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카드회사

얼마전, 딴지일보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 시립대 곽노완 교수님을 만나 얘기하던 중 잠깐 스치듯이 나왔던 얘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카드회사…
포커치는 카드 말고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회사를 말한다. 이 카드회사를 국가에서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금융사들은 나름대로 예금을 모아 자본을 운영하고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이거, 아무리 좌파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현재 우리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임을 인정한다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해 줘야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런데 카드사는 어떨까?
카드사는 그저 현금결제를 대신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일 뿐이다. 뭐 그 뒤편에서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사실 카드사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이용해서 사채놀이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다 치워 버린다면,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고, 그 사람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을 때, 점주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고, 차후에 카드 사용자에게 사용대금을 받는 것 뿐이다. 이게 카드사의 본질적인 업무 맞다. 
그 과정에서 카드사는 점주, 즉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한다. 이게 영점몇프로에서 시작해서 3-4%까지 다양하게 설정이 되어 있는 걸로 안다. 이 수수료 문제로 맨날 중소, 혹은 영세점주들과 카드사간의 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마트 같은 대형 업체와도 충돌하곤 한다. 
그런데 그 카드 결제 수수료가 몇프로나 되어야 하는 걸까? 그게 원가가 얼마나 될까? 
결국 카드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최초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에다가 운영에 필요한 약간의 인건비, 그리고 정기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개비하는데 필요한 유지보수비 정도. 
이게 전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거래의 몇프로씩이나 받아야 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드는 걸까? 상식적으로 추론해봐도 그렇게 많은 수수료를 받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거기에는 카드사끼리의 경쟁을 위한 광고 홍보비도 꽤 많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만약 국영카드회사가 설립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회사는 그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수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운영경비만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극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일단 이 부분에서 카드 거래를 꺼리는 영세상인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구멍가게 운영하면서 3%정도 되는 수수료를 뜯긴다는 거, 그거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살아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술집도 그렇고 택시도 그렇고 카드 사용처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결국은 상인들이 부담하면서 그 시스템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수료를 국영 카드사에서 거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거기다가 국영 카드사는 홍보비도 별로 필요없다. 뭐 굳이 초기에 도입하기 위해 정책 홍보하듯이 국가기관에서 홍보하면 될 뿐이다. 거기다가 국내의 모든 상점에 그냥 국영카드 취급을 의무화 시켜 버릴 수도 있다. 카드 단말기? 그거 그냥 정부에서 무상배포해도 될 수준으로 저렴한 제품이다. 
그러면 일차적으로 거의 모든 상점에서 국영카드를 받기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도 국영 카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국내 카드사들은 모두 도태가 되겠지만.. 그 대신 소비자나 상점 주인이나 모두가 다 국영카드를 쓰기 시작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카드사들이 올리던 수익들이 모두 소비자나 상점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건 개인적인 선호도 문제지만, 나는 카드사들이 자랑하는 정신없이 혼란한 포인트 제도 같은거를 무척 싫어한다. 그냥 국영카드 한장으로 모든 소비를 단일화 해 버리고, 그 사용량에 따라 소득세나 좀 환급해 주면 좋겠다. )
이런 상황이 되면,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숨겨진 자금의 흐름이 포착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원룸 월세 같은 것도 국영카드로 납부하게 되니 엄청난 규모로 흐르는 숨겨진 임대소득도 드러나게 된다. 그 밖에도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서 사람들의 소비활동을 직접 관리하게 되니.. 이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겠네. 
어찌되었건간에 현재 상태보다 더 확장된 범위에서 카드 사용이 일반화 되기 시작할 거다. 국가 경제가 좀더 투명해지는 효과가 나온다. 
사용대금을 못 갚아서 연체되는 사태? 사기업 카드회사 같으면, 채권 추심단을 동원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조치가 있다. 좀 살벌하긴 하지만 여권재발급을 안해준다거나,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 간다거나.. ㅎㅎㅎ (자동차세를 안내고 버티다가 예비군 훈련장 가서 번호판 뜯겨본 적이 있다. 졸라 창피하다. )
결국 국영카드사에 대한 논의는 어쩌면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이렇게 자세하게 들여다 봐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관리 수준을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반론도 할 수 있다. 차라리 정부가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결정적으로.. 
이 국영카드가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연계되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부분으로 생각이 가게 되면 점점 더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경우, 국가가 지불하는 기본소득이 월간 국영카드 사용한도가 될 것이다. 이러면 연체의 가능성이 제로가 된다. 거기에 그 사람이 소득이 생겨, 지정 계좌에 돈이 더 들어오면 그 만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직불카드 개념으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생각은 한칸 더 나아간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국영카드가 바로 신분증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카드겸용 신분증은 내 신분을 입증하기도 하면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학교나 직장등에서 소속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신분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그렇게 되면 뭐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카드였다가 갑자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분실의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문신처럼 팔뚝에 새기는 바코드가 되었다가, 이게 666의 표지가 되면서 인류 종말 시나리오로 갔다가.. 
뭐 이런 망상도 할 수도 있고.. 
결국 이 문제는 사기업이 하는 일을 국가가 대신 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간의 논쟁에서 시작되었지만, 
통합이 좋으냐 분산처리가 좋으냐 하는 패러다임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조세개혁에 도움이 되는 대신 사생활 침해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묘한 논쟁으로 갈 수도 있고.. 
휴거가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하는 종교논쟁도 가능하고.. 
정말 다양한 주제로 논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과연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이 국영카드회사라는 아이디어를 놓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아, 모든 거 이전에 이름부터 잘 붙여야 된다. 이 국영카드 프로젝트의 이름은.. 
PCC = Public Credit Card = 공공신용카드 = 공신카드 라고 붙여보자. 뭔가 개국공신이라도 된거 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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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국영 카드회사

