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 곽노완 교수를 만나다

이제 네 번째로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가장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고,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활동을 하고 계시는 서울 시립대의 곽노완 경제학부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고, 곽교수님의 연구실에는 너무나 많은 책들이 쌓여있는 탓에 공간도 비좁았고 쉽지 않은 인터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신 교수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앞서 만난 분들은 노동계와 정치계에서 활동을 하던 분들이었으며, 이에 대비되는 학자로서의 곽교수님의 입장은 또 어떤 것일까?
이제부터 시시콜콜하게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기본소득 연구의 기원
물: 안녕하세요. 딴지일보에서 오늘은 서울시립대학교 곽노완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곽: 반갑습니다.
물: 반갑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선생님께서 어떤 연구 활동을 계속 해오셨고 특히 기본소득에 관해서는 어떻게 해 오셨는지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곽: 저는 82학번입니다. 학부 때 경영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철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 좀 하다가 1994년도에 독일에 유학을 가서 2005년 여름에 귀국했습니다.
곽노완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삼양사 기획실에 근무하던 중, 독일로 유학을 가서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철학 공부하면 밥먹고 살기 힘들다던데…
물: 11년 정도 독일에 계셨네요.
곽: 네. 독일에서 박사학위 논문은 경제철학으로 해서 금융공학론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썼고요. 맑스주의를 또는 좌파의 논리를 경제위기와 관련해서 혁신하기 위해서 새로운 진보적인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논문을 썼습니다. 그 논문 이후의 연구과제로 자본주의를 넘어설 또는 자본주의 안에서 최대한 직접민주주의가 활성화되는 대안을 연구하려고 했고 그 와중에 (기본소득제도를) 조금 공부했었죠.
귀국해서 2006년부터 대안사회 관련해서 연구를 하다가 기본소득하고 연기금 사회주의 등을 공부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는 국내의 논의는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의 논의를 보니까 의외로 신좌파 뿐 아니라 구좌파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연구하면서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그 와중에 제가 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서 좀 더 다른 버전으로 이론적으로 혁신하고자 했고요.
그러면서 한국에서 사회운동 하시는 분들, 정치운동 하시는 분들 만나게 되면서 기본소득네트워크를 2009년도에 같이 만들게 됐습니다.
물: 저희가 취재한 내용에 의하면 기본소득에 대한 학술논문을 국내 최초로 쓰셨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말씀하시네요.
곽: 네. 일단 2000년으로 기억하는데요 <진보평론>에 이한식 박사가 프랑스의 기본소득 논의를 소개한 적이 있었고요. 사회복지 전공하는 다른 분들도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문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물: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기본소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곽: 1990년대 말, 2000년부터는 있었죠.
물: 이미 10년이 넘은 역사가 있군요.
곽: 네.
사실 어떤 새로운 제도나 아이디어가 한 사회에 전파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 내용을 최초로 도입한 사람이 있고, 그 내용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내용이 설득력있게 설계되어야 하고, 그 제안에 사람들이 동의하기 시작해서 서로 알리는 단계를 지나 과반 이상의 사람들이 그 내용에 동의하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연구자들이 생겨나고 초기 디자인이 작성된 단계를 지나, 사람들을 설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이미 우리는 10년 이상의 세월을 소비했다.
기본소득의 규모
물: 저희가 이 기획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참고한 것은 줄여서 <즉무 기본소득(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이라고 부르는 책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책을 작업하는 데 같이 참여하신 거죠?
곽: 예.
물: 그 책을 보니까 기본소득을 굉장히 큰 액수로 책정했더라고요. 40만원에서 60만원 70만원까지 나오고.
곽: 예.
물: 전체 예산을 일년에 290조 정도를 상정하셨는데, 사실 국내 1년 예산이 300조 정도인데 그게 가능한 수준인가요?
곽: 일단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의 기준이 현재의 세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가능하다는 기준이 다른 기준이라면, 우리가 국내 GDP가 얼마냐, 기본소득 줄 만큼 GDP를 생산해내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1000조 원이 넘으니까요.
물: 경제규모에 의해서 따져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곽: 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일년 예산이 300조를 조금 넘는다. 그런데 기본소득(곽노완 교수의 설계대로라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290조 규모가 된다. 이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액수가 된다. 하지만 완전히 근본에서부터 새로운 관점에서 이 규모를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GDP 규모가 천조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그 규모의 경제를 운용하는 국가에서 290조라는 돈은 30%가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과연 국가의 체제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그만한 돈이 꼭 불가능한 규모일까? 곽노완 교수는 이렇게 아예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관점을 달리해서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 그렇다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조세제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되네요?
곽: 그렇습니다.
물: 어떤 식으로 바꿔야 되는 거죠?
곽: 제가 GDP통계,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거는, 우리나라 총 GDP 중에 가처분 GDP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쓴 것만큼은 보존을 하면서 생산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감가상각되는 부분이 있고요, 그걸 뺀 거를 가처분 GDP라고 합니다. (가처분GDP: 전체GDP에서 감가상각을 뺀 부분)
가처분 GDP가 현재 1000조원이 넘는데 그 중에서 약 400조는 자본소득 또는 자산소득으로 잡힙니다. 이거는 배당이라든가 이자라든가 집세로 돈 있는 사람들 또는 자본가들이 가져가게 되는 돈이고요, 그래서 자본소득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600조 정도를 노동소득이라고 해서 월급 받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이지요. 그 외에 자영업자들의 소득 중에 일부가 노동소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1000조 원 정도의 비율이 4는 자본가와 부자들, 재산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고, 6은 노동소득으로 귀속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통계는 실제 우리가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과 다릅니다.
물: 어떻게 다르죠?
곽: 왜 다르냐면, 가난한 사람들은 전월세를 살거든요.
물: 그러니까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곽: 네. 체계적으로 통계에서 누락된 것 중에 제일 큰 거는 사채이자 부분이라든가 부동산의 매매차익이라든가 이런 거는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월세소득도 거의 60%~70%는 감추어진 소득입니다.
물: GDP에도 안 잡히고 통계에도 안 잡힌다?
곽: 예. 아예 안 잡힙니다. 그런 거를 감안했을 때 나머지 인구의 90%~95%정도가 가족들이 노동소득으로 거둬들인 돈을 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에 이자로 나가거나.
물: 대출받아서 집을 산 경우에?
곽: 네.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집이 없는 경우에는 특히 월세를 사는 경우에는 집세로 나가죠. 그리고 전세를 산다고 해도 이자만큼 자기의 실질자산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집주인한테 빼앗긴다고 볼 수 있고.
물: 그렇죠.
곽: 그 외에 부동산 매매 차익이라든가 주식 매매 차익을 고려하면, 부동산 증권 시장이 지금 당장은 수축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가나 부자들이 가져가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소액투자자들이 빼앗기게 되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런 걸 감안했을 때 실질적으로 총 가처분 소득 중에서 70%는 자본가와 재산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고, 노동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한테는 결국 30%밖에 남지 않습니다.
물: 아, 4:6이 아니라 7:3이다 이거군요.
곽: 네. 7:3이 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심합니다. 왜냐하면 빈부격차가 크고 자산의 불평등이 심한데.
물: 소위 말하는 양극화가 심한 상황인 거죠?
곽: 네. 전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 중에 하나거든요. 유럽 같은 경우는 GDP통계로 본다면 노동소득이 7이고 자본소득이 3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노동소득이 6.5고 자본소득이 3.5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노동소득이 6이고 자본소득이 4인 걸로.
물: 공식통계는 그렇게?
곽: 네. 공식적으로는 그렇고. 그런데 이것이 비공식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분포하고도 거의 비례하리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우리나라의 경우는 30% 정도가 노동소득 정도라고 본다면 유럽은 노동소득이 40% 정도가 넘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GDP의 상당 부분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동과 무관하게 70%를 가져가고 있는 거죠.
물: 일종의 자본소득인 거죠?
곽: 자본소득 내지는 투기소득이라고 볼 수 있죠.
물: 투기소득.
노동소득은 실제로 내가 일하고 월급의 형태로 받는 돈을 의미한다. 전국적인 규모로 통계를 내 봤을 때, 이 노동소득이 국민 총생산 중에서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노동소득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곽교수의 설명이다. 숨어있는 불로소득들이 많이 존재하며, 그것들을 다 고려한다면, 노동소득은 겨우 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면, 그것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생산하는 모든 가치는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자본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노동없이 자본만으로 수익을 거두는, 쉽게 말해 불로소득이 전체 생산 수익의 70%에 달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건전한 사회가 아니게 된다. 최소한 반반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본은 소수에게 몰려 있다. 그 소수들이 불로소득으로 국가가 생산하는 부의 70%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투잡을 뛰며, 밤잠 설쳐가며 일을 해도 다들 힘들어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희망없는 사회
곽: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원리 중 하나는, 또는 변호론 중 하나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건데.
물: 그렇죠. 중요한 말이죠.
곽: 그런데 일하지 않은 자는 가장 잘 먹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은 못 먹고 있다는 겁니다. 또는 빼앗기고 있다는 겁니다.
물: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명목소득 조차도 빼앗기고 있죠.
곽: 그리고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기아에 고통받고 있고. 실제로 굶어죽은 분도 몇 년 전에 있었지만. 이건 사회적으로 재능이 있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재능과 노력을 펼치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노동자원의 낭비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죠.
물: 노동자원의 낭비가 있다는 거군요.
곽: 네.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이든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든 실질적으로 노동소득을 통해서는 삶이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규모로 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쉽게 생각해서 회사에서도 업무시간 중에 상사 몰래 주식시황을 인터넷으로 뒤진다거나.
물: 아파트 사가지고 집값 올라가기 기다리고.
곽: 네. 그런 거하고 비슷하게. 그리고 많은 가정이 부동산에 관심을 안 가진 가정이 없죠.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자면 부자인 대로.
물: 그렇죠. 거액의 대출을 해서라도 이파트 사 놓고 기다리고 있고.
곽: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사회 전체의 GDP 통계로 본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플러스 되지 않거든요.
물: 그렇죠.
노동으로는 삶의 질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회. 바로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우리 주변의 실생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누구나 투기를 하려고 한다. 작게는 이런 저런 펀드를 들고, 용감한 사람은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몫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사려고 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도저히 자신의 월급을 모아서는 만질 수 없는 몫돈을 만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재테크”로 합리화 되는 이런 상황들, 이런 상황은 정상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 삶이 안정되어야 하고, 자녀들을 잘 기를 수 있어야 되는 거라는 상식은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곽: 결국 후세의 것을 빼앗거나 동시대인 중에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빼앗게 되거나, 이런 형태로 차지하게 되는 건데. 아니면 국가가 거두어들인 세금,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재개발한다고 했을 때 돈이 몰리지 않습니까?
물: 그렇죠.
곽: 그랬을 때 특정 소유주들이 개발이익으로 독차지하게 되는, 사회의 것을 빼앗아서 그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4대강도 마찬가지고 GTX도 마찬가지고 용산 한강 르네상스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죠. 이런 것까지 감안했을 때 그렇게 되는데. 순 경제적으로 본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낭비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삶에 좌절하게 되고, 더군다나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직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90%에서 95%의 사람들이 순전히 빼앗기는 사람들의 범주로 들어가게 됩니다. 꼭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물: 절대다수가 “빼앗기는 사람”이 된다는 거군요.
