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노출에 벌금 오만원?

 

북에서는 핵미사일까지 만들어서 여차하면 한 방 쏘겠다고 협박을 하고, 남한과 미국은 만오천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해서 키 리졸브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53년 휴전이후 지켜져 오던 정전협정이 파기되네 마네 하는 중차대한 이 순간!

박근혜 정부가 소집한 첫 국무회의에서 세상을 깜짝놀라게 할 만한 조치가 발표되고 말았다.

무려 “경범죄처벌법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것.

사람들은 당장에 과다노출에 벌금이 5만원이라고? 스토킹에 벌금이 8만원이라고? 이러면서 설왕설래를 시작했고, 미니스커트에 줄자 대고 길이 재서 단속하던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거냐는 둥, 더 늦기 전에 무료로 과다노출을 하라는 둥 하는 쉰 개그가 트윗 공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본 기사중 특정사실과 전혀 관계없음. 이 멘트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위 사진은 본 기사중 특정사실과 전혀 관계없음. 이 멘트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도대체 이 멜랑꼴리하면서도 포스트모더닉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지 난감해 하고 있을 독자여러분들을 위해 정리해 본다.

이 모든 게 도대체 무슨 난해한 소동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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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무슨 잘못을 하면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당연한 얘기다. 누군가 죄를 지으면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사가 기소를 한다. 그러면 법정이 열리고 판사가 판결을 한다. 군사법정이 아닌 이상 단 한번의 판결로 죄를 물어선 안되기 때문에 승복하지 못한다면 세번까지 재판을 받을 수가 있다.

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친 뒤에야 처벌이 가능해지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흉악무도한 죄인이라 해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인권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기본 철칙이다.

그러나 이 철칙 또한 사람들 하는 일인데 매번 정확하게 지켜낼 도리는 없다. 이게 나쁜 짓이긴 한데, 굳이 판사앞에 끌고가서 세울 만큼 크게 나쁜 짓도 아닌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런 죄들을 총칭해서 그냥 경범죄라고 해 보자.

그러면 이런 경범죄는 어떻게 처벌해야 한단 말인가.

정식재판보다 훨씬 더 절차가 간소화된 약식기소라는 것이 있다. 이 약식기소는 그래도 검사가 주도하는 단순화된 재판 절차이다. 그런데 약식기소보다 더 간단한 것이 있다. 이게 즉결심판이다.

즉결심판은 경찰이 청구하게 되어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어찌보면 즉결심판은 우리 사회 전체에서 지켜지고 있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유일한 예외사항일 수도 있다. 검사가 아닌 경찰이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즉결심판을 맡은 판사는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결정을 하는 것 뿐이고, 즉결심판 자체는 재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단순화 되어 있기도 하다. 그만큼 작고 사소한 범죄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등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즉결심판보다 더 단순한 처벌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이게 바로 통고처분이다. 그냥 어떤 특정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이건 벌금 얼마~ 라고 딱 정해져 있어서, 경찰이 판단하기에 어떤 사람이 그 행위를 범했다면, 경찰서장 명의로 “그냥 너 벌금 얼마내라~” 하는 통고를 하는 절차가 있다.

이런 경우는 아마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될 경우에 흔히 경험해 보는 사안이라 대충들은 다 아실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과정에도 미묘한 용어의 차이들이 존재한다. 통고 처분은 극단적으로 단순화 된 처벌 조항이라서 판사의 판단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판사의 판단으로 부과할 수 있는 처벌의 한 종류인 “벌금”이라는 용어를 쓸 수가 없다. 그저 “범칙금”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통고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통고된 범죄사실과 범칙금 납부 요청에 내가 응하지 않는다면 즉결심판을 받아 볼 수 있는 것이고, 또 그 즉결심판의 결과에도 동의하지 못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렇게 단순화된 범죄 처벌 제도가 합법화 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우리 사회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거 대충만 훑어 봐도 그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고민해 가면서 만든 제도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절차들은 좀 복잡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법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판단과 함께 현실적인 집행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들까지도 다 고려되어 만들어졌고, 유지되어 오고 있고, 앞으로도 유지될 사회의 제도들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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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절 우리에게는 “경찰범처벌규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1912년에 제정된 일종의 규칙인데, 이 규칙은 당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정식 재판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제의 경찰병력이 자의적으로 집행해서 가할 수 있는 처벌 제도로 존재해 왔던 것들이다.

