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 금민 위원장과의 인터뷰

 

또 다시 기본소득이다.

앞선 기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알아봤고,

1. 기본소득이 뭐요 (링크)

노동계에서 기본소득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수봉 정책연구원의 생각을 알아봤다.

2. 기본소득은 노동을 어떻게 바꾸는가 – 이수봉 (링크)

하지만 본론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기본소득은 매우 급진적인 제안이며, 실현 가능성은 아직 눈꼽만큼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처럼 쌓여 있고, 심지어 기본소득에 대해 한번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과연 기본소득이라는 제안이 사회적인 아젠더로 설정 되기는 커녕 일회성 이슈로라도 떠오를지조차 기대하기 힘든 상황은 맞다.

몇몇 진보적인 언론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일찍이 다룬 적도 있고, 이에 관련된 해외 유명인사들이 내한하면서 인터뷰 기사들이 뜬 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게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현실이다.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제안을 사회에 유효하게 던지려면 정치권의 이슈 제기가 필수적인 과정이 된다. 그런데…

이미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이 제기된 적이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던 금민 후보의 공약이 바로 기본소득 도입이었다. 물론 전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지는 못했다. 아쉽기도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고.

여하튼, 그런 배경에서 우리가 기본소득을 이야기 하려면, 전 사회당 대통령 후보 금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또 딴지일보 같은 정통 민족정론지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대선후보 급은 되어야 격이 맞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금민을 만나러 갔다.


물: 오늘은 한국 기본소득네트워크의 운영위원장으로 계시는 금민 님을 모시고 기본소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금: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물: 처음 뵙는데도 트위터에서 말씀을 나누어서 그런지 친숙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동안 사회당을 거쳐서 활동을 해오셨는데,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또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자기소개 겸해서 사회당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금: 네. 제가 2006년에 사회당 대표가 됐고요. 제가 대표가 되면서 사회당 강령을 개정합니다. 그리고 2007년에 대통령 후보에 나서고, 2008년 초에 사임을 하고 기본소득네트워크 운동을 시작했고요.

물: 2008년에 사회당을 탈당하신 건가요?

금: 아니요. 당적은 가지고 있고, 기본소득네트워크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2009년에 주요 활동을 (시작)해서 저희 네트워크가 수립됐고, 2010년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사회당의 역사

 

물: 2009년 기본소득네트워크 수립 이전의 활동에 대해서 독자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사회당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주시죠. 이제 통합되어서 역사 속으로 들어갔지만, 한 때 이런 정당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당은 이번 2012년 총선을 진보신당과 합당한 상태로 치렀다. 민망한 얘기지만, 선거 결과는 선관위 등록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인 2%를 넘지 못했고, 선관위 등록은 취소되어 버렸다. 그 결과 재 창당에 준하는 과정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금: 사회당 소개를 하자면 일단 1998년 청년진보당을 말씀드려야 하는데요.

물: 청년진보당이요?

금: 네. 98년에 국민승리21이 있었습니다. 그때 일부 청년들이 참여를 하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어나라 코리아’ 구호, 민족주의 경향 이런 것 때문에 청년들이 참여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 청년들이 주축이 돼서 98년도에 청년진보당을 창당하게 됩니다. 97년 선거부터 98년 창당까지 창당과정 일 년이 걸린 거죠.

물: 그렇군요.

금: 그리고 2000년 총선에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를 하게 되죠.

물: 2000년 총선에 사회당 이름으로 처음 참가한 건가요?

금: 아니요. 청년진보당. 그 전에 구로 보궐선거에 나간 적도 있는데 5% 정도 받았어요.

1999년 구로(을) 보궐선거에서의 청년진보당 최혁 후보의 득표율은 4.1% 였다.

2000년 총선에는 서울 전지역구 출마, 인천 부평구, 이렇게 나갔던 걸로 알고 있어요.

물: 서울과 인천 부평, 서울은 전지역구 다 나가고?

금: 서울에서 평균지지율이 3.2% 그 정도 나왔어요. 좀 더 받은 데도 있고 덜 받은 데도 있는데 그 정도 나왔었고. 그리고 이 정당(청년진보당)이 확대 재창당한 게 사회당입니다. 2001년 7월에 사회당으로. 형식은 당명개정이었고요, 그리고 청년진보당 당원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대거 영입이 되면서 사실상 재창당을 했죠.

물: 당원들의 구성은 주로 어떻게 됩니까?

금: 청년정당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물: 20대?

금: 20대 청년들, 나이가 많아야 30대, 제가 그 때 당원이었는데 마흔이 안됐어요. 서른여덟, 아홉이었는데 제가 고령자 (축에 들었죠). 해서 이름도 청년당이었고. 그리고 사회당은 2001년, 2002년 까지는 민주노동당과 경합하는 관계였고 보궐선거에서는 이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3, 4위 경쟁, 5%정도를 나눠가지는 경쟁이어서 의미가 있는 경쟁은 아니었고요.

물: 진보의 파이 자체가 작았을 때니까요.

금: 그렇죠. 그리고 2002년 대선 때 사회당의 득표율이 굉장히 저조하면서.

2002년 대선, 사회당 김영규 후보의 득표율은 0.1%였다.

지자체 때도 민주노동당이 8% 정도를 받았는데 사회당은 2%가 조금 안 되는 그런 정도로 됐고요. 민주노동당과의 일종의 경쟁구도에서는 우열이 확실해졌죠.

물: 밀린 거네요?

금: 그렇죠. 가장 큰 이유는 민노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 그리고 우리당에는 사회 중견 세대가 없었다는 것, 이런 게 제일 약점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었고요. 청년정당이 실험적이기는 했지만 사실 3% 벽을 뚫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 때, 정당지지율이 약 2% 정도 육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이후에는 사실 상 정당운동으로서는 하향의 길을 갔고요, 주로 장애인 운동, 철거민 운동, 이런 사회연대 정당의 성격을 가진 일들에 치중하던 시점, 2006년에 제가 대표가 된 상태에서는 그랬습니다.

물: 2004년 총선 때는 어땠나요?

금: 출마 자체를 안 했죠. 비례후보를 한 명인가 내고 출마를 안 했습니다.

물: 정당으로서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라앉은 거네요?

금: 2002년 이후에서 2006년까지 4년 동안은 정당으로서의 활동이라기보다 사회운동단체로서 활동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 2006년도에 대표로 취임을 하셨고요?

금: 네. 2006년도에 제가 대표가 되면서 일단 당 강령을 개정했고요. 당 강령을 ‘우리가 누구다’ 하고 정체성이나 가치를 선언하는 식으로 쓴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제는 이거다, 위기에 대한 해법은 이거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서술을 했습니다. 즉, 위기-대안 강령.

물: 개정 전과 후에 강령의 성격이 많이 달라졌군요.

금: 완전히 달라졌죠. (개정 전에는) 자신에 대한 선언이 굉장히 컸고요, 사회주의 강령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소련 식의 현실사회주의를 반대한다, 우리는 북한 중국 식의 사회주의를 반대한다, 우리는 사회민주주의를 반대한다.’ 계속 현실에 존재했던 사회주의에 대한 선 긋기를 했던거죠. ‘우리는 새로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주의를 실천할 것이다, 그게 뭐냐고 묻지는 마라, 앞으로 운동과정 속에서 만들어갈 것이다.’ 자기선언을 하는, 정당의 강령이라고 보기 힘든 매우 자족적인 형태였죠. 그 사회당 강령이 2003년에 만들어진 건데요, 2002년 대선 패배 이후에 정당이라기보다 사회운동단체 비슷한 길을 걸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고요.

2006년에 당 강령을 바꿨고, 경제강령은 이후에 2009년에 다시 바꿉니다. 2006년 강령은 경제강령이 약하고요, 반면에 정치 국가 프로젝트는 좀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사회를 국가 리모델링해서 사회적 공화국을 수립한다.’ 같은 강령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공화국이라고 하면 보편적 복지가 수립된 복지국가인데, 사회당의 주장은 복지체제를 단순히 국가가 국민에게 수여하는 시혜적인 제도로 본 게 아니라 주권의 일환으로 봤습니다. 복지와 사회적 권리는 주권의 일환이다.

물: 복지가 국민주권에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금: 네. 국민의 주권이란 단순한 선거권이 아니다. 참정권에 한정하는 민주주의는 반쪽 민주주의고, 사회적 권리가 참정권의 전제조건이다. 사회적 권리가 없다면 참정권이 있다 한들 주권이 있다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논리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서구에는 많이 알려진 논리고요. 대표적으로 스페인 사회당이라든지, 프랑스 사회당 좌파가 그런 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 좌파당 일부도 그런 강령을 가지고 있고. 그런 흐름, 서구 유럽의 용어로 하면 ‘사회적 공화주의’라고 하는데요. 그런 흐름에서 사회당을 재건했습니다.

물: <사회적 공화주의>라고 책을 쓰셨죠?

금: 네. 그런데 그때 사회인식이 그랬고 저의 경우도 그랬는데, 사회당에는 경제강령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2008년에 세계 경제 위기가 왔고요, 2009년에 강령을 개정합니다. 강령개정은 경제강령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국가 부분으로 넘어가도록 되어있었고요. 우리의 주장은 경제강령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한 부분은 금융수탈체제 해소가 전반부고 후반부는 전부 기본소득제도입니다.

금융수탈체제 해소와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통해서 불안정 비정규 노동사회를 해소한다는 게 사회당 경제강령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 강령은 별도로 부속강령 1번으로 채택하고. 2009년에 저희가 당 대회 거치면서 ‘반금융 기본소득정당’으로 방향설정을 하고 당내에서 강령을 개정했죠.

