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투데이 – 20170714

안녕하세요. 또 돌아왔습니다.

뭐 좋은 일이라고 암에 걸려서 윗턱의 오른쪽 절반을 잘라낸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사실은 심각한 문자 중독인데 뭔가를 읽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증상입니다. 뭔가를 읽지 않으면서 맘이 편한 상황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뭔가를 쓸 때뿐입니다. 어찌 보면 글 쓰는 것이 저의 천직일 수도 있겠네요.

윗 턱뼈, 상악골의 우측 절반을 잘라낸 상황에서 물을 마시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을 먹는 상황에 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단순히 삼키는 문제를 넘어서 씹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음식을 씹는 문제라면 두 가지가 중요해집니다. 하나는 치아의 상태, 그리고 또 하나는 혀의 운동입니다.

치아의 문제라면 또 앞니의 절단 기능과 어금니의 분쇄 기능이 문제가 되죠. 저의 경우는 정확하게 우측 절반의 윗 치아를 잃어버린 상태여서 앞니의 기능은 절반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철에 달려있는 인공 치아들은 외관상으로는 기존의 치아와 다를 바가 없지만, 사실 저작기능의 관점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일단 치조골에 튼튼히 박혀 있는 기존의 치아와 달리, 겨우 철사 몇 가닥으로 기존의 치아에 매달려 있는 보철이기 때문에 힘을 못 받기 때문이죠. 휘청휘청합니다. 앞니도 그렇고 어금니는 더 합니다.

이게 영구적으로 쓸 보철을 제작하게 되면 좀 나아진다고 하는데, 그 영구 보철 제작의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재수술이 결정되는 바람에 보철 제작이 중단된 제 상황에서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의 일이죠.

결국 씹는 기능 중에 우측 절반은 기능이 상실된 겁니다. 왼쪽으로만 씹을 수 있게 되었죠. 이런 변화는 치아 전체의 건강에 굉장히 심각한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방사선 치료 겹치고 그러면 기존의 치아들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 전에 치아를 검사해서 안 좋다 싶은 치아는 미리 발치를 해 버리기도 하죠. 방사선 치료 이후에는 발치도 위험해서 못하게 되니까요.

저는 다행히 모든 치아가 검사에 통과되어 특별히 발치한 치아는 없습니다. 다만 방사선 치료 한참 뒤에, 영구 보철을 더 튼튼히 장착하기 위해서 왼쪽 윗 사랑니를 발치하긴 했습니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니까 좀 다른 얘기고..

그러면서 치아 건강을 위해 온갖 조치를 다 했습니다. 스케일링부터 시작해서 치주소파술도 하고 등등 그런 건 뒤의 일이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죠.

하여간 그런 상황에서 보철을 이용해 뭔가를 씹어서 삼킬 수 있겠는가 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미음이나 죽 수준이라면 뭐 훌훌 마시듯이 먹어도 되니까 이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밥과 반찬을 먹기 위해서 이 씹는 기능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사실 씹는 기능은 음식 섭취의 기본이고, 건강을 좌우하는 문제를 넘어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습을 합니다. 혀에 집중해서 혀가 음식물을 왼쪽으로만 보내도록 하는 거죠. 이거 꽤 신경이 쓰입니다. 그냥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음식물을 보내면 보철이 눌려서 휘청하고, 그 보철을 장착하고 있는 왼쪽 치아에 닿아 있는 철사 고리가 치아를 긁게 됩니다. 이러면 깜짝 놀라죠.

거기다가, 그렇게 씹고 있는 중에 음식물이 어떤 상태인지를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고형물이었다가 점점 부서지면서 죽처럼 유동성을 띠게 되죠. 그러면 씹는 과정에서 이 죽 같은 상태의 음식물이 보철과 제 입안 벽의 틈을 비집고 보철 위로 올라갑니다. 거기는 코 속, 즉 비강입니다.

음식물이 샌다, 라고 표현을 하죠. 밥을 한 공기 먹고 나면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죽 같은 상태의 음식물이 보철 위에 올라가 있고 비강에 들어가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보철과 제 몸 조직 사이의 공간을 줄이기 위해 보철의 사이즈를 키우면 어떻게 될까요? 꽉 차게 말이죠. 그러면 보철이 끊임없이 목 뒤쪽을 자극합니다. 그 동네는 바로 우리가 뭐 잘못 먹고 토하고 싶을 때 손가락 넣어서 건드리는 목젖 근처예요. 바로 구역질이 납니다.

즉 보철이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되는데, 그게 너무 떨어져 있으면 음식물이나 물이 많이 새고, 너무 붙어 있으면 자극되어 구역질이 난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 사이즈가 또 고정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 몸은 플라스틱이나 금속처럼 고형체는 아니거든요. 근육과 점막 등의 조직은 언제나 유동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이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말 짜증 나는 일이죠.

결국 내가 맞춰야 되는 문제입니다. 음식물이 최대한 안 새도록 입 뒤쪽으로 음식물을 보내면 안 되고, 보철이 목젖을 자극해서 구역질 나는 것은 그 감각에 적응해서 구역질이 안 나도록 해야 되고, 씹는 행위는 혀를 잘 통제해서 어떻게 해서든 이루어야 되고, 음식을 삼키는 것은 그냥 조심해서 하면 됩니다.

그 복잡한 과정을…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냥 해냅니다.

수술을 마치고 이삼주가 지나기 전에 저는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기능적인 면은 거의 무리 없이, 가끔 실수를 하긴 하지만 크게 문제없이 해내는 수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브라보~

인체의 능력은 신비하고 놀랍죠. 정말 대단합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하루는 좀 힘들었습니다. 지인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서 약속을 했었는데, 몸이 안 좋아서 못 나갔어요.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닌데, 수술 부위에 암 조직이 다시 자라나면서 정상 조직을 못살게 구는지 꾸준히 통증이 생기고 열이 나서 반쯤 누운 자세로 아이스팩 찜질을 하고 있었거든요.

의사 선생님도 진통제 하고 항생제 처방을 해 주긴 했지만, 결국 빨리 수술하는 것 밖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시고, 저도 그저 수술 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술하고 나서 다가올 막심한 고통이 두려워서 수술 날이 안 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죠. 무섭습니다. 정말로 무섭습니다. 이번엔 또 얼마나 아플지..

하여간 잘 버텨보겠습니다. 고통이야 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니까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2017. 7. 14.







7 thoughts on “낫투데이 – 20170714

  1. 마치 제가 겪은 듯 생생한 경험담이네요. 아프기전에는 몸에 이런게 있는지, 어떤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데 아프고 나서야 자세하게 알수 있을 것들이 있죠. 물뚝님 글로 어떤 느낌인지 맛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이겨내시리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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