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의 효능

 

사실은 이거 어제 그것은 알기싫다 생방송에서 써먹으려고 준비한 개드립 소재인데..

김제동씨에게 30분 밀려 버리고 (김제동 급이면 뭐 우리가 밀려 드리는게 예의지. ㅎㅎ) 오프닝 시작하다가, 졸지에 도올선생이 울면서 뛰어들어와 또 30분 밀리는 바람에 개드립 타임이 없어져 버려서..

여기다가라도 풀어 본다.

선거했고, 이기든 지든 술 퍼먹을 것이 뻔한 시점에 내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얘기는 다음날 아침 선택할 수 있는 해장국에 대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평가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해장국은 심리적인 문제일 뿐, 결국 숙취에서 깨어나는 것은 간에서 알콜을 가수분해 해서 소변으로 배출해 주는 길 뿐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숙취가 몰려오는 아침에 뜨끈한 해장국 국물을 한사발 들이키는 것은 분명히 생리학적이고 화학적인 효과가 있다.

일단 자극적인 술과 안주로 지쳐있는 위장에 다시 활력을 줘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는 효과도 있고, 해장국들에 함유된 어떤 물질들은 간의 해독능력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물론 쓰린 속을 달래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런 기능이 좋은 해장국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종합 비교평가 해보자는 얘기다.

중학교 때 제사 지내고 음복하는 것을 배운 이래 30년 가까이 음주를 해 온 내 자신의 경험이 듬뿍 담긴 얘기니까 신뢰도 평가는 각자 알아서 하시기 바란다.

 

일단은 콩나물이 들어간 해장국이다. 콩나물국밥도 좋고, 그냥 맑은 콩나물 국에 밥 말아 먹는 것도 포함된다. 콩나물에 포함된 뭐라뭐라 하는 물질이 해장을 돕는다고 한다. 그런데 난 별로 효과를 못 느끼겠더라. 콩나물에 북어를 넣고 끓이면 해장 기능이 강화되기도 한다.

잠시 옆으로 빠져서 미국서 유학생활을 오래한 한 선배의 경험담을 소개해 보자. 미국학생들이 술 잘 안먹는 거 같아도, 그들도 시험 끝나고 그러면 술을 먹는다. 그것도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게(걔들봐라. 일단 체격과 체력이 다르잖냐.) 깡으로 퍼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에는 기숙사에서 일어나 다들 똥씹은 표정으로 반쯤 죽어가면서 피자로 해장을 한다. 무려 피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해장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형이 그렇게 술을 퍼먹은 다음날 미리 사다 두었던 콩나물과 북어를 넣고 국을 끓여서 룸메이트에게 한그릇 마셔 보라고 준거다. 그 효능에 깜짝 놀란 룸메이트가 소문을 내서, 그 뒤로는 기숙사에서 술파티가 벌어진 다음날 아침이면 학생들이 이 형의 방에 몰려와서 “Far eastern MAGIC soup”를 끓여내라고 줄을 섰다고 한다. 자기들이 마트에 가서 콩나물과 북어포를 막 사들고 와서 말이다.

하기사.. 수천년을 내려온 우리의 음식문화를 니들이 어찌 이해하겠냐마는..

그 다음으로 대부분의 해장국이 어류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 데 반해, 육류가 들어가는 해장국들이 몇개 있다. 설렁탕이나, 순대국으로 해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효과는 별로인 듯. 그냥 뜨거운 국물을 먹는 심리적 효과정도다. 그 중에 좀 나은 것은 시래기 등이 들어가고 소의 피인 선지가 들어가는 선지해장국이다. 이건 약간 효과를 볼 때도 있고 그냥 무덤덤할 때도 있다.

역시 해장국은 생선이다. 허영만 화백이 식객에서 소개해서 알려진 우럭젓국이 랭킹에 포함될 듯 하다. 우럭 같이 뼈가 강한 생선들은 그 뼈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시원함을 배가해준다. 그 우럭을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넣고, 거기에 새우젓을 추가해서 맑게 끓인 우럭젓국, 이거 뜻밖에 괜찮다. 그런데 사실 이건 술안주로써 더 훌륭하게 기능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거 말고 또 잘나가는 한 무데기가 있다. 이 수준쯤 되면 상당히 강한 해장기능을 제공하는데, 흐물흐물하고 못생긴 물고기 씨리즈가 있다. 아구 부터 시작해서 물텀벙, 물메기, 삼식이, 삼숙이를 거쳐 도치까지. 이게 지역별 방언이 섞이기도 하고 종도 약간씩 다른 놈들인데 효능과 맛은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다 맑은 탕으로 끓여서 해장국으로 먹게 된다. 아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삼숙이탕 먹으면서 해장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술이 잘 깰 줄 알았으면 어제 술을 좀더 먹었어도 되는건데… ”

