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돈으로, 우리의 선거를

우리의 돈으로, 우리의 선거를

우리의 돈으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제도다.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직접 그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 민주주의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치면, 이만한 행사가 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는 곧 공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공정성이 훼손된 선거에서는, 본질적으로 공정한 정부가 탄생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은 꼭 불법적인 선거운동이나 투-개표 과정에서의 부정, 권력의 선거 개입과 같은 거대한 사건으로만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선거운동에 쓸 돈이 없어서 출마를 포기할 때, 선거운동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다시 재기하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입을 때, 선거운동에 들어간 돈을 보전받기 위해 당선이 된 후 부정을 저지를 때. 역시 선거의 공정성은 훼손된다.

그래서 국가는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규제하고, 투-개표 부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제도를 만들고, 권력의 선거 개입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드는 동시에, “돈이 없어서 선거를 포기하는 일”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당선이 되거나, 15% 이상의 득표를 얻으면 선거운동에 들어간 돈과 기탁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10~15%의 득표를 한 경우, 이 돈의 절반을 돌려받는다.

물론 누군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써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거나, 15% 득표를 노리지 못하는 다른 후보자를 ‘물량’으로 압도하려 할 때도 선거의 공정성은 훼손된다. 따라서 정부는 각 선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의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509억 4천만 원의 한도가 설정된 바 있다.

후보자들은 509억 4천만 원 안쪽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했을 것이고,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의 합법적인 선거비용은 선관위에서 보전해준다는 의미다. 선관위가 엄청난 양의 금괴를 지하 창고 쯤에 가지고 있는 기관도 아니고, 돈을 찍어내서 뿌릴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선거비용은 당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

이번 선거의 경우, 문재인 후보, 홍준표 후보, 안철수 후보가 15% 이상의 득표를 했다. 이들의 선거운동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국민에게 ‘공정한 선거’를 만들어갈 권리 혹은 의무가 있다면, 이 선거가 어떤 돈으로 어떻게 치뤄졌는지도 감시해야 할 권리 혹은 의무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치뤄진 선거운동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세히 알아보자.

 

 

 

얼마나 썼는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한 후보자는 당선의 영예를 안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였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비용 한도 509억 4천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500억 정도의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지출했던 비용은 485억 정도였다. 20억 정도를 더 사용한 것이다. 15% 이상 득표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은 돈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20억 원의 선거비용을 사용했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480억 정도를 사용했었는데, 많이 줄어든 수치다. 초기에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며 15% 이상 득표가 어려워 보이자 선거비용을 많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 결집으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5%를 무난히 넘기자 어느 정도 안심하고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위 득표였지만 2위 득표자인 홍준표 후보에 비해 더 많은 선거비용을 사용했다. 460억 원 정도의 선거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반부터 15% 이상 득표가 확실했고, 한때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뛰어올랐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비용보전은 받지 못하지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총 50억 정도의 선거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0% 지지율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도 1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선거비용을 아끼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총 42억의 선거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후보 역시 10%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6.2%에 그쳤기 때문에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한다.

 

 

 

어떻게 마련했는가

그렇다면 후보자들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는 후보라고 해도, 선거비용 보전은 최대 올 7월 18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지만, 모든 돈을 대출로 충당할 수는 없다. 자칫 잘못했다가 15% 미만의 지지를 받는다면 갚을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우선 후보자들은 선거비용 한도의 최대 5%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이번 선거로 따지면 25억원 정도다. 정당의 최종 후보자로 확정된 뒤에는 5%를 더 모금해 최대 10%를 모금할 수 있다. 50억 정도를, 국민들의 대가 없는 후원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선거 펀드’ 활용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과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던 유시민 후보의 ‘유시민 펀드’에서 시작된 이 아이템은, 선거비용 보전이 비교적 확실한 후보들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의 돈을 모금하고, 이렇게 모금된 돈을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 소정의 이자와 함께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박근혜 약속펀드’로 250억 원을 모았고,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 펀드’로 300억 원을 모으기도 했다. 선거운동 비용의 상당 부분을 펀드로 충당하는 것이다.

정당 보조금도 대단히 중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정당에게 의석수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당이 정치자금 조달 때문에 외부 세력에게 흔들리는 일을 막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다.