사회당은 이랬던 정당이다. 그냥 사회주의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과는 부분적으로 일치하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차라리 기존의 사회주의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고, “사회적 공화주의”를 얘기하는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그 경우 사회적 공화주의는 또 뭐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거기에 답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일테고. 기본적으로는 그냥 시혜적 복지 수준이 아닌, 국민의 주권에 당당하게 포함된 보편적 복지제도가 확립된 국가, 단순한 참정권이 아닌 사회적 주권이 모두 확립된 국가를 원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맞는 말이기도 한 것이, 그냥 선거때 표 하나 달랑 찍게 해 준다고 해서 그게 주권있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준다고 보는 것은 뭔가 취약하지 않을까? 국가가 생산한 가치에 대해 일정비율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는 되어야 주권이라고 부르기에 가오도 안 빠지고 그러지 않겠냐는 얘기가 된다.

어찌되었거나 그랬던 사회당은 이제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진보신당과 통합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당의 정신은 얼마나 살아남게 된 것일까?

물: 현재 사회당이 2009년도에 개정된 강령을 유지해 오다가….

금: 네. 진보신당하고 통합했고.

물: 진보신당에 그 강령이 얼마나 반영이 됐습니까?

금: 선거 직전에 하는 통합이라서, 그 당시에 저희가 부속합의서를 쓸 때, 당명, 강령, 당헌의 개정을 전제로 해서 통합을 하고, 흡수통합이죠, 그리고 총선 이후에 당명, 강령, 당헌을 제정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 진보신당이 등록이 취소되었어요. 그런데 등록이 취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정이 아니라 제정한다고 되어있어서.

물: 결국 강령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금: 강령을 새로 만들어야죠. 그래서 현재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9월 15일 까지 매듭이 지어지는 과정이 되겠습니다.

물: 제일 많았을 때 사회당 당원 수가 몇 명 정도 됐었나요?

금: 사실 진성당원 수는 1500명 정도에서 왔다 갔다 했고요. 그리고 가끔씩 후원을 하거나 세액공제를 해주는 당원들이 4500명 정도였고요.

물: 대충 5000명 정도 됐다고 보면 되겠네요.

금: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나머지는 사실 상 당권자가 아니었죠. 당원이 만 명이 넘어야 창당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당권자가 아닌 상태에서…

물: 굉장히 힘들게 당을 유지해 왔던 상황이겠군요.

금: 그렇죠. 그리고… 당비를 많이들 냈었죠.

물: 당원 숫자가 적다보니까 개인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

금: 거의… 청년들 중에도 제일 적게 낸 사람도 이만 원 정도 내니까.

물: 당원 분들은 주로 아무래도 밖에서 보기에는 진보적인 지식인들 계층이 많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라고 분류된 사람들은 민노총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많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사회당의 경우 직업적으로 구분해보면 보통 어떤 사람들이 사회당 당원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었나요?

금: 구 사회당의 경우에는 노동부분이 적었던 건 사실입니다만 완전히 없었던 건 아니고요. 그리고는 사실 학생, 지식인이 주로.

물: 어쨌든 진보신당하고 합쳤으니까 좋은 강령을 만들어서 앞으로 활동을 해나가야 되겠네요.

금: 방금도 개소식에 갔다 왔습니다.

사회당의 규모, 진성당원 1,500에 당원 5,000명 정도. 당원수 칠팔만을 자랑했던 통합진보당의 규모에 비해서도 정말 너무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이들이 존재함으로 해서 우리 사회에 제공해 주고 있는 사상의 다양성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 어려운 와중에도 이런 집단을 이끌어 온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얘기는 자연스럽게 통합진보당 사태로 넘어간다.

통합진보당 사태

 

물: 현재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금: 일단 조사보고서가 보여주듯이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죠. 이건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내지 좌파라고 하면,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넘어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해야죠. 단순히 표결의 문제를 넘어서 얼마나 심도 깊게 논의를 했느냐, 당원들끼리 토론을 얼마나 했느냐, 소통은 얼마나 잘 되느냐, 이런 걸로 얘기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절차마저 지켜지지 못했다고 하면.

물: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형식도 못 지켰다..

금: 더 앞서 나가지는 못하고 퇴행을 한 거죠. 그러니까 국민적인 지탄이 심각했던 거고요. 그리고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일부 정파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참여계도 했고 다 했죠. 경선 관리를 제대로 못하니까 다 했던 거죠. 그러니까 저 모양이 된 거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한국에서 사회진보가 시작된 기원을 정확히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1987년 체제고. 1987년 체제가 뭐냐? 대통령직선제와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의 소위 헌법소송제도를 도입한 것, 두 개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민주주의라면 직선, 절차,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도입인데 그 부분에서 퇴행이 정당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하면 그건.

물: 과거로 돌아간 거죠.

금: 굉장히 문제가 된 거고 그래서 다 뒤집어 쓴 거고 3%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진보신당의 경우는 당명이라도 그 전에 바꿔놨어야 됐는데 당명이 비슷하니까…

물: (웃음) 덩달아서 전화도 많이 오고 그랬다면서요?

금: 전화 엄청 오고요. 저도 선거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 통진당 사태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친구한테) 전화가 와가지고 ‘니네 당 왜 그러냐?’ 그래요. 그래서 ‘우리 당?’ 그랬더니 ‘니가 찍으래서 찍은 당, 진보당’ 아이고, 어디 찍었니…

물: (웃음) 통합진보당하고 진보신당을 헷갈리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금: 통합진보당은 4번이고 진보신당은 16번인데 누가 거기까지 보겠습니까?

투표용지 문제 뿐만 아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시끄러워지자 진보신당에도 탈당원서 팩스가 무수히 들어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디테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얘기할 때에는 진짜 우스워 보이지만, 그냥 웃기기만 한 일은 절대 아니다.

물: 앞에 뭐가 붙어있는 진보당은 4번, 진보신당은 저 뒤에 가 있고. (웃음) 그러니까 통합진보당이 민폐를 심하게 끼친 거네요?

금: 심하게 끼친 거죠.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건데, 아무리 국민들이 잘 잊어먹는다고 그래도, 이런 거 잘 안 잊어먹어요. 대선 끝나고 다음 국면에서나 뭐.

물: 이 사태의 여파가 대선까지 갈 것이다?

금: 대선까지 갈 거라고 봐요. 야권에 미치는 여파는 또 딴 문제인데요.

물: 그렇죠.

금: 그런데 통진당이 진보세력에 끼치는 영향도 대선까지 갈 겁니다.

물: 위기사태로 인해서 위축되는 결과가 나오겠네요. 아직 확인은 잘 안 되고 있지만.

금: 그보다도 지지도가 떨어지는 거겠죠. 활동가들이 위축된다든지, 그런 것보다도 그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두 번째 민주노동당 수준보다 노동 의제로부터 후퇴했다는 게 문제인 거죠. 종북논란이라든지 이게, 사실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순위로는 세 번째 네 번째가 되는 문제인데.

물: 외부에서 바라보는 일반 유권자들 시각에는 종북주의가 더 크게 보이니까요.

금: 그렇죠. 사회당이야 워낙에 반조선노동당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문제야 매듭을 지어 놨지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삼대세습 반대가 사회당이나 진보신당한테 확고한 문제고, 반면에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에는 이정희 대표 시절에 침묵해야 할 문제고 말도 못 할 문제였는데. 사회당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가 양자의 차이점 쟁점 1호 사항은 아니었어요.

물: 그렇죠. 중요한 문제는 아닌 거죠.

금: 그런데 보수언론에서 볼 때는 이게 1번 쟁점인 거죠.

물: 그쪽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거죠.

금: 그렇죠. 가져가려는 거죠.

통합진보당의 문제는 이렇게 한 정당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전체 진보세력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골칫거리가 되어 버렸다. 하루속히 매듭을 지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가 또 진보 운동가들의 정서, 논리와 합리가 아닌 정서에 기반한 문제라서 해결이 쉽지도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진작에 치렀어야 할 비용을 이제사 치르고 있다는 점. 이제라도 비용을 치르고 정리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기본소득

 

물: 알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서 여쭤보겠는데요, 처음에 기본소득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금: 저요? 그런 게 있다는 걸 안 건 2004년경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6년경입니다.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물: 그때 같이 하신 분들은?

금: 처음 제가 연락하고 그랬던 사람은 곽노완 교수고요. 대선 끝나고 나서 강남훈 선생님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시면서 저희하고 같이 하게 됐죠. 2008년경의 일입니다. 2006년에는 곽노완 선생님 밖에 없었어요.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문을 체계적으로 쓴 사람이에요. 많이 쓴 것도 아니고, 한 편 썼어요, 딱 한 편.

나중에 곽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더 앞선 연구자가 한 사람 있는 걸로 밝혀졌다. 그러나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곽노완 교수가 있으니 그가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시작한 것으로 봐도 별다른 무리는 없다.

물: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그 책에 언급된 논문이죠.

금: 2006년인가 한 편 쓰고, 연기금 사회주의에 대한 논문이 있었고. 그래서 제가 전화해서 토론 좀 하자, 같이 의논을 하기 시작했던 거죠.

물: 사실 상 교수님 두 분 하고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세 분이 시작을 하신 거네요?

금: 그러다가 민주노총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수봉 원장이, 당시 원장이셨는데, 지원도 하고 관심을 가져주었죠. 그리고 학계에서 반응이 많이 있었죠. 학계에서 진보교수 100인 중에서 기본소득 아냐고 하면 99인이 알고, 찬성하냐 물으면 90인이 찬성할 겁니다. 진보교련(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 교수노조, 민교협 등에는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 학계에는 많이 알려졌는데 사회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금: 사실 정당에서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뛰었던 정당이 사회당이고.

물: 사회당 밖에 없죠.