그 와 비슷한 수준의 해장국으로는 대구명태 시리즈가 있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던 해장국의 대다수는 명태 베이스일 것이다. 북어국, 계란푼 북어국, 콩나물 북어국, 황태국, 황태해장국, 뭐 이런 계열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탕안에 포함된 어떤 물질이 해장을 돕고 무기질을 보충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학술적 기반이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명태계열보다 한층 더 효과적인 것이 바로 대구맑은탕이다.

시중에서는 다들 지리라고 부르는 데 정확한 표현은 맑은 탕이다. 그러니까 대구 맑은탕이 맞는 표현이긴 한데 식당가서 대구 맑은탕 주세요~ 이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구지리 시원하게 한사발 주소. 이런 식이다. 대구지리의 효능 이전에 그 시원한 맛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해지고, 웬지 술이 다 깨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대구명태 베이스를 넘어서는 해장국 계통의 이단아, 비위 약한 사람들은 뚜껑만 열어도 혼절한다는 기괴식음의 결정체는 바로 홍어탕이다.

홍어애(애는 그냥 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넣고 보리순을 넣어 끓인 홍어애탕은 이게 사실 음식이라기 보다는 숙취해소에 좋은 약이다. 홍어냄새에 질색을 해서 아직도 삭힌 홍어를 못 드시는 우리 장인어른은 이 홍어애탕 만큼은 즐겨 드신다. 꼭 술드신 다음날 아침에 말이다. 한번 비몽사몽간에 뭔지도 모르고 드신 뒤로 그 효과에 반해서 그렇게 된 거다. 숙취 해소 뿐 아니라 익숙해지면 그 강한 향과 맛이 중독성이 있을 정도니 한번쯤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해장계의 최고봉으로 우뚝 설 자격이 있는 음식은..

 

뚜둥~~~

 

복지리. 복어 맑은탕.

복매운탕 말고 복지리. 맑게 끓인 복어국. 경상도에서는 그냥 복국.

졸복이나 밀복같은 싸구려 복어 말고, 최소한 까치복이나 자주복 이상급으로 끓여낸 맑은 국물.

참고로 자주복은 원래 이름이 자주복이 아니라 자지복이었는데, 이름이 좀 그래서 상인들이 이름을 바꾼 케이스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자주복으로 자리를 잡았다. 복어류에 남성의 성기를 빗댄 이름이 붙어 있게 된 이유는 상상하기 쉬울 것 같다. 화나면 커지니까.

까치복이나 자주복 정도되면 맹독을 함유한 놈들인데, 내장을 다 제거하고 피도 제거하고 끓여도 그 살에도 뭔가 독한 성분이 있는게 틀림없다. 이 성분이 간을 자극하고 활성화 시켜서 순식간에 어제 먹은 술의 잔재를 날려주는 거라고 느껴지니까 말이다.

새벽 다섯시까지 퍼 마시고, 여섯시에 문을 여는 복국집에가서 복국 한사발씩 들이켜면, 그냥 출근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된다. 무슨 힐링 포션도 아니고…

마산 사람들중에 술고래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가 아마 이 복국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해 본다. 진짜 마산 가면 이 복어를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복거리가 있고 거기 가면 싼거는 오천원, 비싸고 좋은 것은 칠팔천원에 복국 한 뚝배기를 먹을 수가 있다. 서울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서울서 그런거 먹으려면 한 이만원 줘야 될듯.)

효능은 진짜 놀랍다. 국물을 반쯤 먹게 되면, 갑자기 머리가 써늘해지며 등골에 땀이 죽 흐른다. 그리고 어느새 풀려 있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게 되고 호흡이 편해지면서 술기운이 스르르 빠져 나간다.

문제는 효과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갑자기 술기운이 부족해져서 새벽 해장 소주를 한병 또 까게 된다는 단점이..

결론은 해장국으로는 복지리가 최고라는 얘기였다.

