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보트

당신의 한표가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럴리가 있나~ 하는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이겠지만, 여기 그런 상황을 가정한 스토리가 있다. 바로 2008년에 제작된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스윙보트라는 영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주연으로 나온 캐빈 코스트너가 훨씬 더 유명할 것 같다.

오호.. 쟈니 모리스 미디엄 하드 로드에 베이트 캐스팅 릴. 금방이라도 쓸만한 배스 한마리가 물어줄 것 같은 채비.
오호.. 쟈니 모리스 미디엄 하드 로드에 베이트 캐스팅 릴.
금방이라도 쓸만한 배스 한마리가 물어줄 것 같은 채비.

 

지도에도 안 나오는 뉴멕시코의 작은 시골동네에서 닭털 날리는 공장에서 계란이나 포장하는 주인공. 그 허름한 일상조차도 멕시코 노동력의 수입으로 인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그 참여의 상징인 투표를 해야 된다고 조르는 열두살 딸아이의 면전에다 대고

정치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어!”

를 외치는 정치 무관심 계층.

결국 공장에서도 잘리고 마는데

가진거 없고, 무식하고, 게으르고, 무관심하고, 그저 맥주나 한없이 들이키는 그런 인생을 살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쳐온 상황은 자신의 한표로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는 미국의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는 그런 상황이다.

도입부는 아주 매력적이다.

딸이 졸라서 투표장에 가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해 놓고도 안 나타나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투표 참관인이 의자에 앉아 조는 사이에, 아버지 몫으로 발행된 투표용지를 들고 기계로 간다. 아버지 대신 자기가 투표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러다가 갑자기 청소부가 전기 코드에 걸려 정전. 투표는 진행중에 중단되어 버린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도 별 차이없이 막상막하로 대선이 진행되던 차에 이 작은 동네의 투표결과로 선거인단 5명의 행방이 결정되게 되고, 이 작은 동네의 투표 결과는 그 딸이 몰래 대신하던 한 남자의 무효표에 달려 있게 되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결국 선관위가 찾아오고, 열흘 뒤에 재투표를 하게 되고, 그 표로 미국 대선의 결과가 결정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찾아 오게 된다.

왜 행복해지냐고?

상상해 보시라. 수천만 수억의 유권자를 상대하는 그 양대 캠프들이 전력을 기울여 이 단 한명의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고 난리를 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법과 제도가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돈이야 못 주겠지.

하지만 이 남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있는지를 모두 캐내어서 단 며칠 사이에 그 꿈을 만족시켜주려는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에어포스 원에 초대받기도 하고, 유명 레이싱 선수가 직접 차를 몰고 찾아오기도 한다. 성대한 파티가 개최되기도 하고..

갈수록 분위기는 달아 오른다.

공화당 대통령이 갑자기 환경보호론자가 되어서 이 남자가 즐겨 낚시하던 강의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강 자체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버린다.

민주당 후보는 그간 지켜오던 다문화정책을 포기하고 멕시코 불법입국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한다. 이 남자가 멕시코 사람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잃어 버렸다는 정보 때문이다.

한 명, 단 한 명의 표만 얻으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 오자, 이제는 정책기조고 뭐고 구라고 나발이고 이 사람이 원하는 공약이라면 다 나오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 난장판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사실 이 남자는 재투표에 임할 권리도 없는 상황이었잖아.

딸아이가 대신 투표하다가 무효표가 나온 것이니 오히려 부정투표로 처벌을 받아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영화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마무리한다. 아니 사실은 매우 중요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나라라고 하는데, 왜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저같은 사람들은 언제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

라는 질문을 두 후보에게 던지며,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고 특히 딸아이에게 무척 부끄럽다고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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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맘에 들다가 말다가 하는 영화였다.

유권자의 투표라는 대의정치의 가치를 비꼬고 있는 영화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저런 머저리에게 맡기게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투표라는 비효율적인 제도이다라는 주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말 무서운 생각이지만..

그러나,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고 특출한 능력도 없는 그런 머저리 같은 사람이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을 인정해보자. 영화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저렇게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그런 바보같은 우리들의 표가 하나하나 모여 큰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 이거 좀 짜릿하지 않나?

사실 우리들 하나하나에게 그런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거란 말이다. 우리가 그 권한을 제대로 쓰지를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목표도 하나 없이 내일에 대한 준비도 없이 게으르게 함부로 막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부끄럽다고? 부끄러워 하지 말자. 그게 우리의 본 모습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희망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난 더 무섭다. 그런건 일부 욕심많은 사람들만 하라고 그러자.

그런 우리에게도 이 사회를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이고, 이 사회에 대한 1/N의 권리를 주장해도 된다는 거다. 마음 놓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그리고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바로 우리의 바로 앞세대 사람들이 피흘려가며 얻어 맞아가며 싸워 이끌어낸 민주주의다.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되면 굽신 거리다가 선거 끝나면 외면한다고? 그들이 선거 때 굽신거리기라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 권력을 이용해야지. 선거 끝나고도 무서워서 외면하지 못하도록 매운 맛을 보여줄 힘이 이미 우리 손에 있다는 말이다.

그냥 단순히 소중한 한 표를 잘 활용해서 민주주의 이룩하자~ 뭐 이런 얘길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런 위대한 권리를 공평하게 한 표씩 가지고 있는 당신, 바로 우리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존재인지를 깨닫자는 거다

난 게으르다고? 그게 어때서? 나도 게으르다.

난 아무도 몰라주는 아무 것도 아닌 의미없는 한 개인이라고? 나도 그런데?

내가 나서서 한 표 찍어봐야 바뀌는 거 하나도 없다고? 바뀌거나 말거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한테 그 한 표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대하게 만드는 거라니까.

세상 별거 없다. 맘 편하게 먹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만끽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맞는 말이다. 나한테 내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게 당연하지. 내가 죽으면 세상도 없어지는 거야.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찌질하게 자괴감에 빠져 있는 거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기점으로 삼아 거기에서 나오는 순수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자.

그래야 소화도 잘되고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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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스윙보트

  1. 수동적인 마음보다야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야 인생이 즐겁죠..^^; 난 이런 정치가 좋아~ 라며 투표를 해야 찝찝하지 않을텐데 말이죠.. 특히 아이가 있다면 후세를 위한다는 대의를 가장하기도 하면서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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