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두 가지 시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 이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면서 본 부장(물뚝심송은 흔히 딴지일보 정치부장으로 불리우고 있다.)은 항상 뭔가 볼일 보고 나서 안 닦고 나온 듯한 찜찜함을 느끼곤 했었다. 
이런 찝찝함은 명랑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본지의 소명의식을 가장 크게 저해하는 인류 공통의 적이며, 말살해야 하는 드러운 느낌일 따름이다. 
왜 찝찝함을 느꼈냐 하면 도대체 이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정체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상식들은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도대체 국민연금이라는 것이 뭐길래 국가에서 나서서 이렇게 설치면서 사람들 돈을 뜯어가야만 하는가 라는 것이 가장 먼저 느껴진 찝찝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찝찝함을 느꼈던 것 같다. 국민연금을 걷어 가는 것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불쾌함이라고 느껴진다.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술자리에서 얘기를 한번 꺼내 보시라. 십중팔구 욕부터 나온다. 
그러던 차에 국민연금에 대한 몇가지 사실을 더 깨닫게 되었고, 이런 더러운 기분의 출처가 어디였는지 어렴풋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 얘기를 늘어놔 보고자 한다. 
이 모든 것은 볼 일 보고 나서 안 닦고 나온 것 같은 찝찝함을 제거하기 위한 본지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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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국민연금이 일종의 보험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강제하는 보험이기에 사회보험으로 부르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질은 보험이다. 젊어서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에 자기 소득의 9% 가량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나중에 늙어서 경제활동을 멈추게 되면 죽을 때 까지 자신이 냈던 보험료를 돌려 받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보험에 내가 가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권을 왜 국가가 빼앗아 가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이르게 되면 얘기가 무척이나 복잡해진다. 만약 모든 국민에게 이 보험에 가입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게 된다면, 그 순간 국민연금은 우리 사회에 흔하게 깔려 있는 민간 보험회사의 상품들과 경쟁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근거해서 노후에 연금을 받게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신이 냈던 보험료를 모아 수십년간 운용한 이자수익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는 얘기다. 
즉, 늙어서 받게 되는 연금에는 내가 냈던 보험료에 일정 부분의 세금 지원이 포함되어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국민연금에 세금이 포함된다고? 내가 아는한 아직까지는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갈되기 전에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시행된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은 보험료 내는 사람이 연금 수혜자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수행되고 수십년이 지나게 되면 보험료 납부자보다 연금 수혜자가 늘어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모아둔 돈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면, 국가가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보험료를 걷은 마당에 돈 떨어졌다고 안 줄 도리는 없다. 결국 세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이 국민연금은 국가가 나서서 시행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크게 의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사보험과는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돈이 떨어져도 세금을 투입해서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는 얘기이므로, 그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민연금 가입을 선택한 일부 국민”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제성을 띠는 것이 정당화 되기도 한다. 
이 쯤만 되어도 이미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 왜 국가가 나서서 보험을 운영하나? 
– 돈 떨어지면 안주는 게 맞지 왜 세금을 투입하나? 
– 그래도 국가가 한 약속인데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지키는 게 맞지 않나? 
– 국가가 약속을 그리 잘 지킨다고? 법 개정해서 돈뗘먹고 말겠지 뭐. 
– 어찌되었거나 난 이 제도 반댈세.. 
등등등…
결국 현재 상태 국민연금은 무척 디테일하게 설정된 복잡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 보험료를 강제로 내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언론에서는 연일 조만간 이 국민연금은 고갈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세금을 때려 부어야 유지될 수 있는 나라 망쳐먹을 제도라고 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난 이 모든 논란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고 벌이는 허수아비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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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시각을 딱 두가지로 정리해 놓고 살펴보자. 
그 하나는 내가 낸 돈을 적립했다가, 내가 늙어서 받는 시스템이라는 관점이고, 
또 하나는 젊은 사람들이 내고, 노인들이 받는 시스템이라는 관점이 된다.  
두가지는 시간 축에 따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시스템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완전히 사보험과 동일한 시스템이 된다. 개인적으로 보험의 운영자측(그러니까 국가)과 행한 계약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놓고 한 계약은 신성한 것이며 건드려서는 안된다. 즉, 국민연금이 전자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면, 보험료 산정 기준이나 연금 지급 기준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내가 보험료를 낼 시점에 정해진 기준은 내가 연금을 받는 시점까지 변해서는 안된다. 만약 변한다면 국가가 나한테 사기를 친 셈이 되는 것이다. 
일반 사보험도 그렇게 함부로 약관을 변경하지 못한다. 그렇게 약관을 시점에 따라 변경하는 보험회사가 있다면 누가 약관을 믿고 가입을 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국가니까 가능하다고? 그런 것은 없다. 국가라 해도 한 명의 개인과 돈을 놓고 계약을 했다면 그 조건을 변경할 때에는 각각의 개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게 철칙이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국민 연금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운영이 되겠는가 말이다. 경제적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세대별 인구 비율도 매년 바뀌는 마당에 말이다. 
