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8일. 런던: 내셔널 갤러리, 해리 포터 스튜디오

2016년 2월 18일

런던: 내셔널 갤러리, 해리 포터 스튜디오

 

 

다시 다음날이다. 왠지 20일 정도 지난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신경쓰지 말자.

 

 

돌아온 곳은 어제 왔었던 트라팔가 광장. 넬슨 기념탑이 서 있다. 52m의 높은 기념탑. 너무너무 높은 탓에 사실 막상 넬슨의 얼굴은 아무도 볼 수가 없다. 왠지 외로울 것 같다.

아무튼 나름 영국을 상징하고 있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1840년부터 1843년까지 지은 건축물인데, 150년도 더 전에 저 정도 높은 건축물을 만들었으면 그래도 랜드마크 될 법 하다. 돈도 많이 들였고.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어버린 이 작품은 덕분에 여러 수모를 겪기도 하는데,

 

이렇게 디즈니 사가 <스타 워즈> 광고하겠답시고 기념탑 전체를 광선검으로 만들어 버린다던가(…)

(물론 당연히 돈 주고 했다. 이거 하겠답시고 24,000파운드, 당시 우리 돈으로 4천만원 돈을 썼다.)

 

 

아니면 그린피스 활동가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홍보하려고 직접 올라가서 방독면을 설치해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하신다.

히틀러도 2차대전 당시 영국을 지배하면 이 작품을 베를린으로 옮겨 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아직 런던 한복판에 있는 것은 어쩌면 인류가 받은 축복의 상징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가야 하는 곳은 내셔널 갤러리다!

내셔널 갤러리는 그냥 ‘국립 미술관’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세계 각지에 내셔널 갤러리가 있지만, 아직도 ‘내셔널 갤러리’라고 하면 고유명사처럼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를 지칭한다. 그래도 세계에 있는 국립 미술관 가운데서는 가장 좋은 컬렉션을 자랑한다. 루브르가 있지만 거기는 ‘갤러리’가 아니라 ‘뮤지엄’이니까…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는 1823년에 설립되었다. 꽤 오래 된 것 같지만, 유럽에서 그리 오래된 녀석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예전에는 ‘공공 미술관’이니 ‘공공 박물관’ 같은 개념이 없었다. 근대 초기까지 우리 같은 서민들은 죽을 때까지 좋은 미술품은 거의 보지 못한다. 다니는 성당에 성화라도 있으면 힐끗 볼 수는 있었을까. <플란다스의 개>를 생각해 보자! 그 친구는 평생 소원이 루벤스 그림 한 점 보는 거였다!

예전에는 당연히 대부분의 미술품이 귀족이나 왕실, 교회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고, 그림 한 점을 보려면 그 그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수소문한 뒤,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그 사람과 연락해 겨우겨우 그림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몇몇 국가에서 왕조가 무너지는 격변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프랑스 같은 국가가 대표적이다. 왕실이 무너졌는데, 왕실이 가지고 있는 그림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이 현재의 루브르 박물관 아닌가. 꼭 이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왕실이나 귀족 가문이 가지고 있는 컬렉션을 대중 전시의 형태로 보여주는 경우가 170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통의 왕조국가 영국에는 그런 거 없다. 왕실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왕실의 소장품을 전시할 이유도 없다. 그때 왕실이 가지고 있던 소장품은 그냥 지금까지 왕실이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대중들의 미술품 전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국도 1700년대 후반에 들어가면서 공공 미술관 건립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설 공공미술관을 건립하는 형태까지 가진 못했다.

그러다가 ‘존 줄리어스 앙겔슈타인’이라는 사람이 죽으면서, 1823년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미술품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이 사람 은행가로 꽤 부자였는지, 괜찮은 작품으로 38점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 하원에, 이 작품에 공공 미술관을 세울 건물 한 채까지 더해서 57,000파운드에 넘기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하원은 예산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폴레옹 전쟁때 오스트리아가 영국에게 빌려갔던 돈을 뒤늦게 갚으면서 이 돈으로 내셔널 갤러리를 설립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셔널 갤러리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우리는 오스트리아에게 감사를…. 아니, 그냥 돈은 갚은 거 뿐이잖아? 그러면 돈을 빌리게 만든 나폴레옹에게 감사를.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주변에는 대사관들이 많이 있다. 캐나다 대사관인 모양이다.

 

 

 이렇게 보면 높기는 진짜 높다.

 

 

 내부는 이런 식으로, 그냥 전형적인 미술관이다. 대부분 저작권이 없으니 당연히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작품 사진을 전혀 찍지 않았다. 고로 설명할 작품들도 없다. 그러니 나처럼 스마트폰이 없으면 호흡이 불가능한 질병에 시달리는 분들은 보조배터리를 반드시 챙겨가도록 하자.