금: 사회당 밖에 없죠. 진보신당만 해도 그게 강령이 아니에요. 지금 사회당이 들어가서 강령을 만든다고 하면, 한 조각이 될 수 있는 정도인 거고. 그게 정치운동이고요. 사회운동에서는 사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나 이런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 알고 있지만 반대하고 있어요. 시민사회 운동의 주류가 기본소득에 대해서 그닥 탐탁찮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 놓치기 힘든 부분이다. 소위 시민사회 운동의 주류가 기본소득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아니 심하게 말하면 반대하는 것, 이수봉 연구위원도 이런 얘기를 했고, 뒤에 나올 곽노완 교수도 이런 부분을 지적한다. 왜 일까?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자.

물: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됐지만, 그 당들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금: 진보신당에서는 강령 수준에서의 통과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단지 선거공약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모르니까 참자고 얘기하는 거고요. 지난번 총선에서도 그랬고. 강령으로 하는 거에 반대할 사람은 없어요.

물: 강령에서는 채택이 될 건데 선거공약이 될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

금: 네.

진보신당에서는 요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대담회나 강연회 성격의 모임도 이루어지고 있는 등, 활동이 전개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거공약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당의 강령에는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서는 그렇지 않다. 과거 민노당 시절,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채택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는 한다. 그러나 채택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한다.

물: 사실 상 국내에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국내에서 정치적인 활동이나 투쟁이 벌어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네요.

금: 그렇죠. 사회당의 선거공약이 유일한 것.

물: 사회당에서 한 반 걸었던 것?

금: 아니죠. 계속 걸었죠. 그런데 저희가 역량이 작으니까. 저희가 2010년 지자체 선거 때 지하철 광고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전화도 많이 받고 반응이 많이 있었어요. 사회당은 잘 모르는데 기본소득에 대해서 뭐냐고 묻고.

물: 사회당에서 건 공약인데 오히려 기본소득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금: 그렇죠. 사회당이야 뭐… 뭐냐. (웃음) 그냥 현실정당이라고 볼 때 그런 걸 주장하는 의제정당이라는… 그랬었죠.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사회당이 선거과정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걸고, 그 공약을 지하철에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본 사람들이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에는 관심도가 상승했는데, 막상 그 공약을 내건 사회당이라는 정당의 존재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는 굉장히 선정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렴, 아무 조건도 없이 누구에게나 매달 일정한 금액의 “돈을 준다” 는 제도가 매력이 없을 리가 있겠나 싶다. 만약 의제설정 능력이 있고, 파괴력이 있는 정당이나 사회단체 세력이 이 얘기를 하기 시작했을 때, 여론에 미칠 파급효과는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물: 결국 그러면 다른 정당 사람들이 이걸 알면서도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하는 면은 유권자를 의식한 선거 전략적 관점인가요?

금: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물: 아예 이 제도 자체가 옳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나요.

금: 예. 구 사민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죠.

물: 구 사민주의라면?

금: 낡은 사민주의. 사회민주주의라는 건 보험체제에요. 일단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회보험제도를 완벽하게 하고 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선별복지를 하자, 이런 구조에 빠져 있어요.

물: 그게 옳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할 수 없다?

금: 진보정치가 알게 모르게 5·60년대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머릿속에 두고 있죠.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니면 독일과 프랑스의 5·60년대 사민주의가 모델인데 여기에는 기본소득이란 게 없죠. 사람들이 자본주의 호황기, 완전고용이 가능한 시대의 사회민주주의 모델에 빠져있다는 겁니다.

물: 그때 탄생했던 사회민주주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금: 예. 그걸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란 건 이상한 발상이 되는 겁니다.

이 부분은 나름 새로운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은 복지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고,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좀더 사민주의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금민의 의견은 진보그룹 내부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민주의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본소득은 사민주의와 반대되는 정책인 것인가? 아니면 사민주의를 뛰어넘어 사회주의적인 정책인 것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사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민주의보다 오히려 더 급진적인 정책을 반대할리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물: 그 부분을 좀 더 설명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 사민주의 체제에서는 완전고용을 기준으로 모든 사람이 직업이 있으니까 사회보험으로 하고, 정히 거기서 빠지는 사람들은 선별복지를 하겠다는 것, 이게 구 시대의 체제였고, 사회민주주의였는데, 기본소득은 어떤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지?

금: 일단 기본소득은 그 필연성이 어디 있냐가 문제인데요.

물: 네.

금: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요.

물: 완전고용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금: 예. 전제를 갖고요. 거꾸로 기본소득을 통해서 완전고용을 달성하겠다는 역발상이죠.

물: 오히려 현실에서는 완전고용이 불가능하므로…

금: 기본소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완전고용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물: 아아, 그런 거군요.

사민주의 체제 자체가 완전고용 상태라는 전제 위에 쌓여 있는 시스템이지만, 현실에서는 완전고용 상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스웨덴도 그렇고 유럽의 사민주의적 복지국가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고속성장의 시대에 완전고용 상태를 이룩했고, 그 기반위에 사민주의적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완전고용 상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사민주의적 복지국가는 만들어 낼 수가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발상으로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 하에서, 사민주의적 복지 시스템에 얽매여 있는 진보운동가들이 기본소득을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사고의 유연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능력, 이런 개방성의 부족일 수도 있고, 정파적인 문제도 있을 수가 있다.

금: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 그러니까 자발적 실업 상태를 빼면 원한다면 누구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이 발상은 굉장히 간단한 겁니다. 즉, ‘일자리가 없다’고 하면 ‘왜 없는가?’를 물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기술혁신 때문에 없어요.

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금: 한 공장의 일자리가 없는 이유는 또 다릅니다. 자본이 먹튀를 할 수도 있고, 자본이 공장 폐쇄하고 백화점 세울 수도 있고, 영도 한진중공업처럼 공장부지 팔고 택지개발 하려고 그럴 수도 있고.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볼 때는 기술혁신의 결과로 산업노동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 부분적인 관점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기술의 혁신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

금: 예.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요.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혁신 때문만이 아닙니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어서 그래요.

물: 실제로 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간이 길다?

금: 길죠. 노동시간은 굉장히 천천히 줄어들고 있어요. 반면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해왔어요. 이 격차가 있는 거죠. 이 격차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대의 기술에 비추어 볼 때는 어마어마한 과로를 하고 있는 거예요. 옛날보다는 적게 일하고 있죠. 늘 옛날보다 적게 일하고 있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도달한 기술을 기준으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물: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좀 덜 노동을 하고 일자리 수가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금: 정상이죠.

물: 그런데 과거의 관습 때문에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는 느리고, 일자리 있는 사람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졌다.

금: 네. 그렇게 되죠. 이 상태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일단 생산의 확대에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일거리를 늘리면 일자리가 늘죠. 그런데 이건 불가능합니다. 첫째로 (생산의 확대) 이걸 가지고 세계화를 하면서 전 세계의 공장화가 일어났던 건데, 이제는 BRICs도 전부 다 산업화가 되어있고 안 그런 지역이 없고요. 두번째로 이건 호황기에만 가능합니다.

물: 호황기에만 가능하다?

금: 네. 불황기에는 불가능합니다.

물: 여기저기 회사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거군요.

금: 시장이 위축되는 불황기에 생산을 확대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세계시장이 축소되고 있는데, 생산축소가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 맨날 보수정당들 일자리 창출한다 그러는데, 불황기에 무슨 일자리를 창출합니까?

물: 애당초 불가능한 얘기군요.

금: 불가능하죠. 생산을 확대한다? 시장이 있어야 확대하는 건데, 해외시장은 자기들이 개발합니까? 아니죠.

물: 해외시장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죠.

금: 아니죠. 거기에 대해서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요. 그러니까 생산확대를 통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 그러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밖에 없어요.

물: 그렇죠.

금: 물론 전 물론 일자리를 못 늘리는 이유는 시장 문제만이 아닙니다. 좀 더 큰 바운더리에서 보면 생태환경적인 환경에 도달한 면도 있죠. 생태환경 문제가 전 지구적인 한계에 도달했고, 불황기라 세계시장이 위축되어 있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국의 경우에 더 이상 생산 확대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없고.

물: 생산 확대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죠.

금: 아니죠.

물: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금: 할 게 없어요. 서비스 일자리 밖에 늘릴 수 있는 게 없어요.

물: 그래서 자꾸 서비스 얘기만 하고 그러는 거죠.

금: 그러면 간단한 거 아닙니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게 답이죠. 그런데 일자리 나누기를 또 할 수가 없어요.

물: 어떤 이유로?

금: 생활수준이 떨어지잖아요.

물: 소득이 감소한다.

금: 노동자들이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데, 절반 임금만 받으라는 얘긴데, 이걸 어떡합니까? 불가능하죠.

물: 사실 생계비가 모지라기 때문에 맨날 야근하고 특근하는 건데.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고 하면 못하죠.

금: 불가능하죠. 불가능하니까 자본이 책임지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즉,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그거 책임질 수 있는 자본? 재벌 밖에 없어요.

물: 중소기업은 못하죠.

금: 도산하란 얘기에요. 그런데 한국의 고용은 80%를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다고요.

물: 그렇죠.

금: 그렇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것은,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또는 자본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안 됩니다.

물: 현실적으로 모든 길이 막혀있다?

모든 길이 막혀있다. 정말로 암담한 상황이다. 모든 정치세력이, 정당들이 다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청년실업 문제는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지 오래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일자리라는 것, 정치판에서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선거 공약에 일자리 창출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얘기이다. 생산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은 세계적인 불황, 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해 불가능하다. 불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심지어 언젠가는 끝날 것인가 하는 점도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를 나눠서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현실에서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먹고 살만 한데도 돈독이 올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잖은가. 생존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한계에 봉착해 있기에 야근에 특근을 하는 것이다. 여기다 대고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이라는 것은 사람 잡는 일이다.

그렇다면, 임금은 그대로 주고 시간만 줄이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인가? 그 생산비 증가의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 재벌들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중소기업 역시 대부분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들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극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몰리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아니할말로,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군수산업을 키우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갑자기 미친 파시스트가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고, 사람들이 거기에 현혹되어 전쟁을 일으키면 일자리 문제는 해결된다.