곽: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 노동자의 가족, 자영업자 등등.
물: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자기가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에 참여하거나 열성을 기울일만한 의욕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네요.
곽: 그렇죠. 다른 데 신경 쓰게 되고.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이나 보람 있게 사회에 기여하는 일, 자기한테도 소득이 되는 이런 일이 아니라, 엉뚱하게 투기나 이런 데 신경 쓰고. 심지어 한국이 범죄율도 높은데 한탕주의가 범죄의 증가로도 나타나고 또 다른 한 편으로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자살율도 증가하고. 이 사회는 그렇다면 지속성이, 사람들의 삶의 희망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데, 그런데 지속되고 있어요.
물: 사실은 출산율도 계속 저하되고 있지 않습니까? 심각하게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는데.
곽: 그렇습니다. 수동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죠.
소극적인 저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런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밥을 굶는 사회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오늘 밥을 굶어도 내일은 내 아이에게 밥을 먹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그 사회는 전진한다.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 사회가 잿더미 속에서 일어선 것은 바로 그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그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도 입 밖에 내어 말을 하지는 않지만, 희망이 없다는 것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희망이 있다면, 당장 아이에게 먹일 쌀 한톨, 분유 한 깡통이 없어도 아이를 낳는다. 내일이 오면 먹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다면, 지금 당장은 아이를 먹이고 재울 여력이 되면서도 아이를 갖지 않는다. 아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출산률의 극단적인 감소와 자살률의 폭증.
이런 사회에서 도대체 어떻게 290조의 재원을 마련해서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인터뷰는 처음부터 무척이나 암울한 분위기에서 출발하고 말았다.
재원 마련 방안
물: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재원마련이라는 문제가 나오는데요.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 자체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거겠죠?
곽: 그렇죠. 당연히 그렇게 돼야죠.
물: 어떤 방식으로 가면 가능한가요?
곽: 다른 나라의 경우는 자원을, 석유가 발견된다거나 아니면 몽골처럼 풍부한 지하자원이 개발된다면, 그것은 공유의 것이죠.
물: 그렇죠.
곽: 여기서 공유의 것을 공적인 소유하고 저는 구분하고 싶은데, 국유, 공적인 소유는 공적 기관의  대표자가 사실상 처분권을 갖습니다. 4대강 개발을 대통령이 주관하듯이. 그렇게 되면, 그 사람 내지는 그 사람 측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정책이 집행될 수밖에 없는데요. 공유의 것이라고 하면 누구나 똑같은 지분을 갖고 접근권과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새로 발견된 지하자원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알래스카나 몽골 또 지금 이란이 실시하고 있는데, 지하자원에서 나온 수익을 모든 사회 성원들에게 평등하게 나누는 거거든요. 1/n로.
물: 연령대 가리지 않고?
곽: 연령 가리는 모델도 있고 가리지 않는 모델도 있는데 일단 몽골, 이란, 알래스카는 가리지 않고요.
물: 그런 것은 국유하고 약간 개념이 다르고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게 나누어 준다는 거군요.
곽: 예.
약간 생소할 수 있는 구분이지만, 곽교수는 국유, 혹은 공적인 것과 공유의 것을 구분하고 있다. 공적인 소유는 정부, 혹은 그 정부기관의 대표자가 접근권, 처분권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공기업 같은 것이다. 일반인들은 궁극적으로는 공기업의 주인인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방안이 전무한 상태이다.
하지만 공유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1/N 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어느날 갑자기 강원도 지하 깊은 곳에서 엄청 귀한 자원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일까? 결국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공유”의 것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란과 알래스카는 각각 보유하고 있는 석유자원 중 일부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자원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전 국민에게 1/N 으로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이게 공유의 개념이다.
물: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곽: 그렇죠. 만들어야 하는데, 없는 걸 만들 수는 없는 거고 기존의 GDP 통계로 보든 아까 제가 말씀 드린대로 70%의 불로 투기소득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내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 중 가장 유력한 방식이 조세정책입니다.
물: 결국은 세금이네요.
곽: 세금이 다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걷는데 유럽의 논자들 같은 경우에 노동소득에서 많은 노동소득을 갖는 사람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모델을 갖고 있는데, 아까 말씀하신 민주노총에서 발간한 책자에서 저하고 강남훈 교수하고 이수봉 연구위원이 고려했던 거는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는 최소화하자 그리고 투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에 집중하자는 원칙에서 설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세금을 좀 더 내게 되어있는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인 원칙은 그렇게 잡았고요. 지금까지 과세하지 않았던 주식 양도차액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과세를 많이 하고.
물: 네.
곽: 부동산 양도차액은 어느 정도 과세가 되고 있지만.
물: 양도소득세라고 내고 있죠.
곽: 네. 과세를 좀 더 엄격하게 높은 수준에서 하고. 나머지 재원이 될 것들을 추가적으로 늘리고, 이런 식으로 짜서 290조 정도를 최대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나 해서, 그게 가처분 GDP 30% 수준입니다.
물: 아까 말씀하신 걸로 그런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는 것 말고도 숨어 있는 불로소득도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곽: 
물: 그런 거를 어떻게 조세 범위 내로 활용할 방법은 없나요?
국영 카드회사
곽: 그것도 포함해서 재원을 그렇게 잡은 건데요. 그 책에서 제시한 방안 중에 하나는 신용카드 있지 않습니까? 신용카드를 통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자영업자들이 카드수수료 인하하기 위해서 투쟁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게 될 텐데, 사적인 자본인 카드 회사가 앉아서 이렇게…. 이자하곤 좀 다른 거죠.
물: 수수료.
곽: 수수료를 몇 조원씩 뜯어가고 있어요. 카드사를 국유화나 공유화로 하게 되면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하나는 카드 수수료를 거의 제로로 수렴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익을 위주로 하는 회사가 아니고 국가가 소유주이기 때문에. 이건 자영업자들도 환영할 일이라고 보고.
두 번째로는 그렇게 됐을 때 자영업자들이 카드 받는 걸 꺼리지 않기 때문에 카드로 매출을 올리는 걸 거부하지 않습니다. 현금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금은 분실의 위험도 있고 오히려 카드가 더 안전하거든요. 거의 소비지출이 카드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숨겨졌던 거래의 상당부분이 드러나게 됩니다.
물: 네.
곽: 그렇게 된다면 과세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상당 부분 더 넓게 포착될 수 있고 지하 경제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가 되겠죠. 잡세도 마찬가지고.
물: 숨어있던 돈의 흐름이 나올 수 있다?
곽: 네.
기본적으로는 GDP의 30%에 달하는 재원을 만들기 위해서 세금에서부터 얘기가 시작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뜩이나 투명해서 유리지갑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는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를 늘리는 것은 쉽지도 않고 그리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로소득 위주로 과세를 해야 하는데, 이 불로소득 중 상당수는 조세기관에 포착되지 않는 음성적인 경제를 통해 흐르고 있으며, 그 음성적인 돈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게 필요해 진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가지 아이디어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국유화나 공유화된 기업에게 맡겨 운영하는 방안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국영 신용카드의 이점은 일단 영리목적의 회사가 아니므로 수수료율을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영업자들도 수수료 무서워서 못받던 카드를 어렵지 않게 취급할 수 있게 되고, 음성적으로 숨어있던 돈의 흐름이 상당히 포착되리라는 점이다.
그게 가능할까?
물: 지금 카드를 금융회사들이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곽: 네.
물: 그게 국유화 또는 사회화가 우리 사회에서 가능할까요?
곽: 일단 은행의 경우는 자산의 95%가 모든 사람이 만든 거예요.
물: 그렇죠. 원래 자기들 돈은 아닌 거죠.
곽: 일단 자본 중에서 예금이 90%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예금은 자기 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머지 자기 자본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어마어마하게 투여했습니다. 공적자금은 결국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되는 돈이고.
물: 그렇죠. 세금인 거죠.
곽: 국가가 돈을 빌려와서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에 투입을 했다고 한다면. 그런 걸로 봤을 때 부담은 전 사회 성원들이 한 돈으로 은행 자본이 형성이 되어 있는데. 형식은 사적인 자본이에요.
물: 영리기업인 거죠.
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은행은 미국의 은행과 달리, 정부라든가 공적인 기관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고 있죠. 또 행장을 선출할 때도 사적 기업과는 원리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냐면 현실적으로 자본이 사회나 정부를 매개로 국민들이 부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행을 공유한다는 것은 굉장히 급진적인 변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유구조를 봤을 때는 사회 성원들 다수가 의지를 갖는다면, 그쪽으로 힘을 모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공유화도 그렇지만 카드사를 공유화한다는 건 훨씬 더 쉬운 일이죠.
물: 은행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겠군요.
곽: 네.
매우 옳은 지적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사실 자기 자본을 가지고 영리를 추구하는 영리기업은 아니다. 이들의 주 자본은 바로 사람들이 맡겨준 예금에서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이 영업을 잘못해서 부도가 날 상황에 처하면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IMF 당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이랬다. 그 공적자금은 바로 우리들의 돈이다. 혹은 우리 자손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국가의 부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금융기관을 사회화시켜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금융기관을 공기업 스타일로 만들어 버렸을 때, 그들이 과연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경쟁의 논리, 효율의 논리, 즉 시장의 신화 문제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민영화된 금융기관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이런 얘기가 먹혀도 되는 걸까?
그런 상황에서, 정식 금융기관도 아니고 금융기관이 별도로 돈좀 떼어서 운영하는 카드회사를 공유화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불로소득
물 : 한편, 사람들은 자본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곽: 맞습니다.
물: 자본소득은 자기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하는 거니까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불로소득은 복권 당첨금 이런 걸 생각하거든요. 그걸 구분하고 계신가요?
곽: 예. 불로소득에 여러 가지가 있는 거죠. 자본소득도 있고. 자본소득은 은행에 예금을 했는데 거기서 나오는 이자, 이거는 통계적으로 자본소득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리고 건물을 샀을 때, 거기서 나오는 월세 소득, 이것도 자본소득으로 통계에 잡힙니다. 그런데 증권매매차익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자본소득이 아니에요. 아예 소득의 범주에 안 들어갑니다. 그런 것들은 자본소득이라고 부를 수는 없고 투기소득이라든가 그렇게 불러야겠죠.
불로소득 안에 자본소득도 있고 투기소득도 있고 다 들어가는 거죠. 자기가 벌어서 예금을 해서 이자를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서 예금을 많이 가지고 이자를 받는 경우도 있고 부동산의 경우는 특히 이게 더 심한데, 자본소득 중에 90% 이상은 자기가 일해서 형성된 자본에 입각해서 이자나 추가적인 소득을 얻기보다는, 자기 노력과 무관하게 부모로부터 받았거나 아니면 사회의 것을 운 좋게 로또 당첨되듯이, 재개발을 통해서 갖고 있던 땅이 지가가 상승해서 재산가가 되어서 자본소득을 올린다든가, 이런 형태거든요.
