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머니 – 살아있다는 느낌

워낙 옛날 영화니까 스포일러 어쩌구 하는 얘기는 불필요하겠지. 바로 시작한다. 
컬러 오브 머니는 마틴 스콜세지(발음이 이게 맞는 건가?) 감독이 만든 무려 87년작 영화인데, 이 영화가 나랑 연결이 되는 부분은 대략 이렇다. 
일단 지금의 마눌님(그렇다고 내가 마눌님이 서너분 되시는 건 결코 아니다. 한 분이다. 단 한 분이다.)과 데이트 하던 시절 봤던 영화라는 것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당구, 그 중에서도 포켓볼을 소재로 하는 영화이고, 포켓볼 중에서도 어지간히 실력이 되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든 나인볼(4구 다이에서 치는 돈내기 나인볼하고는 좀 다르다.)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컬러 오브 머니는 1961년작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의 후속작 성격의 영화이다. 허슬러라는 작품은 흑백영화고, 나중에 다시 얘기할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이거 한마디는 꼭 붙여두자. 컬러 오브 머니에서 청년 탐 크루즈의 미모를 칭송하는 사람이라면 허슬러에서의 청년 폴뉴먼의 미모에서는 숨막혀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찌되었거나, 
컬러 오브 머니의 주제는 뭘까? 
도박 당구의 정석? 돈 따는 법? 노회하게 늙은 허슬러와 젊고 싱싱한 허슬러의 대결? 잘생긴 탐 크루즈의 얼굴 팔아 먹기? 
내가 오해했던 것은 바로 이거다. 이미 나이가 들어 노년에 접어든 왕년의 포켓볼 허슬러 에디 펠슨(폴 뉴먼)이 젊고 재능이 넘치는 빈센트(탐 크루즈)를 발견한 뒤, 나의 젊은 날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며 승부사의 길로 재기한다, 뭐 이런 내용이라고 속단한 점. 
이 영화가 보여주는 교차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최초, 술 딜러나 하면서 무료한 인생을 보내던 에디 펠슨이 빈센트를 발견하는 장면이다. 
에디 펠슨은 이미 허슬러 세계를 떠난지 오래인 상태고, 객기와 열정 따위 하등 돈 안되는 무의미한 것이며, 최고의 덕목은 내가 좀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장담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 관점에서 눈앞에 나타난 최강의 재능으로 무장한 빈센트(탐)는 에디에게는 엄청난 돈벌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에디는 빈센트의 애인 카르멘과 무언의 협상을 통해 빈센트를 이용해 거액을 벌어 보자는 합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원래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기 마련이다. 
빈센트는 에디의 노회함에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오히려 카르멘은 에디가 빈센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아 듣는다. 사람을 속이는 법. 사람을 가지고 노는 법,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농락하면서 돈을 빼앗는 법, 돈을 빼앗기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며, 빼앗은 사람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등등…
그러던 중 또 한번의 교차점이 등장한다. 
에디가 자신을 능가하는 허슬러에게 농락을 당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젊은 빈센트와 카르멘이 지켜본다. 에디는 돈을 털리고 자책을 하며, 더 이상 빈센트와 카르멘에게 가르쳐 줄 것이 없다면서 둘이서 알아서 아틀랜틱 시티에 가서 대회에 참여하라며 돈을 쥐어주고 도망쳐 버린다. 
이 부분은 정말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빈센트는 에디의 노회함을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빈센트가 표출하는 승부욕, 어쩌면 자기 과시욕, 바로 에디가 제발 자신의 강함을 노출하지 말라고 빈센트에게 가르치던 그 순간에 빈센트는 에디에게서 노회함을 배우고, 에디는 빈센트로 인해 순수하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기 과시욕이 자신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움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느낌은 돈 문제를 넘어서는 느낌이다. 
이 순간을 이 감독처럼 정교하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 이후 영화는 뒤바뀌게 된다. 
에디는 체력훈련을 하고, 안경을 맞추고 진짜 승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에디에게 버림받은 빈센트-카르멘 커플은 빠른 속도로 에디의 노회함을 경험을 통해 배우기 시작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작은 역전이 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했던 빈센트와 달리 에디를 방불케 하는 교활함을 보여준 카르멘 보다, 에디가 배우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결국 아틀랜틱 시티의 나인볼 클래식 대회장에 나타난 두 팀은 서로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상태가 된다. 빈센트는 에디를 넘어, 그리고 카르멘을 넘어 가장 교활한 허슬러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에디는 스스로 빈센트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들을 모두 잊어 버린 순수한 승부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스포일러.. 
준준결승에서 에디와 맞붙은 빈센트는 에디에게 고의로 져줌으로써 무대 뒷편의 도박장에서 거액을 벌어 들이고, 에디는 자신이 진짜로 천재 빈센트에게 이겼다고 생각하고 자축을 하게 되고, 그 자축의 절정에서 빈센트가 나타나 에디로 인해 번 돈을 에디에게 던져줌으로써 판을 깨버리게 된다. 
절망한 에디는 결국 빈센트의 협잡으로 인해 진출한 준결승을 기권의 형식으로 포기해 버리고 빈센트에게 진짜 승부를 요청하고.. 
거기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I’m Back!! 을 외치며 미소를 짓는 에디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감독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영화는 바로 돈과 명예에 대한 얘기일 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인간의 본성이 돈을 원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에디는 자신의 노회함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속여 돈을 버는 삶을 살 때, 지겨워 하며 괴로와 한다. 그러다가 다시금 자신을 갈고 닦아 승부의 세계로 뛰어 들면서 진심으로 행복해 한다. 
역설적으로 빈센트는 자신이 강함을 사람들에게 과시하며 행복해 하다가 에디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강함을 숨기고 사람들을 속여 돈을 벌면서 괴로와 하더니, 드디어 자신을 속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빈센트를 상대로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진검 승부를 시작하면서 행복해 하는 쪽은 에디였던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때 진짜 행복한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 우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내가 “컬러 오브 머니”라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읽어낸 바로 그 부분, 서너번이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보통으로 재미있는 수준의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보던 이 영화를 이제와서 다시 보면서 “사실 이 영화는 진짜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부분이 바로 거기에 있다. 
당신은 과연 무엇을 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가. 
(* 이 글은 한겨레 훅에 기고한 글입니다. )

@murutukus 팔로우하기
Tweet to @murutukus

=======================================
본격 오글거리는 제목의 책광고






1 thought on “컬러 오브 머니 – 살아있다는 느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