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운영자는 베드로

너희들 내가 부끄러운 거니? 
부끄러운 건희에 대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내가 저런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다름 아닌 마사오님에게서였다. 아시다시피 마사오님은 딴지만평을 그린다는 핑계로 사실상 딴지일보의 부끄러움을 담당하고 계시는 분이다.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꺼내는 용기를 얻는 경우가 꽤 된다. 기본적으로는 온라인이 익명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이 익명의 공간이라는 것은 완전한 기술적 착각이다. 하지만, 일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가서 경찰력이 동원되거나, 뭔가 큰 사고를 쳐서 신상털기를 당하기 전에는 익명의 공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은 온라인을 어느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착각을 하고 산다. 
그러다보니 실제 세계에서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치부되기 쉬운 행동을 하게 되기 일쑤다. 별것도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행동들 말이다. 포르노에 대한 애호심을 자연스럽게 얘기한다거나, 쌍욕을 섞어 술주정을 한다거나, 소심하게 반정부적인 주장을 펼친다거나.. 
그런 행동에 익숙해진 개인들이 모여서 좀 기괴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실 그런 커뮤니티의 원조가 바로 딴지일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유명 정치인들을 희화화 하거나,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견해를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 커뮤니티가 생겨나면 그 곳에는 누가누가 좀더 부끄러운 얘기를 더 자연스럽게 펼치는가에 대한 경쟁 같은 것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도 딴지일보의 독자 게시판 중에는 음주불패나 육두불패 같은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라면 자랑하기 힘든 술먹고 주정부린 얘기들이나, 성적 경험담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공간이며, 그게 황당한 경험일 수록 인기가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될 수록 권장을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뒤로 이런 아주 소소한 일탈을 권장하는 커뮤니티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지평은 한참 넓어지기도 했다. 리버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면들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일탈적 커뮤니티들이 항상 긍정적으로 사상의 지평을 넓히는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매우 관대하고 자유주의적인 시각으로 봐서도 용납이 안될만한 일탈행위가 주제가 되는 커뮤니티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자살 동호회 같은 것들이 그런 부류에 포함되기도 하겠다. 그런 커뮤니티들은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음험한 공간에서 비밀리에 운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거야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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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는 매우 독특한 공간이다. 
일베의 기본적인 정서는 사실상 초창기의 딴지일보와 다를 바가 없다. 풍자와 비꼼이 난무하고, 사용자들이 그 곳에 오는 가장 주된 이유가 “재미”라는 점에서 그렇다. 
딴지일보가 초창기의 다양한 재미에서 어느 정도는 정치적인 얘기가 주도하게 되는 현상을 겪고 있듯이 (이 현상을 불러온 주범이 나 자신인것 같아서 사실 일그람 미안하기도 하다. ) 일베 역시 “재미”로 인해 사람들이 모였으나 정치적인 입장이 경도되기 시작한 측면이 있다. 딴지와는 좀 반대쪽으로 말이다. 
그러나 일베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갔다. 
망자에 대한 모욕이나, 정치권 인물들에 대한 지나친 명예훼손 정도를 넘어서, 자신들의 입장에 반대되는 사람들의 신상털기에 나선다거나, 규모가 큰 웹 사이트를 “산업화”시키겠다는 이유로 클릭질이나 댓글폭격에 나선다거나, 몇몇 중2병 해커들이 훔쳐온 모 사이트의 회원명단을 가지고 종북이라는 이유로 신상을 털어 버리는 그런 행동들 말이다. 
이런 행동은 다분히 도덕적인 비판을 넘어 사법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일탈행위들이다. 
폭력적인 섹스에 대한 로망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위험하긴 하지만 용납은 되어야 한다. 말과 행동의 차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대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간을 실제로 시도하면 형사범이 되어 처벌 받아야 한다.  
정치적인 주장을 말로 하는 것은 심지어 그게 파시스트적 주장이라 해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주장에 반대되는 사람들의 신상을 까버린다거나, 그런 사이트를 공격한다거나하는 것은 형사범이다.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범죄인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이 구분을 잊어 버린다. 말로 해도 되는 것은 실제로 행동에 옮겨도 된다는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나 그런 말들이 항상 넘쳐나는 공간 속에서 놀다보면, 말만 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뭔가 영웅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다고 실제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거기다가 그렇게 수시로 선을 넘은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커뮤니티 전체가 그런 평가를 받게 되기 마련이다. 한두명이 뻘짓을 했을 때, 커뮤니티 차원에서 나서서 말리지 않게 되면 더욱 더 그렇게 된다. 그 때 가서, 몰지각한 한두명이 어쩌고 해 봐야 변호가 안된다. 
결국 일베는 그렇게 선을 넘는 행동들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정치적인 이유 이전에 커뮤니티 자체의 평가가 나빠져 버린 거다. 비록 독특한 관점이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가치가 있는 팩트 중심주의 같은 걸 들먹인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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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를 만들고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모 의사가 자신이 의대교수가 되려고 하는데, 일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하다면서 사이트 전체를 매각해 버렸다고 한다. 
졸지에 일베는 창조자에게 버림받은 피조물들이 되어 버린 셈이다. 
졸지에 일베는 자신이 거기서 논다고 공개하기도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간 일베에서 벌어졌던 부정적인 사건들의 횟수가 너무 많았고, 그 행동들이 선을 지나치게 멀리 넘어간 거다. 
우리 사회에 확실히, 무게감 있게 존재하는 보수적인 정치적 입장, 그런 입장을 대변하는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진보나 좌파 계열이 인터넷 공간에서 현실과 다르게 지나치게 우위를 점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별도의 세계가 아니다. 현실세계의 연장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터넷 공간도 현실세계와 비슷한 비율로 각각의 정치적 입장이 제기되고 소비되어야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어드덧 보수진영의 대표 사이트로 성장해 버린 것 같은 대접을 받던 일베가 저렇게 부끄러움 덩어리로 전락해서 창조자에게서 버림받는 꼴을 보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다.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역으로 생각해서, 우리 사회의 보수진영들이 남몰래 숨겨두고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가지고 있던 천박함이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만나면서 극단적으로 외부로 발현된 결과는 아닐까 하는, 정치적으로는 지극히 불공정한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니들 진짜 그런거니? 
그렇게 부끄러운 놈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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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오글거리는 제목의 책광고






3 thoughts on “일베 운영자는 베드로

  1. 물뚝심송님…
    사람을 웃기면서 울리는 재주가 있으실줄이야~ ㅋㅋ

    마지막 두 문장에 빵터져서 웃다가 울게되는 얼레리꼴레리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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