    1. 그게 참 웃기는게.. 민간회사가 내 소비내역을 다 파악하는 건 괜찮고 국가가 파악하는 것은 싫다.. 이거잖아요.

      도대체 국가가 뭔 짓을 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못 믿는 걸까.

    2. 저는 카드도 여러개고, 한개라 하더라도 언제라도 카드A를 쓰지 않고 다음달 부터는 카드B를 선택할 수 도 있죠. 그런 선택에 대한 부분이 좀 다른 것 같아여… 국가가 뭔짓을 했길래 그런게 아니고. 애초에 국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아니니까 그런거 아닐까요.

    3. 결국 처음에 주어진 인식의 지평 내에서 내 행동을 선택하는 거겠죠. 처음부터 카드란 원래 국가가 운영하는거야~ 라는 상황이었다면 카드를 민영화 하자는 주장이 생소해 보이지 않았을까요?

  1. 고운입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때 처음 맡은 업무가 신용카드 였습죠.
    30여년전 외국여행 자유화 이전 때 얘기입니다.
    카드가 본격 도입된 계기는 유통업과 운행의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소비자 심리에 바탕한 일조의 마케팅 전략이었으나
    이제는 불량신영자, 수수료 문제등 국가경제 소비산업재로서 막중한 위치가 되었습니다.

    민간,금융계에서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카드업계를 싹슬이 하는건 카드산업의 부정적 골이 깊어도 경데활성화 측면에선 지금 체제보다 낳을게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의 수수료 문제는 상품가에 전가해야 할 만큼 중요한 원가요소이기에
    반발이 심해질 겁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판매액의 0.3%에 불과한 부가세 감면율을 더 높이거나
    분기별 700만원 한도액을 높이면 어느정도 진정효과가 있겟으나 이런 간접지원 방식보다는
    불공정 거래행위 차원에도 충분하게 요율을 낮출수 있습니다

    저는 공공카드사 설립으로 행정난비보다 기왕의 공정거래 차원에서 충분히 자영업자의 정당한 지적을 수용할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개인 신용공여액의 거품입니다.
    여기 까지만.

    1. 오랜만이십니다.

      이 아이디어는 그저 금융의 사회화 라는 관점에서 한번 떠올려본 생각일 뿐이에요. 현실적인 카드사 업계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그거 또한 완전 도깨비 소굴이겠죠.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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