최소한 이런 비극적인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유일한 대안 – 기본소득

 

금: 막혀있죠. 결국은 기본소득을 지급해서, 기본소득 지급액만큼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거예요. 기본소득 지급과 노동시간 단축을 무조건 연동시키는 거예요.

물: 기본소득이 나옴으로써 야근특근을 안 해도 된다?

금: 그렇죠. 예를 들어 60만원을 준다고 하면, 60만원 가치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겁니다.

물: 그러면서 노동자들 소득은 유지가 될 테니까.

금: 네. 그리고 처음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하고 차근차근 단축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밑에는 굉장히 많이 일자리가 생겨요.

물: 자연스럽게 일자리 나누기가 되는 거죠.

금: 예를 들어 대기업 노동자는 지금 (1주일 노동 시간이) 52시간이면 45시간 정도로 단축이 된다고 하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경우는 60만원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52시간에서 30시간으로 단축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죠.

물: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는 계산이군요.

금: 무조건 줄어든 만큼 늘어나죠. 기본소득 액수를 시급으로 계산해서 그만큼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거예요.

물: 강제할 수 있다?

금: 예. 노동시간 상한제를 기본소득과 연동해서 법을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일자리가 생기죠.

물: 늘어날 수밖에 없죠. 해야 할 일은 있으니까.

금: 그리고 이게 합리적인 게요, 이건 ‘감당할 수 없는 자본은 죽어라’가 아니라, 기본소득 비용은 결국 자본이 내는 거지만, 부자증세나 자본세로 내게 되겠지만, 이것은 한 자본가가 내는 게 아니잖습니까?

물: 모아서 내는 거죠.

금: 사회적으로 걷는 거잖아요. 즉 사회적 총자본이 내는 것이지 개별자본이 내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개별자본에게 부담하라고 하면 부담 못 하는 자본은 다 죽어버리는 거죠. 부담 못하는 자본의 경우에는 이런 방식으로 통해서 간접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자기네들이 적게 내니까. 법인세를 내도 적게 내고, 아무래도 거대 자본이 더 내죠.

물: 취약한 자본일수록 혜택을 보게 된다.

금: 혜택을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현 상황 그대로 피해가 안 가는 거고. 그리고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는 혜택이 가죠. 안정적인 일자리,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니까요.

물: 그렇죠. 지금 정규직 일자리를 얘기하는 거니까요.

금: 나머지는 전부 다 정규직으로 취직이 되는 거죠. 월급이 낮은 중소기업이건 좀 월급이 많은 대기업이건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죠.

물: 정규직 개수가 늘어나니까 비정규직이 흡수되는 거군요.

금: 바로 그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통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연동시키고, 연동된 방식으로 법제화하고 이렇게 하면 일자리 문제는 해결이 되죠. 이게 불황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안 그러면 사람 보고 죽으라는 얘기에요.

물: 불황기에는 이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금: 다른 방법이 없죠. 생산확대가 안 되니까. 사실은 불안정 노동이 그러니까 비정규직이 신자유주의 특유의 노동방식인데요, 이것을 없애는 유일한 방식은,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노동시간을 혁명적으로 단축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합시다, 이것 밖에 없다는 게 저희의 오랜 주장이고요.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현실이다. 이런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프레카리아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짧은 글(링크)을 쓴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시라.

물: 오랜 시간 동안 연구 끝에 나온 결과겠네요.

금: 그리고 이런 연구가 많이 되고 있어요. 외국 학자들도 자기 나라 모델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영국 학자들, 그 다음에 독일의 예나대학교 학자들, 자국의 자본모델을 가지고 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사정이 좋기 때문에…

물: 그렇죠.

금: 우리는 불안정 노동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만 해도 650만이잖아요. 이 모델 하나로만 될 수는 없지만, 기본소득제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상당히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합니다.

물: 이 시점까지 설명하신 걸로 봐서, 기본소득이 그 자체로 가치도 있지만,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씀이군요.

금: 유일한 수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물: 예.

금: 기본소득이 옳다, 기본소득이 좋다, 이런 입장에서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고요. 거꾸로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게 필요하다. 완전고용사회를 새로 만들어야 된다. 옛날식의 완전고용 사회는 이제 안 된다.

물: 고속 성장기에 있었던, 그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금: 예. 생산의 확대가 불가능한 시대에, 완전고용을 만들고 복지제도를 만들고 하려면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사민주의적 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로 “기본소득을 이용한 완전고용상태 구현”이 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기본소득 운동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주장이면서도,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

물: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이 노동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복지하고는 멀어지게 되는 건가요?

금: 그런데 복지하고 노동은 원래 관계가 있어요.

물: 노동환경이 좋아지면 그것이 최고의 복지라는 건가요?

금: 그런 건 아니고요. 복지제도라는 게 아까 말씀드렸듯이, 5·60년대 사회민주주의가 만든 복지제도라는 게, 완전고용으로 일자리가 있고요, 그럴 때 일차 분배가 노동, 일자리라고 하고, 이차 분배 형태로 사회보험이라든지 조세라든지 그 위에 씌운 거예요. 사람한테 모자를 씌우듯이, 비 안 맞으라고 우산을 씌우듯이.

이런 산업 구조의 전제가 다 깨어져있기 때문에 새로 구성을 해야 한다는 거고요. 노동과 복지는 실제로 상당히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의 잔여적인 복지들, 부시가 했던 여러 가지 복지정책 이런 게, 그 역시 노동문제가 파괴되니까 이탈자들한테 사회안전망을 공급한다, 이런 방식으로 등장했던 거고요. 결국 복지란 노동문제에 대한 보완책, 이런 걸로 사고되는 겁니다.

저는 거꾸로 기본소득이란 것이 보편복지의 최고 발현 형태이지만, 이것을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자는 겁니다. 노동사회를 재구성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거고. 그래서 거꾸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물: 저는 그 관점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데요. 기본소득은 복지의 끝에 있는 목표라고 보는 관점도 있는데, 반대로 이것을 현재에 불어 닥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먼저 사용자하는..

금: 그걸 실현하면 거꾸로 노동문제도 해결된다.

물: 그 점을 강조하고 계시는 거네요?

금: 네. 그게 제가 계속 강조했던 지점이고요. 노동사회 재구성, 그러기 위해서 기본소득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논법으로 얘기를 해왔죠.

이렇다.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금민이 말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은 보편적 복지라는 관점에서의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동문제, 도저히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의 차원에서의 기본소득이었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뒤따라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정식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나눈 대화에 나온 내용이라서 요약해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현재 야권의 대선 후보군들 중에서, 손학규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기본소득 네트워크 사람들이 직접 설명을 해줬고 다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 뜻밖에 공부 많이 한다. 수첩만 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학규 후보가 결정적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포기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재원 문제라는 것이다. 너무나 막대한 재원, 강남훈-곽노완 모델에 의하면 290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기본소득, 그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인당 지급액수를 낮춰서 필요 재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금민은 최소한 40만원에서 60만원 정도는 지급을 해야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의 효과가 나온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한 달에 일이십만원 주는 정도라면 차라리 그 재원을 모아서 기초생활보장법 같은 선별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정비율의 노동시간을 줄여도 전체 소득이 줄지 않을 수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노동정책으로써의 기본소득”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야 일자리 나누기도 가능해지고.. 이런 논리의 연계가 이어진다.

물론 이것은 기본소득 운동가들 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노동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간주하는 입장이라면 그렇게 된다는 것으로 정리해 두고 넘어가기로 하자.

기본소득의 재원

 

금: 남는 문제는 누가 돈을 대나? 이 문제인데.

물: 돈을 어디서 갖고 올 거냐?

금: 거기에 대해서는 저하고 곽노완 선생님, 강남훈 선생님하고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요. 나머지 분들은 모르겠어요. 재정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관심을 안 가지고 계시거나.

물: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최소한 월 40만원 정도는 되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씀하신 건,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려면 최소한 월 40만원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거죠?

금: 예를 들어 정규직 중소기업이 180만 원 정도를 받지 않습니까? 여기에 (기본소득) 60정도가 들어가면 (노동시간이) 1/3 단축이 되죠. 그러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생기죠.

물: (노동시간) 1/3 단축이 되면 최소한 30~40%의 일자리가 생기겠네요.

금: 중소기업이 80%를 고용하는 나라인데 그 정도가 생기죠. 60만원을 준다면 굉장히 혁명적인 일이 생기거든요.

물: 그만큼, 60만원을 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정이 막대하지 않습니까?

금: 강남훈 교수가 60만원을 주는 걸로 계산을 했을 때 (예산이) 290조.

물: 290조. 그걸 어떻게 마련해요? 현재 우리나라 예산이 300조 정도인데.

금: 예. 예산 하나가 더 생기는데, 그게 한국의 경우에 그렇게 어렵지가 않습니다. 어렵지가 않은 게 한국이 조세부담률이 의외로 낮은 나라고요.

물: 그렇죠. 그 점이 가장 중요하죠.

금: 예. 조세부담율이 낮아서 OECD 평균 조세율로 올리면 100조 정도가 그냥 생깁니다.

물: OECD 평균 조세부담율로 올리는 것까지도 저항이 상당히 오지 않을까요?

금: 예. 상당히 오죠.

물: 정치적인 대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금: OECD평균 조세부담율까지 올리는 100조는 자본만이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전국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나머지 200조는 자본과세로 할 수 있어요.

물: 불로소득 과세 같은 것 말씀하시나요?

금: 금융과세, 금융거래세, 비생산적인, 오랫동안 유휴되어있는 금융자본에 대한 자산보유세, 이런 것들.

물: 예를 들어서 누가 자기 계좌에 10억씩 오래 넣어두고 있으면?

