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투데이 20170712

(* 제목은 그냥 낫 투데이로 붙여 봤습니다. 투병일기, 환자일기 이런 건 좀 식상하잖아요. 그리고 저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하고.. *)

오늘은 입원 전 각종 검사를 위해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채혈검사에 소변검사는 기본이고 기타 등등 각종 검사에 또 두경부(머리와 목부분?) CT까지 찍었죠.

사실 병원이라는 곳이 막상 치료건 진료건 검사건 뭔가를 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사람 진이 빠지게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제가 느끼는 바로는 일이십 년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건물 안에 온갖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다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환자를 치료한다는 목적 하나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기도 하죠.

거기에다 얼핏 보기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그 다양한 검사들이 사실은 몇십만 분의 일, 몇백만 분의 일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차마 귀찮다고 피할 수는 없는 일 같습니다. 최근에는 겨우 CT 촬영 때 혈관에 주사하는 조영제 때문에 죽은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니까요. 무서운 일이죠. 특히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아야 할 제 입장에서는 그 아주 작은 확률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의학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제가 무슨 의학에 대해 좁쌀만큼이라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단일한 기술이나 학문이 아니라 각 분야별로 서로 협조하고 감시하면서 정보를 누적하고 만들어가는, 과학적 방법론 하나만 공유하되 그 위에 쌓이는 온갖 실험적 정보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생적으로 (물론 수많은 의학자들의 헌신이 있었겠지만) 쌓여가는 “스스로 발전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동양철학이 아무리 심오하다 해도 서양과학의 이 집적 능력, 뭔가를 쌓아가서 후대에 반복해서 삽질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체제는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가끔가다 그 체제 자체를 속이려는 악당들의 시도가 있어 한바탕 소란이 빚어지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오른쪽 광대뼈 속에 있는 수술 부위에서는 종양이 또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그 부위에 약간 열도 있고 붓기도 있고 그렇습니다. 담당의를 만나고 왔는데 그분도 좀 빠른 거 같다고 걱정을 하시는군요.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항생제나 진통제 처방 정도.

진통제 얘기가 나와서 해 보자면 통증이 꽤 있습니다. 아파서 펄쩍 뛰고 비명을 지를 정도의 고통은 아니지만 무시해버리기는 힘든, 뭔가 하던 일은 중단해야 할 정도의 통증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이런 통증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죠. 하지만 참아야죠 뭐. 진통제 기운이 있으면 그냥저냥 버틸만합니다. 문제는 수술 이후에 마취 풀리면서 다가올 고통이죠.

납량특집이 따로 없습니다. 잠이 확 깰 정도로 두렵고 그러네요.

그렇게 새벽부터 이어진 각종 검사를 마치고 처방받은 약까지 다 사서 귀가하다가 설렁탕까지 한 그릇 사 먹고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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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계좌를 정리하다 보니,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대한 원고료를 받는 계좌에 꽤 많은 분께서 꽤 많은 금액들을 입금해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글다운 글도 거의 쓰지 못했는데..

아마도 치료비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것 같더군요. 순간 제가 삶을 그렇게 안티만 양산하면서 나쁘게 살아온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약간, 아주 약간, 영쩜오그람 정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답을 해 드려야 할지 몰라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마 잘 회복되어서 글 더 쓰라는 채찍질 같기도 하네요. 정말 힘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비록 집 한 칸 없는 가난한 글쟁이이지만 치료비가 쪼들릴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물론 병원비가 치료비용의 전부는 아니지만 암환자는 산정특례 대상이라서 본인 부담금이 5% 밖에.. 아, 이 얘기는 나중에 또 따로 한 번 하겠습니다. 저는 참여정부의 탄생에 일조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충분히 받은 사람이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올리죠.

그럼 이만..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들이 암에 걸려서, 그것도 재발해서 수술받으러 간다는 사람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면서 글을 쓰라고 강요를 한단 말인가.. 흥.. 췟.. 핏.. )







1 thought on “낫 투데이 20170712

  1. 박성호님,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치료에 전념하여 꼭 완쾌 하시기 바랍니다.
    현대의학을 믿고, 전담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치료효과를 상당히 좋게 한다고 합니다.
    잘 치료 하셔서, 좋은 글 많이 쓰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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