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투데이 – 20170713

수술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얻게 된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윗턱의 절반을 날려 버렸으니 말 다했죠.

사람의 치아는 모두 32개가 있습니다. 윗니 16개, 아랫니 16개. 중앙으로 딱 나눠 보면 왼쪽 오른쪽 8개씩. 이 중에 사랑니는 제대로 나는 사람도 있지만 옆으로 눕는 경우도 있고, 잇몸에 파묻혀 겉으로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아 건강을 위해 빼버리기도 하죠. 그렇게 사랑니를 제거하면 위아래 왼쪽 오른쪽 각각 일곱 개씩 해서 28개가 되는 식입니다.

저는 뭐 나름대로 사랑니가 똑바로 잘 나온 편이라서 위아래 좌 우 여덟 개씩 치아가 다 있었고, 그중에서 하나도 안 잃어버리고 50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긴 한데, 첫 번째 수술로 가볍게 오른쪽 위 치아 여덟 개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치아가 박혀 있던 잇몸과 치조골도 없어지고, 입천장의 우측 절반도 없어졌죠. 상악골 절제술이라는 것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우측 윗 턱뼈를 잃어버린 거죠.

처음에는 이게 굉장히 낯선 경험이 됩니다. 보통 입안, 즉 구강이라고 부르는 공간과 콧속, 즉 비강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입천장으로 엄격하게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목구멍에서 다시 만나 식도와 기도로 분리되어 연결되는 구조라서 다시 통하긴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강과 비강이 뻥 뚫려 버린 셈이죠.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입 안에 음식물을 넣으면 코로 들어갈 거고, 비강에서 나오는 분비물, 그냥 콧물이죠, 그런 것들이 그냥 입으로 떨어지고 그럽니다. 물론 수술 끝난 직후에는 아파서 뭐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어요.

그래서 비강과 구강을 구분하는 보철, 옵츄레이터를 제작을 합니다. 이름이 어려워서 그렇지 큰 틀니입니다. 인공 치아 7개가 달려 있고, 입천장을 가릴 수 있게 되어 있고, 멀쩡한 왼쪽 치아에 걸어 장착할 수 있게 된 장치입니다. 이걸 입에 끼우면 그제서야 비강과 구강이 구분되는 거죠.

수술 전에 미리 본을 떠서 임시 보철을 제작하고 수술을 마치고 실려 나오니 입에 그게 장착이 되어 있더군요. 처음이라 잘 맞지도 않고 생소하니 뭔가 엄청나게 거북하고 아프고 해서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보철은 정말로 신묘하게 내 입의 기능을 다시 되살려 주는 고마운 장비가 되어 갑니다.

일단 뭘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연습이 좀 필요하지만 말도 할 수 있게 해 주고, 얼굴의 형태도 적당히 바로 잡아줍니다. 그게 없으면 뺨이 쑥 들어가게 되잖아요.

엄청나게 아프고 힘든 수술 뒤끝에 담당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은 대략, “수술은 잘 되었으니까 이제 죽을 먹을 수 있게 되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참고 연습하세요.”입니다.

아마 이게 잘 납득이 안 가실 수도 있을 겁니다. 뭘 연습하라는 걸까? 죽을 먹는 게 무슨 난제라고..

사람이 물을 한 모금 마실 때, 구강 내의 온갖 근육과 혀와 목구멍의 근육이 얼마나 조화롭게 한 순간에 일체화되어 움직여야 되는지 이해를 못하실 겁니다.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일이고, 그 복잡한 일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이 되어서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건지 진짜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입천장이 없어져 보니까 그게 느껴지더라고요.

입안에 물을 한 모금, 아주 조금 머금은 상태에서 혀를 조금만 움직이면 물은 그냥 콧구멍으로 흘러나와버리기 일수고, 여차 실수하면 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캑캑거리게 되기 쉽고, 이 물을 뱉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삼키는 건지 이해도 안 가고, 그 와중에 코 속과 입 속은 아파 죽겠고. 정말로 눈물이 줄줄 납니다.

바로 그런 상황이 약 일 년 전 첫 번째 수술을 한 직후에 제게 벌어졌던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적응력은 대단한 법이죠. 대부분의 저와 비슷한 환자분들은 이 과정을 이삼일 이내에 마스터하게 됩니다. 그리고 물을 마실 수 있게 되는 거죠.

너무 길지 않게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런 아프고 힘든 얘기를 시시콜콜 공개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좀 많았는데, 일차 수술 후에는 결국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여러분들께 알려 드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쓰는 거니까, 읽기 힘드신 분들은 그냥 외면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을 쓰게 되면 “낫투데이” 시리즈가 아닌 다른 제목으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17. 7. 13







1 thought on “낫투데이 – 20170713

  1. 물뚝님, 안녕하세요? 친구 하나가 얼마 전에 물뚝님이랑 같은 병으로 수술을 받았어요. 먼저 한번 뵈었을 때 물뚝님이 꽤 좋아 보이셔서 이런저런 두려움을 묽힐 수 있었는데요.
    모쪼록 잘 대처하셔서 동병 후배들의 지침이 돼 주시기를! 낫투데이 글이 환자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보다 건강! 보다 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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