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투데이 – 20170720

노 페인 노 게인

 

윗 턱을 잘라 내고 보철을 끼운 뒤 물을 마시고 음식을 씹는 기능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얘기했었죠. 오늘은 그 얘기에 이어서 턱 근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첫 번 수술을 마친 뒤 치과에 갔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합니다. 턱이 잘 안 벌어질 것인데 그거 아프더라도 참고 연습해서 많이 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최소한 손가락 세 개 이상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안되면 치과 치료에 문제가 생긴다고..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죠. 수술 직후에 수술 부위 전체가 얼얼하고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뭐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시점이었고 그저 물 마시고 죽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던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조금씩 회복되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 몸의 근육 중에서 강력하기로 손꼽히는 근육이 바로 턱 근육이라고 하더군요. 이를 악물게 하는 근육, 음식을 어금니로 갈아서 분쇄할 수 있는 근육, 뭔가 질긴 고기를 앞니를 이용해서 물어뜯을 수 있게 하는 근육이니까요.

상악골 절제술과 같은 부위에 해당하는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그 턱근육이 자극을 받아 수축해 버린다는 겁니다. 그 결과 잘 안 늘어나게 되고 입이 잘 안 벌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성악하듯이 입을 벌리게 되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손바닥을 쭉 펴서 세로로 넣었을 때 네 손가락이 다 들어갑니다. 어지간히 입을 안 벌려본 사람이라도 최소한 세 손가락 이상은 들어가게 되어 있죠. 지금 한 번 해 보세요.

그런데 그게 손가락 두 개가 잘 안 들어가는 겁니다. 더 이상 벌리면 턱근육이 땡기면서 아파집니다. 심해지면 이게 한 손가락도 안 들어가게 오그라든다는 얘기였어요. 무서운 일이죠. 일단 입을 못 벌리면 여태껏 연습했던 물 마시는 기능, 음식물 씹는 기능, 이런 거 다 소용없는 일이 됩니다. 입안에 뭘 넣을 수가 없게 되는데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 크기, 형태와 상관없이 입안에 넣을 때 어떤 높이로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통과하게 되는지 말입니다. 밥 한 숟가락, 깍두기 한쪽, 빵 같은 것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의 높이 등을 말입니다. 와퍼 같은 것은 뭐 말할 나위가 없죠. 결정적으로 삼겹살 구워서 상추와 쑥갓에 싸고 쌈장 얹고 마늘 한쪽 올린 뒤 밥까지 한 숟갈 올린 상추쌈을 생각해 보죠. 그 높이가 얼마나 될까요? 최소한 손가락 세 개는 넘습니다.

그런데 입이 안 벌어집니다. 손가락 한 개 반 정도가 맥시멈이라면,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지도 못하고 여름에 수박 한쪽 썰어 놓은 것도 먹질 못하게 됩니다.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넣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입을 벌리면 아프고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림의 떡이죠.

그래서 용감하게 훈련을 시작합니다. 아프건 말건 양 손으로 아래턱을 잡고 아래로 당기는 거죠. 그러면 아프니까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러면 아무 소용없어요. 억지로 고개를 뒤로 제끼고 손으로는 아래턱을 당깁니다. 근육이 찢어질 듯이 아프죠. 그래도 참고 당기고 있으면 아주 약간 더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당겼다 놨다를 반복하면 눈에 눈물이 핑 돌고 아이구야 소리가 절로 납니다.

방사선 치료받으면서 그 이후로 계속 이걸 반복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냥 정상적인 기능은 무조건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내가 고통을 참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하겠다는 결기가 있었거든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도 (저는 언제부터인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게 되었고, 그것도 큰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것을 더 즐깁니다. 노안 때문만은 아니에요.) 수시로 입을 벌리고 악악거리면서 아래턱을 잡아당깁니다.

수술 부위가 당겨져서 아프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방사선 치료받으면서 상한 입안 점막이 갈라지면서 피나고 그래도 참고 계속합니다. 이 강력한 턱근육이 오그라든 상태로 굳어 버리면 진짜 큰일 날 거 같아서 정말로 열심히 운동을 했죠.

손가락 세 개를 넘어 세 개 반, 거의 네 개가 들어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웠죠. 치과 치료받을 때에도 입 잘 벌린다고 칭찬도 받고, 뭔가 먹을 때에도 나는 입을 이만큼 벌릴 수 있기 때문에 저런 것 정도는 쉽게 먹을 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으쓱거리면서 먹습니다. 그래 봐야 매운 것은 요만큼도 못 먹지만 말이죠.

그러면서 슬슬 또 소홀해졌습니다. 언제든지 운동하면 다시 늘일 수 있으니까 뭐, 하는 마음으로 연습을 안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수술 부위가 다시 이상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재발이 확인되었고 수술 일정이 다시 잡히고 그러면서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확인해 보니 두 개가 채 안 들어가는 수준으로 다시 오그라 든 겁니다. 이게 턱 근육 자체에 무슨 손상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연습을 멈춰서 이렇게 된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전보다 늘였을 때 고통도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또 2차 수술을 받은 뒤에는 이게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막 무리하게 운동하면 다시 자라고 있는 종양을 자극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고, 이렇게 디테일한 것까지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볼 여유는 별로 없죠. 그래서 고민만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수술받으면 상황이 또 확 바뀔 건데 그때 가서 다시 늘리는 운동을 하지 뭐, 하는 게으른 마음도 듭니다. 왜 그러겠어요? 늘이면 아프거든요. 아픈 것은 누구에게나 싫거든요. 눈물이 핑 돌게 아픈 짓을 어떻게 해서든 안 하려고 몸은 아주 신속하고 정교하게 온갖 핑계를 다 만들어 냅니다.

연습 안 하면 안 아픕니다. 그 대신 점점 입이 안 벌어지죠. 연습하면 아픕니다. 그 대신 입이 점점 더 많이 벌어지죠.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모든 연습과 훈련, 그리고 성과가 바로 이것과 아주 똑같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알죠. 연습해야 잘하게 된다고. 그런데 연습과 훈련은 아프고 힘들거든요.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얻고 싶어요. 이 딜레마 속에서 매번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는 게 삶인 거죠.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No pain, No gain, 이라는 격언은 참으로 위대한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픈 건 싫습니다. 아플 일이 너무 많거든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수술 뒤로 모든 것을 다 미루어 버릴 겁니다. 뭐 시키지 마세요.

다음에 또 이어가겠습니다.

2017. 7. 20.







4 thoughts on “낫투데이 – 20170720

  1. 치과의사로서 더욱 와닿는 글들이기에 소중하게 또 안타깝게 읽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환자를 생각한다고 했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게도 되고 그렇습니다. 수술도 걱정되고요… 참… 힘내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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