금: 그건 상관없고요. 그 은행이 어떻게 돌리느냐가 문제죠.

물: 보유세라는 것은 부동산 말고 금융자산에 대한 보유세?

금: 네. 개인한테 과세하는 건 아니고 금융기관에 과세하지만 개인한테 결국은 돌아가죠. 사실은 굉장히 많은 자본이 실물생산으로부터 이탈되어 있고, 그러니까 97% 정도가 되는데요.

물: 돈이 놀고 있다는 거네요.

금: 네. 전 세계적으로 3%가 실물생산에 들어가 있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일정한 통제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보유를 과세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일정한 보유세를 하게 될 경우에 은행이나 투자회사, 회사에 대해서 (과세를 합니다.) 결국은 이자가 떨어진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한테도 전가가 되겠죠. 그러나 세금을 내는 건 회사들이고요.

물: 직접적인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겠네요.

금: 조금씩 전가가 되겠죠. 그러지 않으려고 다른 식의 금융상품을 만든다든지 이런 수법을 만들겠죠. 그리고 이제 거래세.

물: 거래세는 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금: 유럽에서 계속 하려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보수당까지 하려고 해요. 그런데 미국이 반대를 하가지고 G20에서 계속 좌초하는 건데, 여러 가지가 있죠. 토빈세 같은 것도 있고.

물: 토빈세.

토빈세라는 것은 국가간 자본의 이동과정에서 투기성 단기 자본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 경우 특정 국가만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자본 거래가 어느 국가의 국경 내에서 벌어지는가 여부도 따지기 힘든 측면도 있다. 온라인 거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토빈세조차도 금융위기를 맞이한 유럽의 독일, 영국, 프랑스등이 IMF에 강력하게 요구해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미국과 IMF는 반대하고 있으니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토빈세에 대한 언급은 꼭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토빈세는 한 나라가 혼자서 주장한다고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국제적인 협조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기대는 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된다면,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외환거래의 양이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한국은행의 외환거래동향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도 하루 평균 외환거래량이 현물환 기준으로 200억불에 육박하기 때문에 1%의 세율만 붙인다 하더라도 연간 수십조의 세원은 순식간에 확보된다. 물론 그런 세금이 붙게 된다면 단기 외환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금: 거래세라고 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금융자본의 이동을 완만하게 한다는 거고요.

물: 속도를 지연시킨다.

금: 네. 그래야 투기적인 거래가 안 일어나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그것을 통해서 금융자본 전체의 볼륨, 총량을 줄인다는 거예요. 금융자본의 총량을 줄이고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물: 직접적인 생산활동 쪽으로 자본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금: 압력을 주는 거죠. 가장 대표적으로 외환거래에 있어서 토빈세가 있고요. 그 외에 유럽 쪽에서 나왔던 얘기들은 주식, 파생상품, 각종 거래에 대해서 다소간의 거래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죠. 그 외에 은행세도 있습니다.

물: 은행세는 또 어떤 건가요?

금: 은행세는 금융회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은행이라든지 투자회사라든지 이런 데 대해서 강화하겠다는 거죠. 직접적인 과세까지 하면.

물: 그런 정도의 세금징수가 국제 표준에 맞느냐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겠군요.

금: 국제 표준에 다 맞아요. 강남훈 교수가 주장했던 거는 고율과세도 아니에요. 저는 그거보다 더 올려야 한다고 보는데. OECD 표준, 혹은 미국 뉴욕주 표준. 2007년도에 제가 대통령 선거에 나가면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공약을 만들 때, 법인세 개정을 주장했어요. 지금도 그 주장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법인세가 2개 구간입니다. 상급 구간의 경우에 매출 20억인 작은 회사나 삼성물산이나 똑같이 냅니다. 말이 됩니까?

물: 법인세의 구간을 세분화해야 한다?

금: 법인세의 상위 구간을 적어도 뉴욕처럼 4개로 해야 하고 최고세율 40%로 해야 됩니다. 최고세율 40%에요 미국이. 맨날 미국 따라가자 하면서.

물: 국제표준인데.

금: 미국에서도 제일 낮은 데가 뉴욕주에요. 금융회사가 많아서. 미국 뉴욕주 표준이 38.5%인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기준은 영리법인의 경우 2억이하는 11%, 2억이상은 25%로 정해져 있다. 미국에서도 그중 낮다고 하는 뉴욕보다 훨씬 낮다. 선진국 기준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진국 세금 기준은 왜 따라하자는 소리를 안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알 사람은 다 알겠지 뭐.

물: 결과적으로 삼성이 반발이 제일 심하겠네요.

금: 다 반대합니다. 그런 거를 하면 나오는 게 100조, 거기에 탈세, 김광수 계산에 의하면 40조가 된다거나 60조가 된다는데, 그 정도까지 잡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세행정의 투명화를 통해서 20조는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 곽노완 교수님 도표에 보면 국방비를 30% 정도 절감한다고 쓰신 게 있던데요?

금: 그거는 따로 다뤄야 할 문제이고요.

물: 얘기가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금: 다시 다뤄야 할 문제죠. 절감할 수 있는 게 한 두 가지겠어요? 제일 큰 게 국방비겠죠. 근데 국방비를 절감한다는 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얘기는 한반도 평화정책에서 다뤄야 되는 문제이지, 여기에 포함시켜서 재정계산을 해 놓을 수는 없죠.

물: 맞습니다.

국방비에 대한 문제는 보수와 진보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기 쉬운 부분중의 하나이다. 보통 진보그룹들은 군비감축을 기본적인 기조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비 절감을 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방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안그래도 민감한 동북아 정세에서 과연 마음 놓고 국방력을 약화시켜도 되는가 하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 점에 대해서 단순히 재정적인 이유로 국방비 절감을 얘기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은 매우 합리적인 느낌을 주며, 무척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금: 또 있습니다. 생태세.

물: 환경세 같은 겁니까?

금: 네. 생태세도 기본소득 자원으로 쓸 수 있는데, 생태세를 기본소득 자원으로 쓰자고 하면 생태주의자들이 반대해요. 생태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을 준다. 그러면 저소득층은 그걸 가지고 생필품을 사고 소비를 한다, 그러면 생태계가 파괴된다. 생태주의자들의 반대는 정당하죠.

물: 자연스러운 논리네요.

금: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생태세를 거둬서 무상 대중교통을 한다. 이게 12조 정도 들어갑니다. 차 끌고 나오지 않아도 되게, 교통망 잘 만들어져 있으니, 전부 무상화 한다. 지하철, 버스, 다 공영제로하고 무상화한다. 이걸로 독일 해적당이 7% 받은 거 아닙니까?

물: 아,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데요.

금: 이게 2010년에 사회당 공약이었어요. 저희들이 지하철에 포스터를 붙였거든요. 지하철 포스터가 지하철 완전 공영재 무상화였어요. 근데 사람들이 웬 뻘짓이냐 해서… 무상 대중교통도 저희는 기본소득 개념으로 사용하는 거고요.

물: 기본소득의 하위개념이네요.

금: 네. 그렇게 해서 정말 생태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무상화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싸니까.

물: 그렇게 되면 생태주의자들의 반대논리도 설득할 수 있다?

금: 그렇죠. 동의할 수 있죠.

물: 오히려 자동차 사용이 확 줄어들 테니까.

금: 또 그분들 농민들 기본소득 얘기를 하시는데, 그걸 반대로 감세하는 거예요. 거꾸로 생태세는 농민들한테 면세, 사실상 농민기본소득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고. 사실 농민기본소득은 WTO 탈퇴하겠다는 공약도 같이 걸지 않으면 공약의 정합성이 없어요. WTO에 위배되어서 무역 제소당합니다.

물: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금: 농민들한테만 나눠주잖아요. 전 국민한테 나눠주는 거는 WTO 위반이 아니에요. 그런데 특정한 산업에만 나눠주는 것은 보조금을 주는 게 됩니다.

물: 그렇게 되면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강력한 반대논리가 탄생할 수도 있겠네요? 기본소득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특정 산업에만 지급이 되면 WTO에 걸린다는 말씀이신데.

금: 연령은 됩니다. 연령구분은 되는데 산업구분하면 WTO에 걸립니다. 그게 보조금을 주는 거랑 똑같은 거라. 그리고 보조금을 줄 수 있는 한계 같은 게 있어요. WTO가 양해해주고 있는. 한국은 이미 채우고 있어요.

물: 이미? 거기서 조금이라도 농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지원하면 바로 걸리겠네요.

금: 네. 그런데 거꾸로 간접적으로 줄 수는 있다. 온 국민한테 생태세를 걷게 하고 농민들한테는 면세해주고, 친환경 무상교통이라든지 친환경 영농의 인프라라든지 지어주면 되죠. 서울 가는 길이 여러 길이 있는데 꼭 그렇게만 가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녹색당의 1번 공약이 농민기본소득이었잖아요. 거기도 0.5% 받아서 해산됐지만.

물: 농민기본소득이 WTO에 제소된다고 했는데.

금: 네. 당합니다.

물: 그쪽에서는 그걸 왜 체크를 안 했을까요?

금: 몰랐더라고요. 제가 그거 토론회에서 제소당한다고 했더니 무슨 소리 하시냐고.

물: 설마…

금: WTO 탈퇴하자는 얘기인줄 알고 저는 대단히 강경하고 급진적인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물: 급진적인 정책이 된 거네요.

금: 한국의 생태주의자가 제대로 된 사람들이 나왔다고 생각했다고 그랬더니 몰랐대요.

물: (웃음)

이 부분, 녹색당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고,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농담 같은 부분이었다. 단지 농업보조금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맞다. 그런 점에서, 녹색당 당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동현 필진이 당직자와 협의하여 보내온 반론을 첨부한다.