그렇게 봤을 때 자본소득을 불로소득이라 보아야 마땅한 것이고, 학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경제학 내에서 자본소득은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지만, 그것이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노동소득이 아니잖습니까? 그러면 다 불로소득인데.
물: 불로소득이라는 말이 다른 뜻이 아니라 노동소득이 아니면 불로소득이라는 거군요.
곽: 네. 자기의 노력이나 노동을 통해서 얻지 않으면 다 불로소득이다.
그런 거다. 흔히 불로소득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소득을 말하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불로소득이라는 말 자체의 뜻이 “노동에 의하지 않은 소득”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번 돈이건, 상속받은 돈이건, 땅이건, 그런 자본에서 나오는 모든 소득이 불로소득이 된다. 그 소득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말 자체의 의미가 그렇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뿐이다.
상속세
물: 말씀 중에 그런 얘기로 가는데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으로 자본소득을 올리는 경우에, 그렇게 되면 상속세 얘기가 나오게 될 것 같은데, 현재 상속세 국내 수준이 어떻고 이걸 더 올려야 하는 건지 설명해주시죠.
곽: 일단 IMF 이전에 비해서 상속세는 떨어져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 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다.
 과세표준
세율
1억원 이하
과세표준의 100분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1천만원 +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9천만원 + (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2억 4천만원 +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40)
30억원 초과
10억 4천만원 +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
상속세및증여세법 제26조 【 상속세 세율 】 상속세는 제25조에 따른 상속세의 과세표준에 다음의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이하 “상속세산출세액”이라 한다)으로 한다.
하지만 여기에 각종 공제가 붙어 실제 세액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 같은 경우에는 30억까지의 한도로 공제를 받을 수가 있다. 보통 10억이내의 재산을 남기게 될 경우, 상속세는 거의 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곽: 그리고 상속세율이 너무 높으면 우회해 가서 피한다고 해서 낮췄는데, 어쨌거나 상속세 세입은 많지 않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죠. 예를 들어서 삼성의 예를 든다고 하더라도 일대에서 이대로 바뀔 때 넘어간 상속된 재산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조원이 넘을 텐데 상속세의 과표가 된 건 불과 2천억 수준이었단 말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90%의 상속세, 세입의 원천이 되는 대상은 사실 상 지금도 은폐되고 있고 회피되고 있거든요. 지금 상속세 최고세율이 40%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상속세를 정확히 매긴다고 하면 지금보다 세수는 늘어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기본소득의 압도적인 재원이 될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물: 의미 있는 세원이 나오지 않는다?
곽: 아니요. 어느 정도는 되지만, 필요한 돈이 290조라고 한다면, 상속세를 아무리 잘 포착해서 높은 비율로 한다고 해도 불과 몇 조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물: 최고세율이 40%면 거기서 더 올리는 것도 부담이 될 것 같은데요?
곽: 아니요.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약한 나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상속세를 올리는 건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에요. 과세포착을 더 잘 하는 게 중요하죠.
물: 세율보다 과세포착이 더 중요하다.
곽: 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사회 조세원리가 상속세를 회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재단을 설립해서 그쪽으로 재산을 몰면 상속세를 물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이건….
물: 상속이 되고 있는건데.
곽: 네. 상속되고 있는 거죠. 그런 제도적 한계 때문에 포착한다 하더라도 걷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고, 또 다 포착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겁니다. 쉽게 얘기해서 재벌들이 30년 마다 한 번 씩 상속을 한다고 하면, 30대 재벌이 일 년에 한 번 한 재벌이 상속하는 거거든요.
물: 그거 해봐야 얼마 안 된다는 거군요.
곽: 네. 그래서 2조원을 상속해서 그 중에 반을 환수한다 하더라도 1조원밖에 안되잖아요.
상속세로 걷어 들이는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상속세율을 올린다 해도, 세수가 그다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양적인 분석에 관한 얘기이다. 또 거액의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법적인 허점을 찾아 조세를 회피하게 되며, 그것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숨겨진 세원을 포착하는 것도 힘들다는 얘기가 된다.
보통 이상의 재산이 누적될 경우 대부분 그 재산을 법인 소유로 돌리고 지분을 상속하는 식으로 상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그 백미는 바로 삼성 이건희 일가의 상속 사건에서 우리가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결국 상속세를 가지고서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수준의 의미 있는 세수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공유기업
물: 법인세 부분은 어떤가요?
곽: 일단은 거기서 법인세 인상을 하지 않는 걸 제안했었어요.
물: 법인세 말고 은행세 같은 거는 어떤가요? 회사 간에 거래를 할 때 거기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곽: 그것도 크게 고려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사회체제를 두 가지로 간단하게 나눠보면,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기본소득이 가능하거든요. 실제로 하고 있는 나라도 있고. 또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렇죠? 그리고 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도라도 순수하게 자본주의적인 경제시스템만 그 안에 있는 건 아니거든요.
물: 모든 걸 자본주의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요?
곽: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모든 토지가 다 사유화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이 움직일 수가 없어요. 남의 토지를 침범해야 하기 때문에 그 주인이 못 밟게 하면 움직이지 못하는 거죠.
물: 그렇죠.
곽: 그래서 어느 정도 공유화, 국유화 이런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도 공기업이 있지 않습니까?
물: 네.
곽: 그리고 공기업이 올리는 수익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업의 수익은 기본소득의 유력한 재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 네.
곽: 그리고 재벌을 사회화함으로써, 공기업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지금은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된다면 공유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의 것이죠.
물: 개념이 달라지는 거죠.
곽: 그렇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기본소득의 유력한 재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안에서도.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가 된다면 더 많은 공유기업이 있을 것이고 더 많은 공유자산들이 있을 것이고, 토지를 포함해서. 그러면 공유기업의 수익, 공유 토지의 수익에서 훨씬 더 많은 기본 소득의 재원이 쉽게 나오죠. 조세저항이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모두의 것이고 자본주의 안에서도 공유기업의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훨씬 더 쉽게 된다고 생각하고 확대해야 하는데. 그런 걸 의미하셨다면 법인에 하는 건 맞는데, 그건 세금이 아니라 공유기업의 수익은, 보통 이윤이라고 불리는 그 범주는 거래에 세금을 물려서 한다기보다 그냥 수익을 가져오는 시스템이에요.
물: 수익을 통째로 가져온다?
곽: 예.
물: 그런데 그 시스템에서 첫 단계에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공유기업을 늘리는 단계에서 문제가 되겠지요. 사기업들을 공유화하는 건데 그 단계에서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 아니냐는 저항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곽: 네. 당연한 일이겠죠.
다양한 세금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하던 과정에서 법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공유기업 얘기로 가버렸다. 사실 증세만으로 290조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아무리 OECD 평균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낮다고 해도, 세금을 무작정 올릴 수 만도 없으니 말이다.
결국 금민 위원장은 무척 조심스럽게 언급했던 사회적 공기업, 공유기업에 대한 부분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대기업을 공유화 시키거나, 대규모의 토지를 공유화 시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순수하게 재원 마련의 차원에서는 이 쪽이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그러나, 기업을 공유화 시킨다는 것, 과거식 표현대로라면 국유화 시킨다는 것, 이것은 모든 국민에게 바로 “사회주의”를 연상시키게 될 것 역시 뻔한 일이다.
곽교수의 언급 중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라는 부분이 바로 그 표현이 된다. 이 부분, 현실성 이전에 설득력 차원에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확실히 정치계에서 활동하는 금민 위원장과 달리, 학교에서 연구를 주로 하는 곽교수님은 좀더 ”이상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토빈세
물: 재원 중에서 그 책에서 언급하신 토빈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곽: 토빈세는 강남훈 선생님이 강하게 주장하셔서 넣었는데, (웃음) 저도 부분적으로는 토빈세 수입도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압도적인 재원이 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토빈세를 다 거둘 수 있다면 그 규모는 엄청납니다.
물: 엄청나겠죠.
곽: 왜냐면 외환거래가 파생상품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GDP규모의 몇 십 배거든요.
물: 그렇죠.
곽: 그렇기 때문에 포착이 되고 걷을 수 있다면 유력한 재원이 될 수 있을 텐데, 제가 유력한 재원이 되기 힘들 거라고 유보를 다는 이유는, 첫째로 토빈세는 일국의 의지로 되지 않습니다.
물: 우리만 생각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곽: 네. 그리고 주변국 몇 개 국가하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유럽 같은 경우에 지금 토빈세 하자는 움직임도 있는데 한계가 있고. 이걸 전 세계가 같이할 때만 유의미한 과세가 가능합니다.
물: 그렇죠. 그런데 지금 미국이 반대하고 있잖습니까?
곽: 예.
물: 미국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구현 자체가 안 될 거라고 보시는군요?
곽: 부분적으로는 될 수 있겠죠. 부분적으로 되는 걸 브라질에서 현재 외환거래세를 좀 과하게 부과하고 있거든요. 그에 토빈세하고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 자국 영토 안에서 거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일국의 의지로.
물: 그런데 외환이라는 게 자국에서 거래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곽: 그렇죠. 압도적인 양이. 조세 부과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면 온라인 상으로 거래되었을 때 이거 우리가 부과할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될 수밖에 없겠죠.
물: 현재 토빈세 상황이 벨기에인가에서는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타국에서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하던데요.
곽: 네.
물: 그리고 영국 독일 프랑스가 IMF에 요청한 상태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IMF가 거부하겠죠?
곽: 아니요. 거부할 가능성이 크지만 IMF도 하나의 방침만 가진 게 아니라, 거기 지분권이 유럽하고 미국이 많이 갖고 있는데, 유럽에서 토빈세를 걷자는 정부가 좀 더 많아지고 그쪽에서 IMF정책을 움직일 유력한 힘을 얻게 된다면 수용할 수도 있다고 봐요.
물: 아.
곽: 그런데 기본적으로 지금까지는 IMF의 목적 중에 두 번째인가요, 그게 외환거래의 자유화를 통해서 외환시장의 안정을 기한다, 이걸로 되어있어요.
물: 토빈세는 어쩌면 IMF의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상황이네요?
곽: 적어도 그 목적에는 위배되죠. 이게 설립 때부터 있었던 건 아닌데. 그건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그 이후에 바뀐 정책 방향이거든요.
물. 그렇군요.
곽. 그런데 현실은 다르거든요. 외환시장이 파생상품까지 굉장히 빠르게 자유화되고 무한대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은 우리나라만 고통을 겪었던 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고 유럽도 마찬가지고 일본도 마찬가지고, 투기적 거래로 인해서 변동율이 하도 심하기 때문에 투기를 조장하고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 누구나 아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 외환거래를 자유화시켜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했는데 현실은 반대로 더 불안정해졌더라?
곽: 그렇습니다.
물: 예.
곽: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책 상으로는 반대하겠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IMF가 누구 한 사람이 만들고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주주총회 비슷하게 지분 가진 대로 가는데, 유럽의 정부들이 토빈세에 반대하는 정부가 많이 들어서면, 그쪽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IMF 결정권이 있으니까 달라질 수도 있죠.
