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 복무기간 단축 혜택

 

돌이켜 보면 난 언제나 이상하게 중간에 끼어서 애매한 상황에 잘 빠졌던 것 같다. 스스로 그런 포지션을 찾아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내가 군 복무하던 시절에는 복무기간이 육군 현역 30개월이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이 복무기간에 있어서 혜택을 본다는 점.

대학교 1학년 때 교련과목 이수와 문무대 일주일 입소.. 이거 완수하면 1.5개월 혜택.

대학교 2학년 때 교련과목 이수와 전방입소훈련 일주일.. 이거 완수하면 1.5개월 혜택.

합쳐서 3개월의 혜택이 있었다. 즉, 어지간한 대학교를 2학년 이상 다니고 온 넘은 30개월이 아니라 27개월이었다는 얘기다.

제대특명이 일주일만 밀려도 포악해져서 광분하는 고참들이 드글드글한 판에 3개월이라니..

대학 나오고 군대에 온 넘들이 고졸 고참에게 잔인한 갈굼을 당하는 것도 이해가 갈 판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나는 전방입소훈련을 거부하는 바람에 (이 때 얘기도 골 때리는 스토리가 있긴 한데..) 혜택이 1.5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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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개월 혜택을 받는 먹물병장의 경우.

슬슬 짬밥이 차서 물병장(물뚝심송 병장이라는 뜻이 아니다. 병장 계급장 갓 단 초짜 병장을 의미한다.)이 되면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첫째, 고참들이 갈구기 시작한다.

대졸 병장들은 고졸 고참 병장을 추월해서 전역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대졸 병장은 병장시절 내내 병장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씹쌔꺄, 니는 내보다 빨리 나간다메.. 어디 그 날이 오나 보자. ”

이런 말이 나오게 되고, 물병장은 상병보다 더 힘들게 내무반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둘째, 동기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같은 날 입소해서 훈련소에서 같이 구른 동기는 아직도 3개월이나 남았는데, 나는 먼저 나가야 되는 상황.

“씨발놈아.. 니가 동기가. 동기가 동기 버려두고 먼저 나가는 법이 어딨노..”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동기들 회식하거나 할 때, 술값을 항상 도맡아 내거나 해야 된다.

세째, 쫄따구들 관리가 힘들어진다.

“박벵임요, 박벵임은 3개월이나 먼저 나가는데, 이제 저좀 그만 갈구고 알아서 저쪽으로 좀 찌그러지소. ”

이런 식으로 하극상에 가까운 들이댐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도 뭐라 말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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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보편적인 상황인데, 나는 그 와중에도 애매한 상황에 또 놓이게 된다.

일반적인 고졸 병장들보다는 1.5개월 빨리 나간다. 그러니 거의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또 3개월 혜택보는 놈들 보다는 1.5개월 늦게 나가게 된다. 그러면 내 안에서 뭔가가 부글 거리면서 저 새끼들을 좀 갈궈야 겠다는 본능적인 의지가 발동한다.

내가 말년이었던 시절 한 기수 아래 (우리 부대는 월단위로 기수를 끊었다.) 후임이 두명이 있었는데, 한놈은 나랑 같은 주에 나가게 되어 있었고(즉, 3개월 혜택자), 또 한놈은 나랑 지 동기가 다 나간 뒤에도 한참을 더 근무해야 되는 넘이었다. (즉, 무혜택자)

이 두놈이 틈만 나면 싸우고 말썽을 부려서 아주 환장하겠는데, 거기에 내 말까지 안 먹히는 거다.

혜택자를 갈구면 이 자식은 이렇게 나온다.

“거, 전역도 같이 할 사람이 너무 갈구지 마소. 어차피 사회 나가면 다 친구구만. ”

나보다 나이도 세살이나 어린 넘이 친구는 무슨..

무혜택자를 갈구면 이 자식은 이렇게 응대한다.

“씨바, 누구는 가방끈 짧아 3개월이나 더 박박 겨야 하는데, 다만 몇주라도 일찍 나가는 넘은 후임 입장도 좀 생각하고 그러쇼. ”

뭐? 넘? 이 새끼가 뒤질랴고 환장을 했나..

결국 복무기간 내내 이런 문제에 시달리던 나는 왕고가 되자 마자 내무반장을 불러서 이런 특단의 조치를 결행하도록 시키게 되고 만다.

“앞으로 내무반 내에서 혜택자와 무혜택자 사이에 복무기간을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 한 기수 쫄따구들이 그 자리에서 계급장 띠고 갈아 마셔라. 양쪽 모두 말이다. ”

이 조치는 내가 전역하고 난 뒤에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하니, 내가 좋은 일도 한 셈이다.

그리고 농담삼아 이런 말도 덧 붙였던 기억.

“내가 나가자 마자 대통령을 납치해서 협박을 하는 한이 있어도, 대학 교련 교육 받았답시고 복무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혜택 같은 것은 없애도록 하겠다. 두고 봐라.”

물론 내가 대통령을 납치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제도는 그리 멀지 않아 점차적으로 없어져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으니 허풍만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냥 혜택이 사라진 게 아니라 대학교에서의 교련 교육 자체가 없어졌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간.. 도대체 이 싸구려 모자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들 안달복달이었는지..

지나간 시절의 추억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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