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진 투 더 칸’ 단행본 발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책이 나왔다. 딴지일보에서 필독님이 연재했던 <테무진 투 더 칸>이다. 다들 알고있는 테무진이라는 사람이 칭기즈칸이 되는 이야기이다.

 

딴지일보에 연재될때부터 정말 재밌게 봤었고, 참 많이도 울고 웃으면서 봤었던 글이다. 책으로 사서도 앉은 자리에서 한권을 끝까지 봤고.

 

아무리 작가들이 머리를 쥐어뜯어도 픽션이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는 일은 무수히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니 그 대단하다는 <하우스 오브 카드>도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지고, 수없이 쏟아져나온 정치 소재 영화들은 더 밋밋하게 느껴지지 않나. 테무진의 이야기도 각본으로 쓴다고 하면 100% 퇴짜맞을 이야기다. 이 책은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진짜 이런 일이 가능하긴 했을까 의심이 갈 만큼 다이나믹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SF로 분류하고 싶다. 과학 소설이 아니라, Social Fantasy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어울리고 싸우면서 생기는 온갖 일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초현실적이다. 그리 많지도 않은 친구나 지인까지 내팽개치고, 나 자신까지 방치하고 있는 나의 현재 상황에서 이런 책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용과 마법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테무진은 말타고 활 잘 쏘는 기마민족의 웅장함이나 야만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좀 미련하다. 시대에 잘 영합하거나,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칭기즈칸을 정복왕으로 보는 서구권의 묘사와, 그걸 고스란히 받아들인 한국인의 고정관념과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미련함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그게 거대한 물결이 되어서 돌아왔다. 이게 판타지가 아니면 뭐가 판타지일까. 나는 지금도 발주나의 맹약 장면을 생각하면 자주 울컥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심지어 제목에 테무진이 칸이 된다고 써놨음에도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가 정말 매력적으로 역사를 재구성해서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확실한 건 하나 장담할 수 있다. 애초에 역덕인 사람들은 제쳐두고, 역사물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람 이름이랑 지명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걱정은 제쳐두고 볼 수 있다. 이게 필자의 필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미드에서 자주 보이는‘previously~’를 자주 실행해주기 때문에 글이 정말 매끄럽게 잘 읽힌다.

 

야구를 두고 타임아웃이 없어서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말했던가. 영화나 연극과는 달리 글은 내 호흡, 내 흐름에 맞춰서 읽을 수 있다. 그 매력이 가장 넘쳐나는 글을 책으로 접해보시라. 그리고 ‘당장 다음편을 내놓으라’고 작가를 협박하는 모임에 당신도 동참해줬으면 한다.

 

(…역시, 너무 좋아하면 제대로 설명을 하기가 힘들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