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마라톤 이야기 (19금)

 

다들 절대 안 믿으시겠지만, 제가 장동건이던 시절에는 저 또한 한 달음박질 하던 인간이었습니다.

고딩때 체력장 하면 천미터 달리기는 항상 반에서 일등, 전교에서도 일이등을 다투었고 대학 들어가서 축제때 마라톤 하면 술에 쩌든 몸으로도 체육과 애들 단체로 뛰어가는데에 끝까지 따라 붙어서 들어오곤 했었습니다.

그 후로 군대에 가서도 구보나 행군에서는 누구에게 뒤져본 적이 없는데, 훈련병 시절 말고는 그런걸 거의 안 시켜주더군요. 가끔 산악행군이라고 행정병들 모아서 막걸리통 지고 뒷산 올라가는 소풍 가면 그 때도 잘 기어 올라가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에 나와서 나름대로 운동을 하는 것을 즐겨해서 온갖 것을 다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골프하고 스키는 이상하게 운때가 안 맞아서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장거리 마라톤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걸로는 인라인스케이트 신고 하는 인라인 마라톤과 자전거가 있었죠. 인라인 마라톤으로는 80키로 이상 주파를 여러번 했었고, 자전거는 뭐 거의 거리 안재고 타고 다니니까 하루죙일 달려본 적도 많았습니다. 하루 죙일 널널하게 다니면 한 백오십 키로 되나요.. 안양서 아산만 까지 갔다 오고 뭐 그런걸 했었습니다.

마라톤과 제일 유사한 것이라면 역시 인라인 마라톤인데, 그게 나름대로 극한에 가는 느낌을 주곤 합니다.

인라인 마라톤은 맨발로 달리는 것보다는 편하고, 자전거보다는 힘듭니다. 반대로 마라톤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전거보다는 덜 받죠.인라인 마라톤 40키로 대회 하면 보통 세계 기록이 한시간 정도인데, 아마츄어들은 시속 이십에서 이십오키로 이상 내기 힘듭니다. 제가 80키로 주파할 때 네시간 반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여의도에서 성내까지 한강변 자전거 도로로 왕복하면 대략 40키로되고, 80키로 하려면 그걸 두번 왕복하면 된다는 거죠. 처음에 준비운동 하면서 몸을 잘 풀어야 됩니다. 아니면 십키로 넘어가면서 백프로 장딴지에 쥐가 나게 됩니다. 달리는 거와 달라서 스케이팅은 다리 근육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절하게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장거리를 못 뛰게 됩니다. 마라톤도 여차하면 쥐나서 주저앉는 사람들 많기도 하죠.

그 다음은 특이하게도 허리근육이 문제가 됩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나름 속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엎드려서 타야 된다는 거죠. 그럴려면 종아리 근육과 허벅지 근육도 문제지만 허리 근육이 무척 피곤해집니다. 이건 무조건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허리아프다고 자꾸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속도가 확 죽고, 그러면 다시 가속하기 위해 힘을 더 써야 되고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죠.

허리근육을 기르는 방법은 그저 장시간 스케이팅을 자주 하면서 참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적응력을 길러서 장거리에 도전하게 되면, 최대한 가벼운 스케이트, 최대한 마찰력이 적은 베어링을 찾게 되고, 옷도
최대한 몸에 달라 붙어서 공기 저항을 감쇄해 주는 것을 고르게 되죠. 그래서 그 민망한 복장이 나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는 역시 쉽지 않습니다. 몸도 잘 풀리고, 고갯길도 거의 없는 코스에서 씽씽 달리다가도, 갑자기 강바람이 정면에서 불어 닥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속도도 확 죽을 뿐더러 고글을 쓰고 있어도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고, 숨쉬기도 힘들어 집니다. 마침 그 때,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근육 상태가 안 좋다거나 하면 주저앉게 되죠.

반대로 등바람이도 불어주면 이건 뭐 장난 아닙니다. 속도도 급격하게 가속이 붙고, 힘 하나 안쓰면서 자세만 취하고 다리만 번갈아 저어 주어도 남들 보기에도 멋진 활강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 맛에 스케이트 타는거죠.

아이스 스케이팅에서는 없는 주법(요즘에는 그 쪽에도 도입이 되었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더블 푸시라고 몸의 중심을 잘 움직여서 체중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법이 절실하게 도움이 되는 것도 그 레벨에 들어가서 입니다. 그거 연습한다고 많이 자빠지기도 했는데 요즘엔 그게 기본인 모양이더라구요.

그런 식으로 어느 레벨에 올라 장거리를 달리고 있을 때,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숨은 가빠오고, 다리는 뻐근해지면서 천근 만근 무거워지고,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듭니다. 허리는 뻐근하다 못해 감각이 없어지고, 팔을 젓는것도 귀찮아서 뒷짐을 지고 습관적으로 다리만 번갈아가면서 밀고 있게 됩니다.

그 때, 가장 효과 좋은 마약 한방은 다름 아닌 섹스에 대한 기대입니다.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라인 마라톤 같이 하체의 힘을 주로 쓰는 운동이 정력(이 정력이라는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에 좋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뭐 연관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거고, 정력이라는게 사실상 체력과 비례하는 것일테니 운동하면 좋아지는게 당연하겠죠.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리듬에 맞춰서 하체를 움직여야 되고, 그것도 꽤나 장시간 반복하다보면 하체의 모든 근육들이 활성화 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고, 더욱 더 즐겁고 자극적인 성생활이 가능해 지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짓을 기대하는 수준까지 해내고 나면 보다 더 황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의식적으로 불러내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머리속으로 지금 하고 있는 동작의 리듬과 그 리듬을 일치시켜 가는 상상을 하면서 견뎌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일이십키로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전에는 이런걸로 주로 장거리를 뛰었었는데..

(사진은 분실..)

요즘에는 바퀴 직경을 더 늘리고 바퀴 숫자를 줄이는 게 유행이더군요.

써놓고 보니 되게 웃기는군요. 하지만 실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에야 불어난 체중 덕분에 동네뒷산에 올라가는 것도 헥헥거리고 있지만, 조만간 좋아지겠죠. 동네 뒷산도 자꾸 가니까 금방 쉬워지더라고요. 다시 한번 기대감을 불러내서 하드 트레이닝을 지속해 봐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인간이라는 오해는 사절합니다. 그냥 머리속으로만 그렇다~ 이겁니다. ㅎㅎㅎ

 

 

* 이 글은 예전에 다른 곳에 썼던 글을 보관해 두었던 것입니다.

 







2 thoughts on “인라인 마라톤 이야기 (19금)

  1. 호호 좋은팁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할게요.
    허리 아픈 것은 역시 그냥 무작정 참는 방법 말고는 없군요.

    19금 내용은…참신합니다. 다음에 스케이트 타러 갈 때 한 번 적용해 봐야겠습니다. *^^*

  2. 마라톤이나 인라인마라톤같이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할때 몸속에 NO(일산화 질소)가 생성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녀석은 강력한 혈관 확장제구요. 그러니 달리면 불끈혈관확장효과가 커져서 뭐 만족감이 높아진다고, 그래서 본인이 술먹고 들어가면 마누라가 싫어하지만 밤에 같이 조깅하러 나가자고하면 아무말없이 따라나온다ㅡ고 얘기하시던, 학생때 저희 비뇨기과 교수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단지 체력 지구력의 문제는 아니란 얘기임ㅎㅎ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