이 부분이 바로 “경찰”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경찰이라는 존재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나쁜 사람 잡아다가 벌주는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즉, 경찰이라면 그저 잡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벌”도 주는 사람이라고 은연중에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에게 “잡혀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처벌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사람 잡아다가  가두고 두들겨 패고 이러던 것이 그리 오래전의 얘기는 아니다. 요즘도 암암리에 패기도 할 걸.

즉, 우리 사회 전체가 은연중에 경찰에게 “처벌권”을 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아니잖아.

원칙적으로 보자면 경찰은 수사만 하는 거다. 처벌은 판사가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진짜 원칙이고 현대적인 사법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어지간히 발전된 사법체계를 가진 사회들이라 할 지라도 경찰에게 은연중에 처벌권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는 가급적, 경찰의 처벌권은 점차 축소해 나가고, 모든 처벌은 판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 근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왜 경찰의 처벌권을 줄여야 하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가능하다. 모든 경찰이 판사의 역할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시행령을 세세하게 적용시켜 놨다 하더라도, 결국 그 조항을 해석해야 집행이 가능하다. 경찰이 직접 처벌을 하게 되면 경찰은 분명히 경찰 마음대로 그 조항을 해석하게 될 것이다. 경찰에게 법 조항의 해석권을 줄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일제 때 경찰들이 우리 백성들 잡아다가 두들겨 패고 심할 땐 죽이고 이러는 것을 합법화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범처벌규칙”이 해방 이후에도 이어지다가 바로 “경범죄처벌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급적, 경범죄 처벌법에 해당되는 조항을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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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1차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경범죄처벌법” 도 아니다. 그 법에서 필요하다고 규정해 놓은 “시행령”을 통과시킨 것 뿐이다. 경범죄처벌법은 이미 오래전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고, 그 법안의 내용에서 대통령이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시행령”을 경찰이 만들어 왔고, 그것을 승인한 것 뿐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밀려 있던 일을 처리한 것 뿐이다.

시행령 통과 전과 후는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예를 들어 논란이 되는 과다노출 범칙금 5만원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이미 통과된 경범죄처벌법에 의하면 과다노출 행위는 처벌 대상이며, 그 벌금은 10만원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즉, 경찰이 과다노출로 판단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적발하면, 그 사람을 즉결심판에 넘겨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판사에게 청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새로 통과된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를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이제는 경찰이 당사자에게 5만원이라는 범칙금을 “통고처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당사자가 거부하면, 다시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시행령 전과 후는 달라지는 것은 없게 된다. 적어도 큰 틀에서는 말이다.

경찰의 해명대로 과다노출이 원래 처벌받지 않던 것을 5만원 범칙금에 처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즉결심판에 회부했어야 할 일들을 그저 범칙금으로 간소화된 처벌만 받고 끝나게 된 것이니 처벌이 완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핫팬츠나 나시를 입는 수준을 과다노출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즉, 바바리맨 정도 되어야 처벌 대상이 되는 거지, 여름철 길거리에서 패션을 자랑하는 여성들을 단속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줄자들고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과다노출 행위인지를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바바리맨을 처벌할 것인지, 똥꼬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을 처벌할 것인지, 이 제도 하에서는 전적으로 경찰의 판단에 의존할 뿐이다.