물: 정리하자면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고,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고려하지 말자?
곽: 고려하더라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
토빈세는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제도화 되기만 한다면, 현재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단기성 투기자금들의 폐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그 규모면에서, 엄청난 세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아니 작게 줄여서 OECD 가입국들 만이라도 토빈세라는 한가지 제안에 합의하는 것이 쉬울까? 부지하세월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반대를 하고 있다. 물론 유럽이 단결하여 미국을 압박할 경우, IMF는 외환시장의 자유화라는 기본 입장을 폐기하고, 토빈세를 도입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언제 구현될지도 모르는 외부 세계의 일을 가지고 그게 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거기에 기반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토빈세 문제는 당분간은 접어 두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보인다.
국방비
물: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국방비 절감하는 부분은 선생님이 하셨습니까 아니면 강남훈 선생님이 하셨습니까?
곽: 같이 했는데요. 주로 강남훈 선생님이 하셨지만. 그 책이 2009년도에 나왔지만 2008년부터 연구가 되었는데, 그 당시 민주노동당하고 진보신당이 국방세를 반으로 줄이자고 정책을 잡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와 같이) 연구했던 이수봉 당시 정책위원장하고 강남훈 선생님이랑 저랑 생각하기는 기본소득이 이쪽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좀 더 진보정치세력의 혁신까지 담고 있어야 하니까, 그쪽보다 약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쪽에서 검토가 되지 않았겠느냐, 해서 했습니다.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부분은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물: 그 부분은 정치적인 이유로 들어간 부분이네요.
곽: 네.
물: 제가 여쭤본 이유는 국방비를 30% 절감해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주장이 될 수 있다고 보였기 때문에 말씀 드린 겁니다.
국방비를 줄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자는 주장은 기본소득을 논하는 과정에서 같이 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동북아 정세가 나와야 되고, 군축 문제가 나와야 되며, 뭐 그 얘기를 시작하게 되면 기본소득 얘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더 길어지지 않도록 다른 부분으로 넘어갔다.
출발지점
물: 그러면 재원이 290조가 아니라 한 150조만 된다고 하면 지급액수를 반으로 줄여서 간다는 것도 가능한 얘기겠죠?
곽: 예.
물: 이 얘기는 지난번에 금민 위원장님하고 말씀을 나눌 때 나왔던 것인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기본소득이 최소 월 40만원은 되어야 기본소득으로 효과가 있다. 그 이하로 간다면 큰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 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가 그때 연구할 때,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일 많이 담은 정책안을 내보자는 방향에서 가처분 GDP의 1/3 수준으로 잡았고요. 그리고 지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에서는 50%도 가능하다. 지금 어차피 70%가 불로소득으로 가고 있는데 50%를 기본소득으로 하고 50%를 노동소득으로 하면, 노동자들도 더 힘이 날 것이고 일을 열심히 할 의지가 생길 것이고, 모든 사회 성원들이 좀 더 풍요로운, 적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랬을 때 작게 잡은 게 30%였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요.
물: 네.
곽: 현실적인 흐름이 진보가 힘이 약하다거나,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적은 금액에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 그럴 가능성도 있죠.
이 부분은 곽노완 교수의 입장이 금민 위원장과 약간 달라지는 부분이 된다. 노동문제, 즉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해지는 수준의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금민 위원장의 의견과는 달리 곽교수는 더 작은 수준으로, 더 작은 규모로 시작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곽: 적은 금액에서 시작할 때는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첫째는 모두에게 지급하되 금액이 낮아지는 경우, 두 번째 방향은 인구의 일정 대상에게만 지급하는 경우.
물: 지급 대상을 줄이는 것.
곽: 예. 인구의 일정 집단에게만 지급한다면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제일 쉬운 기준은 연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딱 나오고 누가 심사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우리나라 주민등록 되어있으니까.
그런데 다른 집단에 주는 기준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녹색당에서 농민기본소득 얘기하는 부분도, 제가 반대하는 건 아니고요,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예술가 기본소득 이런 거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 농민에 대한 기본소득은 전번 인터뷰에서 나왔었는데, 농민이라는 집단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WTO에서 제소당할 거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농업 종사자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그 지원은 한계 상황에 와 있고 추가적으로 들어가면 WTO에서 제소될 수 있다는 거죠.
곽: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럽에서도 농민 보조금이 상당히 많거든요. WTO든 FTA를 다른 나라와 유럽이 맺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못 건드리게 한다고요. 힘이 있으니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기준을 내세우면 농민기본소득의 경우에 WTO를 싸워서 거부하거나 지켜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미 FTA도 마찬가지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도 농업보조금이 상당히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물: 미국도 하고 있으니까.
곽: 네. 그런데 기본소득은 아니죠. 기본소득은 오히려 모두에게 주는 거기 때문에 제소 요건이 약해요.
물: 그렇죠. 그건 뭐 걸릴 게 없는 거니까.
곽: 하지만 진짜 어려운 점은, 농민에게만 준다고 했을 때 선별을 해 내는 게, 과연 누가 농민이냐?
물: 당신이 농민이냐 아니냐? 회사도 다니고 농사도 짓고 이런 사람이 농민이냐 아니냐?
곽: 예. 그런 문제라든가 농촌에 토지를 가지고 있고 토지를 누구에게 소작 주고 자기는 서울에 거주하고,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 가려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거예요.
물: 그러면 심사비용이 발생하겠죠.
곽: 아니면 주소지만 농촌에 있고 자기가 농사짓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울에 살면서 다른 일을 하는 이런 경우, 굉장히 많거든요. 또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럴 경우에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심사비용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물: 분쟁도 많이 생길테고요.
곽: 네. 분쟁도 많이 생기고. 예술가 기본소득도 좀 그럴 소지가 있어요, 따라서 제일 쉬운 기준은 연령대로 아동 기본소득, 청소년 기본소득, 노령 기본소득 이런 식으로 가고. 재원이 부족하다면 그 방향으로 나누어서 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합니다.
물: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서 노령 기본소득이 실행되면, 현재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하고 별 차이가 없지 않나요?
곽: 일단 정해진 나이가 되면 100%의 사람들이 받게 되는 거잖아요.
물: 그렇죠.
곽: 그리고 지금 기초노령연금이 9만원 대인데, 그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받게 되겠죠. 그리고 노령기본소득 외에 우리한테 비교할 수 있는 대상 중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이 있고 그 수급자가 대부분 노령인구에요. 그런데 그 경우에 자식이 소득이 많거나 자산이 많다는 이유로 못 받게 되어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노령연금은 대상자의 재산이나 소득에 대한 조건이 붙어 있다. 즉, 일인가구의 경우, 78만원 이상의 월소득이나, 3억 1,520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지급이 안된다. 노령층에게만 주어지는 기본소득 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제한조건은 없어지게 된다.
기본소득제도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받게 되는 거니까 지금보다 개념이 좀 달라지겠죠. 그리고 노령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예를 들어 거기에 설정해 놓은 것은 모든 인구에게 준다고 해도 노령인구에게는 좀 많이 주자. 왜냐면 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그래서 일년에 900만원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한 달에 한 77만원 되나요? 그런데 재원이 반이라고 한다면 노령, 아동, 청소년을 한다면 그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랬을 때 지금 국민기초생활 플러스 노령연금보다 두 배 정도의 금액, 어쨌든 훨씬 더 많게 되는 건데, 달라지는 부분은 자식들이 재산이 있거나 소득이 많을 경우에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못 받았었는데 그러면 자식들한테 생활비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직접 받게 되면 자식의 부담도 확 줄어들 것이고 자식의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겁니다.
물: 그동안 자식이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썼던 비용이 없어지는 거로군요.
곽: 그렇죠.
물: 자기소득이 되는 거죠?
곽: 네. 그럴 뿐만 아니라 손자한테 용돈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생겨요.
물: 그런데 손자도 기본소득을 받게 되지 않습니까? (웃음)
곽: 받죠. 당연히 받지만 (웃음) 손자가 어릴 경우, 일정 연령 이하는 직접 못 받겠죠.
물: 부모님한테 주겠죠.
곽: 그렇죠. 7살 짜리 한테 주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그 기준을 몇 세로 할지도 논란이 되지만. 거기서는 19세 이상은 직접 받고 19세 미만은 부모가 받도록 설계를 했는데 문제제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10대 중후반의 경우에는 부모한테 문제가 있더라도 계속 의존해야 하느냐 해서, 연령 기준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열 살 정도 미만은 부모가 이걸 받게 될 텐데. 노령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손자하고 훨씬 더 관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 그런 점이 또 있군요.
이 부분은 새롭게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원래 취지에서 한걸음 후퇴해, 특정 연령층에게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될 경우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는 것이다.
결국 노인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될 경우, 그 노인들을 봉양하던 중년계층의 세대가 실질적인 이득을 보게 된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더 이상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노인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하던 돈이 그대로 남는다. 이건 소득과 다를게 없다. 물론 아동 기본소득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된다. 아직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할 연령에 도달하지 못한 아동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역시 경제활동 연령대의 사람들, 즉 부모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족들이나 아이를 기르는 가정에 약간의 여유라도 생기면서, 가족관계에서 오는 정서적인 안정감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점도 생기게 된다.
재원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일단 부분적인 연령층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해도, 우리 사회는 한결 숨쉬기 편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본소득의 효과
곽: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가족주의가 심해서 특히 나이 든 세대일수록 이게 더 심하거든요.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웃하고 쉽게 싸움이 잘 나요. 소득이 없게 되면 ‘네가 내냐 내가 내냐’ 분쟁이 생기고 갈등의 소지가 큰데, 어르신들이 이웃에게 인심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갈등이 줄어들고, 옆 사람이 나에게 선물이구나, 하는 마음이 생길 겁니다.
어차피 기본소득이 선물 개념이거든요. 모두의 것을 모두가 나누자. 옆 사람이 일해서 많이 벌고 수익을 올리면 일부가 기본소득으로 오니까 그 사람이 나한테 뭔가 기여를 한 거고, 이런 개념이기 때문에 훨씬 더 사람 간의 관계가 정말 인간미 넘치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에 비해서 훨씬 더 좋은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 대화가 슬슬 기본소득이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는데요. 제일 먼저 말씀하신 거는 실질적인 경제적 여유를 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편해질 것이다, 이걸 처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기본소득 액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성적인 효과 말고도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경제나 생산규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곽: 예. 있습니다.
물: 그런 부분을 설명해주시죠.
곽: 일단 플러스 되는 요인이 있고 마이너스 되는 요인이 있거든요. 플러스 되는 요인을 말하자면 내수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물: 제일 먼저 나오는 얘기죠.
곽. 네. 외국이 경제가 안 좋으면 우리나라도 수출의존도가 크다 보니까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내수시장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사회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생산을 하는 데 용이해진다는 측면이 있고. 당연히 GDP가 엄청나게 되먹임(피드백)기능으로 작용을 해서 총 GDP나 일인당 GDP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 되먹임 기능이라는 것은 기본소득으로 인해서 GDP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서 다시 또 세수가 늘어나고 기본소득이 다시 증가할 수 있고,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말씀이시죠.
