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국물 우려내기

맨날 정치얘기 하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진짜 먹고 살기 위한 먹거리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주제는 사골 국물 우려내는 방법. 이 방법이야 말로 진짜 집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기본 뼈대는 동일한 듯.

사골은 소의 다리뼈이다. 큼직하게 생긴 뼈이고 정육점에서 판다. 살 때, 적절한 크기로 썰어 달라고 하면 아주 깔끔하게 잘라 준다. 이 때 소의 잡뼈를 함께 사는 것도 좋다. 잡뼈는 국물을 더 진하게 만들어 줄 수 있고, 국물의 양도 늘려 줄 수 있다. 저렴하니까..

사온 뼈에는 아무래도 핏기가 남아있기 마련. 이 핏기가 남아 있으면 국물이 탁해진다. 따라서 핏물을 빼기 위해 차가운 물에 담궈야 한다. 한시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면서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핏물을 빼줘야 한다.

핏물이 제거되면 체에 받쳐 물기를 빼 주고, 찜통에 뼈들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먼저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뼈를 투입하고 10분 이하로 간단하게 한번 끓여준다. 이것 역시 국물을 맑게 하기 위한 애벌작업이다.

그렇게 애벌로 끓여낸 국물은 모두 쏟아 버리고, 뼈를 다시 찬물에 헹궈준다. 이 때 부분부분 엉겨있는 핏덩이들을 다 떨어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다 예술적으로 맑은 국물을 얻기 위한 청결작업이니 아까와 하지 말고 신경을 쓰시라. 이 작업이 잘 안되면 국물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사골과 잡뼈의 양에 세배에서 네배 정도되는 물을 붓고 뼈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센불로 끓이고,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은근히 우려야 한다. 만약 사골국물과 함께 먹을 사태살을 삶을 생각이라면 이 때 같이 넣어줘야 한다. 물론 사태살도 약 30분 정도 찬물에 담궈 핏물을 빼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끓이면서 수시로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보면서 떠오르는 기름과 거품들을 걷어내 준다. 사태살이 들어갔다면, 2시간 정도 후에 사태살 덩어리는 꺼내주는 게 좋다. 고기는 그 정도면 충분히 익었을 것이고, 더 삶으면 역시 국물이 탁해진다.

사골 뼈는 통념상 12시간 이상 우려내게 되면 안좋은 성분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6시간씩 두번 우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집의 경험으로는 4시간씩 세번 우리는 것이 더 좋은 걸로 판단한다.

즉, 한번에 네시간 우리고, 국물을 따라내고, 새물을 붓고 다시 네시간, 또 국물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붓고 다시 네시간, 해서 총 세번을 우려내는 것이다. 우려낸 국물들을 비교해 보면, 1차 국물은 좀 투명하고 기름기가 많은 느낌, 2차 국물은 기름기가 감소하고 유백색을 띠게 되고, 3차 국물은 거의 기름기가 없고, 뽀얀 국물이 만들어진다. 맛도 각각 다르다.

이 국물들을 모두 섞어서 한번 더 끓여주고, 상온에서 식혀서 한번에 먹을 분량만큼씩 포장해서 냉동보관하면 된다. 사태살은 갈갈이 찢어서 보관하면서 국물 먹을 때 한숟갈씩 투여해서 같이 먹으면 된다.

먹을 때에는 대파를 총총 썰어서 푸짐하게 두어숟갈 퍼 넣고, 좋은 후추가루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밥을 말아 먹거나, 당면을 삶아 두고 넣어 먹으면 좋다. 당면의 미끌거리는 느낌이 싫은 사람은 소면으로 해도 된다.

참고로.. 중년의 부부의 경우, 부인이 사골국물을 끓여준다는 것은 이제 권력의 배분이 부인 쪽으로 넘어갔다는 뜻이 된다. 그런 상황을 맞이하기 싫다면, 남자가 먼저 나서서 사골국을 끓여 보도록 하자. 뭐 그런다고 빼앗긴 권력이 다시 돌아오진 않지만.. ㅎㅎㅎㅎ







8 thoughts on “사골 국물 우려내기

  1. 알려주신대로 만들어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네요
    깨알같은 상세하고 정성이 담긴 정보 감사합니다

    사골국물을 좋아하는 우리식문화는 몽골초원의 식문화와
    아주 닮은듯합니다~

  2. 안녕하세요, 그알싫 로만 알고있던 물뚝심송님을 신기하게도 구글에 사골을 검색하던 도중에 좋은글로 만나게됐네요. 정말 반갑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3. 정치경제 시사적인 내용도 무척 좋은데 가끔 이렇게 신선한 내용도 참 좋습니다…고맙습니다.
    저는 사태고기는 핏물빼고 한번 약간 데친 후 따로 끓여서 그 고깃국물을 나중에 사골국물에 합쳐서 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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