 

물론 술을 먹게 되면 거기 포함되어 있는 알콜이 내 몸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알콜은 간에서 분해해주기 전까지는 내 몸안에 남아 뇌를 마비시키게 된다. 그러니 무슨 술을 먹건 취하는 것은 흡수된 알콜의 양 문제이고, 술을 깨려면 물을 잔뜩 먹어줘야 하는 것도 맞다. 알콜을 가수분해할 때 물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해독작용은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더욱 활발하게 벌어지니까, 물 많이 먹고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숙취해소에는 가장 올바른 태도이기도 하다.

아니 그 이전에,아침에 일어났을 때 까지 숙취가 남아있을 정도로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그래도 뭐 세상사가 내맘대로 되는가 말이다.

특히나 지난 5년간 졸라 뺑이 치고 나서 이제 숨좀 돌려도 되나 싶은 날에, 옆에서 누가 이제 다시 5년동안 더 뺑이쳐야 된다고 속삭여 주고 있는 것 같은 아침이라면 말이다.

그런 아침을 맨정신으로 맞는 것은 숙취로 정신 못차리는 것 보다도 더 괴로운 일이니까 말이다.

 

<뜨끈한 복지리의 위용>

 

다들 각자 맘에 드는 해장국 한 그릇씩 하고 벌떡 일어나서 다시 살아가자. 다 그렇게 살아지게 되어 있는 거다..

인생이라는 것이 말이다.

정작 나는 해장국 한그릇 못 먹고, 그저 사랑하고 존경하옵는 마눌님께서 적선하듯이 타준 꿀물 한잔 마시고 이 지랄같은 글을 쓰고 있는 중일 뿐이고.. 인생 머 있어~~

 

 

 

 

 

 

 







6 thoughts on “해장국의 효능

  1. 점심때 선지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젊은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줬다고 즐거워하시더군요. 그래도 해장국 한그릇 먹고나니 정신은 맑아지고 두통은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알기싫다.’ 계속 가는 거죠? 이렇게 살아야죠.

  2. 어제 맥주 퍼먹고 어쩌다보니 즉석떡볶이로 해장했는데요, 시원한 복국에 쏘주 한 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어요. 츄릅츄릅.

  3. 으흐흐흐흐 절대 동감입니다. 역시 물뚝심송 정치부장님~

    제 개인적인 비법을 하나 더 첨가하자면
    일단 저는 자기전에 말씀하신 수분에 더해서 맨밥이나, 국수같은 탄수화물을 다량 복용합니다.
    알콜 분해에는 물과 에너지원이 필요하거든요,

    다음날 숙취고통의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알콜분해로 생성된 아세트알데이드의 독성작용과
    탄수화물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고갈상태입니다.(요놈이 보통 간과되지요)

    밤12시든 1시든 무조건 쌩밥이나 국수나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먹고 자는 것이 반드시 중요합니다.

    또한, 다음날 말씀하신 뽁꾹의 효과는 탁월하구요!
    이유는 뽁꾹에 콩나물도 같이 들어가거든요. 실제로는 뽁콩국 이죠
    미나리도 반드시…

    그리고 이런 해독과정 외에 또 중요한 것이 배출작용입니다.

    아세트알데히드와 잔여 알콜의 제거는
    간에서의 해독과 직접 배출 2가지로 나뉩니다.
    해독은 어쩔수 없이 각 개인의 능력대로 진행이 되기에 해장국이 최고효과의 끝이고

    결국 숙취해소 효과를 배가 하기 위해서는 결국… 배설이 중요하지요
    땀을 통해..혈중에 돌아다니는 특히 (뇌쪽) 아세트알데히드와 알콜을 즉시 배출할 수 있습니다.

    죽을것 같이 아픈데 운동은 미친짓이고
    잘때 전기장판을 뜨겁게 해놓고 자면 땀이 주루루룩 나오구요
    혹은 다음날 싸우나를 가도 됩니다.
    책한권 들고 한 2~30페이지 읽으면 3~40분 정도 있을 수 있지요

    여기서 땀 배출하기 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것은
    나오는 수분만큼 전해질이 채워진 수분을 섭취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는 ^^ 포카리스웨트를 추천드립니다.
    1.5리터 한병들고 들어가서 내내 마십니다. 나오는 죽죽 보충합니다.

    술마실때 포카리는 뿅가지만, 해독시의 포카리도 탁월합니다. 지킬과 하이드라고나 할까요?

    생체실험후 효과과 확인되시면
    방송을 통해 널리 만방에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술이라도 들이켜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고뇌하는 자들의 숙취라도 막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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