이 부분은 솔직히 매우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소득 제도가 시행된다면, 당연히 내수는 늘어난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다. 내수가 늘면 세수도 늘어난다. 이것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돈을 뿌렸고, 그 돈이 상인들에게 들어가고, 그 상인들 역시 또 다른 상점에 가서 그 돈을 쓰게 될 것이고, 모든 상점의 매출이 늘고, 당연히 세수도 늘어난다. 세수가 늘어나면 기본소득에 투입할 재원이 늘어난다. 결국 더 많은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세수가 늘어난다. 이렇게 플러스 피드백, 즉 선순환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데, 문제는 그게 과연 의미 있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서 기본소득을 가동시켰는데, 세수는 예상보다 훨씬 적게 찔끔 늘어나고, 기본소득을 의미 있게 늘릴 수 있는 정도의 세수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수록 그 효과가 줄어들어 몇 년 지나자 별다른 세수 증가 효과도 없이 사그라들어 버릴 가능성은 없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한다 하더라도 그 투입변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실험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의도에 묻혀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플러스 피드백 효과를 확실히 낼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정치적 논의 따위 하등의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해야 되는 거다. 만약 이게 안된다면 기본소득은 별게 아닌 제도로 판정되고 실패한 실험이 되고 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정확한 답을 구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곽: 예. 핵심적인 이유는 내수를 매개로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생태적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텐데, 지금은 집을 짓는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선진 유럽국가에 비해서 모든 것이 순환주기가 빠릅니다.
물: 빨리 빨리 하죠.
곽: 네. 냉장고도 몇 년마다 갈고, 세탁기도 십 년 이상 쓰는 집이 거의 없거든요.
물: 차도 자주 바꾸고.
곽: 네. 차도 자주 바꾸고. 그런데 유럽은 잘 안 바꾼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 자주 안 바꾸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게 튼튼하고 좋은 거예요. 밀레 세탁기 같은 경우는 수명을 50년 잡거든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세탁기 가격의 두 배 정도 되지만, 비싼 대신에 평생 쓰니까, 쓰레기나 자원낭비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고.
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득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곽: 네. 그런 소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늘어나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좀 더 내구성이 강한 물건을 사게 되는거죠. 여기 이 책장도 굉장히 허술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좋은 나무로 만들면 생태에 해악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이 제품을 내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이 또 쓸 수도 있고, 가치가 더 올라갈 수도 있거든요. 이걸 계속 만들려면 나무를 계속 베어내야하기 때문에 훨씬 생태적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보고. 순 경제적으로만 본다고 하더라도 소비력이 늘고 내수가 늘기 때문에 생산규모도 당연히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 네.
하필 나무 책장을 예로 들어서 약간 복잡해졌지만, 핵심은 이렇다. 쉽게 망가져서 자주 바꿔야 하는 저가형 생산품 대신,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소비의 형태가 그런 식으로 바뀌게 된다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생태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단순히 가격과 성능, 또는 사치스러운 태도, 과시하고자 하는 마인드 등이 연관된 이야기 만은 아니다. 일반인들, 즉 우리 모두가 좀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좀 더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선택하게 되고,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됨으로써 낭비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인 것이다.
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밑바닥에 바로 기본소득으로 인해 늘어난 수입이 자리잡게 된다.
곽: 그 외에도 사람들이 저임금으로 일하는 자리는 거절할, 파업기금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 파업기금요?
파업기금이라는 표현은 참 재미있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은 더럽고 치사해도 참고 직장을 다녀야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뒷받침 된다면, 회사에서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어떤 경우에는 “파업기금”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고용주들은 질색을 하겠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만큼 든든한 지원자는 또 없을 것이다.
곽: 예. 나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어. 비록 풍요롭지 못하더라도 굶어죽진 않을 정도는 돼. 그러면 저임금 노동의 공급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물: 그렇겠죠.
곽: 그 얘기는 알바를 포함해서 최저임금 수준에 있는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도 고용주들이 훨씬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 그러니까 최하위 계층에 있었던 직종의 임금이 상승할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시는 거죠?
곽: 네. 그리고 상위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당연히 하방압력을 받아요. 왜 그러냐면 상위소득을 얻기 위해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손쉽게 준비할 수 있거든요.
물: 아, 예.
곽: 지금은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서 교육을 못 받고 계속 알바를 전전해야 한다면,(기본소득제가 시행된다면) 교육이라든가 이런 기회가 훨씬 폭넓게 되기 때문에. (고임금 직종) 그쪽의 노동공급은 늘어나고 당연히 하방압력을 받겠죠.
물: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사람들이 여유가 생겨서 공부를 더 많이 할 수도 있고, 고품질 노동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임금을 받던 직종은 사람이 늘어나니까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점도 있겠군요.
곽: 네. 의사들 변호사들 그럴 것이고 등등. 그랬을 때 사회의 임금수준 조차도 좀….
물: 임금격차가 해소될 것이다.
여태껏 진행한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아마 처음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될 듯하다. 기본소득 제도가 저임금 직종의 임금을 올리는 효과는 여러차례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에는 고임금 직종의 임금을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
없는 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뼈빠지게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고임금 전문직의 일에 필요한 자격을 갖출 여유 자체가 없다. 그들은 계속 그렇게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그 사람들 중,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점차 상위 직종에 필요한 전문성을 획득할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고임금 직종에 대한 고급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고임금 직종의 임금은 저하되게 된다는 매우 논리적인 추론의 결과인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당연히 저임금 직종의 임금은 인상되고, 고임금 직종의 임금은 인하되니, 고저간의 임금격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과이다. 우리가 맨날 얘기로만 듣던, 대학교수와 청소부가 대등한 사이가 되는 사회, 그런 사회가 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만큼 훌륭한 사회 양극화에 대한 해결책이 또 있을 수가 있을까?
곽: 네. 해소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 자체로 내수가 추가적으로 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왜냐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소비율이 100%거든요. 저축할 돈이 없어요. 오히려 빚지고 사는데.
물: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곽: 그런데 돈 있는 사람들은 소비를 안 한단 말이에요. 투기자금으로 쓴다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다거나 이러지. 그런 효과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고, 소득도 턱없이 높아지지 않고, 낮은 쪽의 일자리는 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자는 줄어들면서 노동조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부가적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각성
물: 원 주장을 살짝 벗어나는데, 노동조건이 좋아지고 저소득층의 저임금노동 일자리 얘기가 나와서 사이드로 질문을 드리는데, 그럴 경우에 이주 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제교류 같은 것이 그 양상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곽: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자본가나 부자들은 그거를 생각할 것이고. 정책적으로도 외국인 노동자 수입을 훨씬 더 용이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물: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곽: 그런데 이거는 정책적으로 조정 내지는 싸움의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외국인 노동자들 들어오는 게 진보나 못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막아야 될 명분은 사실 없지 않습니까?
물: 그렇죠.
곽: 오히려 좋은 부분들도 있거든요. 경제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감안했을 때 직접 외국인 문제로 풀기보다는. 일단 그런 갈등요소가 있기 때문에 정부나 자본가들이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더 힘이 세지고 정치적으로도 당연히 더 힘이 세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정부가 또는 국회가 부자를 위한 정책 또는 부자들의 정치에서, 점차 많은 사람들의 평등한 정치로 옮아갈 소지가 크고 맘대로 하기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 그 부분에서,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여유가 생기니까, 저소득 계층의 정치적 각성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겠네요.
곽: 예. 당연히 그걸 고려했습니다.
물: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발언권이 세지고, 그러니까 외국 노동자 수입 문제도 완전히 자본가들 마음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정치적 발언권이 커질 테니까.
곽: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찍는 경향이 상당히 많은데요.
물: 그렇죠.
곽: 또는 연령이 많은 분들, 그런 분들 중에 저소득층이 상당히 많이 보수층을 지지하는데, 여태까지 뭐가 좋은지를 모르고 있었어요.
물: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겠죠.
곽: 공유의 것이 많아지면 나한테 좋은 거구나. 그리고 진보가 이런 걸 하려고 하는구나. 이런 거를 직접적으로 삶으로 느끼게 되는 것 아닙니까?
물: 현실적으로 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다.
곽: 반대쪽 쟤네들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고. 이런 걸 명확히 알게 되거든요. 정치적 각성도 대중적으로 확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것 빼면 일단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열 배에서 백 배 정도 늘어날 걸로 생각합니다.
물: 먹고 살 만하니까. (웃음)
곽: 네.
기본소득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정치적 각성을 하게 되고, 빈곤에 시달리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분명히 타당하다.
최근 시행된 무상급식도 대중의 인식에 분명한 영향을 주고 있다. 시행 초기 반반에 가까웠던 찬반의 숫자가 시행 이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찬성쪽이 70%를 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과연 기본소득은 좌파들의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칠 열쇠가 될 것인가? (표현이 뭐 이래…)
물: 그렇죠. 자기 생계가 보장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고, 화려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면, 그야말로 이성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죠.
곽: 죽을 때 까지 굶어 죽을 걱정에서 해방되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활동가들이 80만원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다른 소득이 없으니까 활동도 제대로 못해요. 추가적으로 알바도 해야되고…
물: 계속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거겠죠.
곽: 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80만원만 추가소득이 있어도 가족 생계에 큰 문제가 없을 수가 있고, 그러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날 겁니다.
물: 그렇죠.
곽: 그리고 범죄는 최소한 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고요.
물: 범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어떤 근거가 있나요?
곽: 저희가 통계를 뽑아보니 범죄의 원인에서 생계형 범죄가 50% 정도에요. 생계형 범죄는 거의 최저 생계비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그 문제 때문에 벌이는 범죄가 50%라는 겁니다. 일단 그 문제는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물: 그렇죠.
곽: 그 외에 사회에서 서로 친화적이고 저 사람이 나에게 선물이다,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이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잘 하려고 하고, 그럴수록 자기에게 많은 것이 돌아오고, 이런 사회에서는 범죄율이 당연히 추가적으로 줄어드는 요소도 있겠지만, 최소한 생계형 범죄만 없어진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반으로 주는 것이고, 자살도 당연히 줄겠죠.
물: 범죄율하고 자살율은 같이 가니까요.
곽: 네. 많이 줄겠죠.
물: 혹시 자살에 관해서도 통계를 뽑아보신 적이 있나요?
곽: 네. 자살의 이유가 뭐냐, 생계, 경제적인 문제가 자살 원인의 반 가까이 돼요. 독거노인이 소득도 별로 없이 자식한테 조금씩 받아서 쓰는데 자식한테 누가 되는 것도 그렇고 자식도 또 가난할 경우에….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기 살다가 죽는다든가 이런 경우 흔하게 주변에서 보거나 듣거나 언론 통해서도 보는 거지만….
물: 그렇죠.
곽: 이런류의 자살 이유가 총 자살의 5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성적비관 자살하는 청소년들도 많지만 노인자살율도 높은데 특히 노인자살의 압도적인 이유는 생계문제입니다.
물: 역시 돈 문제였군요.
