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투데이 – 20170724

오늘은 일정이 있던 날입니다. 치과 보철과에 가서 치아 정비를 받는 날이었죠.

원래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는데, 이게 설명하자면 좀 긴 얘기라서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막상 어제 하루 쉬고 했으니 대략 설명해 보기로 하죠. 뭐 쓰는 사람 맘이니까요.

상악골 절제술을 받은 대가로 우측 윗 턱뼈, 입천장, 우측 윗 치아 8개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공간을 대치하기 위해 보철을 만들었다고 했죠. 이 보철도 급하게 치아와 턱 구조의 본을 떠서 대충 만든 임시 보철이 있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잘 조절된 본격적인 보철이 있습니다.

수술할 때 당장 뭐가 없으니까 임시 보철을 만들어 끼워 놓더군요. 거기에 적응하느라 한참 고생했습니다. 그러자 보철과에서는 이제 수술 후 턱 구조가 안정이 되어 가니까 제대로 된 보철을 만드는 작업을 하자고 하더군요.

문제는, 암 관련 치료는 산정특례 제도 덕분에 매우 저렴하고 본인 부담이 거의 없으며 그나마 본인 부담금조차도 실비 보험에서 다시 보상이 되는데 이 치과 치료는 전혀 지원이 안된다는 겁니다. 심지어 기본적인 건강보험도 적용이 안됩니다. 암에 걸려서 턱뼈를 잘라냈고 그 덕분에 보철을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임시 보철까지는 그냥 몇십만 원 선에서 멈춥니다. 그런데 본격 보철은 수백만 원이 넘어가더라고요. 이해는 합니다. 그런 거 다 최첨단 기술이고 의사 선생님들의 인건비도 장난이 아니고 모든 치료를 다 보험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적 사정이 있겠죠. 그래도 비싼 건 비싼 겁니다.

결국 저는 만들어야 하니까 만들긴 하는데, 어디 다른 병원에서도 이렇게 비싼지 알아나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은 좋은 만큼 비싸다는 정평이 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다른 모 국립병원에 알아보자 가격은 거의 반절로 내려오더군요. 그래서 과감하게 이비인후과 치료 (그러니까 제 병에 대한 메인 치료)는 세브란스에서 그대로 받되, 치과 치료는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겁니다. 이런 글 쓰는 거 과히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저와 유사한 상황에 계신 분에게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드릴 겸 그냥 씁니다.

하여간 그렇게 다른 병원에서 보철 작업에 들어갔는데, 그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일단 보철 전체를 지탱해야 할 남아있는 왼쪽 윗 치아들이 문제였습니다. 특별히 충치가 있다거나 상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간 흡연과 무관심에 치과 치료라고는 그 흔한 스케일링 조차 제 때 안 받던 치아들이 뭐 얼마나 튼튼하겠습니까?

먼저 잇몸치료부터 받기 시작했죠. 스케일링 수준이 아니라 치주소파술이라고 아예 잇몸 속에 있는 작은 염증들까지 박박 긁어내는 치료입니다. 마취 주사를 서너 방씩 맞고 해야 할 정도로 아픈 치료인데 받고 나면 잇몸 상태가 무척 좋아집니다. 시원하고 깔끔하고 튼튼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왼쪽 끝에 있는 사랑니는 발치를 했습니다. 보철 고정에 방해가 되는데, 그대로 만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 사랑니에 문제가 생기면 보철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사랑니는 미리 발치하자고 하더군요. 동의했습니다.

사랑니 뽑는 거, 사실 뽑기 전엔 꽤 무서운데 그리 힘든 과정은 아닙니다. 저처럼 사랑니가 똑바로 난 사람은 더 별문제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 사랑니 뽑으러 갈 때 사랑니 뽑다가 죽은 사람들 얘기를 막 늘어놓으면서 겁을 주시던 분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지 마세요.

그러면 왼쪽 윗 치아가 일곱 개가 남은 거죠. 여기에 보철을 장착해야 하는데, 고리를 만들어 장착하면 그 치아 하나에 보철에 받는 힘이 다 걸리는 겁니다. 결국 하나의 치아로 그걸 받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치아에 너무 무리가 간다는 것이죠. 결국 치아를 두 개 세 개씩 엮어서 씌웁니다. 그리고 거기에 보철을 걸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뿌리가 두 개, 세 개가 엮여서 힘을 받게 되니까 훨씬 더 튼튼하다는 거죠.