녹색당원으로서 해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세계무역기구의 해체가 보편적 인류와 다양한 생물종의 공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 직전에 창당한 한국 녹색당에서 경제세계화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누고 WTO 탈퇴를 공약으로 채택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녹색당이 WTO에 반대한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녹색당은 WTO가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두는 전면적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녹색당 헌장>에서 “지속가능성의 원칙으로 경제 세계화를 관리”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목표를 제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5.4. Support abolition of the WTO unless it is reformed to make sustainability its central goal, supported by transparent and democratic processes and the participation of representatives from affected communities. In addition there must be separation of powers to remove the disputes settlement mechanism from the exclusive competence of the WTO. A sustainability impact assessment of earlier Negotiation Rounds is required before any new steps are taken.

(전문보기 : 녹색당 홈페이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물: 기본소득이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성격이 있다는 점 잘 들었고요. 그 다음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금: 금융에 과세해야 한다고 저희는 주장합니다. 왜냐면 지금 이 경제위기의 원흉이 금융자본인 거고요. 그러니까 금융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제어하고 심지어는 안락사 시키고, 실물(경제)로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물: 재원에서 OECD 수준으로 조세부담율을 올리고, 금융에 대한 과세로 세수를 확보하고.

금: 예.

물: 그렇다고 해도 300조에 가까운 재정이 어떻게?

금: 계산이 되고요. 100조 가량은 OECD 평균 정도로 올릴 때 일어나는 거고.

물: 지극히 일반적인 시민들한테 설득력이 있으려면 좀 부족할 것 같은데요.

금: 표가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설득하는 게 뭐가 좋은지 잘 몰라가지고 얘기를 잘 안 하는데, 곽노완 강남훈 선생님이 재정계수를 맞춘 건데요. 노동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서 연 1억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 4인가족이라고 계산했을 때, 기본소득으로 받는 것 그리고 기본소득 때문에 더 내는 것이 플러스 마이너스 ‘0’으로 맞췄다. 약 3%에 대해서 과세하겠다. 그래서 이 상태에서 한국 인구의 97%가 찬성할 것이다.

이 계산법에 대해서는 다음번 곽노완 인터뷰 기사에서 다루게 될 예정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1억의 수입을 올리는 가정은 늘어나는 조세부담액과 주어지는 기본소득의 양이 딱 같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가 손익분기점이다. 그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가정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이하는 이익이다.

이렇게 나눌 경우, 우리 국민의 97%가 이익을 보고 3%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달이 된다면, 이 정책이 통과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위 1%가 손해를 보는 일이 사회적으로 법제화 된다는 것은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함정.

물: 그러니까 3%가 손해를 보게 된다?

금: 그런데 왜 안 되나?

물: 왜 안될까요?

금: 한 1%만 손해 보게, 좀.

물: 더 줄여야 할까요? (웃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90%가 이득을 보고 10%가 손해를 보면 되야 정상인데, 정치현상이나 사회현실이 그렇게 되지는 않잖습니까?

금: 그래서 그렇게만 설득해서는 안 되는 거죠.

물: 설득의 방식에 대해서.

금: 모두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주체라고 생각하고, 조세심리학적인 설득을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 곽노완, 강남훈 모델은 97%가 동의할 모델이에요. 사실 1%가 엄청 내는 거고 2%는 약간 손해인.

물: 1%는 엄청 손해를 보고,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워낙 소득이 큰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런 결과가 나와도 설득이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금: 그래서 나머지 문제는 역시 그런 것(조세형평성에 근거한 논리적 설득)보다 임박한 위기의 긴급성. 예를 들어 가계부채도 한국이 그리스보다 20% 높고요, 1000조 넘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1100조가 넘고요. 이런 문제들 가지고,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보다 더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도 거기는 한국보다 완전고용율이 높은 곳이라, (한국의 경우) 터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물: 상황의 심각성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금: 네. 그게 더. 그건 자본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거고요. 그러면 너희 어디로 도망갈 거냐? 어디 다른 나라 잘 되는 나라도 없잖아요.

물: 지금 전세계적으로 다 망가져가고 있으니까.

금: 다른 나라, 더 잘 되는 나라가 있으면 가겠지. 그런데 그런 나라도 없고. 그리고 소위 매몰비용이라는 게 있는 건데 어디 가겠어요? 그렇게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숨)

한국이 그나마 버티는 게, 중국이 2010년도 이후에 처음엔 좀 긴축을 하다가 갑자기 돈을 갖다가 막 풀잖아요.

물: 풀고 있죠.

금: 중국이 유로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그나마 돌아가고 있는 건데.

물: 그렇죠. 수출이 유지가 되는 게 그걸로 버티고 있는 거죠.

금: 그전에는 미국이 양적 완화, 1차, 2차 해가지고 먹고 살았고. 그런데 사실 미국의 양적 완화나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세계경기를 활성화시키기에는 미미한 거였고요. 앞으로도 그렇고.

물: 방향을 바꾸지 못했죠.

금: 이런 상태에서 답이 없는 거죠. 내수기반 경제라고 하지만, 내수기반 경제를 이 기반에서 어떻게 하는데? 못하죠. 만약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전반적인 노동사회 재편과 산업구조 조정, 이런 걸 하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조선업이다 하면, 조선업이 한국의 빅3 빼고는 다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물: 그렇죠.

금: 그러니까 줄여야죠.

물: 산업규모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금: 네. 그러면 노동자는 뭐해요?

물: 대량 실직 발생하고.

금: 노동자는 어떡해요?

물: 그러니까 못 줄이는 거죠. 지금.

금: 못 줄이거나 사회적 저항을 하는 거죠. 그걸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요?

물: 끝도 없는 싸움이 일어나는 거죠.

금: 그런 산업구조 조정을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저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는 못 한다는 거예요. 못 한다는 게 보여진 거고. 그렇게 하려고 하면 결국은 아주 폭압적인 국가가 등장해야 하는 거죠. 이명박 정부 저리가라 하는. 거기에 국민들이 동의하나?

물: 절대… 힘들죠.

금: 그러면 결국 어느 정도까지 망가지느냐가 남아있는 건데, 망가지기 전에 이런 일을 하는 게 옳다.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산업 구조조정도 하고, 노동사회도 개편하고, 불완전노동 철폐하고 이렇게 가자는 얘기죠.

물: 결론은 기본소득이라는 게 흔히 얘기하는 복지 정책 중 강력한 정책이란 수준이 아니라.

금: 저는 이행강령이라고 봅니다.

물: 아예 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걸로?

금: 거대한 이행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죠. 아니, 한국사회 자체가 여러 가지로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게,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물: 현재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근본적인 개편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금: 힘들 것이다. 중국이 언제까지 버텨준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고, 중국이 이 삼 년 더 버텨준다고 해도 중국이 무너질 때는 아주 심각해집니다.

물: 그렇죠. 중국이 위기에 빠지면 심각해지죠.

금: 그럴 때 한국이 내수기반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면 파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데, 중국 우선적인 경제, 미국 우선적인 경제, 소위 거대시장 우선적인 경제에서는 그냥 무너지는 거죠.

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의 바람에 의해서.

금: 그때 길거리에 나온 노동자들한테 돌멩이 맞을 거냐? 그렇게 될 공산이 더 큰데, 그때는 탱크 동원할 건가? 그러면 국민들이 동의하겠어요?

결코 과장된 상황인식은 아니다. 아니 누구보다도 한국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주류세력들이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스탭들은 알면서 외면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위기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당연한 얘기가 된다. 파국을 앉아서 맞을 것인가,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 네트워크 활동계획

 

물: 굉장히 설득력 있게 설명을 잘 해주시는데요. 앞으로는 기본소득 관련해서 어떻게 활동하실 계획입니까?

금: 일단 네트워크를 정비하려고요.

물: 제가 기본소득 네트워크 카페에 가봤는데 굉장히 활동이 저조하던데요.

금: 저조하고요. 사실 대중활동보다 연구활동이 굉장히 잘 되고 있는 편이에요.

물: 대중활동이 있어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잖습니까?

금: 그렇죠. 그게 제 몫인데.

물: 거기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금: 일단은 대중단체로 전환을 하자는 데 운영위원들이 찬성을 했으니까,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빨리 홈페이지와 카페 등등을 정리하고, 운영위원 모두가 동의하는 기본소득의 개념, 표준 리플렛 등을 만들어서 실질적인 회원구조가 있는 단체로 가야죠.

물: 그렇게 되려면 운영위원 모두가 동의하는 최소공약수, 공통부문을 모아내서 정리를 하셔야겠네요.

금: 네. 그런 일을 해야죠.

물: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여기에 회원들이 대거 가입을 하는 일이 공짜로 생기지는 않을 텐데요.

금: 캠페인 해야죠. 청년층의 호응이 굉장히 많습니다.

물: 청년들이 워낙 힘드니까?

금: 청년 기본소득네트워크가 따로 있고요. 그들이 행사를 많이 하고요.

물: 우석훈 교수도 이쪽으로 하시는 것 같던에.

금: 요즘은 자기 하는 일이 바빠가지고. 초창기에 많이 지지했죠.

물: 청년유니온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 청년유니온은 저희하고 많이 다르고요. 기본소득을 설명하러 몇 번 갔는데 아무래도 반응이.

물: 안 좋은가요?

금: 아니요.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로 많이 갔고요. 아무래도 단체의 성격 때문에 그런데요. 노조잖아요.

물: 그렇죠.

금: 그러다보니까 하는 일은 노동자 권익 투쟁이고. 이건 Great Transformation(거대한 전환)을 하자는 주장인데, 자기들로 볼 때는 되면 좋은데 뭐 굳이.

물: 우리가 뛸 일은 아니다.

금: 최저임금에 관심 많고요. 그래서 최저임금에 공조를 많이 해온 정도. 저희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은 인상해야 한다, 없애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물: 그건 또 그거니까?