곽: 그러니까 자살도 줄어들겠죠.
범죄율도 줄어든다. 자살율도 줄어든다. 언급은 안됐지만 당연히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아이가 생길수록 곱하기 머릿수로 정부에서 돈을 주니, 기록적인 다산가족도 등장할지 모른다. 외국의 경우처럼 입양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 기본소득이다.
물: 지금까지 이야기가 안 나온 또 다른 종류의 효과가 있을까요? 어떤 언급하실만한 효과?
곽: 저는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1990년 이후에 한국의 진보와 좌파가 내부적으로나 아니면 대외적으로나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크게 좌절하게 되는. 그러면서 실제적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큰 과오를 저지른 면도 있죠. 한국 사람들은 아니지만 북한이나 현실사회주의라든가 감안했을 때. 그래서 좌파는 나쁘다, 진보는 사회를 망친다, 라는 통념이 퍼지는 것에 대해서 거의 무방비 상태로 계속 당하다가, 지금 또 보수가 너무 하니까 다시 커지는 부분도 있지만 한계가 있거든요.
그랬을 때 진보가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심지어 부자에게도 좋을 수 있다. 부자의 삶에서도 최악의 경우를 고려했을 때 일종의 보험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만약 사업을 하다 파산을 했어요. 그랬을 때 노숙자가 되는 것보다는 기본소득이 있으니, 삶에 안정감을 주는 거거든요.
이 대목에서 트윗 공간에서 자본가 봇(@kapital_bot)이 날린 멘션을 하나 소개해 본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해버리면 자본가는 뭐 먹고 사나요? 자본가에게 기본소득을!
물: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거죠.
곽: 네. 제가 직접적으로 생각하는 건 진보가 좋은 일 하려다가 괜히 욕만 잔뜩 먹고 고통을 받는 90년대 이후의 한국정치 상황에서 진보가 대중적이면서도 진보적일 수 있는 의제, 그런 운동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또는 전국적으로 좌파와 진보가 스스로 혁신되고, 우리가 당신들하고 같은 사람이고 같이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란 점을 증명하는 여러 가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 하나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운동을 하면서 이런 효과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진보나 좌파에 대해서 편견을 갖던 사람 중에 보수에요, 정치적으로 보수인데, 기본소득의 지지자게 되고 그러면서 진보가 되는 사람들을 몇 봤어요. 많지는 않지만.
물: 네.
곽: 그런 현상이 좌파나 진보가 그동안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는 힘이 약했다고 한다면 기본소득은 그것을 확 넓혀 줄 수 있는, 그리고 같이 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 예.
진보좌파 진영의 사회운동가들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 하지만 이 주장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의제가 실질적으로 훌륭한 의제일 경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겠지만, 만약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사실은 그다지 훌륭한 제도가 아니었다고 판정이 나게 될 경우, 진보좌파진영은 자신들의 난처한 입장을 타개하기 위하여 거짓 의제를 내세웠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는 졸지에 히치콕 감독 덕분에 유명해진 맥거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별거 없는 내용으로 관객들의 주의를 이끌어내는 트릭 수법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는 진보진영에서도 맥거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곽: 또 아까 빠트린 것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지금은 자본가들조차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재산제약이라든가 자본제약, 실패했을 때의 부담 때문에 잘 못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신용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굉장히 과중한 부담을 지우거든요. 그런데 기본소득이 뭐 실패도 늘겠지만 성공도 더 많이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물: 진취적인 시도를 늘릴 수 있다는 거군요.
곽: 네.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소질이 있는 예술가가 돈벌이에 매달리는 대신 예술가로서 사회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처럼, 사업을 하는 것도 똑같은 논리가 통하거든요. 그랬을 때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히 창의적이고 사람들이 삶을 자기가 원하는 일, 그러면서도 사회에 기여가 되어야만 자기에게 더 많은 것이 돌아오기 때문에, 노동소득이 그래야 생기게 되니까, 그런 사람들이 위축되지 않고 활기차게 자기의 삶을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사업이든 다른 직업분야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 삶의 양식 자체가 남들 눈치 많이 보고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서 억압받으면서 살다가…. 물론 기본소득 받는다고 스트레스가 없어지진 않겠죠.
물: 그렇죠.
곽: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기의 즐거움과 잘 하는 걸 사회가 키워주고 그것이 그 사람이 더 많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서 전반적으로 선순환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보완책이 더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부분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 알겠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곽: 행복도가 무진장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결국 기본소득은 행복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우리 사회에 속한 다수가 불행하기 때문에 그 타개책으로 마련된 아이디어이며, 실현될 경우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는, 행복을 위한 대안이 된다.
그렇게 사회적 차원에서 상승될 행복의 가치를 돈으로 따져보면 얼마나 될까? 그 행복,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느끼게 될 늘어난 행복의 가치가 연간 290조의 댓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비싼 것일까? 싼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우리 사회가 그 가격을 지불할 수는 있을까?
구현 가능성
물: 이 질문을 드리고 싶었는데,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곽: 일단 우리나라에서 말씀하시는 거죠?
물: 네. 현실에서.
곽: 제가 낙관적이기도 한데요. 반드시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시기죠. 시기인데. 우리나라가 평균이상의 GDP를 벌고 지적 수준이나 정치적인 수준을 감안했을 때 세계 평균 이상인데, 이게 안 된다는 거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요.
물: 예.
곽: 보통선거권도 19세기의 선물이죠. 지금은 상식이 되었단 말입니다. 그때는 진짜 황당한 주장이었고. 정치적인 평등권이 보통선거권이라고 한다면, 경제적인 평등권, 모든 결과의 동일이 아니라 기회를 공평하게 갖기 위해서 GDP의 30% 이상은 1/n로 하고 시작하자는 거거든요.
물: 바닥에 깔아주자.
곽: 경쟁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선의의 경쟁, 남을 짓밟는 경쟁이 아니라 남의 가치까지 올려주게 되는 경쟁, 자기가 잘 해서 사업이 잘 되면 그 수익의 반은 남을 위해 쓰게 되고, 공유기업의 경우 모든 수익이 기본소득의 재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인데 어쨌든 인류가 이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보통선거권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입니다. 단지 시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반드시 시행된다, 라고 믿고 있고 진심되게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엄청나게 늦어진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 죽은 다음에 뭐가 되든 무슨 소용인가. 더욱이 국제적인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경제규모 자체가 대폭 축소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빨리 안된다면, 다른 대책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별로 없다.
물: 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z
곽: 제가 부딪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시기 문제인데요. 다른 나라 중에 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어요. 2007년도 논문 쓰고 2006년부터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때는 알래스카 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건 나라가 아니지 않냐.
물: 하나의 주에 불과하죠.
곽: 자원은 많고 인구가 70만 정도로 많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니냐 했는데, 일단 이란의 경우는 우리보다 인구가 많습니다. 이란은 완전한 기본소득은 아니고 가족 단위로 가부장한테 주거든요.
외국의 상황
물: 예. 여기서 자연스럽게 세계의 현황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곽: 브라질에서도 2004년도에 법은 통과시켰고, 실행시기만 대통령이 결정하면 되게 되어있는 상황이고. 몽골도 그 와중에 문제가 많긴 하지만 한다고 그러고. 일본의 경우도 보수파에 속한, 오히려 극우파라고 해야겠지요. 젊은 유력한 차기 내지 차차기 총리후보감이 된 오사카 시의 하시모토 시장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고. 그러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먼 게 아니라는 거죠. 더군다나 여러 나라에서 하고, 유럽에서 그리스도 십 년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물: 그리스는 지금 상태가 굉장히 안 좋지 않습니까?
곽: 상태가 안 좋죠. 그러니까 오히려 하겠다는 지지가 높지 않습니까? 그 연약한 좌파 정치 세력이.
물: 주도를 하고 있으니까.
곽: 지금은 2당이 될 정도로 커졌으니까, 일 이 년 사이에 하게 될 겁니다. 그 중에 한 동력은 기본소득이었는데. 거기 주요정책 중에 하나가 기본소득이거든요. 명칭은 최소보장인가 최소소득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의 힘은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고, 지구화 되어있는 시대에 한국도 그렇게 될 건데, 구체적으로 내년이나 이 년 후가 되냐 십년 후가 되냐 이건 잘 모르겠지만, 어땠든 21세기에는 반드시 되는 거고.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믿는 이유는 역진불가능성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사회복지도 웬만한 건 역진불가능 하지만 기본소득은 특히 역진불가능성이 큽니다.
물: 한 번 시작되면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러면 독일은 어떤가요?
곽: 독일은 우리식으로 치면 국회의원이 600명이 넘습니다. 그 중에 10%가 기본소득의 적극적인 지지자들이에요. 지지자들 중에는 좌파당하고 녹색당원들이 많지만 보수당에도 있어요. 그리고 그 인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요.
지금 해적당이 아직 국회에 입성을 못했는데 지방 주 선거, 베를린주 선거에는 입성을 했고, 전국적인 단위에서 지지율이 좌파당보다 더 높게 9%에서 11% 사이를 왔다 갔다 하거든요. 해적당의 주요 강령이 기본소득입니다.
물: 그렇군요.
곽: 네. 해적당이 지금 상태에서 전국적인 지지율을 유지한다고 하면, 내년 가을에 독일에 총선이 있는데 총선에서 지금의 지지율대로 얻는다고 했을 때, 일단 해적당 의원들은 전부 기본소득의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해적당만 해도 국회의원이 10%입니다.
물: 한 60명 이상 되는 거네요.
곽: 네. 게다가 다른 당에서도 지지지가 늘어나겠죠. 그런데 차기 정부에서 실현이 되느냐는 아직까지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고요.
물: 여론조사 결과는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요.
곽: 네.
물: 몇 퍼센트 정도 찬성합니까?
곽: 할 때마다 다른데 전국적으로 국민 조사했을 때, 60%는 최소한 넘고 70%를 보통 넘거든요. 그리고 30%가 적극적인 반대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모르겠다, 무응답 포함해서. 대답한 사람 기준으로 한다면 80%까지도 되는데. 일단 좌파당 내에서 물으면 지지율이 70% 이상 항상 나와요. 녹색당 내에서 물으면 지지율이 80% 넘게 나와요. 그런데 당 지도자들한테 물으면 반이 안 돼요.
물: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서 반대하는 건가요?
곽: 우리나라도 똑같거든요. 예를 들어 한 1년 전 상황입니다. 당시 노회찬 의원이나 심상정 의원이 진보신당에 계실 때인데, 노회찬 의원 같은 경우에 비판적이더라고요. 지금은 진보신당의 대표이신 홍세화 대표나 안효상 대표나 둘 다 지지자만, 그때는 당 상층에 계신 분들 중에는 반대나 유보가 많았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을 때 그건 너무 급진적이어서 지지율 떨어진다, 쉽게 얘기하면 그거에요.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물: 전략적으로 곤란하다.
곽: 예. 독일도 이유가 똑같아요. 좌파당의 당 수뇌부 중에 과반수가 반대하는 이유도 그거 하면 지지율 떨어진다는 거예요.
