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삶기

꼬막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히히히~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에 보면 꼬막을 외서댁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항상 꼬막 얘기를 할 때 마다 그걸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떠올리건 간에 꼬막은 조개류 중에서 손에 꼽힐 만큼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키조개, 가리비, 대합, 혹은 그 국물 맛도 강렬한 백합 같은 고가의 조개류와 비교하면 뭔가 가격상으로 밀리는 듯 하고 사이즈도 작고 해서 밀리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냥 잡소리 다 집어 치우고 꼬막은 참 맛있는 놈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꼬막은 대부분 새꼬막이다.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꼬막 삶아서 위에 양념올린 바로 그것도 새꼬막이고, 술집에서 꼬막을 시키면 나오는 건 100% 새꼬막이다. 
참꼬막은 새꼬막에 비해 껍데기에 있는 골이 굵고 갯수가 적다. (당연히 골이 굵고 껍질의 전체 사이즈가 비슷하니까 골의 갯수는 적겠지..)
새꼬막은 양식으로 주로 공급이 되는데 아직 참꼬막이 양식되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물론 조개류는 양식과 자연산의 구분이 좀 애매하긴 하다. 그저 좋은 갯벌에 종패(조개의 씨)를 뿌려두었다가 나중에 수확하는 수준으도로 많이 행해지니까 말이다. 
참꼬막의 최대 특징은 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꼬막 신경쓰지 말고 새꼬막에 집중하기로 하자. 몇번이나 먹어 보겠다고 그 비싼 참꼬막 얘길 하겠냐 말이다. (특히나 지난 겨울에는 참꼬막이 흉년이 들어서 나도 한번도 못 먹어봤다. 줸장..)
———————
꼬막을 먹는 법은 사뭇 다양하다. 
제일 기본적으로는 그냥 삶아 먹는 것. 그리고 좀더 발전하면 꼬막을 삶아 까서, 그 살을 재료로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것. 이렇게 구분된다. 
다른 음식의 재료로 꼬막을 쓸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꼬막의 맛이 반감되는 것을 감수하고 푹 삶아야 한다. 푹 삶으면 꼬막은 입을 딱 벌릴 것이고, 살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며, 꼬막 특유의 향이 듬뿍 배어 있는 즙은 다 흘러 나와 삶은 국물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먹으면 꼬막의 맛은 진짜 말 그대로 반은 사라지는 것이다. 
진짜 제대로 꼬막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살짝 데치는 수준으로 삶아서 채 입을 벌리기 전, 바로 직전의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 
왜 이래야 할까? 꼬막의 껍질 속에는 물론 꼬막의 몸통이 있을 것이다. 그 몸통에는 꼬막 특유의 체액이 배어 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열을 가하게 되면 열에 의해 단백질이 변성되면서 꼬막의 몸통이 쪼그라 들게 된다. 그러면서 체액이 흘러 나오게 되겠지. 그러다가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꼬막의 껍질을 붙잡고 있는 근육이 파괴되면서 입을 딱 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동안 흘러나온 체액은 물 속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삶은 꼬막의 맛은 바로 그 순간에 있다. 입을 딱 벌리고 체액이 흘러나가기 직전, 껍질 안에 그 국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꼬막의 몸통이 쪼그라 들기 직전의 부드러운 상태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꼬막의 살이 쪼그라 들기 직전이니 부드러운 살이 껍질 안에 그득하게 꽉 차 있게 된다. 
이게 처음 드시는 분들이 먹기에는 약간 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체액, 약간 갈색을 띠는 국물 안에 철분도 많이 있는 거고, 꼬막의 진한 향이 배어 있는 거고, 그게 바로 진짜 꼬막의 맛이라는 얘기가 된다. 
피조개(피꼬막)의 경우에는 이를 위해 아예 날로 먹기도 한다. 그 경우 이 체액의 색이 붉은 피의 색과 유사해서 이름도 피꼬막이다. 붉은 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렇다는 거고. 하지만 그건 초심자들에게는 좀 무리인 얘기이기도 하다.  
———————-
이렇게 꼬막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일단은 꼬막이 갯벌의 개흙속에서 자란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유통과정에서 대충 설렁설렁 씻은 것 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엔 잘 씻어서 팔기도 하지만.. 