금: 꼭 그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없애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면, 최저임금을 현 상태로 동결한 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거나 혹은 최저임금 자체를 없애고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에,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저임금 자본가한테 국가가 세금을 나눠서 인건비를 나눠주는 게 되죠.

물: 국가가 임금을 내주는 식으로.

금: 국가가 임금 보장을 해주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렇게 하면 제가 생각하는 전 사회적인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가 없어요.

물: 그래서 최저임금은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금: 그래서 최저임금은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청년유니온하고 같이 했죠. 청년 알바사업 같이하고 그러기도 하는데, 일단 거기까지. 사회 전체에서

물: 당장 나서기는 그렇군요.

금: 네.

이 역시도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뺴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최저임금의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영세한 한계사업장들에서는 극단적인 저임금으로 사람을 고용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그 사람들은 생계는 기본소득으로 유지하면서 일은 사업장에서 하게 되는, 역으로 얘기하자면 노동으로 인해 창출된 가치는 고용주가 가지게 되고, 인건비는 국가가 지급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소득은 강제적인 노동시간 단축 정책, 상식적인 수준의 최저임금 제한 정책등과 함께 패키지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책들이 혼용되기 시작하면 복잡성이 증가하게 되고, 기본소득 특유의 장점인 단순성이 손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좀 더 세밀한 설계과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 민주노총의 이수봉님을 지난 주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고 약간 관점이 다른 얘기도 있었는데, 민주노총에서도 적극적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금: 소수파라서..

물: 내부의 소수파?

금: 아니. 민주노총 자체가 정파구조가 있잖아요. 그 정파구조에서 보면 이수봉 원장은 다수파의 일원이에요. 그런데 그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물: 내부에서도?

금: 내부에서도.

물: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위치가 확대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과거의 사민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렇다?

금: 아니. 노조는 또 어쩔 수 없어요. 지금 독일이 제일 기본소득 운동이 광범위하고 대중의 지지도 굉장히 높아요.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고 있는데. (여론조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는 독일 유권자의 70% 이상이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

물: 여론조사에 나오는 지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금: 네. 점점 올라가고. 최근에는 기본소득을 오랫동안 해왔던, 독일 기본소득네트워크의 창건자인 카트야 키핑이 좌파당 당수가 됐고요. 기본소득 때문에 지명도를 만들었던 정치가들이 거의 당 대표 급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카트야 키핑.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 독일 좌파당의 당수가 된 사람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라고 링크 하나를 걸어본다.

물: 독일은 조만간 하겠네요.

금: 할 겁니다. 단지 어떤 모델인지 합의가 안 되어서

물: 하긴 하되?

금: 돈을 누가 내는지가 합의가 안 됐거든요.

물: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금: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기민당부터 좌파당까지 다 공유를 하고 있어요.

물: 다 좋은 거지만 돈을 어디서 걷을 것이냐?

금: 좌파당 모델은 상위 30% 때리거든요.

물: 상위 30%까지 세금을 더 내자.

금: 그러니까 사실은 중산층까지 건드리고 있어요.

물: 그렇죠.

금: 많이 건드리고 있는 거죠. 그게 이런 면이 있습니다. 사실 조세심리학적으로 보면 재벌만 얘기해야 해요.

물: 재벌만 더 내라?

금: 네. 그런데 그게 안 되잖아요? 불가능해요. 이게 사회의 강력한 힘인데.

물: 현존하는 권력인데.

금: 현존하는 권력하고 타협을 하게 되면 점점 중산층까지 밀려 내려와서 30%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은 강남훈, 곽노완 교수님께 그 말씀 드릴까 하다가 고치겠다 하실까봐 가만히 있었는데.

물: 네.

금: 그게 소수만 내고 많은 사람들은, 예를 들어 1억이면 굉장히 많이 버는 사람인데.

물: 부유층이죠.

금: 그런데 1억 버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모델이라는 건 자랑할 건 아니라는 거죠.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경제권력을 완전하게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한국 사회에서 가능하냐?

물: 그 사람들이 비록 3%, 1%라고 해도,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금: 그렇죠. 그런 문제를 물어봐야죠.

물: 딜레마네요.

금: 조세심리학적 딜레마라고 하는데요.

물: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거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금: 거꾸로 많은 사람한테 혜택이 되고, 적은 사람만 지불하게 하는 모델일 수록 관철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물: 쉬울 것 같으면서 오히려 더 힘들다?

금: 더 힘든 이유는 그 사회에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완전한 희생을 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물: 결국은 중산층까지 부담이 퍼져내려 오는 게 오히려 실현가능성이 있다?

금: 정치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독일) 좌파당이 아마 그렇게 하고 있는 거겠죠. 7:3 정도로 하고, 대신 나머지 문제는 금융규제와 사회화, 부실은행의 사회화 같은 방식으로 공약을 걸고 있고, 과세 문제에 있어서 상위 1%를 때리는 건 아니더라고요.

전술적인 측면의 얘기가 된다.

사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상위 극소수가 부담을 지는 정책이 더 좋은 것 같지만, 결국 이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그들인 이상, 그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든다.

차라리 부담을 분산시켜서 상위 30% 정도가 부담할 수 있는 선으로 후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독일의 좌파 정당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기본소득의 효과

 

물: 약간 순서가 다르지만 여쭤보고 싶었던 것, 기본소득제도가 활성화돼서 산업구조가 바뀐다면, 전체 경제 성장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금: 안 해봐서 모르는데, 대개의 외국 학자들은 고진로 성장이 가능하다, 하이로드 고진로 성장이 가능한 모델이라고 확신하죠.

물: 고진로 성장.

고진로 성장, High Road 성장이라는 것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산업체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이를 견뎌내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용조건이 악화되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소속감이 약해지고, 숙련도가 떨어지는 등 노동의 품질 자체가 하락하며, 이 노동의 품질 저하가 다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저진로 성장이라고 지칭하면서 반대로, 고도로 훈련된 숙련 노동자들이나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지식 노동자들의 증가로 기본적인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로 인해 노동 조건이 더욱 향상되면서 다시 노동의 품질 자체가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는 것을 고진로 성장이라고 한다.

기본소득이 주어짐으로써 노동자들에게 여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또 기본적인 생계가 해결됨으로써 자기계발의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면, 노동계 전반에 고진로 성장에 필요한 수준의 노동 품질 상승이 벌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본소득이 고진로 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금: 기술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물: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잖아요?

금: 그렇죠. 실험도 없고. 기본소득과 관련한 실험들이 증명한 것은 다른 어떤 제도보다 소득불평등계수를 완화시키는 강력한 제도다.

물: 알래스카의 경우가 그렇죠.

금: 알래스카, 나미비아. 나미비아의 경우에는 노동유인이 오히려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는다.

물: 그렇죠. 구걸이 없어지고, 일하려고 하고.

금: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검증이 됐으나 경제적으로는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까지는 소득불평등과 빈곤문제에 대해서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니까 복지 이슈로 많이 돌아가는 거고.

물: 그렇죠.

금: 그런데 실제 고진로 성장이 가능하죠. 가상적으로는 충분히 얘기가 되는 건데요.

물: 외국과 연계되어서 어떤 문제가 있을 경우는 없을까요?

금: 없죠.

물: 예를 들어서 금융세를 많이 늘린다고 하면 해외 금융자본이 나가버린다거나.

금: 걔네들보다 많이 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니까.

물: 걔들 보기에는 미국보다 우리가 더 적게 (세금을) 물고 있었는데.

금: 그래서 오는 건데.

물: 세금을 올리면 가지 않겠느냐?

금: 그러면 가야죠. 또 와서 한 짓이라고 우리에게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물: (웃음) 아마도 보수지지층을 상대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아마 이런 지적들이 나올 것 같아요. 심지어 저는 그 사람들이 무슨 명목을 들어서 반대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가장 처음에는 재원을 가지고.

금: 재원이에요. 기본적으로 부딪히는 건 재원이에요.

물: 재원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잠재적으로 보아서는 경제성장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겠죠.

금: 거대기업이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안돌아서 어려운데.

물: 재벌들한테 부담을 줘서 되냐?

금: 이런 게 제일 큰 반응이에요.

물: 그리고 또 마음에 걸리는 게, 전통적인 도덕관념에 의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돈을 주냐?

금: 그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물: 나이 든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요.

금: 오히려 노동운동 쪽에서는 그런 얘기를 가끔 해요.

물: 진보 계열에서?

금: 그런데 보수적인 사람들은 전혀 안 해요.

물: 왜 그러죠?

금: 자기들이 원래 일 안하고 있잖아요.

물: 자기들도 일 안 하니까? (웃음)

금: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요.

물: 그런 도덕관념 자체가 없는 건가요?

금: 노동운동에 가서 설명할 때는 항상 그 설명을 하죠. 노동에 따른 분배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으로 60만원 받고, 나머지 180만원을 노동소득으로 받는다. 누구는 240만원을 받는다. 240만원 받는 사람이 180만원 받는 사람보다 더 많이 (노동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노동에 따른 분배라는 기준이 거기서 작동한다.

물: 그 기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군요.

금: 아니다. 기본소득으로 보완될 뿐이지, 몽땅 임금을 평등하게 나눠주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

실제로 그냥 돈을 나눠 주는 것에 대한 도덕적 거부반응이 고령층이나 보수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 누구는 맨날 놀면서 돈을 받다니, 맨날 노는 인간에게 왜 돈을 주나.. 이런 얘기다.

나 같아도 억울한 일이라고 느낄 것 같다. 난 돈 백만원 벌기 위해 공장에서 죽어라 일하고 있는데, 옆집 할배는 평생을 집에서 놀고 먹었는데 그런 사람에게도 똑같이 돈을 준다니.. 거기다가 그 돈이 결국 내 세금에서 나온 건데.. 심정적인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이런 감정적인 거부반응이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 것일까.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적인 아이디어인가?