정당 보조금은 매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경상 보조금’과 보궐선거를 제외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지급하는 ‘선거 보조금’이 있다. 제도의 허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보조금은 사실 선거운동 외의 목적에 사용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경상보조금의 경우엔 선거운동에 사용할 수 없고, 비용의 20% 이상을 정책개발에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선거 보조금에는 그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후보들도 정당이 의석을 가지고 있다면 선거 보조금을 받고 반환하지 않아도 되며,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후보들은 선거비용을 어차피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환의무가 없는 선거보조금은 정당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수입’에 불과하다. 선거 이후 정당 운영 자금 등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중도 사퇴하며 ‘선거 보조금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퇴한 후보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지만, 선거 보조금은 반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보조금을 ‘먹튀’했다는 통합진보당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54억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해서 보조금 27억을 제외한 나머지 27억을 자비로 충당했어야 한다는 점과, 이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은 선거 기간동은 480억을 지출하고 비용을 보전받은 뒤 선거 보조금을 추가로 177억원을 받아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의혹 제기는 코미디에 불과하다.

아무튼, 결국 각 주자들은 선거운동 비용을 이렇게 마련한다. 당이나 후보 개인이 가지고 있던 재산과 대출, 이외에는 후원금, 선거 펀드, 정당 보조금이 전부다.

 

실제 후보들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용한 500억 원 중 대부분을 ‘문재인 펀드’로 충당했다. 총 330억 원 정도를 문재인 펀드로 모았다. 여기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고지원금 123억 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다. 펀드와 대출은 이자와 함께 갚으면 되고, 말했듯 국고지원금은 반환의무가 없으므로 남은 돈은 정당 운영 비용 등으로 들어간다.

홍준표 후보는 많은 금액의 후원을 받지 못했고, 펀드 모집도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국고지원금으로 119억 원을 받았다. 이외의 자금은 자유한국당 시도당사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15% 미만의 득표를 했다면 자유한국당이 시도당사를 대부분 잃고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었다. 이외에는 당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재산을 활용하기도 했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를 한 자유한국당은 이제 대출을 갚고 당사를 지킬 수 있게 되었으며, 나머지 돈은 당이 사용하게 된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우선 국민의당은 국고지원금 86억 원을 받았으며, 금융권에서 100억 원 정도를 대출받았다. 특이한 점은, 당이 후보에게 대출을 받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후보 개인에게 80억 원 정도의 돈을 대출받아 선거운동 자금을 충당했다. 안 후보 개인의 재산이 선거운동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선거보조금만으로 충당할 수 있는 ‘절약형’ 선거운동을 치뤘다. 유 후보가 사용한 선거비용은 50억 정도지만, 탈당 사태가 일어나기 전 33석의 바른정당이 받은 국고 보조금은 63억 원이었다. 의석수가 줄었다고 보조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 비용보전을 받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돈을 남기는 선거를 치른 것이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 정의당이 원내 6석의 작은 정당이므로 보조금을 많이 받지는 못한다. 28억 원의 국고보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특별당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금융권 대출 3억 원 가량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법적으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자정까지 심 후보의 후원계좌에는 5000여 명이 보낸 총 2억 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정의당으로서는 1억 원의 빚을 남겼지만, 그보다 값진 것을 얻은 셈이다.

조원진 후보의 경우 본인이 새누리당의 유일한 의원으로 원내정당이기 때문에 국고 보조금을 받는다. 약 3천 2백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후보들은 원외정당 소속이거나 무소속 후보이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어디에 썼는가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에 쓰게 될까. 당장 생각만 해봐도 쓸 돈은 많다. 광고도 제작해야 하고, 로고송도 만들어야 한다. 포스터도 제작해야 하고, 현수막도 만들어야 한다. 광고는 만들고 나면 끝나는 게 아니다. 방송사와 계약해 TV에 방영해야 한다. 포스터는 선관위에서 부착해 준다지만, 현수막은 부착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방송차도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캠프 안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중책을 맡은 인사들에게 줄 임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임금 뿐이 아니다. 선거운동에 쓰일 외투나 어깨띠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대선 기간 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닐 후보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름값도 있다. TV연설도 광고와 마찬가지로 방송사와 계약해 돈을 주고 방영해야 한다. 선거 공보물도 직접 제작해야 한다.

들어갈 돈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선거 연락소’의 마련이다. 말하자면 각 지역에 위치한 후보 캠프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거운동을 하려면 당연히 사무실이 필요하다. 법적으로 선거연락소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각 시군구별로 하나씩을 둘 수 있다. 322곳이다. 그리고 시도별로, 시도를 총괄하는 선거연락소 하나씩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17곳이다. 모두 합해 각 후보 캠프는 339개의 선거연락소를 차릴 수 있다.

