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우동

 

볶음우동 정도가 되면 이건 사실 정통파는 아닌 것 같다. 음식에 정파 사파가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동안 전해져 내려온 음식들은 어느 정도 맛의 기준도 있고, 구현 방법도 정형화 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볶음우동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남은 샤브이찌 면발을 이용해서 볶음우동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

맛의 목표는 약간 단맛이 감도는 매콤한 맛.

재료부터 확인해 보자. 들어갈 재료 역시도 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새우나 조개류의 해물 위주로 가도 되고, 버섯류를 듬쁙 넣어도 될 것이며 육류로 가도 문제 없다. 각각의 향에 따라 맛의 디테일이 바뀌겠지만, 전체적으로 마늘향과 고추의 매운맛이 무척 강하게 깔리므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냉장고를 뒤져서 결정한 재료들은 대략..

면, 돼지고기 전지살과 냉동오징어. 몸통은 빼고 다리만 썼다. 이유는.. 양이 너무 많아서.

당근, 양파, 새송이, 청양고추

다진 마늘, 양조간장, 요리당, 향이 좋은 고추가루와 고추기름.

모두 지극히 일반적인 재료들이다. 특기할 만한 재료는 고추가루와 고추기름인데, 고추가루는 김장할 때 썼던 무척 향이 좋은 고추가루가 있어서 믿음직하고, 고추기름은 샤브이찌에서 면발과 함께 보내주셨던 것이다. 진짜 고마운 일이다.

면을 삶을 냄비에 물을 올리고 재료를 준비한다. 재료들은 모두 각각 적절한 사이즈로 썰어준다.

볶음 요리에 적합한 우묵한 팬을 충분히 가열한 후에 고추기름을 듬뿍 넣어주고, 다진 마늘을 볶아준다. 이 맨 처음에 고추기름에 마늘 볶는 과정은 짬뽕 만들 때에도 필요한 부분인데, 마늘이 볶아 지면서 향이 확 퍼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나름 매력이 있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먼저 투입해서 함께 볶아준다. 그 다음에 당근과 오징어를 투입. 이 투입 순서에는 뭐 별다른 철칙은 없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익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릴 것 같은 재료들을 먼저 넣어 주고, 채소의 아삭한 질감을 남기기 위해 뒤에 넣어주는 식으로 한다. 뭐 틀려도 할 수 없지.

고기와 야채가 투입된 뒤, 양조간장을 넣어준다. 이것은 진짜 감으로 양을 조절해야 되는데 양조간장은 국간장과 달리 짠 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적당히 넣어주면 된다.

단맛을 위해서 요리당을 투입하는데, 설탕을 넣어도 된다. 매실청은 약간 신맛이 따라 오기 때문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투입된 고추기름의 양을 고려하면서 고추가루도 넣어준다. 너무 많이 넘으면 먹느라 고생좀 하게 된다. 가뜩이나 청양고추도 들어갔는데.. 이 청양고추는 가끔 진짜 매운 녀석들이 걸리기도 하는데, 고추를 썰 때 나는 냄새로 어지간히 예측이 가능하다.

이렇게 80%에서 90% 정도 볶아졌다 싶을 때 불을 잠깐 끄고 면을 삶는다. 많이 하다 보면 이 때 쯤해서 옆 냄비에서는 물이 끓고 있을 것이다.

면을 삶는 법은 앞선 글에서도 얘기한 바가 있다. 찬물을 두차례 투입해 주는 거. 그리고 다 삶은 뒤에 아주 찬물에 잘 헹궈주는 거. 이거 잘 안헹궈지면 전분이 녹아 나오면서 볶음 요리가 끈적거리고 텁텁해지면서 다 베리게 되니까, 잘 헹궈야 한다.

헹궈낸 면발을 팬에 투입해서 볶아줘야 하는데, 이 때 면발을 헹구는 과정 막판에 올리브유를 살짝 면발에 떨궈 비벼주면 면이 더 매끄러워 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볶아진 재료가 들어있고, 살짝 식은 상태인 팬에 불을 최고로 올리고 기름이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면을 투입하는 거다.

나무젓가락으로 잘 섞어 주면서 볶는다. 면발에 양념이 잘 배이도록 콧잔등이 땀이 맺히도록 열심히 섞으면서 볶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큰 접시에 담아내면 완성.

그런데 진짜 사진 못 찍는다. 이거 핸펀으로 찍지 말고 똑딱이 디카로 다시 찍어야 되나.. 왜 이렇게 사진이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맛은 대성공.

매콤한 향이 감돌지만 너무 맵지 않고, 살짝 단 맛이 감돌면서 마늘향이 풍기는, 아주 적절한 볶음 우동이 탄생했다.

약간 많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후식으로 사과 한개까지 먹고 나니 세상이 이렇게 편해 보일 수가 없다.

 







1 thought on “볶음우동

  1. 와우~ 플레이팅도 잘 하시네요. 재료가 골고루 들어가서인지 더 먹음직스럽네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 받아먹기만 했었지 핸드드립 커피에 몇년동안 허우적되던 시기, 콩이 그라인더에 분쇄될 때 가루의 크기에 따라서 신맛과 쓴맛을 조절하고 물의 온도에 따라 향의 깊이를 지속 시킬 수 있고 콩은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맛 자체가 달라지고 그리고 생두가 어느나라의 흙과 기후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감이란 없는 거 같습니다.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거에 정성이 빠지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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