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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중 <디지털 이민자>는 노베르트 코트만, 데니스 스타우퍼 감독 작품이다.아날로그에서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디지털 이민자. 노인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지만, 그들 표정은 어둡다. 디지털 세대들에게서 빛나는 눈빛과는 다르게 그들 눈빛은 당혹감으로 가득하다. 두려움이 짙어지면서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는 과학기술의 진보로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지나는데 노인들은 더 느리게 삶을 지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배우는 컴퓨터 교육은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난도가 꽤 높은 공부가 됐다.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만, 그 기능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1분 다큐멘터리에서 노인들은 서로 묻고 의견을 제시하며 이리저리 시도해 보지만 역시 컴퓨터도 스마트 폰도 어렵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처음 스마트 폰으로 바꾸었을 때를 생각한다. 지식이 없는 머릿속. 다행히 내 주변에는 SNS 세대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스마트 폰을 쉽게 사용할수록 거의 모든 설정을 도와주었고 기능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내 손바닥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신기했다. 마치 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과 궁금한 게 넘치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을 핸드폰과 씨름하며 여러 기능을 손가락에 익힐 수 있었다. 아직 더 많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게 필요한 정보 수집과 SNS 기능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영화는 클로즈 쇼트로 두 노인이 엇갈린 물음과 답을 하는 것을 잡는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두 노인은 한쪽 팔로 턱을 괴고 화면을 바라본다. 그들 표정은 깊은 시름으로 노년의 무게감을 건넨다. 또 한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묻는 노인과 그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는 역시 같은 디지털 이민자.

동시대에서 제각기 멀어지는 세대는 소통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비춘다. 이 노인들만 가득한 공간에 SNS 세대는 어디에 있는가? 세대 차이를 말하면서 세대 교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처럼 유유히 제멋대로 흐른다.

현대인의 소외는 세대 간 이별에서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더디게 흐르는 삶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세대 간 차이를 좁혀 가고 세대 갈등을 풀어나갈 매개체이기도 하다.

인류를 위한 과학 기술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은 공공의 책임이기도 하다. 시대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운 아날로그가 편안한 노인에게 디지털 세대와 교감을 먼저 권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절반 이상에게는 너무 먼 노년. 하지만 어김없이 다가올 노년이 소외되는 현실. 100세 시대에 노년은 유령처럼 있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고민하면서 사회는 정작 세대 단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누구든 먼저 손 내미는 일은 쉽지 않다.

노년기에 놓인 당신이 손을 내밀었을 때 누군가 잡아줄 수 있을지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무엇이든 처음 하는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가까이 있는 청년에게 해맑게 이게 뭐야? 묻기 시작하면 친절하게 답해줄 대상 찾기가 노년층 최대 과제일지도.

노인과 노인이 아니라 노인과 청년이 어울릴 수 있는 컴퓨터 교육장 모습을 상상하면서 디지털 이민자들의 엄지족 탄생을 상상해본다. 세대 차이는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세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사려 깊다는 것이 방해물이 되기도 하지만.

2017년 제9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품들은 현대인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시간은 머리로 생각하는 일에서 가슴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일로 이어지면서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이다. 그 가치를 기억하는 마음이 내일로 이어지길 바라며 한가위 보름달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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