뭐 사실 오염되지 않은 갯벌이라면 개흙 정도는 좀 먹어줘도 별 탈은 없다. 하지만 기분은 좀 나쁘잖아. 그러니까 꼼꼼히 닦아 주자. 바가지에 꼬막 넣고 찬 물을 부어서 왈그락 달그락 문지르기만 해도 껍질에 붙은 개흙과 불순물들은 어지간히 떨어진다. 소리에 놀라지 말고 용감하게 문질러 보자. 
그리고 껍질 안에도 개흙을 머금고 있는 놈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바닷물과 같은 농도로 맞춘 소금물에 넣어두고 깜깜하게 만들어 줘서 스스로 흙을 좀 뱉도록 해 줄 필요도 있다. 이 과정을 “해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개흙좀 먹고 말지 뭐. 
이렇게 준비한 꼬막을 삶기 위해 물을 끓이자. 
이 부분에서 이론이 분분하다. 찬물에 꼬막을 넣고 삶아야 하는가, 아니면 팔팔 끓는 물에 꼬막을 투입해야 하는가, 뭐 이런 얘기들이다. 
내 주장이 꼭 옳진 않겠지만, 수십년간 꼬막과 함께 살아오신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어떤 분의 주장을 채택한 결과 맛이 무척 좋았으므로, 그 방식을 밝힌다. 
물을 팔팔 끓인 후, 찬물을 살짝 부어 갑자기 조용해진 상태, 바로 이 상태를 만들어 두고 꼬막을 투입하고 30초 정도 들여다 보고 있는 거다. 이것은 아마도 내 추정에 의하면 물이 팔팔 끓기 직전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끓기를 기다리면서 지켜보기 귀찮으니까 팔팔 끓인 다음에 살짝 냉각시키는 꼼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꼬막을 투입하고 한 쪽 방향으로 휘휘 저어줘야 된다는 주장도 많다. 
이 주장은 “살아있는 꼬막”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있다. 휘휘 저어주면 꼬막이 긴장을 해서 껍질을 꽉 붙들고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꼬막이 양쪽 껍질에 다 달라 붙어서 껍질을 벌리면 살이 양쪽으로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대부분의 꼬막은 거의 빈사상태의 새꼬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서너마리가 입을 딱 벌리는 순간, 재빠르게 불에서 내려 냄비를 체에 쏟아 부어 꼬막을 건져 내는 것이다. 
즉,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조금 덜 삶으면 되는 것 뿐이다. 꼬막들이 90% 이상 입을 벌릴 때 까지 팍팍 삶지 말고, 얘들이 입을 벌리기 직전까지만 삶아서 입을 벌리기 전에 꺼내야 된다는 것. 
이게 꼬막 삶기의 핵심일 뿐이다. 
이렇게 삶지 마시라는 거다. 이렇게 삶으면 우리가 흔히 바지락 칼국수에서 발견하게 되는 입 딱 벌리고 있는 바지락 살하고 맛의 차이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좀더 쫄깃한 작은 조갯살이 될 뿐이다. 
그건 꼬막이 아니다. 
물론 꼬막무침이나, 꼬막이 들어간 다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삶는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 
—————————
문제가 하나 남이 있다. 
그렇게 삶아낸 꼬막을 대접에 올려두고 천천히 지켜보자. 이게 그 중에 서너마리만 입을 벌리고 있고, 나머지는 입을 꽉 다물고 있는 상태가 된 것 아닌가 말이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까먹지? 
쉽다. 꼬막 많이 드셔본 분들은 그냥 손으로 껍질을 비틀면 두개의 껍질이 분리된 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그렇게 드시기도 하지만, 초심자들은 그게 힘을 어떻게 줘야 되는지 몰라서 막 국물이 튀고, 살이 날아 다니고 하게 된다. 
꼬막의 뒷쪽을 자세히 보면 약간 볼록 나와 있고 그 틈에 두개의 껍질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숟가락의 날을 끼워 비틀어 주면 뽁~ 소리가 나면서 두개의 껍질이 아주 쉽게 분리된다. 
그렇게 껍질을 분리해서 열어 보면, 살은 껍질 안에 가득 차 있고, 꼬막 특유의 향이 넘치는 국물이 흥건한 진짜 꼬막을 발견하게 된다. 그걸 먹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
이게 꼬막 삶는 방법이다. 
꼬막은 이렇게 삶아 먹는 거다. 
확실히 꼬막은 바지락과 많이 다른 조개이며, 그 꼬막을 가져다가 푹푹 삶은 바지락하고 똑같이 만들어 먹을 것인가, 꼬막 특유의 맛과 향을 듬뿍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먹을 것인가는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건투를 빈다. 

@murutukus 팔로우하기
Tweet to @murutukus

=======================================
본격 오글거리는 제목의 책광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