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홀덤 숟가락 얹기

물뚝심송님의 ‘텍사스 홀덤 스토리’ 링크.

https://brunch.co.kr/magazine/texasholdem

 

물뚝심송님이 텍사스 홀덤 이야기를 하시기에 숟가락을 얹어보겠다. 숭어가 뛰는데 망둥이가 몸이 근질거려서 가만있을수가 있어야지.

 

*개인적으로 도박이라면 치를 떨면서 싫어한다. 나한테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야 남들이 무슨 짓을 하든 크게 관심없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가급적 도박과는 얽히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가볍게 말하곤 하는 음료수 내기, 학교식당에서 식판 몰아서 반납하기 같은 것도 절대 안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은과 금>, <타짜>등등 도박 관련 창작물들은 인생의 명작으로 생각하며 수도없이 다시 보곤 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나는 저런 판에 끼지 않고 사는게 그나마 답이라는 생각뿐이다. 두뇌 싸움이 멋있어보여도 승리의 보수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폭력이 동원되던가. 반면교사로 삼고 배울 뿐이지, 저런 상황에 처하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 도박을 싫어하는 것은 개인적 경험이 겹치기 때문이다. 하이텔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 PC RPG를 좋아하던 국민학생은 go rpg라는 명령어를 한번 쳐봤다가 Table-talk Role Playing Game, TRPG를 만나게 된다(길고도 기구한 사연이 있으니 이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풀겠다). 요즘 생각하는 레벨업, 아이템 모으는 게임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컴퓨터도 따로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의 게임이라 확률적 요소를 넣으려면 주사위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PC통신 연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 한창 뜨던 시절이라 원하는 시나리오를 연극처럼 풀어갈 수 있는 TRPG는 천국이었고,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친구들을 긁어모아 플레이를 즐겼다. 하지만 이걸 아는 교사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학교에서 주사위를 던지며 떠들고있으면 지나가는 교사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도박하냐?’. 안굴러가는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시나리오를 쓰고, 친구들을 모으느라(혼자서는 할수 없는 게 TRPG이니까) 개고생을 했던 나의 수많은 노력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수십번을 들었고, 보드게임이나 TRPG가 도박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것은 내 평생의 숙제로 남게 됐다. 그날 이후 20년이 넘게 지난 요즘도 크게 변한게 없단 뜻이다

 

*게임과 도박은 당연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용하는 도구, 규칙 등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독재때부터 민속놀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윷놀이가 도박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를 굳이 들지 않아도 도박과 게임은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 지경이다. 아예 운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바둑도 내기 도박이 있는걸 보면, 확률적 요소보다는 승패를 가린다는 사실 자체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확정할 수 없는 승패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대상으로 재화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베팅하는 것이 도박이 아닐까.

 

*이렇게 밀접하니 보드게임 까페에 도박이 들어가지 않는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2002년부터 아르바이트, 매니저의 형태로 보드게임 까페 일을 꽤 오래 해본 바, 도박은 어떻게든 까페에 스며든다. 내가 일했던 곳에서는 도박을 알선하거나 환전을 주선하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손님들끼리 게임비나 음료수 내기를 하는 정도는 너무나 흔한 일이라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하루에 수십명의 손님을 받다보면 화투나 트럼프 카드, 칩을 찾는 손님은 수없이 많고, 보드게임 까페라고 써있는 간판을 보고 카지노를 상상하며 입장하는 손님도 무수히 많다. 어디까지나 돈을 내고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이니 내가 아무리 도박을 싫어해도 손님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도박 손님들이 가장 싫었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놀러오는 곳이니만큼, 내가 설명해준 보드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게 보드게임 까페 종사자의 큰 보람이다. 하지만 도박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건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 높은 확률로 도박 손님들은 찌들어있고, 예민하며, 매사에 짜증을 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한번 마주칠 일만 생겨도 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높고, 옆에서 서비스를 하는 사람도 같이 피곤해지게 마련이다. 홍콩 도박영화나 라스베거스 영화의 화려함이나 짜릿함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매체에서는 항상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니 삼팔광땡이니 하며 높은 패, 환상적인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도박은 피말리는 베팅싸움과 두뇌싸움이 아닌가. 사람이 정신력을 쏟아붓고 덩달아 체력까지 빨려나가는 게 도박이다. 보드게임이 스파링이나 규칙을 정해놓은 격투기라면 도박은 실제 싸움이라고 보면 비유가 맞으려나.

 

*시급이나 월급받는 종사자 입장에서는 그저 진상 고객일 뿐이지만, 보드게임 까페라는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놓칠수 없는 손님이기도 하다. 도박은 어쩜 그리도 유행도 없이 끈질기게 사람들이 들러붙는지. 2002년경 유사 PC방 형태로 생겨난 보드게임 까페는 새로운 사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수많은 곳에 매장이 생겼지만, 지금은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대학생 이외의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고, PC방과 달리 일행이 없으면 뭐 할 수 있는게 없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또한 길고 복잡한 이야기. 크리스마스나 연휴때 손님이 박터지게 몰려들다가 평일에 파리만 날리는 게 보드게임 까페의 숙명에 가깝다보니 어떤 손님이든 받아야 장사가 되는 상황인데, 시도때도 없이 죽치고 앉는 도박 손님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바다이야기부터 온라인 도박에 이르기까지 도박 형태가 엄청나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화투짝의 손맛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허세와 블러핑을 날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초기 보드게임 까페들은 필연적으로 카지노나 갬블 하우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매장 내 금연 정책을 밀고나갔지만, 결국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갬블로 먹고사는 까페들이 생긴 것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물뚝심송님이 충분히 잘 풀어주시고 계시지만, 텍사스 홀덤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좋은 웹툰이 있어서 소개한다. 한때는 극악의 연재속도로 악명높았으나, 지금은 완결되었으니 몰아서 보기에도 좋다.

http://www.thisisgame.com/webzine/series/nboard/213/?series=42&page=3&n=4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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