물: 알겠습니다. 거의 막바지로 오는데요. 근본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기본소득은 사회주의로 가는 전 단계 아니냐?

금: 사회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죠.

물: 그런데 (기본소득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분명히 그런 질문이 나올 거예요. 빨간 색을 칠하려고 하겠죠.

금: 예를 들어서 기본소득을 올린다고 쳐봅시다. 막 올려가지고 거의 모든 평균적인 노동자가 자기 소득의 50%를 기본소득으로 받고 50%를 임금소득으로 받는다고 합시다. 그럴 경우에 제 생각으로 분배에 있어서는 분배사회주의에 가깝다고 봅니다. 평화롭게, 자연스럽게.

물: 자본주의를 가지고 가면서.

금: 자본주의를 가져가면서. 판 빠레이스 같은 경우에는 그걸 사회주의로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는 뭐, 과연 그럴까? 라고 생각하죠. 이유는 소유-지배 문제를 건드리지 않잖아요. 소유-지배 문제를 건드려야 사회주의가 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만약에 기본소득이 그걸 주냐 안 주냐, 과세 재정 모델을 어떻게 하느냐는 사회주의하고 아무 관계없습니다.

물: 전혀 관계없다?

금: 전혀 관계없습니다. 이거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국가고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예를 들어 곽노완 강남훈 처럼 300조를 걷겠다, 그 역시 자본주의 시장에서 과세모델입니다. 그런데 사회주의냐 아니냐 논쟁이 나오는 거는 저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이런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금융위기로 인해 부실화 됐다. 국가가 공적 자금을 준다. 김대중 때 공적자금 퍼줘서 살려놓은 거 지금 은행들이 다 거저먹었지 않았습니까?

물: 그렇죠.

금: 그럴 때 그냥 사회화 한다는 겁니다. 조세로 공적자금 투자한 경우에 부실 금융기관은 전부 사회화하고.

물: 정확하게 사회화라는 것은 어떤 거죠?

금: 국가소유.

사회화와 국유화, 얼핏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약간은 다른 개념이다. 물론 국유화라는 말에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술적 용어 변경일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번 기사에서 좀더 자세하게 나올 것이므로 여기서는 통과.

물: 국가소유 공공기관으로, 공공법인, 공공회사로 만드는 건가요?

금: 그렇죠. 공기업이 되는 거죠. 공기업이 되고. 그 다음에 거꾸로 또 이런 것도 있죠. 논란이 많지만, 지금 연기금의 의결권 얘기도 나오잖아요. 삼성 이건희 일가가 0.56% 갖고 있다는데 쫓아내버리고 삼성을 다 지배를 한다든지.

물: 연기금이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지분의 의결권을 발동해가지고 대주주가 돼버린다는 말씀이죠?

금: 네. 다 쫓아내고, 그렇게 한 다음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본소득 자원으로 한다. 연기금은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국책은행은 그렇게 할 수 있죠.

물: 재원으로 쓸 수 있다.

금: 그럴 경우에는 사회주의입니다.

물: 그렇군요.

금: 네. 소유-지배 관계에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초기 모델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혼합 정책이지요.

물: 사회주의 냄새가 많이 나는 정책이네요. (웃음)

금: 그렇게 얘기할 수 있죠. 그런데 조세 과세 정책에서는 전혀 사회주의라고 할 수 없는 거죠.

물: 그걸 왜 하필이면 사회당을 하셨던 분이 하셔서. (웃음)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거죠.

금: 조세과세 모델은 강남훈 교수 모델이 북구 모델보다 적어요. 북구는 50%씩 내요.

물: 북구는 조세를 엄청나게 하니까요.

금: 그런데 50% 낸다고 스웨덴이 사회주의 국가인가요? 아니잖아요.

물: 스웨덴을 사민주의 국가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죠.

금: 네.

이 부분, 재미있었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설명하다 보면 반드시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주의 하자는 얘기냐는 반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반론을 하는 사람에게 과연 사회주의가 뭐냐고 묻는 다면 잘 대답을 못하기 마련이다. 기껏 나오는 얘기는 북한의 배급제도…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소유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사회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실제로 스웨덴의 사민주의에 비해서도 세율조차 한참 낮다. 단지 정부가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쓰는가 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조세 행정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금민은 기본소득 논의에 포함된 금융기관 사회화 등의 재원 확보 방안은 사회주의적인 면이 있다고 확실하게 얘기를 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재원 확보 방안 중의 하나이며 실제로 그 방안이 적용될지 여부도 논쟁중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나오게 되는 것은…

기본소득은 가장 민주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물: 기본소득에 대해서 제가 질문을 빠뜨려서 미처 못 한 이야기가 있다면?

금: 저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처음 느낌을 가졌던 거는, 기본소득 개념은 굉장히 모순되어 있으면서 통일되어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성, 개별적으로, 개인성, 동등하게, 평등, 지급된다. 이 개념 자체가 그 안에 근대 정치이념이 모두 녹아있다고 봅니다.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 공동체 성원의 평등과 동등성, 그 다음에 보편성.

물: 20세기 이후 인류가 만들어낸 정치 아이디어가 다 들어가 있다?

금: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실제 개념 자체가 구현되는 것은 역사적인 상황과 현실에 따라서 다르게 되겠지만, 많은 학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 이야기를 꼭 인용을 하는데요. 노예해방이 첫 번째 민주주의라고 하면, 보통선거제가 두 번째 민주주의고, 기본소득의 도입은 세 번째 민주주의다.

물: 민주주의 발전의 세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금: 네.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요. 제가 기본소득을 받아들이고 입문하게 된 계기는 민주주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경제위기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경제민주주의. 최소한 인간이 사회 성원이라고 하면, 아파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다른 모든 사람과 내가 동등하고 같은 자격의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국민이기 때문에, 동등한 일정한 액수를 받는다. 이게 중요한 거죠.

물: 상징성이 크다?

금: 그래서 기본소득제의 도입은 정치 공동체의 활성화에 굉장한 기여를 할 거라고 봅니다.

물: 자기가 소속된 사회에 대한 소속감 같은 것도 생성될 수 있고.

금: 그렇죠. 그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 기본소득이 잘 되어서, 우리나라가 먼저 해서 잘 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몰려올 것 아닙니까?

금: 예.

물: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전 지구적으로 기본소득이 동시에 진행되면 모르겠는데, 되는 나라 있고 안 되는 나라 있으면, 외국인 노동자들 단체로 몰려올 것 아니에요. 그러면 부담이 커져가지고 힘들어지면.

금: 그거는 그렇죠.

물: 외국인은 5년 이상 거주하면 지급한다든지?

금: 보통 8년이죠.

물: 8년?

금: 국적 취득 기준이 8년이니까 그렇게 붙이죠 보통.

물: 국적을 취득한 사람한테 주는 걸 기준으로 하나요?

금: 그렇게는 아닌데요. 8년 있으면 국적을 취득할 자격이 생기는 거잖아요. 취득이 되는 건 아니죠.

물: 되는 조건은 따로 있지만 기본 조건이 8년 거주. 알래스카 같은 경우는 1년 이상 거주하면 다 주는 걸로 하고 있죠?

금: 네. 알래스카가 제일 좋습니다.

물: 거기는 유전에서 나온 이익금이 있어서 쉽게 하는 거겠죠.

금: 네. 한국이 지자체 선거권이 몇 년인지 모르겠는데요. 거주한지 몇 년이 지나면 지자체 선거를 할 수 있어요. 그거하고 연동해서 주면 될 것 같아요.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 중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등재된 자에게 선거권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물: 판단의 문제다?

금: 네. 그런데 해외 인구 유입은 꼭 기본소득 때문에 오는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잘 사는 나라로 오지요.

물: 사회의 품질이 좋아지면 오는 거죠.

금: 네.

물: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여쭤보겠는데요, 혹시 평소에 딴지일보 보십니까?

금: 볼 때도 있고요.

물: 재미있습니까?

금: 재미있을 때만 보죠. (웃음) 평소에 보는 게 아니라 재미있을 때만 보죠.

물: 이제 마무리 인사로 딴지일보 독자들을 위해서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금: 딴지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민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늘 기본소득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는데요. 노예해방이 민주주의의 첫 번째 단계라면, 두 번째 단계는 보통선거제의 도입일 것이고, 기본소득 도입은 세 번째 단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면,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는 마무리 되었다.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그저 한 개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그 아이디어가 적용되어 제도화 되고 구현될 가능성, 아직도 눈꼽만큼 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는 지금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걱정하며, 그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그거 안해도 된다. 그저 우리 사회가 어떤 위기를 맞아 어떻게 지지고 볶고 살던가 그들이 걱정 안해도 다 돌아가게 되어 있다. 대신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의 총량이 늘어날 뿐이다. 그들은 그런 상황이 와도 별로 고통받지도 않을 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냥 자기 할 일 하면서 먹고 살면 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 해결방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게 바로 정치이며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이미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임무다. 그러나 미래에 닥쳐올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더욱 중요한 임무인 것이다. 그런 정치인이 기본소득이라는 신기한 아이디어가 우리 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최소한도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런 주장에 귀를 기울여 주고 한 번씩 어떤 것이 옳은 길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그 정도는 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 다음번에는 본문에서도 언급된 우리나라 최초로 기본소득을 연구한 학자, 서울대 시립대 경제학부의 곽노완 교수와의 인터뷰가 올라올 예정이다. 좀더 구체적인 수치와 경제적인 관점, 또 문화적인 관점에 입각한 설명이 나올 듯도 하다. 기대하셔도 좋다.

동영상 편집 : 이용(@vforveri)
녹취 : 이동현(@Leetreeart)
사진 : 죽지않는돌고래(@kimchangkyu)

이너뷰어 : 물뚝심송(@murutukus)

 







1 thought on “기본소득 – 금민 위원장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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