거기다가 아무리 약식이라 해도, 이 조치로 처벌을 받게 되면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된다. 끔찍한 스토킹을 하던 인간이 적발되어 범칙금 8만원 통고처분을 받고 그 돈을 내게 되면 다시는 그 행위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

이건 좀 아니지 않는가. 스토킹 문제는 사회적인 수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호러(농담 아니고)수준의 정신적 상처를 받게 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걸 겨우 범칙금 8만원으로 떼워 준다는 것은 좀 그렇다.

즉,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어떤 행위는 처벌 자체가 논란, 어떤 행위는 처벌이 너무 가벼워서 논란, 다양한 논란거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원칙적으로 사회적인 토론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 맞고, 그 토론의 끝은 법정에서 내려지는 것이 맞다.

그러니 경범죄처벌법에 해당되는 조항은 가급적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맞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가급적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합리적이다. 또한 과다노출 같은 것은 형법상의 “공연음란죄”하고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 법으로 처벌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었다.

 

 

그걸 왜 자꾸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기려고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고, 그렇게 자꾸 경찰의 권력을 확대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이 조치로 인해,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던 유신시대로 회귀하지는 않겠지만, 사법체계와 관련된 인권은 후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결국,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분명히 뭐가 후퇴해도 후퇴하는 정책이다.

하필이면 최초로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이런 안건을 통과시키는 걸까? 상징적인 의미를 따져보는 차원에서도 그렇다는 얘기다.

난 도저히 이해하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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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박근혜 정부나 대통령 박근혜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요만치도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향후 5년간 이 사회를 이끌어갈 대통령이고 정부다.

그런데 이 정부, 진짜 해도 해도 너무 못한다.

인수위는 커녕, 실제 취임식을 거행 한지가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 장관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금 정부조직 개편안 조차도 국회 통과를 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 막 임명하기 시작한 장관들도 여차하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편후의 부처를 가정하고 그 부처의 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분명히 앞뒤가 바뀐 일이다. 이것은 두고두고 임명 자체의 효력에 대한 무효 시비를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아직 정식으로 임명되지도 않은 장관인선자에게 실제 장관이 해야 할 임무를 명령하기도 한다. 그 사람 아직 민간인이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 내정자 얘기다. 어쩌려고 이러나.

그렇게 꾸물럭 거리던 와중에 상황은 개판이 되어가고 있다.

하필 이 시점에 아무리 정례적인 것이라 해도, 북한 측에서 호들갑 떨면서 난리를 칠게 뻔한 키리졸브 훈련은 왜 강행을 하는 것인가? 정 하고 싶으면 한 일이주만 더 있다가 하든가.

거기다가 그 강행의 여파로 북한이 길길이 날뛰면서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는 둥, 판문점 직통전화를 단절했다는 둥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는 둥, 남북관계는 극단적으로 경색되어 가고 있다.

적어도 이런 상황이면, 최초의 국무회의에서는 앞으로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비전 정도는 의결하고 발표했어야 하는 거다. 최소한 남북관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천명하기라도 했어야 한다. 거짓말이라 해도 그렇다. 그 정도의 언플은 기본 아닌가?

그런데 거기다가 과다노출 단속이 화두로 떠오를 만한 그런 시행령을 의결하고 앉아 있다. 쪽팔려 죽겠다.

이 사람들이 진짜 국가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인가?

아니, 실제로 준비를 못 했다 하더라도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줘야 될 거 아닌가 말이다.

장관직, 청와대 실세 임명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힘을 썼던 할배들이 뒤에서 자리나눠먹기 싸움을 하느라, 자기 사람을 꽂아 넣으려고 서로 싸우느라 인선이 늦어진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 나온다. 인선했던 사람이 출근을 안하고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인선되었다 낙마했다가 다시 인선된 사람이 임명도 안받고 출근해서 버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 좋은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은가.

곰곰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이 지금, 씨바~ 니들끼리 다 해쳐먹어라~ 하고 다들 돌아앉아 버리고 무관심해지길 바라면서 이런 생쑈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니들 참 고수다.

니들 똥 총천연색 풀 칼라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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