물: 잘 이해가 안 되는 게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제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다고 나오는데 그걸 지지한다고 정당지지율이 떨어지나요?
곽: 그러니까 그야말로 진보나 좌파가 오히려 보수적으로 바꾸는 게 표 떨어뜨린다고 하는 거거든요.
물: 두려워하는 거군요.
곽: 네.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브라질의 대통령이었던 룰라가 싸인은 했지만 실행은 안했잖습니까? 그런 처지라면 이해가 됩니다. 지지율이 그거 아니어도 90% 나오는데 괜히 그거 해서 지지율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왔다 갔다하면 차기 정권이나 자기나 위험이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 어차피 과반수 못 넘는 것 뻔히 알고 있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지느냐가 문제인 소수정당이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 오히려 나는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물: 네.
곽: 그 사례가 그리스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해적당이 사례가 되는데, 그것 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채택을 못하겠다고 유보적으로 나가는 게, 진보좌파의 뿌리 깊은 관성, 진보적이면 다수가 되지 못한다 라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물: 급진적일 수록 소수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곽: 스스로 자기 암시라고 할까, 그러면서 스스로 보수화되는 데 기인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거꾸로다, 라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수록 그 사람들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반대한 사람들이니까 돌아설 수도 있겠죠.
외국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독일이라 해도, 정치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들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독일도 안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냐, 혹은 독일이야 돈이라도 많으니 (산업 현황이 좋으니) 하지만 우리는 없어서 안된다, 라는 식의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면 그리스는 어떨까? 그리스는 확실히 우리보다 못하잖아. 그러니 안전빵으로 그리스가 하는 거 보고 잘되면 우리도 하기로 할까? 그 때가 되면 또 무슨 반론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우리가 먼저 하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도 이제쯤이면, 우리 능력으로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우리가 먼저 시도해보고, 전 세계 앞에서 보란 듯이 자랑 할 때도 된 것 아닌가 싶다. 근거도 없는 민족적 자기비하는 이제 좀 그만 할 때도 된거 아닌가.
화폐주조차익
곽: 이런 것도 있습니다. 아까 조세 주로 말씀드렸지만 조세 외에도 여러 재원이 있을 수 있는데, 자원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 또 유력한 재원 중에 하나가 화폐주조차익 이런 것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으면 그것이 아주 저리로 시중 은행으로 가거든요.
물: 그렇죠.
곽: 시중은행을 통해서 기업과 가계에 더 높은 이자로 배포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한국은행은 재산이 늘었어요. 그런데 한국은행은 국민한테 부채를 지는 걸로 대차대조표에 잡힙니다. 그 돈을 찍는 데 만원을 찍을 때 만원이 안 들지 않습니까? 이걸 화폐주조차익이라고 하는데, 부채가 늘고 재산이 늘고 장부상으로 그렇게 잡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중은행, 특히 기업한테 사실 상 지원해주는 자금이 많아요.
물: 그 이익이 그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곽: 네. 그런데 그걸 곧바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자금순환 또는 필요로 하는 자금은 사회성원들에게 팔아서 흡수해서 돈이 도는 방향도 있거든요. 그것도 유력한 기본소득의 재원이 될 수 있고 매년 10조, 20조, 100%를 하느냐 반 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화폐주조차익을 갖고 있거든요. 아주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조세저항이 하나도 없죠.
화폐주조차익은 시뇨리지라고 하는 것인데, 통화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합법적으로 챙기는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뇨리지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썼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라는 책에서 이 시뇨리지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을 해 놓은 부분이 있으니, 궁금한 독자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여기서는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곽노완 교수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서 멈추기로 하겠다. 잘 모르는 것을 떠드는 것 보다야….
이런 것까지 감안하면 세금을 내서 많이 내는 사람에게서 적게 내는 사람한테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추가적인 재원도 있기 때문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95%까지 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는 말이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95%에게 이익이 가는 제도를 돈이 없어서, 재원이 없어서가 아닌 한, 역진한다는 것은 정치생명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얘기기 때문에 어떤 정치세력도 쉽게 선택을 못한다는 겁니다.
물: 사실은 95%에 이익이 되고 5%가 불이익을 당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 대부분의 권력을 5%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더 힘든 일이겠죠.
곽: 그렇죠. 그런데 지금이 그렇죠. 실질적으로 95%, 저는 99%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실현을 하고 나면 99%가 당연히 더 권력이 커지게 되겠죠. 이게 역진불가능하다는 거는 99%가 경제적인 권리까지도, 공유기업의 지분권 등의 이유로 권력을 가진다는 얘기고, 1%가 좌지우지 못한다는 이야기기 때문에, 더더욱 역진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단지 거꾸로 생각했을 때 제가 주목했던 것 중 하나는 아까 이야기에 조금 더 보완을 한다면, 진보적인 사회정치 운동의 활성화에요. 기본소득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가? 그 문제의식이 컸는데, 일단 진보가 활성화되는데 그리스의 경우는 당연히 그렇게 증명이 되지 않았습니까?
물: 상황이 그렇게 됐죠.
곽: 갑자기 일년만에 유력 야당이 된 거 아닙니까? 기본소득이 그 강력한 수단 중에 하나다. 그렇게 되면 99%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는 데 빠르게 기여할 수 있는 운동 자체를 신속하게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이 실현된 이전보다 이후가 실현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혀 주는 그런 촉매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 침체되고 벽에 부딪혀 있는 진보 운동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곽: 네.
진보진영의 침체에 대한 원인 진단
물: 부연설명을 부탁드리자면, 90년대 이후에 진보운동이 침체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곽: 저는 진보운동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최근 일 이 년 사이에 진보개혁 활동을 통해서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제가 진보개혁집행위원장입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에 계신 분들도 상당수가 훨씬 더 급진적이지 않으면, 쉽게 말하면 진보적이지 않으면, 대중적이기 쉽다고 생각해요.
물: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곽: 진보일수록 다수가 되기 힘들다. 좀 덜 진보일 때 다수기 되기 쉽다고 해서 자꾸 목표를 낮춰갑니다. 그에 반해서 민주당은 5년 전에 비하면 급진화 되었어요. (웃음)
물: 오히려 올리고 있고.
곽: 네. 그러면서 진보와 민주당, 보수 야당 간의 간극이 좁아져 버렸다고 생각하고요.
물: 맞습니다.
곽: 2004년 이후를 기준으로 한다면 굉장히 줄어들었고, 지금 진보신당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 통합진보당을 기준으로 하면 상당히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진보의 의미가 무언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다수가 되고 대중화되는 방식이 진보를 포기해야만 한다고 관습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왔고 실제로 실천에서도 그랬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급진적이면서도 훨씬 더 대중적일 수 있는 정책들 그리고 희망들, 이런 것들을 힘차게 밀고 나가지 못했던 부분이 점점 소수화되는데 큰 이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 그 시기에 진보 특히 민주노동당에서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의제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나요?
곽: 그렇죠. 그때는 성공을 했던 거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현물 기본소득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것이 히트하는 맥락이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것이 더 확대되고 더 폭넓게 정책적으로 가야 하는 게 진보의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잘 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 오히려 그 얘기도 못하고.
곽: 말만 나오면 이런 상태고. 그리고 가깝게는 우리 한국에서 무상급식, 경기도하고 서울을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초등학생의 상당수가 무상급식을 지금은 누리게 됐는데, 빠른 속도로 되지 않았습니까?
물: 갑자기 돼버렸죠.
대중적이기 위해 진보성을 양보한 결과 오히려 진보진영의 침체를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진보는 진보다워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 진보진영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2008년 촛불에 불을 붙였고, 진보진영이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진보성을 포기하는 사이에 민주당의 정동영 같은 사람은 좌클릭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과연 진보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걸까?
곽: 그리고 무상급식도 일종의 현물 기본소득의 한 형태고. 실제로 그걸 주도했던 운동 차원에서도 있었고 과거 민노당에서도 주장했고 진보신당에서도 주장했지만, 어쨌든 정책적으로 이렇게 되는 데는 경기도 교육감의 역할이 큰 단위에서는 결정적이었죠.
물: 컸죠.
곽: 그때 경기도 교육감인 김상곤 교육감이 기본소득네트워크에 자문위원은 아니신데 굉장한 동지이고 (웃음) 주창자이시기도 합니다. 지금 생태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주창하고 계시고. 그리고 강남훈 선생님이 경기도 교육감 선거 참모셨고.
생태 기본소득과 무상급식
물: 잠시만요. 생태기본소득이런 건 정확하게 어떤 걸 의미하나요?
곽: 생태세를 거둬서 전력소비 줄이고 원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여기서 나온 생태세 세수를 생태기본소득으로 주자.
물: 기본소득이 축소된 형태가 되는 건가요?
곽: 기본소득이 있다면 그 중에 일부가 되겠죠. 그거 말고 딴 건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물: 일단 그것부터 먼저 한 번 해보자?
곽: 예. 그런 거예요.
물: 김상곤 교육감님이 기본소득네트워크에 상당히 관여를 하신 거네요?
곽: 예. 지금은 신분이 있으시니까 직접적으로는 못하시고, 어쨌든 동지이신데. 그런 상태에서 보편적인 무상급식안과 아니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한테 선별적으로 주는 안하고 선택할 상황이었어요. 재원은 지자체라서 한정이 되어 있으니까, 전 학년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한테만 주자는 안과, 저학년만 주더라도 보편적인 무상급식으로 다 주자, 이 두 안을 가지고 검토를 했어요.
그리고 결국 후자를 강남훈 교수가 강력히 추천했고 김상곤 교육감이 그렇게 가자고 했는데, 저학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주는 건 그 효과가 금방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전학년으로 확대시행하는 것이 쉽게 된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한테만 주면 전부가 받는 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판단이었죠.
그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것처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될 수 있다고 보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늦을 수도 있지만, 실현되는 건 분명하겠죠. 분명하고 언제냐가 문제인데, 누구도 장담 못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물: 무상급식처럼 갑자기 될 수도 있겠네요?
곽: 네.
무상교육 의제를 제기하고 뚝심있게 밀어부쳐 실현해버린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이 기본소득의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무상급식은 다름아닌 “현물” 기본소득의 한 종류가 된다. 이 무상급식의 전면 시행을 놓고 꼬깔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물러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로 시행 초기에는 의견의 대립이 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초등학교 대상으로 전면 시행된 이후,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의 시행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여론조사의 결과를 나열하자면 이렇다.
– 박윤희(시의원), 최창의(교육의원), 고양시 학부모 1,000명, 2009. 10 : 무상급식찬성 92.8%
– 원희룡, 19세이상 서울시민 1,000명, 2010. 1 : 전면무상급식 77.7% 찬성
–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인터넷 및 ARS, 2010. 3 : 무상급식 찬성 87.7%
– 내일신문, 서울시민 1,000명, 2010. 3 :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찬성 79.5%
– 성북구청, 학부모500, 교사342, 학생234, 2010. 11 :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82.5% 찬성
단순한 얘기다. 무상급식 시행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도대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아주 간단한 보편복지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예산이 부족해져서 다른 교육정책들의 시행에 차질이 온다는 반론은 예산을 늘리면 된다는 간단한 반론으로 무력화 될 것이다. 물론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필요한 예산은 확보해서 시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금부담이 좀 늘더라도 말이다.