이런 관점을 조금만 더 확장을 해 보자면, 더 골때리는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적립금, 기금의 문제가 된다. 
전자의 관점에서 국민연금을 보자면 당연히 기금을 모아야 된다. 젊은 사람, 일 개인이 낸 돈은 그가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 보관이 되어야 한다. 이걸 가지고 남을 줘버리면 사기다. 물론 그 보관된 돈으로 주식투자나 채권투자등을 해서 수익성을 올리려는 노력은 병행될 수 있다. 그 때에도 손실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채워 넣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모여져 있고, 그 기금으로 엄청난 규모로 주식투자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그 운용에 문제가 있어서 기금이 고갈된다는 협박이 언론에 자주 보도가 되고 있으며, 이 문제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주요한 비판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후자의 관점이 된다면 기금을 모을 이유가 없어진다. 
지금 당장 올 한해동안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할 규모가 산정되고, 그 액수에 맞춰서 젊은 경제활동 인구들에게 적절한 기준으로 분배해서 거두면 될 뿐이다. 
즉, 후자의 관점이라면 매년 예산을 잡으면서, 노년층 인구와 젊은 층의 인구, 또 젊은 층의 소득 규모를 고려해서 얼마를 주고, 얼마를 거둬야 하는지 계획을 잡고 바로 걷어서 바로 줘 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매년 결산이 끝나 버린다. 상당히 깔끔한 일이다. 
만약 집안에 노년층이 계시다면 어떤 경우에는 내가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돈이 그 어르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바로 돌아오는 것을 체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거기다가 기금을 모을 이유도 없고, 모아둔 기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고민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기금 고갈을 걱정할 이유도 없고, 연금 지급기준, 보험료 산정 기준이 매년 바뀌어도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차피 나는 젊어서 노년층을 먹여 살리고 그들의 품위를 유지해 주기 위한 돈을 의무적으로 내고 있는 것 뿐이고, 내가 늙어지면 그 때의 젊은 계층들이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그 때 그 때 필요한 돈을 내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국가가 노년층의 품위있는 삶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뿐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보이는 이 두가지 관점을 서로 비교해 봤을 때, 진짜 완전히 다른 제도가 된다는 것이 내 결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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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번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뉴스를 읽고 고민을 하는 동안,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후자의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 또한, 어차피 국가가 나서서 사회보장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면 후자의 방식이 훨씬 더 유용한 방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젊어서 돈을 내고, 그 돈을 모아 늙어서 받는 것이라면 국가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그저 믿을만한 보험회사에 사보험을 들어 두면 된다. 굳이 그런 방식으로 국가가 나서서 나에게 보험료 납부를 강제하는 것도 싫고, 내가 낸 돈으로 국민연금이 주가 방어를 위해 돈 뿌리는 꼴도 보기 싫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국민연금이 어마어마하게 모인 그 기금을 가지고, 정부 맘대로 주가를 쥐락 펴락하기 위해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으면서 돈질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은 이미 차고 넘친다. 굳이 이런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대신, 현재의 노년층에게 우리나라의 국격에 걸맞는 품위있는 삶을 보전해 주기 위해 국가가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싶은데, 그걸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 보다는 젊은 세대가 별도의 보험료를 내서 지급하는 걸로 하고, 대신 국가는 나에게 약속을 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니가 늙어서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국가는 당신에게 품위있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수준의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 말이다. 그 때의 젊은이들에게 돈을 걷어서 주겠다고 하는 약속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민연금 문제는 정말 단순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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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국민연금 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 정체성 부터 새롭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낸 돈을 내가 받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조금 더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세대간의 상호부조 시스템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된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확립된다 하더라도 변수는 무수히 많다. 세대별 인구비율이 변화한다거나, 경제상황이 악화된다거나 하면서 이익을 보는 세대가 생기고 손해를 보는 세대가 생긴다. 어떤 세대는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인 계층을 부양하기 위해 가혹한 보험료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을 겪는 세대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 것은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된다. 출산율 정책, 각종 경제정책들이 모두 관련된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새롭게 확립된 정체성에 의해 현재 모여진 국민연금 기금을 어떻게 분산처리 해 버릴 것인가 하는 문제도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젊어서 보험료를 많이 납부한 계층에게 나중에 늙어서 어떻게 좀더 많은 연금혜택을 줄 수 있는가 하는 평가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그 밖에도 수도 없이 복잡한 문제들이 따라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이거다. 
국민연금이 사보험 따위와 다를 바 없는, 그저 국가가 나서서 보험 장사질 해 먹는 제도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에 우리가 미처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세대간 부조 시스템,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극악무도하다. 우리의 현실이 어떤 현실이길래 그러냐고? 
선거에 이기려고 혈안이 된 세력이 아무런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덜컥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공약을 해 놓고, 막상 당선이 되자 그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기금에서 주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러다가 또 각계각층에서 그건 말이 안된다고 하자, 그럼 말고~ 를 외치면서 뒤로 물러난 상황이기도 하다. 
비록 그런 현실이라 할 지라도, 최소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각종 제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이 나라의 시민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힘이 드는 시절이다. 
다들 힘 좀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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