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육, 돼지껍데기

“편육” 혹은 그냥 “편” 이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고기로 만든 음식과는 좀 다른 존재이긴 하다.

시중에서는 흔히 편육이라는 이름 대신 머릿고기라고 불리우기도 할 만큼 쇠머리나 돼지머리는 편육을 만들기 참 좋은 소재이다. 소나 돼지의 머릿고기를 푹 삶아서 조직이 다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만들어 보자기에 담아 무거운 돌로 눌러 두는 식으로 만들기도 해서 누른고기라고 하는 지방도 있다.

이 편육의 핵심은 콜라겐이다. 푹 삶는 과정에서 이미 지방이 상당부분 빠져 나가게 되고, 또 보자기에 싸서 눌러 놓음으로써 여분의 지방마저 제거한 뒤, 육질 속에 있던 콜라겐 성분이 굳으면서 형태를 잡아주게 되는 것이니, 사실 편육의 상당 부분은 콜라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고, 편육 만들기 좋은 부위는 대부분 콜라겐이 많이 함유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콜라겐은 주로 소나 돼지의 발부분에 많이 있다. 흔하게 먹는 족발의 졸깃졸깃한 껍데기 부분이 바로 콜라겐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느낌을 생각하면 쉽게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다.

그렇게 콜라겐이 굳어 가면서 덩어리를 만들게 되면 보관하기도 좋고 예쁘게 썰어 내기도 좋다. 살코기로 그렇게 예쁘게 썰어내는 것은 그다지 쉽지도 않고 보관성도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질감이 고기와 거의 유사하면서도 보관성이 좋은 편육은 고기를 대신한 잔치 음식으로 많이 활용되게 되는 것이다.

잔치집이나 상가집에 가면 항상 한접시 따라 나오는 편육은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어떤 행사에서 먹던 편육은 그 행사의 느낌을 되살려 주는 측면이 있기에 사랑을 받게 되기도 한다.

바로 그 편육을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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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이 많은 부위 중에 가장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부위는 바로 돼지 껍데기이다. 껍데기는 손질해서 석쇠에 구워 먹기도 하는데, 술안주로 유명한 돼지 껍데기는 바로 이것이다.

껍데기에는 뭐 별다른 성분이 없다. 그냥 졸깃 거리는 식감으로 씹는 맛으로 먹는 것 뿐. 그러나 그 성분에 가득 함유된 콜라겐을 이용해서 손쉽게 편육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정육점에 가서 돼지 껍데기를 달라고 하면 꽤 깔끔하게 손질된 껍데기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준다. 보통 사백그람 정도에 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이 정도면 두세접시 먹을 수 있는 분량의 편육이 나오므로 입이 적을 때에는 충분한 분량이 된다.

사온 껍데기는 일단 털이 남았는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면도를 해놓긴 하지만 가끔 빠트린 부분이 있으니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괜히 나중에 편육 먹다가 돼지털을 씹게 되는 불쾌한 경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잘 살펴보고 남은 털은 면도를 해 주도록 하자.

그리고 그 껍데기를 일단 끓는 물에 오분 이상 데쳐낸다. 어차피 불순물과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데친 물은 그대로 버리고 찬물에 헹궈낸다. 헹궈낸 껍데기는 이제 말랑말랑 해져서 손질하기가 한결 편해진다.

껍데기 안 쪽에 남아 있는 기름기를 칼로 긁어낸다. 요즘은 이미 껍데기 손질 할 때 기름 덩어리들(그러니까 피하지방이다.)을 꽤 깔끔하게 긁어내긴 하지만 그래도 얇게 남아있으니 꼼꼼하게 긁어 낼 수록 좋다. 그리고 껍데기를 대략 가로 세로 1센티 2센티 정도로 잘라 준다.

자르는 이유는 일단 콜라겐이 잘 녹아 나오라는 측면도 있고, 나중에 편육에 들어갈 때 썰기 좋고 먹기 좋은 사이즈로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 다음에 수육 삶듯이 돼지 냄새를 없애기 위한 재료들을 넣고 푹 고아야 한다. 통마늘, 생강, 양파, 대파, 통후추, 소주 한잔 정도를 넣고 삶으면 좋다. 허브나 월계수 잎 등을 넣어도 좋다. 이 재료들은 나중에 모두 건져내야 하므로 삼베 주머니 등에 담아서 끓이는 것도 좋다.

그 상태로 60분에서 90분 정도 끓이면 된다. 재료들이 푹 잠길 정도로 부어 넣은 물이 1/2 이하로 졸아야 된다. 여기서 너무 덜 졸이면 편육이 물러지므로 충분히 졸이도록 하자.

그렇게 졸이고 나서 체에 받쳐 국물을 걸러내면 약간 노르스름한 색을 띤 뽀얗고 걸죽한 국물이 완성된다. 이게 콜라겐 덩어리가 된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풋고추를 가늘게 썰고, 빨간 실고추를 넣으면 좋은데 뭐 없으면 그냥 빨간고추를 잘게 썰어서 넣어도 된다. 이 고추들은 나중에 편육이 완성되었을 때, 시각적인 효과도 내주지만, 매콤한 향도 만들어 줘서 느끼한 맛을 감춰주게 된다.

적당량의 고추를 넣고, 걸러낸 껍데기 조각들을 모두 넣고, 적당한 사이즈의 사각 용기에 국물을 담아 잘 섞어 주면 사실상의 작업은 끝이 난다. 이제는 콜라겐이 굳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상온에 놔둬도 콜라겐은 굳는다. 하지만 좀더 신속히 굳히기위해서는 한김 빠진 후에, 냉장실로 옮겨주면 좋다. 성질 급한 사람은 냉동실에 넣어도 되지만, 그런다고 뭐 그렇게 신속하게 굳지는 않는다. 오히려 겉부분은 이미 얼어가는데 속은 아직 안 굳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충분히 냉각을 시킨 후에 꺼내보면 콜라겐이 굳어 가면서 그 사이사이에 껍데기가 끼워져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것을 도마위에 쏟아내면 직육면체 모양의 편육이 완성된다.

이 편육 덩어리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예쁘게 썰어내면 완성.

이런 모양이 나오게 된다.

클로즈샷은 이런 분위기.

이 편육을 먹어보면.. 사실상 맛이 없다.

진짜다. 맛이 없다. 맛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약간 미끈거리면서 졸깃한 식감은 무척 좋은데 특별한 맛이 없다는 뜻이다.

맛은 찍어먹는 장으로 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고춧가루와 통깨등으로 양념한 새우젓.

그 다음으로는 간장에 식초, 설탕, 참기름을 넣고 깨와 고춧가루를 뿌린 양념간장. 겨자를 살짝 넣어줘도 좋다.

쌈장은 조금 부적절하다.

그렇게 맛있는 양념소스를 만들어서 편육을 찍어 먹으면, 어지간한 상가집에서 천대 받으면서 한 쪽 구석 접시에서 찌그러져 있는 편육 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맛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콜라겐은 몸에도 꽤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저렴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돼지 껍데기 편육, 한번 정도는 시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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