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지승호

인터뷰어 지승호

인터뷰라는 것은 매우 흔하면서도 상당히 특이한 쟝르이다. 정치인 인터뷰 몇번 해본 초짜 인터뷰어의 눈에 보이는 지승호씨는 아마도 “사람”이 인터뷰라는 쟝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하면 저렇게 되겠거니 싶은 수준의 인터뷰어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도 인터뷰라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었나 보다. 
푸념에 가까운 그의 연작 트윗을 모아본다.
  1. 1. 지독한 슬럼프다. 아니 이건 그냥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게다.
  2. 2. 인터뷰어는 도구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저 인터뷰이에게 조명을 잘 비춰주고 묵묵히 서 있는 존재.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나는 유령이 되어 있었다. 그래 유령도, 도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3. 3.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이 도구에 대한 말들도 참 많고, 기대와 질시들도 참 많다는 걸 느꼈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만 해서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4. 4. 이 노동집약적인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이런 것들이 필요해요, 라고 말하는 내 하소연이나 호소는 ‘징징거림’이라는 단 한마디로 대체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날 불러서 자기 얘길 전달하는 녹음기나 속기사처럼 취급했다.
  5. 5. 그 반대쪽에서는 인터뷰라는 텍스트를 저렴하게 만든 사람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6. 6.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해요’ 라는 말은 ‘너 돈 벌려고 인터뷰하냐?’라는 말로 간단히 대체되었다. 아니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건 아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 당연히 월급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7. 7. 점점 더 책이 안필리고, 인세로 먹고 살기 어려워진 세상이다. 뭐 늘 그랬지만.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은 방송이나 강연을 좀 해야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8. 8. 경제적인 면도 그렇지만, 책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암묵적인 지식을 전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말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문제는 내가 그걸 너무나 힘들어한다는 것.
  9. 9. 어떤 후배는 ‘강연 하나 해’ 하고 통보를 한 후 ‘일을 벌여놓으면 하겠지’란 생각으로 진행을 했나보다. ‘홍보물 인쇄까지 들어가서 이제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취소시켰다.
  10. 10. 그리고 어느 예비언론인들이 스무명 정도 모여 까페에서 인터뷰에 대해 듣고 싶다는 요청에 대해서도 ’30분 정도만 얘기해주시면 됩니다’라는 말에 그 정도면 나한테는 고문이라는 답을 했다. 아니 3분 정도의 시간 조차도.
  11. 11. 그러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내가 인터뷰에 대해 할 말이 없는건 아닌데, 아니 질문하면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고, 술자리에선 12시간이고 떠들 수도 있는데…. 그저 내게 뭔가 듣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잠시의 얘기조차 들려줄 수 없다니.
  12. 12. 단순히 무대 공포증, 단상 공포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시선에 관한 트라우마일까, 아니면 관계 설정에 대한 트라우마일까? 남들의 시선 앞에만 서면 도대체 머리가 하얗게 되니. 내 머리 속에 지우개도 아니고.
  13. 13. 사람들은 그런 놈이 인터뷰는 어떻게 하냐? 하기 싫으니까 거짓말 하는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인터뷰는 관계 설정이 명확하니까. 내 역할과 상대방의 역할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고.
  14. 14. 그런 상황에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자료를 보고, 때론 몇백개의 질문을 만들고도 하나의 질문도 던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빠질때가 있으니까.
  15. 15. 그 트라우마는 어디서 왔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 나이 먹고 누굴 탓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뭔지 알아야 하니까. 해결은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부터 생긴 트라우마는 아닐까? 그게 제일 무서웠다. ‘얘기 좀 하자’
  16. 16. 어떤 얘기를 해도 불호령이 떨어졌으니 난 점점 말이 없는 소년이 되어 갔고, 그래서 점점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되어 갔던 것 같다. 일대일, 면대면의 관계야 어떻게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풀어갈 수 있는 문제겠지만.
  17. 17.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는 내게 늘 고문이었다. 학교에서 엠티를 가도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는 그것이 끝날때까지 밖에서 서성거려야했고, 심지어 군대 가서는 점호를 기다리는 시간에 돌아가며 3분 정도 아무말이나 하는 시간에도 난 아무말도 못했다.
  18. 18. 고참들은 평소 입바른 소리를 가끔 하는 내가 반항을 한다면서 전원 집합시켜 빠따를 때렸고, 나는 그 죄책감에 더 입을 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무 얘기나 해봐’, ‘…….. 할 말이 없는데요’ 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19. 19. 결국 고참들은 포기했다. 상 고문관이 왔다면서. 이게 나이가 들면서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고, 관계가 많아지면 좀 나아질 수 있겠다 믿었는데, 더 힘들어진다는 걸 느낀다.
  20. 20. 어떤 이들은 이걸 배부른 고민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내게는 충분히 고통스럽다. 가끔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21. 21. 이 글들에 대해서 또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망설이다 썼는데, 써놓고 나니 눈물이 나면서도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든다.
  22. 이 장편 트윗을 모아내는 것 조차 그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 “인간”을 직접 만나서, 술 한잔 따라 가며 인터뷰 얘기 뭐 이런 거 말고, 그냥 살아온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럴 기회가 왔으면 좋겠지만 함부로 부탁도 못하겠다. 
    그런 부탁을 받는 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를 요즘 들어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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