기본소득도 아마 시행초기의 논란을 거쳐 막상 부분적으로나마 시행되고 나면, 여론은 확실한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주 거친 표현으로 얘기해 보자.
세상에 그냥 돈 준다는데 싫다는 놈이 어디 있어?
정책 채택 가능성
물: 슬슬 마무리단계로 가는데요. 현재 민주당의 대선후보 중에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거나 이번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내세울만한 분이 있다고 보십니까?
곽: 없을 것 같습니다.
물: 단 한 명도요?
곽: 예. 일단 대선 후보 중에 기본소득을 직접적으로 아시는 분은, 주로 강남훈 선생님이 브리핑을 직접 보좌관들하고 지금의 대선후보 몇 분한테 했거든요. 그 중에 한 분은 손학규고 한 분은 정동영 전 의원인데.
물: 예.
곽: 정동영 전 의원 같은 경우에는 이번 대선 출마 안 하시겠다고 했고.
물: 그렇죠. 물러서 버렸죠.
곽: 그런데 정동영 후보는 상당히 긍정적이었어요.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겠다. 그랬고, 손학규 의원도 그래 좋다, 했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고 물어봐서 세금 포함해서 300조 정도 들고 세금만 200조 가까이 더 거둬야 된다고 그러면서….
물: (웃음)

곽: 안된다고 딱 그었고요. 정동영 전 의원은 증세 입장이었으니까 다른 방식으로 증세해서 할 수 있겠다고, 훨씬 더 적극적이었어요. 그런데 출마를 포기하셨기 때문에. 그 외에 문재인 후보는 저희가 브리핑을 드린 적이 없어서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잘 모르고 있을 것 같고요.
물: 김두관 후보는 어떻습니까?
곽: 김두관 후보는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상급식이야 뭐 당연히 알고 계시지만 기본소득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는 접촉이 없었고, 간접적으로 모르고 있을 것 같고요.
물: 그쪽에서 알 수는 있겠지만 이쪽에서 직접 전달해주거나 가르쳐드린 적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곽: 네.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는 지금 알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교수노조에 계시는 선생님들 중에 지지자가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 한 분이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 계시기 때문에 알고는 계실 것 같습니다.
물: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정국이 결국은 강력한 박근혜 대세론으로 쭉 고착돼 가게 되면 막판에 가서 이런 급진적인 정책을 꺼내 들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곽: 저는 지금 정국이 크게 돌변할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가능성은 3% 미만이겠죠. 도저히 안 되겠다, 박근혜가 안정적으로 과반수 이상을 꾸준히 확보하고, 야당 지지율을 다 합쳐도 과반수가 도저히 안 된다, 그러니까 안철수까지 포함해서 다 알려진 후보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또 다른 후보까지고 고려를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더 폭을 넓혀보자고 하는 상황에서 저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3%라면 불가능이라고 봐야 되는 수치이다. 물론 그게 상식적인 예측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는 것은, 대선 정국만큼 온갖 진보적인 아이디어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시기가 없으며, 바로 그 대선은 겨우 5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에 안 나오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은 비극이다.
학계의 현황
물: 지금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고, 도입됐을 때 여러 가지 효과를 꾸준히 얘기했고, 유럽이나 외국의 사례도 살펴봤고요, 이번 대선 정국에서 기본소득이 나올 가능성이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제가 여쭤보려고 준비한 내용은 다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 외에 기본소득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시고요. 그 다음에 딴지일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곽: 아까 학계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진보학계에서는 기본소득의 지지자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물: 아, 지금 늘어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곽: 네. 진보학계에서는 엄청나게 호응이 좋은데 사회운동에서는 기존의 것에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저항들이 있어서 쉽게 생각보다 안 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는 사회운동의 힘을 빌려야 할 부분이 큰데 그게 잘 안 되다 보니까 지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요.
물: 그렇군요.
곽: 학계에서는 2007년부터 해서 진보학계의 거의 95% 이상 학자들이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물: 반대하시는 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겠네요?
곽: 몇 분 있어요. 두 세분 있습니다.
물: 반대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곽: 여러 가지죠. (웃음) 반대자는 학계에서는 이채언 교수가 반대하는 글을 썼고요, 학계에 계시는 분은 아니지만 채만수 소장이라고 노동 관련 연구소를 하시는 분이 계신데 반대의 글을 쓰셨고, 다른 분들도 계시지만 대표적으로 그 두 분의 글이라고 생각하고요.
물: 예. 알겠습니다.
곽: 당시는 민노당이었죠. 민노당 내에서도 기본소득 이거 좋겠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히트 한 번 쳤으니까, 더 확대해서 해보자는 사람들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어요.
물: 그래서요?
곽: 실제로 제가 면전에서 발표도 하고 교류도 많이 했었는데. 그래서 당 수뇌 쪽에 해당하는 분들이 그런 얘기를 듣고 자기들도 판단이 잘 안 서는데 이채언 교수한테 검토를 해 달라 그런거에요. 그런데 이채언 교수가 반대하는 글을 쓰셨고 그래서 그쪽 입장이 통일적으로 정리가 된 거죠.
물: 이채언 교수님?
곽: 전남대에서 경제학 가르치시는. 지난번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셨고 인터넷에 그 글이 떠다닙니다. 여러 가지 차원의 비판이 있는데 어쨌든 그것은 좌파의 원리에 어긋나는데 이러이러한 이유로 어긋난다는 내용이었죠.
그 중에 제가 생각하기에 유의미한 부분은 공기업의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다 써버리면, 자본주의 건 자본주의가 아니건 자본을 축적 해야 하는데, 축적하지 않고 다 써버리면 어쩌냐는 거였어요.
물: 반론 하셨나요?
곽: 반론은 이렇습니다. 기본소득이 시행되게 된다면, 그때도 저축을 하고 저축이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데요. 투기처가 없어지기 때문에, 투기해서 돈 벌 데가 없으니까 저축을 하거나 쓰거나, 이렇게 단순화됩니다.
물: 그렇죠.
곽: 그리고 그 돈은 사회 표면적으로 저축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고, 그 돈을 가지고 확대재생산이라든가 축적을 하고, 거기서 더 많은 수익이 나면 이자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기본소득으로 지급되고,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던 거에요. 제가 그걸 분명히 밝힌 적도 있고 밝히지 않은 적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제 모델에 대해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쨌든 그 부분은 좀 더 명확하게 밝혀야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는 유의미성이 있었는데, 나머지 비판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힘들더라고요.
이채언 교수는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이며 과거 민노당에서 활동하시던 분이다. 그리고 구당권파와 친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분의 기본소득 비판론의 기조는 전통적인 맑스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물: 정파적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곽: 네. 그런 것도 있을 겁니다. 그런 경우 빼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과거에 좌파에 계셨던 분들, 진보라고 할 수 있는 분들 중에 지지자가 늘어나고 있고. 그리고 특기할만한 건 신좌파는 100%에요.
물: 신좌파는 100%다?
곽: 네. 자율평론을 하시는 분들, 또 수유 너머 쪽 운동하시는 분들, 네그리 쪽이나 들뢰즈 쪽 연구하는 분들은 100%고, 구좌파 쪽에서는 좀 갈리는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지지자가 됐다는 게, 저로서는 어쨌든 학계에서는 성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물: 네.
정리하자면, 진보계열의 학계에서는 이미 이 기본소득이라는 의제가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절대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시작은 학계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간 발맞추어 노력해오신 수많은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곽: 사회운동의 경우는…. 글쎄요. 사회운동은 저도 한 부분이 되고 싶고 기여를 하고 싶은데, 한국의 사회운동이 어느덧 정파구조화 된 부분이 크더라고요. 정당운동은 더 심하고. 그래서 참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정파구조화 되어 있는 부분은 거의 논리가 아니라 인맥으로 해결되는 구조가 심해가지고, 연구자로서 어떨 때는 벽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 내에서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기대 이상으로 커진 부분이 있어요. 아마 조만간 진보신당에서는 당 단위에서 기본소득을 주요 강령으로 채택할 것으로 기대하고요.
물: 그런다고 하더군요.
곽: 기본소득 외에도 여러 가지 의제가 있습니다. 재벌의 사회화 내지는 공유화,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기본소득 재원으로의 전환 등을 제가 주장해왔고, 또 토지문제나 주택문제도 연관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굉장히 폭 넓게 의제를 확대시켜 나갈 수가 있고, 현물기본소득의 차원에서는 무상대중교통, 교통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형태로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수준에서 여러 정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차근차근 내부적으로 실력도 축적이 되고, 실현의 모습들도 다양한 형태로 축적이 되면서 커지기를 바라는데, 사회운동 차원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다르니까 반발이 생기는 건 이해하는데, 좀 더 폭넓게 논의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더 큰 공유의 것들이 생겨나기를. 꼭 기본소득만이 아니더라도. 그러면서 같이 진화해나갔으면…. 좌파가 새롭게 재구성되면서 진화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계는 거의 전부 참여하고 있고 동의하고 있지만, 사회운동가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정파적 인맥들로 엮인 탓에 전파속도가 느리다는 점. 안타까우면서도 그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설득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아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부분이었다.
인터뷰는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 대목에서 담배한대 피고 하자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얘기하기로 준비했던 내용들은 이미 충분히 다 나왔고,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동영상 촬영만을 남겨둔 상태.
곽: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 곽노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사회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청소년 세대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들이 부채를 짊어지고 태어나고 부채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본가와 더 많은 토지와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또 가난한 사람들이 착취당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세대 간 계급분할이 다시 추가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우리 후세대들에게 그리고 청소년 세대들에게 희망과 자기 소질을 맘껏 펼칠 기회를 주는 방법 중에 하나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세대와 청소년 세대들에게 희망과, 그들의 발랄함과 그들의 발칙함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 그것이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이 빠른 속도로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이 되고, 빠른 속도로 사회공론화가 돼서 실현의 속도가 빨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서 같이 진화하면서 노력해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 더운 여름날, 힘들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곽교수님께 감사를 드리며, 긴 인터뷰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신 딴지스 여러분들게 함께 감사를 드린다.
곽노완 교수님은 건강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에서 풍겨나오듯이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며, 강단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마지막 여담으로 남기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곽교수님의 마지막 얘기를 옮기며 이번 기사를 마친다.
저는 미래 세대나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청소년 세대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은 나면서부터 빚을 지고 태어납니다. 그건 수탈당한 겁니다.
그걸 누가 닦아 썼냐, 바로 권력을 가진 자들이 4대강 사업 한다 뭐한다 하면서, 자본한테 또는 부자들한테 미래의 자원을 땡겨주고 그걸 생으로 빚으로 남겨주고, 그 덕분에 우리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은 집값이나 땅값이 무한정 올라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하고 평생을 쩔쩔매는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문제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동영상 편집
아외로워(Ddanzi.Lonely@gmail.com)

녹취
이동현(@Leetreeart)

이너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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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기본소득 – 곽노완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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