 사실 어차피 그림이야 자기가 마음에 들면 마음에 드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라 딱히 찍어둘 필요를 느끼질 못했다. 어차피 내가 찍어도. 구글에 검색하는 게 훨씬 좋은 도판으로 잘 나온다.

 

 

 내부에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체험학습을 온 어린이들도 있고, 그냥 평범한 미술관 풍경이다.

 이 건물은 1823년에 계약할 때 받은 건물은 아니었다. 그때 받은 건물은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붐비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루브르 박물관의 크기와 비교된다는 이유로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결국 1832년부터 새로운 내셔널 갤러리를 위한 건축에 들어갔고, 1838년에 건축이 완료되어 이전한 뒤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사실 이 자리에는 원래 왕립 미술 아카데미가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이 녀석을 동쪽으로 빼고 내셔널 갤러리를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해 진행되었다. 물론 그 때 그 구조가 그대로는 아니고, 공간이 부족할 때마다 차근차근 확대와 개조를 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정이 있어서 원하는 만큼 꼼꼼히는 보지 못했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좋은 작품들이 여럿 있지만, 역시 가장 유명한 반 고흐의 <해바라기>일 것 같다. 사실 거의 똑같은 구도로 색감만 다르게 해서 그린 <해바라기>가 여러 점 있는데, 그래도 아마 내셔널 갤러리의 <해바라기>가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 같다. 이외에도 얀 판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 초상화>, 한스 홀베인의 <대사들> 같은 유명한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나와서는 승객이 나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쉐이크 쉑을 먹으러 왔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쉐이크 쉑이 상륙하기 전이었다. 영국 vs 쉐이크 쉑의 전쟁에서는 누가 승리할 것인가! 두근두근!

 

 

 아주 기본적인 녀석으로 시켜서 먹었는데, 역시 결과는 영국의 승리였다. 영국에 오면 쉐이크 쉑도 맛이 없어지는 진리.

 

 

 아무튼 오늘은 기차를 타고,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 왔다! 사실 간단하게 말했지만 찾아가기 어렵다…. 지하철을 타고 유스턴Euston 역으로 간 다음, 거기서 기차를 타고 왓포드 정션Watford Junction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또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야 올 수 있다. 예약도 미리 해 둬야 하고, 하루에 정해진 인원이 있어 예약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일찍일찍 해 두도록 하자.

 스튜디오로 가는 버스에서는 예약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예약번호를 달라고 할 수도 있고, 표를 찾을 때에도 예약번호와 함께 여권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나름 비싸다. 입장료는 35파운드, 버스는 왕복 2.5파운드. 왓포드 정션으로 가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래도 여러분이 포터헤드라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내부는 잘 되어 있다.

 

 

시작부터 조명을 너무 강하게 받아 코가 사라져 볼드모트가 되어버린 해리 포터가 우리를 반겨준다.

 

 

해리의 방. 입장 줄 서는 곳 옆에 만들어 놨다. 내부로 들어가면 수많은 전시물과 영화 제작 과정을 알려주는 설명들이 가득하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던 지팡이들. 영화를 자세히 봤다면 몇 개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덤블도어의 집무실로 들어가는 문. 여기서 샤버트 레몬!을 외치면…. 현실 세계에선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트라이위자드 컵과 용의 알. <불의 잔>에 나오는 소품들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을 죽을 수도 있는 경연에 내보내는 마법사 세계를 이해할 수 없어(…) 볼드모트는 괜히 태어나는 게 아니야!

 

 

마법부에 있는 벽난로. 플루 가루를 뿌리며 순간이동 할 장소를 명확한 발음으로 말하면! 현실 세계에선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전시되어 있는 복장은,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와 론이 마법부에 잠입할 때 입었던 복장 같다.

 

 

“마법은 위대하다 Magic is Might” 동상.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마법부를 장악한 이후 세운 작품이다. 머글과 머글 혼혈에 대한 <해리 포터>의 세계관은 아무래도 인종 차별에 대한 메타포 같아서, 쉽게 넘길 수 없게 되는 지점이 있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 마법사라면 좀 더 선진적인 교통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뭐 답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호그와트 성의 모양을 꽤 크게 전시해 놨다. 왜인지 한참 앉아서 보게 된다. 농담식으로 이것저것 말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해리 포터>는 항상 그 후보군에 들 것 같다. 뛰어난 상상력과 세계관, 그리고 수많은 메타포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지만,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에 그 정도의 흠집은 눈감아줄 수 있다. 기숙사 자습 시간에 자습실에서 탈주해 방으로 들어가 <해리 포터> 돌려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덕분에 방학을 통째로 날려버렸지.

 

 

다이애건 앨리도 이렇게 잘 만들어 두었다.

 

 

분량상 조금만 소개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전시품들도 많다. 끊이지 않는 전시물에 지칠 정도로….. 볼 만한 것들이 많으니 넉넉히 시간 잡고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이렇게 생긴 스튜디오 버스를 타고 왓포드 정션으로 나가면,

 

 

이렇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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