물론 선거연락소 설치 자체에 큰 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정당은 기존에 존재하던 지구당사나 지역위원회,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선거연락소로 등록해 활용한다. 물론 선거때 들어와서 신설되는 선거연락소도 있지만, 그럴 역량이 있는 거대정당은 이미 지역위원회나 당협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위원회나 당협위원회를 운영하지 못하는 정당은 선거 때라고 새로 선거연락소를 차릴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물론, 사무실의 유무가 선거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냥 거리를 지나가면서는 선거연락소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다. 과연 선거연락소 등 후보의 사무실에 찾아가 본 뒤에 선출할 후보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선거연락소의 설치 유무가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한 정당이 활용할 수 있는 선거 운동원의 숫자는 선거연락소의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복잡한 규정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각 시군구에 설치된 선거연락소에서는 해당 시군구에 있는 읍면동의 숫자만큼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악구에는 21개의 동이 있으므로, 관악구 선거연락소에서 고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원은 21명이다.

시도에 설치된 선거연락소에서는 해당 시도에 있는 구시군의 숫자만큼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다만 하나의 구시군이 국회의원 선거구 둘 이상으로 나뉠 정도로 큰 경우에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숫자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를 총괄하는 선거연락소에는 8개의 시와 7개의 군이 있기 때문에 총 15명의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지만, 천안시가 3개의 선거구를 가지고 있으므로 3개로 계산하고, 아산시는 2개의 선거구를 가지고 있으므로 2개로 계산해야 한다. 따라서 충청남도 선거연락소에는 총 18명의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이외에는 중앙에 설치되는 ‘선거사무소’에서 시도의 6배, 현재로는 102명의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이렇게 계산했을 때, 각 정당이 전국에 둘 수 있는 선거 운동원의 숫자는 총 3931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339개의 선거연락소를 모두 두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선거연락소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다면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선거연락소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선거운동원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이 없어서 선거운동을 치르지 못하는데, 거기에 선거연락소가 없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원의 숫자까지 제한받는 것이다. 가난이 가난을 낳는 선거다.

뿐만 아니다. 건물에 거는 대형 현수막은 법적으로 선거연락소가 위치해 있는 건물에만 달 수 있다. 선거연락소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현수막도 달기 어려운 것이다. 유세 차량도 선거연락소 하나당 한 개만 가질 수 있다. 선거연락소가 없다면 유세차도 없다.

지방에서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요소는 또 있다. 국회의원 수와 지방의원 수가 그렇다. 3931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선거운동원 외에, 각 정당은 추가로 선거운동원을 등록할 수 있다. 국회의원, 국회의원 보좌진, 원래부터 정당에서 일하고 있던 유급 당직자, 지역의회 의원은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어도 숫자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 당직자와 의원직 상실의 경우를 제외하고 계산해 보자. 국회의원은 총 300명이다. 이들은 각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모두 2700명이다.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원수는 모두 합해 789명이다.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수는 모두 2898명이다. 모두 6687명이다. 물론 거대 양당의 양분 체제다. 양당은 법적으로 제한된 선거운동원과 거의 비슷한 숫자의 선거운동원을 추가로 얻게 되는 셈이다. 이 사람들은 단순히 선거운동원을 넘어서 실권을 가진 정치인이므로, 선거운동에서 건의받은 정책을 바로 입안에 ‘피부에 닿는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다시, 가난이 가난을 낳는 선거다.

아무튼 이런 기준으로 각 후보들은 선거운동 비용을 지출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00억 원 정도 사용한 금액의 40% 정도를 미디어 홍보비로 사용했다. TV광고와 연설, 신문 광고, 인터넷 광고 등에 200억 원 정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평균적인 수준이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미디어 부분이다.

대선 방송 연설은 회당 최고 4억 4천만 원까지 들어가는 ‘비싼 연설’이다. 대선 주자들이 광고 시간이 가장 비싼 ‘프라임 타임’을 노린다는 점과, 시간이 길다는 점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시청률이 낮은 시간에도 법적으로 정해진 방송 연설의 최대 시간인 20분을 채우면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라디오 방송 연설도 최소 500만 원 선에서, 최대 3600만 원 선까지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연설은 후보 본인이 TV와 라디오에서 각각 11번씩 할 수 있고, 후보 외의 다른 사람의 찬조 연설도 TV와 라디오에서 각각 11번씩 할 수 있다. 총 44번이다. 문재인 후보는 44번을 전부 채워서 방송했다.

