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짓기도 귀찮은 글

한동안 글쓰기의 동력이 ‘분노’였다. 나는 능력이 있는데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분노. 억울함. 짜증. 이런것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경험으로, 나는 ‘내가 세상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찍어내고, 대중의 공감을 사며, 그것으로 자본주의적 수익을 얻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오만했다. 내가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몰랐던 거다. 나 자신도 몰랐고.

뭐가 됐든 일단 쓰고 만들면 세상이 날 알아줄거라는 미래, 희망을 보고 글을 쓰다가 그 희망이 꺾이고 나니 글을 쓸 동력이 사라졌었다. 가뜩이나 손과 뇌가 느린 마당에, 지향점이 보이지 않으면 뭐 나오는게 없는 법이다. 글을 쓰는건 고사하고, 글을 읽는것도 흐리멍텅해졌다. ‘뭔가를 담으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 같은 선문답도 소용이 없었다. 그릇 자체가 박살난 기분이었으니까.

그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들었다.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야만인이지만, 그래도 평생에 즐거웠던 기억은 있으니 그걸 소재로라도 써보자. 최소한 글 읽는 사람 한사람에게라도 흐뭇한 미소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분량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터벅터벅 글을 써볼 생각이다. 뭐든 되겠지. 애초에 희망은 막연하고, 판도라의 상자 안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것 아니었나.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