대신 멀쩡한 이빨에 뭘 씌워야 되니까 갈아내야 합니다. 그게 좀 아깝더라고요. 그래도 치아 뿌리가 힘을 못 견뎌 상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작업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즉, 앞니부터 세 개를 한 덩어리로 씌우고 뒷 쪽 어금니 두 개를 한 덩어리로 씌우고 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게 보철 만드는 것도 임시 보철은 그냥 본뜨고 뚝딱 하니까 나오던데, 영구 보철은 절차가 무지하게 복잡하더라고요.

그 작업을 하는 동안은 보철을 걸게 되어 있는 뚜껑을 씌우는 게 아니라 임시치아를 만들어서 씌워 놓습니다. 왜냐면 보철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원래의 임시 보철을 써야 되니까요. 저는 이거 없으면 밥 한 끼를 못 먹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치아와 유사하게 생긴 임시 치아를 만들어서 씌워 놓고 보철 작업은 한 단계 한 단계 진행이 되고, 진짜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격적인 보철 제작 작업에 들어가려는 순간, 재발 진단을 받은 겁니다. 이럴 수가.

결국 보철 작업은 재수술 이후로 또 미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비인후과에서도 수술할 때 임시 보철로 그냥 하고 오라고 권하더군요. 그렇게 된 상태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임시로 씌워놓은 임시 치아가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나니까 힘을 많이 받아서 그랬는지 깨져 버린 겁니다. 처음에는 한쪽 구석이 깨져 나가더니, 며칠 더 지나니까 이제는 아예 벗겨져 떨어져 버립니다. 임시는 어디까지나 임시니까요.

그러면 저는 어금니가 없는 상태가 되는 거고, 씹을 수가 없으니 유동식 이외에는 식사를 못하게 된 거죠. 이건 곤란하죠.

그래서 급하게 보철과에 연락해서 일정을 예약하고 임시 치아를 정비하기 위해서 날짜를 잡은 겁니다. 그게 오늘이었고, 임시 치아는 잘 만들어 주셔서 잘 장착하고 왔습니다. 주말 동안 닭죽으로 연명한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요즘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져서 걱정이 좀 되었는데, 딸아이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수다를 떨면서 같이 다녀왔더니 심심하지 않게 잘 다녀왔습니다. 얘기라고 하면 뭐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하지만 주로 영화 얘기를 많이 하죠. 얘기하다가 갑자기 꽂혀서 수술 전에 이건 보고 수술하라며 요즘 새로 나온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를 급하게 예매를 하는 일도 있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내일모레 입원하고 그다음 날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큰 이변 없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잘 진행되길 바랄 뿐입니다. 물론 수술 자체도 잘 되어야 하겠죠.

겁이 많이 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술이 잘 안되거나 하는 것에 대한 겁보다는 수술이 끝나고 찾아올 통증이 더 겁이 나긴 합니다. 뭐 그냥 현대 의학을 믿고 진통제를 팍팍 써달라고 하죠. 안 주면 막 떼를 쓰고..

잘 될 것 같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지만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근거 없는 낙관이죠.

근거 없는 낙관이 역사를 움직이는 법입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참.. 아리아 스타크가요, 글쎄~~ 그러니까~ 그걸 알았지 뭡니까~~~)

2017. 7. 24.







7 thoughts on “낫투데이 – 20170724

  1. 수술 잘받으시고 오셔요 저역시 유방암으로 치료중입니다만 긍정적인 생각이 최고더라구요
    잘되실거고 잘될수밖에 없을겁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화이팅!!!!!

  2. 꼭 수술 잘 받으시고요 완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물뚝님은 언젠가 꼭 같이 맛있는 밥 한끼 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입니다.

  3. 한번도 뵙지못하고 말건낸적도 없지만 물뚝님의 글을 오랜시간 읽어온 사람입니다.. 수술잘받으시고 건강해지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저처럼 소리없이 응원하고 계신분들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힘내시길^^

  4. 힘내세요. 모두 다 잘될거라고 믿습니다. 물뚝님 강의를 겨울에 들었더랬습니다. 열정적이셨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멀리서 나마 세상의 모든 기운이 물뚝님을 돕도록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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