TV 광고도 중요하다. 시간이 짧은 만큼 회당 1천~3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최대 30번 방영할 수 있는데, 문재인 후보는 역시 TV광고도 30회 전부 방송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333개의 선거연락소를 설치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나머지 6개 연락소를 추가로 설치해 339개 선거연락소를 모두 채운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원 역시 3931명을 꽉 채워 모두 고용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세 차량도 300여 대로 대부분 채워 사용했다.

선거운동원 인건비도 만만치 않고, 유세차도 1대에 2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홍보물은 개당 단가는 작지만 전체로 따지면 꽤나 큰 금액이다. 문재인 캠프는 유세차 운영에 100억 원정도를 지출했으며, 홍보물 제작과 배포에도 100억 원 정도를 사용했다. 나머지 금액은 선거운동원 임금 등에 사용됐다. 선거운동원은 1인당 하루 7만원씩 임금을 받는다. 22일의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하면 족히 수십 억을 호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120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 의원수와, 이들이 고용할 수 있는 보좌진의 숫자까지 합하면 모두 1200명이다. 광역의회에서는 291석을, 기초의회에서는 1162석을 가지고 있다. 총 2653명이다. 이들이 모두 선거운동에만 총력을 다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수의 선거운동원을 확보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전체 420억 원 가운데 홍보 비용으로 180억 정도를 사용했다. 이중 TV나 인터넷, 신문 광고 등에 투입한 돈이 150억 정도고, 나머지 30억은 홍보 문자나 홍보 전화에 사용했다. ‘비싼 연설’인 방송 연설은 모두 11번밖에 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4분의 1 수준이다.

자유한국당은 전국에 332개의 선거연락소를 설치했다. 거의 대부분 빼놓지 않고 설치된 것이다. 선거사무원 등 고용을 위해서 80억 원을 사용했고, 유세차 운영 비용도 70억 원에 달한다. 홍보물 제작과 배포에도 40억 원 정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의원의 입당 전부터 94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었다. 보좌진을 포함하면 940명이다. 국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입지가 줄어들었지만, 지방의회에서의 아성은 여전하다. 자유한국당은 382석의 광역의회 의석과 1411석의 지방의회 의석을 가지고 있다.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보다 많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모두 합하면 2733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60억 원을 지출했고, 역시 대부분은 홍보비로 사용했다.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후보는 44회의 방송 연설을 모두 사용했다. 여기에만 100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 안 후보는 TV광고도 최대치인 30회를 채웠다. TV 광고나 인터넷 광고, 신문 광고 등에는 86억 원이 들어갔다. 홍

보물 제작에는 39억 원 정도가 따로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334개의 선거연락소를 설치했다고 알려졌으나, 역시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5개를 채워 339개를 전부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도 선거운동 3931명을 모두 고용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역사가 오래된 정당이고, 따라서 지역위원회나 당협위원회 조직이 잘 꾸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갓 창당 1년을 넘긴 국민의당이 지역 조직을 이렇게 촘촘히 꾸린 것은 놀라운 수치다. 국민의당은 유세차도 300여 대로 대부분 사용했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돈도 많이 들어갔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유세차 운영비로 89억 원을 사용했으며, 선거운동원 임금도 73억 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추가되는 선거운동원에서 국민의당의 위력은 약하다. 국민의당은 40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 보좌진을 포함해도 400명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때 존재하지 않았던 국민의당은, 광역의회 의석을 65석 가지고 있다. 적은 수치다. 다 합해야 465명이다. 기초의회 의석도 몇십 명 수준에 그친다.

지역에서 위력이 약하다. 전국 3위를 차지한 안 후보가, 단 하나의 시도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배경을 이런 상황과 연결시킨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호남에서 돌풍을 기대했던 안철수 후보가 받아든 실망스러운 성적표와, 호남의 지역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363석, 국민의당이 197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교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0억 정도를 사용했는데, 말했듯이 국고 보조금을 63억원을 받았으니 빚을 진 상황은 아니다. 처음부터 63억 원 안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사용할 수 있던 돈이 적었던 만큼, 유승민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방법도 적었다. 유승민 후보는 방송 연설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소 후보’로 취급되던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는 방송 연설을 10차례한 것과 비교된다.

