은 심상정이 당선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상정과 정의당과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뜻은 당선자가 누가 되었건 받아 안아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그 본질은 스스로 자주 깨우쳐 줘야 한다. 민주주의는 머리수가 힘이고 다수결이 장땡인 제도가 아니다. 왕과 귀족이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들만의 이해관계에 맞춰 국가를 운영하던 원시적인 제도에서 벗어나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의 이해관계, 소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모두 담아내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약자 보호의 원칙”이 대두되는 문명화된 정치제도라는 것이 본질 아니었던가.

선거는 그런 민주주의의 본질이 구현될 때에만 민주적으로 가동된다. 그저 승자 독식으로 이해한다면, 그건 파시즘이 될 뿐이다.

멋진 인터뷰를 보여준 손석희 사장님과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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