모두 30회 방영할 수 있는 TV광고도 유승민 후보는 24회만 사용했다. 선거연락소는 194개밖에 세우지 못했다. 3분의 1 정도의 지역에는 선거연락소 자체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광주와 울산에는 광역 선거연락소 한 개만을 설치했고, 시군구별 선거연락소는 하나도 없다. 선거연락소를 세우지 못했으니 선거운동원도, 유세차량도, 건물에 거는 대형 현수막도 없다.

결국 유승민 후보는 유세차를 16대만 동원했다. 시도별로 1개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선거운동원도 450명 수준이다. 대신 비용이 적게 드는 자전거 형태의 유세차를 만들어 운용했다. 다른 후보자의 8분의 1 수준이다. 손발이 묶인 채로 선거를 치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후보들이 16면을 모두 채워 만든 책자형 선거공보도 유 후보의 것은 8면에 불과했다.

바른정당의 의석은 모두 33석이었다. 그마저도 선거 과정에서 13명이 탈당했으니 실질적으로 20명에 불과하다. 보좌진을 포함해도 200명이다. 바른정당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소속되어 있어, 신생 정당답지 않게 2개의 광역자치단체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한다.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광역의회 의원은 40명이다. 의원수와 합하면 240명이다. 기초의회 의석도 몇십 석 수준이다. 다른 정당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2억 원의 선거비용을 사용했다. 역시 절약형 선거운동이었다.

심상정 후보 역시 유승민 후보와 마찬가지로 방송 연설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모두 30회 방영할 수 있는 TV광고는 15회로 절반만을 사용했다. 정의당의 선거 연락소는 262개였다. 바른정당에 비해 신생 정당이 아닌 덕에 그나마 괜찮은 수준의 선거 연락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70여 개의 지역에는 선거연락소를 세우지 못했다. 역시 이 지역에는 선거운동원도, 유세차량도, 대형 현수막도 없다.

심상정 후보가 동원한 유세차는 모두 17대. 시도별로 딱 한 개씩만 동원했다. 선거운동원도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50명에서 100명 수준으로, 채 세 자리 수도 안 되는 선거운동원을 고용해 선거를 치뤘다. 책자형 선거공보 역시 유 후보와 마찬가지로 8면으로 제작했다. 유 후보와 심 후보 모두 전단형 선거공보는 제작하지도 못했다.

정의당의 의석은 모두 6석이다. 보좌진을 포함해도 60명이다. 기초의회는 명함을 내밀기 민망할 정도다. 정의당이 가진 광역자치의회 의석수는 1석이다. 기초자치의원도 16명에 불과하다. 모두 76명에 불과하다. 임금을 주고 고용한, 숫자가 제한된 선거운동원까지 합해도 200명을 넘지 못한다.

 

 

우리의 선거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돈’이다.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의 선거운동 비용은 모두 국가에서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 선관위는 거기에 정당별로 선거보조금까지 지급한다. 문재인 후보, 홍준표 후보,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한 선거운동이 됐다. 유승민 후보 역시 세금에서 나온 선거보조금으로만 선거를 치뤘으니, 마찬가지로 국민 세금으로만 진행한 선거운동이었다. 우리의 돈으로 치뤄진 선거였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 모든 돈이 헛되게 쓰인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민주주의 정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 돈이 들어가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선거공영제 덕분에 가난한 후보들도 수백 억 단위의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지배하는 선거라고도 말하지 않으려 한다.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사용한 안철수 후보는 3위에 그쳤다. 지난 대선에서도, 더 많은 돈을 사용한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공정한 선거’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선거연락소를 차리지 못한 후보자는 방송차도, 선거운동원도 동원할 수 없는 제도적 상황. 입지가 좁은 정당은 입지가 좁다는 이유로 더 좁은 선거운동을 강요받는 현실.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무작정 모든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제공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작은 정당의 가치가, 그 가치의 폐쇄성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훼손되는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다.

언급한 대로, 공정한 선거는 그저 개표부정이나 관권선거 같은 일을 막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수당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하는 것. 그와 동시에 가치 없는 목소리로 인한 낭비가 벌어지지 않는 선거공영제의 기준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공정한 선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지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돈으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우리의 선거니까 말이다.

 

 

 

 

# 이 글의 참고 자료와 사진의 출처는 widerstand365.tistory.com/975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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